내 인생을 한 권의 책에 담는다! ‘고경태의 자서전 스쿨’
당신의 인생은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 다름 아닌 내가 바로 ‘역사’다. 단, 쓰는가와 쓰지 않는가의 차이일 뿐. 뜨거웠던 내 인생에 바치는 자서전 쓰기, 마침내 책 한 권의 주인공이 된다.
한겨레 신문 고경태 기자는 2011년 8월부터 채널예스에 <아버지의 스크랩>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아버지의 스크랩> 칼럼 보러가기) 아버지가 만 24살 때인 1959년부터 시작한 신문 스크랩을 펼쳐, 그 속에 오려져 있는 기사들, 볼펜 글씨로 남은 시와 낙서들, 메모들을 뒤적이며 대화를 시도하는 작업인 셈이다.
“기록이라는 게 책에 친 밑줄도 기록의 가치가 있는 거예요. 아버지가 왜 이 글에 밑줄을 쳐놨을까.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아버지가 돌아 가신지 20년이 됐는데, 그 기록물을 통해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아버지는 비록 평범한 분이셨지만, 한 가지 일을 죽을 때까지 열심히 하셨던 분이셨어요. 자기 삶의 어느 부분에는 열정이 있었던 분이셨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에게는 보통의 아버지였고, 보수적인 종교인이었는데, 60년대 기사 스크랩을 보면 박정희가 3선했다는 뉴스 기사가 있어요. 박정희 얼굴에 만평을 붙여놓고, 나쁜 놈 얼굴 보기 싫다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적어뒀어요. 가장 우파적인 분이셨는데도 독재자라는 인식을 하고 계셨더라고요. 이렇게 그때그때의 기록이 부모자식간에도 서로 몰랐던 부분을 알게 해주고, 또 다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집 한 구석에 조용히 꽂혀 있던 아버지의 스크랩물이었다. 60년이 지난 후에 아들이 읽고, 아버지와 대화를 하게 될 줄이야. 서로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기록한 자의 의미와 기록을 되짚는 자의 의미가 다르죠. 그 사이에 대화가 있는 거고. 이런 기록들이 누구한테 의미가 있을까요. 1차적으로는 자신에게 의미가 있으면 되고, 누군가 읽어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10년 후가 되든, 30년 후가 되든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인생은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 당신이 몇 년의 삶을 살았든 어떤 삶을 살았든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삶을 성찰하고 기록해나갈 것인가? 고경태 기자가 자기만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겨레 교육센터에 ‘고경태의 자서전 스쿨’을 연다. 자기 삶을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서전을 쓸 수 있고,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다.
“자서전이라고 해서, 나의 일생을 다 담을 필요는 없어요. 어느 나이대의 한 부분을 보여줄 수도 있고, 한 시기의 고민을 보여줄 수도 있는 거죠. 혹은 어떤 하루의 중요한 사건을 두고, 그 일의 원인부터 의미까지 기록해볼 수도 있어요. 한 사람의 일대기로 한정 짓지 않고 좀더 자유롭게 만들면서, 예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자서전을 쓰는 일은 자기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고, 과거의 삶을 긍정하는 작업이에요. 걸어온 길을 정리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설정될 겁니다.” 자서전이라는 한 권의 글쓰기를 달리기에 비유하자면 마라톤이 될 것이고, 고경태 기자는 도전자들의 코치이자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맡는다.
특히 자기만의 이야기로 함몰되지 않고, 누가 봐도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삶을 객관화하고 정제된 글쓰기를 쓰도록 코치할 예정이다. 이 수업의 목표는, 수강생 전원이 ‘가치 있는’ 한 권의 책을 ‘출판’하는 것이다.
강의는 올해 6월 4일부터 2013년 6월 13일까지 일 년에 걸쳐 진행된다. 자서전 집필을 위한 기획, 뼈대구상 및 집필, 탈고, 출판 실무 작업의 과정이 총 4라운드로 나눠져 3개월씩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 총 30회의 오프라인 강의가 있고, 월 2회씩 결과물에 관한 이메일 코멘트를 받을 수 있다.
“일기 형식 말고도, 다양한 형식의 자서전이 가능해요. 시로 쓸 수도 있고, 사진의 기록으로 보여줄 수도 있는 거죠. 아침마다 학교에 가면서 학교 앞 풍경을 매일 찍는다고 생각해보세요. 300장쯤 모이면, 그게 어떤 기록이 될 수도 있는 거거든요. 지나간 시간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낸 것이니까요. 모든 기록이 의미가 있지만, 한 권의 책의 가치는 단편적인 기록물과는 또 다릅니다. 책 쓰기는 이제까지의 글 쓰기 중 가장 보람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고경태의 자서전 스쿨’은 한겨레 교육문화센터 신촌점에서 신청할 수 있다.
(☞ 수강신청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