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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그들만의 ‘Step up!’

슈프림 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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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미니 앨범 <Supreme Team Guide To Excellent Adventure>로 데뷔한 이후, 힙합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들의 행보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었다. 혹자는 변절을 논하며 실망을 토로하기도 했으며, 누군가는 영민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지지표를 던지기도 했다. 과연 당사자인 두 남자의 심중은 어떨까 궁금했다.

한국 힙합 2, 3세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직간접적으로 선배들의 영향을 받은 1980년대 중후반생 아티스트도, 현재 자신의 잠재력을 꾸준히 증명하며 선전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의 활성화와 누구나 쉽게 집에서도 비트를 만들 수 있게 된 환경으로 인해 자기 어필의 문은 오히려 넓어졌다.

하지만 꾸준한 공급에 비하여 묵직한 위력이 아쉽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다방면에 출중한 역량을 가졌다는 의미의 ‘사기유닛’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사이먼 디(Simon D), 이센스(E-Sens)가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의 비호 아래 슈프림 팀(Supreme Team)으로 뭉쳤다는 소식에서 힙합 팬들이 설레었던 마음에는 가요계까지 뒤흔들 수 있는 파급력을 바랬던 희망이 담겨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작년 여름 미니 앨범 <Supreme Team Guide To Excellent Adventure>로 데뷔한 이후, 힙합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들의 행보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었다. 혹자는 변절을 논하며 실망을 토로하기도 했으며, 누군가는 영민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지지표를 던지기도 했다. 과연 당사자인 두 남자의 심중은 어떨까 궁금했다.

프라이머리(Primary)와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의 개코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E-Sens: “「너 하나면 돼」는 개코 형이 다이나믹 듀오 5집 작업할 때 타이틀곡으로 쓰려고 하셨던 곡인데 웹하드에 남겨 두고는 쓰지 못하고 군대에 가셨어요. 개코 형이 가이드라인까지 다 녹음하셨는데. 결국에는 프라이머리 형이 브라스 세션도 집어넣어서 전체적으로 완성하신 곡이에요. 개코 형이 앨범 프로듀서로 이름이 오른 이유는 전체적으로 많이 조언을 해 주셨기 때문이죠. 계속 옆에 계시면서 모니터해 주시고,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많았죠. 휴가 나오셔서도 스튜디오에 찾아오셔서 여태까지 녹음해 온 것 쭉 들어 보시고 조언해 주시면서 많이 잡아 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워낙 프라이머리 형이랑 개코 형이 같이 많이 작업을 하던 사이셔서.”


두 사람 다 자기 곡을 쓰고 싶은 욕심은 없나?

Simon D: “솔직히 말해서 프로듀싱 실력이 아직 안 되는 것 같아요. 가사를 쓰는 것도 엄청나게 힘든 작업이니까요. 아직까지는 확 집중해서 하지는 못했지만 계속 곡을 만드는 연습은 하고 있어요.”

정식으로 풀 앨범이 나왔다. 오버그라운드 활동하는 데 있어서 도덕적인 갈등에 직면할 수도 있다.

E-Sens: “도덕적이라기보다는 음악 스타일에 대한 갈등은 있었죠.”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E-Sens: “우리가 사람들에게 기존에 쓰던 문체가 있었고, 이에 대해 좋은 반응을 보여 줬던 음악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것에 있어서 유(柔)해지려 노력했다고 해야 하나? 좀 이런 것이죠. 언더에서는 약간 자기 만족감이 있었거든요. 저희가 마음에 들어 하는 랩을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중들에게 약간 맞춰 가기보다는 사실 듣는 사람의 입장을 덜 생각한 것이죠. 멋있으면 듣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모든 프로모션 활동에 있어서 회사의 노력이 들어가게 되니까요. 미니 앨범을 만들 때만 해도, 보잘 것 없지만 나 스스로의 음악 가치관이 있는 것인데 그것을 죽이는 건가, 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약간은 생각이 바뀐 것도 있어요.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드는 생각이 힙합 안에서만 봐도 지금까지 훌륭하다고 남은 곡들은 대중에게도 다 유명한 곡이잖아요.”

앨범을 만들면서 기획사 쪽의 요구가 어느 정도 있었나?

E-Sens: “없을 수는 없죠. 회사랑 저희랑 갑과 을로 합의된 게 수익이잖아요. 되도록이면 모니터를 하면서 매니지먼트의 의도를 존중했어요. 만약에 저희가 언더 때였다면 전혀 생각 안 했을 몇 가지 중의 하나가, 우선 심의랑…….”

Simon D: “19세 딱지요.(웃음)”

E-Sens: “제일 걱정이죠. 가사를 쓰다 보면 의도해서 정치권을 까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사회적인 문제가 들어간다거나 표면적으로 티가 날 수도 있잖아요. 가사를 쓰면서 ‘아, 이거 문제될 수 있겠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되게 짜증이 났어요. 하지만 저희는 그 생각 자체를 무시하면서 가사를 쓰자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 순간에는 존중했고 그렇게 나온 결과도 보고 싶었고.”

데뷔 전에 각자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거쳐서 왔다. 마이너리티(Minority)에게서 폭발한 힙합의 시각을 어느 정도 견지하고 있을 듯 보이는데.

E-Sens: “굳이 루저나 패자의 음악이라고만 보면 안 될 것 같아요. 힙합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음악이잖아요. 지금 미국 힙합을 보면 스웩(Swag)이다 뭐다 해서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단지 자기 자랑이나 거만하다기보다는. 나스(Nas)의 <Illmatic>을 들으면 게네들의 상황이 비춰지잖아요. 제가 영어가 짧아서 다는 못 느끼지만 ‘나는 이래서 나다. 나는 이래서 존중받아야 한다’라는 느낌이 있어요. 인종 차별에 대한 목소리도 느껴지고요. 다양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을 공격적으로 나타내게 되면 나스처럼 약간 반항하는 느낌이 될 수도 있고, 뭔가 심오한 커먼(Common) 같은 느낌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미니 앨범에 비하면 이번 앨범은 조율이 잘 된 앨범 같다.

E-Sens: “일단 이번 앨범이 일관성이 더 있는 것 같고, 듣기 편한 것 같아요. 전작보다.”

듣기 편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힙합 팬들에게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의견도 있다.

E-Sens: “일단 들어온 피드백들을 보면 ‘왜 슈프림 팀 같은 곡들을 덜했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요, 할 말이 있는 게 저희가 예전에는 솔로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을 했었잖아요. 이제야 팀이라는 결과물을 냈는데 어떻게 보면 팀으로서의 기존 색깔이 있을 수는 없는 것이죠. 팬 분들은 개개인을 기대한 것 같아요. 개인이 해 왔던 것들. 저는 곡을 만든 경우도 아니었던지라 팬 분들이 문체의 측면이나 공연에서 보여 줬던 모습의 스타일을 원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공연은 당연히 분위기를 띄워야 하니까 (팔을 위아래로 거칠게 흔들면서) 이런 와일드한 모습을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Simon D: “좀 더 내스티(nasty)한 모습? 저한테도 랩으로 봤을 때 좀 더 타이트한 게 사라졌다고 하시더라고요. 가사 전달력이 좋아진 반면에 예전에 보여 줬던 스킬풀(Skillful)한 모습이 덜 해졌다고. 그래서 그런지 요번에 제일 반응이 좋았던 곡들이 그 두 솔로 곡인 것 같아요.”

E-Sens
어쨌건 앨범이 나왔는데 전체적으로 만족하나?

E-Sens: “불만족스럽지는 않아요. 괜찮고 나쁘지는 않은데. 다른 이야기를 더 할 수도 있었다는, 그 정도의 아쉬움?”

사이먼 디는 이번 앨범을 타협이라고 생각하나, 성숙이라고 보나?

Simon D: “저는 성숙이요. 약간 해소가 덜 된 성숙. 마치 저 여자는 예쁘고 마음도 착한 것 같은데, 아 저건…… 좀…….”

E-Sens: “옆에 가슴 큰 여자를 보면, ‘아 저건데!’ 그런 느낌?(웃음)”


2000년대 초반,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들이 처음으로 공중파 방송에 속속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은근히 뒤에서 응원하는 분위기가 존재했던 것 같다. 지금도 힙합 팬들에게는 나름의 의리가 존재한다. 동지 의식이라고 해야 하나. 구매에 있어서 아직도 앨범 CD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구역이 한국 힙합이다. 하지만 냉정함에 있어서는 일면 편협함을 느낄 정도다. 냉정함의 기준에는 대중적인 영합의 여부가 결정적 인 요소다.

이들의 토로에서도 역시 대중성에 대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소규모 발매 앨범이나, 일정한 예고 없이 힙합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서 기습적으로 올리는 ‘번개송’ 등을 통해 거침없이 디스를 날리던 이들에게 심의 고려와 코드 조절이 처음부터 익숙하지만은 않았으리라. 하지만 이들은 난해한 딜레마를 자신들의 음악처럼 속 편하게 풀어 보기를 원했다. 기존의 이미지와 선입견을 배제한 채로.

「Step up」은 전형적인 타이틀곡 스타일이다.

Simon D: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죠. 새 학기 같고. 사실은 이 노래가 제일 마지막에 나온 곡이에요. 마지막까지 가사를 붙잡고. 그때까지 딱히 타이틀곡으로 할 만한 노래가 없었어요.”

E-Sens: “보시면 아시잖아요.(웃음)”


타이틀곡의 불만은 없나?

E-Sens: “없죠. 근데 가슴 없는 여자랑 비슷한 느낌은 있는 것 같아요.(웃음)”

「M.U.S.I.C」이라는 곡이 있는데 힙합 말고 다른 음악도 좋아하나. 팝이나 록 쪽으로도?

E-Sens: “싫어하지는 않는데 힙합만큼 많이 찾아 듣고 그런 쪽은 아닌 것 같아요. 좋아하죠. 당연히.”

Simon D: “저는 힙합 말고도 많이 듣는 스타일이에요. 가요도 故 김현식 선배님이나 신촌 블루스 같은 좋은 가요를 들으려고 해요. 80년대 느낌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핑계일 수도 있지만 조금 바빠져서 많이 듣지는 못 하는데, 예전에는 재즈 같은 것도 많이 들었어요.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같은 음악.”


「M.U.S.I.C」의 가사 중에 ‘Music is my wife’라는 가사가 나온다. 진심인가?(웃음)

Simon D: “와이프보다는 저는 마더? 엄마의 느낌 같은.”

결혼해 보면 그 느낌이 아닐 수도 있다.(웃음)

E-Sens: “안 해봐서 가사에 적은 것 아냐?”

Simon D: “라임을 맞추려다 보니…….(웃음)”


「Darling」은 실제 경험담인가?

E-Sens: “저는 아니에요. 가사를 통해서 사귀는 사람한테 지금이 너무 좋은 상태라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에요. 만지고 싶고 안고 싶고 그런 느낌들. 저는 막 가사가 떠올랐어요.”

Simon D: “저는 지금 여자 친구를 떠올리면서 쓴 것이에요. 그 친구랑 있으면 하는 행동들? 그런 것을 가사에 다 담은 것 같아요.”


「Darling」의 지은을 포함해서 피처링 진이 많다. 섭외는 직접 했나?

Simon D: “네, 저희가 직접 했어요. 예전부터 지은 씨랑은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노래를 너무 잘하셔서. 예전에 YG에 계시면서 피처링 쪽으로 많이 참여하시다가 지금은 레이디 컬렉션(Lady Collection)이라는 그룹으로 활동하시고 계시죠.”

「시노비」에 앞선 스킷이 재미있다. 특히 이센스의 감정 이입이 돋보이는데.

E-Sens: “그때 당시에 앨범 작업에 찌들어 있었어요. 그래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았어요. 약간 신경질 난 상황에서 녹음을 하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이센스가 형인 줄 알겠다.

Simon D: “스킷에서 얘가 ‘형이 말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녹음하면서 기분이 살짝 안 좋기도 했어요.(웃음)”

스킷의 의도는 무엇이었나?

E-Sens: “다음에 이어지는 「시노비」는 프라이머리 형이랑 앨범을 만들면서 저희가 이야기할 때 영화 <씬 시티>(Sin City)나 닌자 게임 같은 이미지를 생각했었거든요. <엑스맨>(X-Men) 같은. 만화적인 이미지가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무튼 만들고 나서 스킷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약간 풍자하면서도 웃기는 내용이 좋지 않을까 싶었죠. 스킷에 들어간 저나, 형의 목소리가 시노비 트랙에서 씹히는 존재들이죠.”

Simon D: “「시노비」에서 힙합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바보들을 씹었어요. 바보들이 힙합에 대해서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3명, 슈프림 팀, 타블로(Tablo)가 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유치할 수도 있는데.”

E-Sens: “연기자를 써서 목소리를 변조할까도 생각했는데. 저희가 직접 해서 의미 전달이 잘 안됐나?”



「Respect my money」도 꽤나 수위가 센 곡인데.

Simon D: “「그 때」 같은 경우에는 제가 먼저 버스(Verse)를 먼저 쓰고 (이)센스한테 보여 준 다음에 센스가 이어받아서 가사를 썼어요. 그런데 「Respect my money」는 센스가 먼저 쓰고 제가 그 가사를 본 다음에 쓴 케이스예요. 저희가 가사를 쓸 때에는 세 가지 옵션이 있는데요, 먼저 이렇게 서로 각자 먼저 쓰는 두 가지 경우가 있고, 둘이 같은 곡을 초이스하고 동시에 써내려 가는 형식이 있어요.”

E-Sens: “「Respect my money」는 ‘형, 나 이런 게 생각났는데 제가 먼저 버스 한번 써 볼게요’ 하고 먼저 쓴 거죠.”


「Respect my money」를 포함해서 「시노비」까지 클린 버전이 두 개가 있다. 클린 버전은 예술의 독인 것 같다.

Simon D: “정말 최악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클린 버전 두 개를 안 좋아해요. 진짜 마음이 아파요.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할까요. 가사를 듣다 보면 특정 가사에서 이상한 소리가 집어넣어져 있고, 그러니까 듣는 사람도 ‘아, 뭐야’ 싶겠더라고요.”

브라이언(Brian)이 참여한 「그 때」는 어떤 곡인가?

Simon D: “어렸을 때를 회상하는 곡이죠. 옛날에 에픽하이(Epik High) 형들이 불렀던 「I remember」 느낌과 비슷한 곡이에요.”

두 사람의 가정환경은 비슷했던 것 같나

Simon D: “글쎄요……. 약간 비슷한 건 하나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집에서 통닭을 시켜 먹었어요.”

E-Sens: “둘 다 고향이 경상도예요. 사이먼 디는 부산이고 저는 대구고. 집이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옷 사고 신발은 못 사는 그런 환경? 신발도 그냥 빵꾸 날 때까지 신었었어요.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학비 안 내고 학교를 다니긴 했지만.”


두 멤버 이름의 기원은 무엇인가?

E-Sens: “앞에 ‘E’는 ‘essayistic’의 줄임말이에요. 에세이처럼 가사를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

Simon D: “사이먼은 영화 <데몰리션 맨>(Demolition Man)에서 웨슬리 스나입스(Wesley Snipes)가 연기한 등장인물, 사이먼 피닉스(Simon Phoenix)의 이름을 딴 것이고 뒤에 ‘D’는 제 세례명인 도미니크의 앞 글자를 의미해요.
(성당에 다니는지 물었더니) 성당에 안 나간 지 한 10년은 된 것 같은데, 기도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솔로곡을 연이어 배치한 것은 특정한 의도인가?

Simon D: “제 곡이 먼저 나왔었거든요. 뒤이어 센스도 마침 가사를 썼는데 거기에도 ‘웨어’(Where)가 들어간 가사가 있어서 시리즈 느낌으로 하면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딱히 배치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이어지는 느낌이 좋은 것 같더라고요.”

Simon D
「Where u at」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한다면?

Simon D: “실화를 쓴 것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남동생이랑 여동생을 소개시켜 줘서 결국에는 사귀게 되었는데, 저는 너무 이 둘이랑 친해서 연애하는 걸 옆에서 다 지켜봤거든요. 남자 같은 경우에는 여자를 대할 때 좀 더 몸으로 다가가는 스타일이었고, 여자 같은 경우에는 가사 내용처럼 ‘벌써부터 이별의 문턱을 생각하는’ 소심한 스타일이었어요. 둘 다 저한테 이야기하는 것이 있었어요. 남자는 빨리 그 여자 애랑 자고 싶다는 말을 늘어놓았고, 여자는 헤어질 구실도 없었는데 도리어 만들었던 거죠. 뭔가 성급하게 앞서 가고 있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쓴 것이에요. 결국에는 괜히 소개시켜 줬다고 후룈하고, 나만 욕먹고.(웃음)”

「Where to go?」는 어떤 곡인가?

E-Sens: “지치고 피곤함이 뒤섞인 짬뽕인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작업하는 와중에 느낌이 나온 것이에요. 가사를 쓰다 보니까 정서가 피곤하고 어디로 가는 건지도 모르겠고. ‘유명한 말 하나 있지, No pain, no gain’이라는 가사에서도 나타나듯이 음악을 하는 방향, 돈과 음악,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정말 내가 가는 길이 맞나,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아까부터 이센스는 피곤하다는 말을 계속 했다.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느껴지는 피곤함인가?

E-Sens: “「Where to go?」가 그래서 나온 곡인데요. 언더에서 하던 음악들과 비교하면 앨범을 준비하면서 다른 생각이 많아지니까 피곤했던 거죠. 원래는 음악을 하면서 잡생각이 없었어요. 예전에는 ‘내가 이런 생각이 있으면 어떻게 사람들에게 꽂힐 정도로 랩을 쓸까’였는데 이제는 심의부터 해서 생각할 것이 너무 많이 있으니까요.”

「피곤해」도 연장선에 있는 곡인가?

Simon D : “「피곤해」는 좀 더 일상적인 이야기에요.”

개그우먼 김신영의 참여가 의외다. 개그 분위기가 일관성을 깨뜨릴 수도 있는데.

E-Sens: “웃기려고 한 것도 있어요.”

Simon D: “엔터테인먼트 같은 느낌을 주려고 생각은 했어요.”

E-Sens: “신영이 누나의 라디오에 저희가 게스트로 나와서 같이 랩을 하는 코너가 있거든요. 신영이 누나한테 랩을 시켜 봤는데 솔직히 괜찮게 잘하더라고요. 저희가 듣고 나서 ‘사투리 억양 완전 사는데?’라고 놀라기도 했고요. 원래 형이 먼저 버스가 나왔었는데 엄마 역할을 할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일이 없는 아들의 엄마 역할을 할. 그래서 신영이 누나를 은근히 생각하고 있다가 랩하는 것을 직접 보고 잘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참여를 시킨 거죠.”

Simon D: “실제로 녹음할 때도 아무 문제없이 잘하셨어요.”


「데려가」의 이야기도 꽤나 진솔하다.

E-Sens: “지금 저희 둘 다 서울로 상경했다 보니 그런 순간들이 있잖아요. 물질적인 것에 흔들리거나 눈에 밟힐 때. 저희가 음악 하나 믿고 올라와서 쫄쫄 굶다가 압구정을 놀러 갔는데 저랑 동갑내기가 술값으로 백팔십만 원을 툭툭 쓰는 거예요. 그러면서 ‘쟤는 뭐해서 돈 벌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걔네는 부모님이 부자였던 거죠. 이런저런 상대적인 박탈감이 들어서 우리도 돈 많이 벌자고 다짐하고.(웃음)”

사람들이 ‘다듀(다이나믹 듀오)의 자식’이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이에 동의하나?

E-Sens: “현실적으로는 동의해요.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듀의 음악은 마초적인 남자 냄새가 풍겼기 때문에 여성적으로 변모하던 가요 시장에서 단연 돋보였다.

E-Sens : “네, 동의해요. 요즘에는 여성 중심이면서도 동시에 어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다듀 형들은 어떤가?

E-Sens: “제일 현명한 형들 같아요. 음……. 환경을 능동적으로 처리하면서도 음악으로도 잘 표현하고. 전체 환경을 능수능란하게 지배하죠. 제가 아메바 컬쳐(Amoeba Culture)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형들 때문이었어요. 단순히 개코 형을 따라 하고 최자 형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그 형들이 일궈 낸 행보를 밟아 나가야 굶지 않는 뮤지션으로서 가장 행복하게 음악을 할 수 있다고 봤거든요. 시비매스(CB Mass) 1집을 들으면 말로만 ‘우리가 힙합이야’ 이러지는 않아도 러프(Rough)한 게 있다고요. 그리고 앨범 한 장 한 장마다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절대 구리게 변하지 않았어요. 뭐, 1집, 2집 내면서 세게 하다가 ‘반응 안 좋네?’ 하고 갑자기 엉뚱한 것을 하지 않았다는 거죠. 말대로 여성 중심적으로 하고 후크송으로 돈 빨아 보자, 이런 변화 없이 큰 선을 지켜 가신 거죠. 어떻게 보면 가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멋있어진 것 같아요. 음악인 자체로서 더 잘해지시는 것이 확 느껴지죠.”

결국에는 극복해야 하지 않겠는가?

E-Sens: “저희가 미니 앨범을 작업할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이 다이나믹 듀오 형들의 말이 맞아서 존중하며 받아들였지만 애초에 가지고 있던 저희의 성격이 덜 드러난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실력으로 뭘 잘하겠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어떤 앨범이든지 형들의 음악을 들으면 다이나믹 듀오의 성격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희도 그 성격을 계속 보여 줘서 캐릭터를 사람들한테 각인시켜 줘야 하는데, 미니 앨범도 그렇고 저희가 어떤 인터뷰를 하든지 슈프림 팀의 활동에서 형들에게 배우려는 자세가 은근히 묻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살짝 좀 훅, 가져다 쓴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두 사람이 생각하기에 다른 랩 뮤지션이과 비교했을 때 스스로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E-Sens: “어쨌든 심적으로 와 닿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봐요.”

Simon D: “가사도 그렇고 랩을 할 때도 저희만의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각자만의 표현력이나 개성이 있겠지만 그런 것도 저희는 약간 뚜렷한 것 같고요.”

E-Sens: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랩을 할 때 어떤 즐거움이 있나?

E-Sens: “저는 뭐. 똥 싸는 기분이에요. 해소한다는 느낌. 제 안에 음악을 하면서 가장 느껴지는 뭔가 모르는, 설명 안 되는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뭔지 모를 애매한 기분일 때 가사를 쓰고 나서, ‘ 아, 내가 이럴 때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리고 녹음을 할 때는 그런 감성 같은 것이 어느 정도 들어가요. 옛날에 랩을 한 걸 들어 보면 내가 이때 꽤나 신경질적이구나, 짜증이 나 있었구나, 그런 생각도 하고.”

사이먼 디는 어떤가?

Simon D: “저는 좀 약간 성격이 괜찮아요.(웃음)”

E-Sens: “그렇게 말하면 나는 뭐냐.(웃음)”

Simon D: “저는 그런 게 있어요. 랩을 할 때 제가 제일 멋있는 것 같아요. 녹음할 때도 그렇고 공연할 때고 그런 것을 느끼죠. 내가 제일 세상에서 멋있는 사람일수도 있구나, 하고. 이야기를 들어 봐도 제가 랩을 할 때 여자들이 제일 섹시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사이먼 디는 요즘 보컬에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

Simon D: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해요 그런데 약간 이 부분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제 노래 자체가 사람들 귀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괜찮게는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번 앨범에서 정말 잘한 곡이나 마음에 드는 곡이 있다면?

Simon D: “「Respect my money」요. 랩 자체에서 제 모습이 드러난 것 같아요. 랩도 잘한 것 같고. 「Where u at」도 그렇고.”

E-Sens: “다 애정이 있는데 「그 때」에서 제가 쓴 버스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자신의 힙합 음악에 있어서 가장 영향을 끼친 앨범을 꼽으라면?

Simon D : “우선 제가 랩을 처음 들었던 앨범이 <클럽 힙합 볼륨 원 컴필레이션>앨범이거든요.(웃음) 그거 완전 좋아했어요. 그거랑 제이지(Jay-Z)의 <Blueprint> 앨범이요. 제이지 앨범은 거의 다 좋아해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의 <Ready To Die> 앨범도 완전 사랑하고요. 힙합 말고는 아까 말씀드린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앨범도 미친 듯이 들었어요.”

나이에 비하면 마일스 데이비스 앨범이 어렵게 들리지 않나?

Simon D: “그걸 듣고 있으면요, 그 당시의 녹음 현장이나 라이브 카페가 떠올라요. 「So what」이라는 곡을 현장에서 듣고 있는 느낌이 난다는 거죠. 흑백 화면처럼. 괜히 담배를 많이 피우고 싶어지기도 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데?’ 이런 느낌도 들고. 아, 그리고 로린 힐(Lauryn Hill)의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은 최고의 명반인 것 같아요. 흑인 음악 역사에 있어서.”

E-Sens: “저는 나스의 <Illmatic><Stillmatic>이요. 제가 나스 빠돌이거든요.(웃음)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앨범은 마스터플랜(Masterplan)의 컴필레이션 앨범이었던 <MP Hip-Hop Project 2000 超> 앨범이랑 2001년에 발표되었던 <MP Hip-Hop 2001 大舶> 앨범이요. 저는 한국말 랩이라는 것을 가요에서 나오던 것 말고 그 앨범을 통해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 자체가 너무 컸어요. ‘이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길래 이런 걸 하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거죠. 그때 참여 멤버들을 지금은 서로 알고 지내니까 신성화하지는 않는데요, 그때는 제일 멋있어 보였어요.”

사이먼 디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왜 혼자 나가나? 배신하려는 거 아닌가?(웃음)”

Simon D: “이상하게 저 혼자만 부르시더라고요.”

E-Sens: “아니요, 그때 피디분이랑 같이 있는 자리에서 저는 조용히 있었고 형이 이야기를 잘했어요.”


막상 출연해 보니 어떻던가?

Simon D: “힘들던데요. 두 번 정도 나갔는데, 정말 힘든 분야인 것 같아요. 만약에 잘되면 좋죠. 잘되면 좋긴 한데 솔직히 저는 안돼도 그만이에요.”

마지막으로 앨범을 들으실 팬들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

Simon D: “편안히 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가사에 집중해서. 정말 심의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어요. 「시노비」의 경우도 ‘시노비’(しのび [忍び])라는 단어가 남자 닌자라는 뜻으로 사전에도 나와 있는데 막상 심의하시는 분에게 들고 갔을 때 ‘게임 이름이잖아?’ 하시면서 튕기시더라고요.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진짜 이해할 수 없는 분야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죠.”

E-Sens: “형이 애프터 스쿨(After School)의 「Bang」 가사가 더 야하다고 했잖아.”

Simon D: “저희 노래 중에 「Darling」이 심의가 안 났어요. 제 가사는 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특정 가사가 잘렸고요. 이센스 버스는 전체적으로 다~ 까였어요. 그런데 애프터스쿨의 노래를 들어 봤는데 제가 봤을 때는 더 노골적이더라고요. 저희가 힙합을 해서 그런지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1996년 음반에 대한 사전 심의제가 폐지되었지만 그 역할이 방송국 자체 규제로 넘어간 지금 심의 문제는 아직까지도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전과가 화려한 힙합 아티스트들에게는 그 의미가 남달리 클 것이 자명하다. 가뜩이나 갈 길이 급한 이들에게는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인터뷰: 홍혁의
사진: 김현이
정리: 홍혁의

-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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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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