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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 ② 바람처럼 우리를 또 다른 풍경으로 데려다 줄 여행자 - 『태양의 여행자』 저자 손미나

아나운서에서 여행자가 된 손미나, 그녀만의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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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미래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그녀를 보고, 서툴지만 자기 힘으로 무엇인가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그녀를 보고 사람들은 자기 안의 가능성을 찾는다.

책은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읽는 사람뿐 아니라 쓰는 사람도. 재작년 여름, 손미나는 시원스런 파란색 표지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냈다. 그 책은 손미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 책을 쓰지 않았다면 손미나는 KBS라는 안전한 조직을 뛰쳐나와 프리랜서 여행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유컨대, 손미나는 KBS라는 안락한 유람선을 박차고 나와 스스로 노를 저어 대양을 횡단하는 모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낸 후 손미나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KBS를 퇴직했고, 반려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또,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쓴 첫 번째 책 『태양의 여행자: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도 출간되었다.

손미나의 ‘태양의 여행자’ 시리즈는 1년에 한 권씩, 10년에 걸쳐 모두 열 권의 여행 에세이로 완성될 시리즈다. 여행작가 손미나가 자신의 열정과 역량을 모두 쏟아 부을 라이프워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겁 없이 도전과 모험을 하게 하는 손미나의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

『스페인 너는 자유다』는 쓰는 데 8개월이 걸렸다고 했는데 이번 책은 어땠나?

여름에 여행을 다녀와서 넉 달 동안 썼다. 스페인 책만큼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준비 과정을 포함하면 비슷하게 걸렸다. 스페인에서는 살았지만 일본은 직접 여행을 가야 했기에. 결혼과 동시에 준비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 결혼 발표를 하기 전이었는데, 결혼한다는 것을 외부적으로 알릴 수 없는 처지였다. 책 제안을 받고 출판사 분들에게 결혼을 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출판사 분들이 결혼 소식을 제일 먼저 들었다.

10년 계획으로 1년에 한 권씩 책을 낸다고 들었다.

처음 제안을 받는 순간 조건이 너무 좋아 솔직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모든 여행작가들이 꿈꾸는 조건이 다 갖추어져 있다.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까지 안 믿기더라. 계속 ‘정말이에요?’ 하고 물었다.

미니멈 다섯 권에서 열 권까지. 독특한 느낌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 대도시도 좋고, 알래스카나 프로방스의 포도밭도 좋지 않나? 내년에는 잠정적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려고 정했다.

첫 여행책은 유럽, 두 번째는 아시아라서 세 번째는 남미로 하고 싶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화려함과 그 뒤의 모습. 에비타. 이과수 폭포. 이번 일본 여행에는 남편이 동행했는데 다음 여행에는 친구 배혜선(뮤지컬 배우, 뮤지컬 <에비타>에서 에바 페론 역을 맡았다) 씨와 함께 가고 싶다고 출판사에 말해 둔 상태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시리즈의 첫 번째 여행지가 도쿄다.

일본은 대여섯 번 다녀왔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땐,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동경보다는 하루키에 대한 동경이 더 컸다. 하루키 책에 보면 하라주쿠가 많이 나온다. 첫 여행 때 하라주쿠를 거닐면서 여기에 하루키가 왔을까, 설렜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도쿄에 오면 꼭 하라주쿠에 들른다.

하루키 작품 중에 어떤 걸 제일 좋아하는가?

단편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를 제일 좋아한다. 그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나는 100%의 여자아이와 엇갈린다.”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하라주쿠 길을 걷기도 했다. 그만큼 좋아하는 작품이다. 처음 하루키를 읽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이런 감성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구나.’ 굉장히 짧은 글인데 들어있는 메시지나 문장에서 느껴지는 효과가 대단했다. 일본어를 모르면서도 하루키가 쓴 책을 산 적이 있다. 시부야에 있는 24시간 영업하는 서점에서 『위스키 성지 여행』을 샀는데, 아직도 가지고 있다.

첫 여행지를 도쿄로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스페인 책은 내가 주인공이었다. 이번 도쿄 책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여행자가 되어 쓴 첫 번째 책인 셈이다.

스페인은 이국적이라 쓸 거리가 많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너무 익숙한 곳 아닌가? 그런 나름의 어려움 때문에 이번 책은 도전이었다. 제대로 쓰고 싶었다. 나는 관광 책을 쓰고 싶지 않았다. 유적이나 유물, 관광명소들을 담은 책 말이다. 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나는 일본어를 못 한다. 말이 통하지 않은 곳에서 비교적ㅡ스페인에 비하면ㅡ짧은 시간 동안 머물면서 책을 써야 했다. 말이 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나라 사람과 만날 수 있을까, 처음엔 너무 두려웠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영어가 통하거나,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거짓말처럼 이야기가 통하더라. 후배 작가가 내 글을 읽고 그랬다. “언니는 정말 여행작가를 할 팔자구나. 어떻게 모르는 외국사람에게 다가와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겠어?”

도쿄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무척 재미있다. 손미나 씨하고 여행하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같이 간 편집자도 놀랐다. 무슨 일이 이렇게 풀려나가는지 신기하다고 했다. 워낙 사람 만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또, 한 번 어떤 주제를 잡으면 끝까지 파헤치는 승부 근성이랄까 기자 근성이랄까 그런 것도 있는 편이어서 그런 것 같다.

도쿄에서 느낀 일본은 어땠나?

일본의 저력은 전통에 있다고 느꼈다. 도쿄를 여행하면서 젊은 사람들과 장인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런 확신을 갖게 됐다. 뭔가를 잡으면 끝까지 해내는 일본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일본의 힘이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많은 감명을 받았다.

여행하면서 특별히 좋았던 곳이 있나?

야나카가 좋았다. 일본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곳인데,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첫 책이 큰 성공을 거뒀다.

굉장히 많이 팔렸다고 들었다. 처음에 출판사도 나도 반신반의했다. 나는 여행 전문필자도 아니고, 그때 스페인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잘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었다. 처음부터 ‘아나운서 손미나’로 포장해서 책을 팔 생각도 없었기에 표지에 내 사진도 넣지 말라고 했을 정도다. 지금까지 계속 팔린다고 들었다. 출판사에서도 놀라고 있다.

스페인에 사는 친구들이 내 책을 들고 스페인을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이 꽤 많아서 “나, 그 책에 나오는 사람인데.”라고 말하고 싶어 죽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웃음)

책을 내고 얻은 보너스는 역시 독자를 만나는 것이 아닐까. 대학생들이 스페인 책을 많이 읽는다. 그 책을 읽고 강연회 요청을 많이 한다. 젊은 사람들 만나서 뭔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어 행복하다. 방송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해주고 싶다. 손을 잡아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그런 일들.

우리가 인생을 돌아보면 참 고민하던 시절, 선배의 조언 한마디가 절실했던 시기가 있지 않나? 그럴 때 도움을 줄 수 있어 참 좋다.

여행 책을 쓰기 위해 KBS를 그만두었다고 하던데.

『스페인 너는 자유다』가 성공한 후에 지금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막연하게 책을 쓰겠다는 생각이었다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제안 덕분에 용기를 냈다.

1년에 한 번씩 여행을 보내주고, 여행지도 글 스타일도 모두 내가 정한 대로 한다. 동행과 같이 가도 되고 혼자 가도 된다. 시기도 내 맘대로. 1년에 한 권씩 책을 쓴다는 것을 빼고는 모두 내 자유다. 믿기 힘들 만큼 멋진 제안이었다.

완전히 자유라는 게 오히려 힘들 때도 있을 텐데.

그렇진 않은데, 처음엔 많이 궁금했다. 겨우 첫 여행 책을 낸 나의 뭐를 믿고 이렇게 큰 기획을 맡긴 걸까. 출판사 분이 그러셨다. “당신의 관점이 독특하다. 똑같은 사물을 봐도 당신이 보는 방식은 참 재미있다. 어디를 가도 당신만의 이야기를 써 올 것 같아서 당신에게 제안을 한 것이다.”

나에겐 기자 근성이 있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끝까지 가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이번에 도쿄에 가서 인력거를 탔는데, 인력거를 끄는 청년에게 이것저것 물어서 대화를 하다가 그 청년의 친구인 게이샤를 만나고, 게이샤의 핸드백 속까지 다 열어 봤다.(웃음) 내 여행기를 읽은 분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 경험을 같이 해?”라고 하는데, 정말 다 내가 경험한 일들이다. 사람에 대한 관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들이 가진 세계에 가보는 것, 그게 내 여행기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내게 있어 여행의 묘미는 사람이다.

KBS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무척 매력적이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꿈꿀 만큼.

방송국에서 10년을 일했다. 그러고 나니까 매너리즘에 빠지더라. 편성표를 보면 진행 안 한 프로가 없더라. 반복해야 되는 사태가 벌어진 거다. 나는 그게 싫었다. 두 번째 진행하면서 더 발전할 수도 있지만 아나운서로 10년을 살았으면 그걸 발판으로 다른 도전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게 싫었다. 지금 뭔가 새롭게 하지 않으면 십 년, 이십 년 후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위기의식마저 있었다.

어려운 도전이라는 걸 알고 있다. 나는 지금도 나 자신을 감히 작가라고 부를 용기가 없다. 아직은 부끄럽다. 그렇지만 열심히 쓰다 보면 언젠가 정말 좋은 글을 쓰지 않을까. 글 쓰는 건 재밌다. 조금씩 글 쓰는 스킬이 쌓여 간다. 욕심이 생긴다.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작가도 초보 시절이 있었다는 게 든든하다. 진심을 담는다면 누군가 알아줄 거라고 믿는다. 나는 『스페인 너는 자유다』가 잘 써서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책에 담은 내 진심이 독자에게 통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팔리고 있다고 본다. 또, 내게는 열정이 있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낼 때 편집자가 혀를 내두를 만큼 지독하게 교정을 봤다.

어느 인터뷰에서 ‘글은 내 것이 아니어서 더 열망이 생긴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젠 글이 자기 것처럼 느껴지나?

아직은. 그렇지만 이미 주사위가 던져졌으니 내 것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회사를 그만두니 어떤가?

아나운서를 그만뒀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은 더 넓어진 것 같다. 자유는 많아졌지만 여전히 바쁘다. 어떨 땐 ‘내가 이렇게 살려고 한 게 아닌데, 왜 이러지?’ 하고 생각한다. 방송 일도 여전히 하고 있고, 스페인어로 된 소설 번역 계약도 했다. 좋은 스페인권 책들을 소개하고 싶다. 번역 계약한 책은 내가 스페인에 있을 때 베스트셀러가 됐던 책인데 『갠지스 강의 딸』이라는 제목이다. 인도에서 스페인으로 입양된 여자의 에세이인데, 굉장히 감동적이다.

바쁜 아내에 대해 남편은 불만이 없나?

아직까지는 잘 적응하고 있다. 퇴근 후의 시간, 주말은 꼭 같이 보내려고 한다. 외국에 여행갈 때가 문제인데, 결혼하고 벌써 여섯 차례나 외국에 다녀왔다. 그런 점은 미안하다. 최근에 2주 넘게 지중해 크루즈를 여행 프로그램 때문에 다녀왔는데 그때 처음으로 한마디를 하더라. “뭐야, 나 또 라면 먹어야 해.”(웃음) 하지만 지금은 열심히 해야 할 때니까.

당신은 항상 지금이 ‘열심히 해야 할 때’로 살 것 같다. 십 년 후에도, 이십 년 후에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행복하겠다. 그때 가서 ‘이제 정말 할 일이 없구나, 피곤하다.’ 이러면 슬퍼질 것 같다. 아니, ?러면 뭔가 또 일을 만들겠지.

프리랜서가 된 후 방송 섭외는 많이 들어오나?

방송국을 나오니까 나는 ‘손미나’라는 하나의 상품이 되어 있더라. 여러 방송국과 케이블에서 정말 별의별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 옮겨서 하는 아나운서 신세가 싫어서 회사를 그만뒀는데 아무 프로그램이나 할 수 없지 않나? 전문성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늘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나운서에서 멈추지 말고 사람들이 존경하는 아나운서가 되라고. 경제적인 이유나 노출 빈도를 이유로 프로그램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선별해서, 지금 나와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할 생각이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배(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하는 건데, 여행작가인 나와 잘 어울릴 것 같아 선택했다. 아리랑 텔레비전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프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한 번도 못 봤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나? 방송일 하는 사람인데 텔레비전이 없으면 불편하지 않나?

옛날부터 하던 생각이다. 결혼하면 텔레비전을 사지 않겠다고. 텔레비전이 있으면 텔레비전만 보고 있거나 텔레비전 이야기만 한다. 우리 부부는 전혀 불편한 것을 모른다. 꼭 필요한 것은 인터넷으로 보니까. 또, 시간도 없다.

남자들이 텔레비전 없는 걸 못 견뎌 할 텐데. 야구나 축구 중계는 어떻게 하나?

좀 불편하긴 해도 인터넷으로 본다. 영화는 프로젝터로 보고. 당분간 텔레비전 밖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싶다.

앞으로 10년이 책으로 꽉 잡힌 셈이다. 부담스럽지 않나?

오히려 그런 게 없으면 불안하지 않을까? 뭐가 있어서 더 쉽다. 십 년 동안 일 년에 한 권씩 내야 하지만 내가 계획해서 하는 거라 무척 즐겁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아나운서 생활을 할 때 주변 사람이 ‘방송에서의 너는 자기의 10%밖에 못 보여주는 것 같다. 더 많은 것을 보여 줘라.’ 그랬다. 내 자신의 능력을 더 보여주는 것, 그게 책을 쓰는 게 아닐까 한다. 강연도 열심히 다니고, 공부 욕심도 많다.

당신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유학을 꿈꾸고 있다.

내게는 꼭 두 가지 바꾸고 싶은 것이 있다. 첫 번째는 교통 매너. 누가 교통질서 홍보대사를 시켜주면 공짜라도 할 의향이 있다. 운전하다 보면 스릴 만점이 아니라 서커스 같다. 다른 하나는 여행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관광’에 머물러 있다. 옛날에 이른바 ‘깃발여행’에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정말 화가 나더라. 깐느에 도착해서 10분 만에 사진 찍고 떠났다. 아니, 깐느를 10분 만에 어떻게 본단 말인가? 슬프다 못해 우울했다. 여행이라는 게 유명한 장소를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사진 찍으러 가는 것도 아니다. 여행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거다. 그걸 내 책을 통해 알아줬으면 한다.

*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책을 읽을까? 책을 통해 그녀의 기운을 나눠 받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모하지 않다. 번지점프라도 하는 심정으로 자신의 미래를 걸지 않는다. 20대의 도전은 빈손으로도 할 수 있지만 30대의 도전은 20대 때 치열하게 고민하고 삶에 부딪친 경험이 없으면 시작할 수 없음을 손미나는 무척 잘 알고 있다. 그렇지 못한 30대의 새로운 도전은 현실 도피에 불과하다.

혼자서는 도무지 엄두가 안 날 일들이 왠지 그녀의 책을 읽노라면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꿈꾸는 미래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그녀를 보고, 서툴지만 자기 힘으로 무엇인가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그녀를 보고 사람들은 자기 안의 가능성을 찾는다. 아나운서에서 여행자가 된 손미나. 그녀는 바람처럼 우리를 또 다른 풍경으로 데려다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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