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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손미나 “세상에 우연히 이루어지는 건 하나도 없어요”-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나의 장점을 더해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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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이 익숙해질 즈음, 그녀가 이번에는 소설책을 들고 돌아왔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처음 시작을 하는 데에만 1년 6개월이 걸렸단다.

“소설가 손미나가 드립니다”


KBS ‘도전 골든벨’ ‘세계는 지금’ ‘세계는 넓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적이고 발랄한 매력으로 사랑 받았던 손미나 아나운서는 2007년 돌연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자유로운 여정길에 올랐다. 이제는 ‘손미나’하면 미나공주나 아나운서가 아닌, 여행, 자유, 멘토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그녀는 기존에 입고 있던 옷을 훌훌 벗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삶으로 기꺼이 뛰어들어갔다.

충동적인 패기가 아니었다. 모험이었지만, 철저히 준비된 모험이었다. 출판사로부터 1년에 한 권씩 책을 쓰자는 매력적인 제안을 받아둔 상태였고, 선후배 지인에게 향후 비전과 진로에 관한 조언도 꼼꼼히 들었다. “실수가 많으니까 준비를 많이 하는 거죠. 저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당연히 완벽하지 못하거든요. 다행히 주변에 인복이 있고, 길을 잃어도 어떻게든 찾아나서는 근성이 있는 편이에요.”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이 익숙해질 즈음, 그녀가 이번에는 소설책을 들고 돌아왔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처음 시작을 하는 데에만 1년 6개월이 걸렸단다. 이번에도 모험이었다. “어느 장소에서 글을 쓰느냐 보다 내가 어떻게 성장하는 사람인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구 반대편을 가거나 달나라에 가도 내가 성장하지 않으면 글은 항상 똑같을 것 같았어요. 내 안에 깊이 파고들어가 보고 싶기도 했고 인간으로서 또 작가로서 성장하고 싶었어요.”

이번에도 김탁환, 신경숙 등등 주변의 작가들에게 충분히 조언을 들은 후 소설이라는 여정의 닻을 올렸다. 그녀다운 시작이다. 손미나 만의 여행, 꿈, 자유, 사랑에 대한 생각을 고스란히 이야기 속에 녹여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라는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그녀는 독자들에게 두 손으로 이 책을 내민다. “이건 저, 손미나입니다. 받으세요.”


“소설 쓰고, 새롭게 태어난 것 같았어요”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나에게 가까운 소재로 글을 썼으면 좋았겠지만, 그보다 좀 더 제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었어요.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감과 희망을 갖기를 반복하다가 소설 속에 나오는 ‘보니외’라는 마을에 갔어요. 여행을 다닐 때 좋았던 곳, 이야기가 나올만한 장소들을 미리 물색해두었거든요.

미스트랄이 불고, 비바람이 무시무시하게 치는 날, 벽난로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마구 엉켜있던 실타래 속에서 뭔가 하나 삐죽 튀어나온 기분이 들었어요. 그걸 잡아 당기자 레아의 첫 번째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렇게 레아와 테오의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그들과 꿈속에서까지 만나고 함께 보낸 게 지난 1월 말까지 돼요. 미모자가 그들의 사랑과 인생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가 되어 이렇게 제목이 나오게 되었어요.”



“소설이란 건 어차피 다 자전적”이라고 했다. “결국 내 얘기가 하고 싶은 거” (p.250)라는 대목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쓰고 나니 어떤가? 손미나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우리는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라는 거죠. 누구나 자기만의 아픔과 힘든 부분이 있잖아요. 제 속에서도 그걸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진정한 사랑은 용기를 일으키고,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주인공들이 인생의 결정적인 선택을 하는 거나 장미가 뜻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길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도 써놓고 보니, 제가 지나온 길과 비슷해 보였어요. 캐릭터 모두 제 분신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본질적으로 이 책을 뭐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는데, ‘이건 손미나에요. 받으세요’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책이에요. 제가 일부러 소설 속에 여행 이야기를 써낸 게 아니라,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여행을 다녔고, 저라는 사람의 영혼과 정신에 입력되어있던 모든 것들이 한 편의 소설로 버무려져 나온 것 같아요.”


내면의 나와 만나고 싶다는 일차적 목표엔 성공한 셈이다!

“그런 것 같아요. 어떤 기분이냐 면요. 산 속에 올라가서 2년 동안 도를 닦고 하산한 것 같아요. 에세이를 처음 썼을 때는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나?’ 이런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요즘 제 얼굴을 거울로 보면, 제 눈빛이 대학교 때로 돌아가 있는 기분이에요. 저의 깊은 내면을 만나고 나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새삼 알 것 같아요. 새로운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요.”

이번 소설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 상류층 문화나 저자가 갖고 있는 문화에 대한 생각들도 엿볼 수 있었다.

“프랑스라는 나라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에 젖어 들게 되는 것 같아요. 늘 보고, 듣고, 생각하니까요. 원래는 여행기를 계획하고 간 곳이었어요. 프랑스 상류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에겐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프랑스에서는 굉장히 일상적인 소재거든요. 우리는 문화라고 하면 특정 층이 즐기는 소비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지만, 그곳에서는 모든 이들이 즐기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소설에 접목해보고 싶었어요. 혼자 프랑스에서 글을 쓰면서, 이게 과연 보람 있는 일일까 싶기도 했는데, 프랑스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문화 얘기나 보보 이야기는 그곳의 공기 덕분에 나온 것 같아요.”

이번에 새로 깨닫게 된, 소설 쓰기의 기쁨과 절망에 대해 말해달라.

“선배님들에게 물어봐도, 진심으로 조언은 해주시지만,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이렇게 난감하고 막막할 줄은 몰랐죠. 수영도 못하던 사람이 구명조끼도 없이 나침반 없이 태평양 바다에 빠진 기분이었어요. 인물 한 명 한 명의 영혼과 인생 속으로 들어가 생각하는 일이 정말 보통 에너지가 드는 일이 아니에요. 반면에 정말 생각지 못했던 기쁨도 있었어요. 자꾸만 사물을 깊이 들어가서 묘사하려다 보니 내가 몰랐던 삶의 아름다움, 무심코 흘려 보냈던 존재, 사물, 도시, 옆에 앉아있는 아가씨에 대해서도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꿈이 있으세요? 준비하세요!”


몇 번의 여행을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뭘까?

“저는 여행을 많이 하고 세상을 많이 본 사람들을 좋아해요. 물론 책을 통해서도 세상을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은 남을 이해하는 폭이 달라요. 태어나서 자란 문화 속에서만 나를 바라보고 남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밖에서 험한 일을 겪고, 길 위에서 예상치 못한 삶을 살아봤던 사람들은 정말 달라요. 다른 사람과 충돌이 있을 때, 의외의 변수에 부딪쳤을 때 해결하고 넘어가는 방식도 다르죠. 저도 여행을 하면서 그런 것들을 배워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누구나 여행을 다니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지만 이런 저런 현실적인 제약으로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손미나 저자는 아나운서의 자리도 벗어 던지고 자기가 원하는 삶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렇게 꿈을 향해가도록 한 원동력이라면 무엇이었나?

“부모님께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부모님이 굉장한 노력파시거든요. 대단한 걸 이루셨다기보다 열심히 살아오셨어요. 제가 예전부터 주장하는 건데, 대한민국이 행복해지려면 거창한 꿈을 버려야 해요. 거창한 꿈을 모두가 꾸기 때문에 남과 비교하고, 괴로워하는 거거든요. 그보다 나에게 가능한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서 성장했어요. 행복한 꿈을 꾸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요.

아나운서가 되어서도 뭐든지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고, 간절히 원하는 일이라면 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어요. 일본의 유명한 비즈니스맨이 출연한 다큐멘터리를 인상 깊게 보았는데요. 인생을 미리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면서, 구체적으로 계획표를 짜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생활 계획표에는 가장 가치 있는 일 - 가족, 일, 연애 등을 적고, 막대 그래프에는 10대, 20대, 30대에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적는 거예요.

그걸 쓰는 순간이 아니라, 적기 위해 생각하는 동안 내 영혼에 꿈을 새기게 되요. 그걸 적은 수첩을 잃어버렸다가 10년 후에 찾았거든요. 그때 깜짝 놀랐어요. 그때가 아나운서 입사했을 무렵인데, 앞으로 이런 이런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8~9년 후에는 지쳐있을 테니 유학이라도 가지 않을까. 서른 넘어서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 뒀더라고요. 실제 이뤄졌고요. 이런 경험들이 힘으로 작동해서 실천하게 되는 것 같아요.”


충동적이기보다는 충실히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모험가다.

“제가 스페인 책을 내고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는데, 거기서 한 분이 그러더라고요. ‘모든 걸 버리고 떠났다더니, 휴직하고 떠났잖아요!’(웃음) 우리가 바캉스를 가도 철저하게 계호기을 세우는데 어떻게 아무 계획 없이 직업을 버리겠어요. 저는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있어요. 기회가 있다면, 걸칠 수 있을 때 한 다리 걸쳐라!(웃음) 철저하게 살 필요가 있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저더러 ‘왜 이렇게 빡빡하게 살아?’ 하세요. 하지만 저는 누구보다 여유롭고, 누구보다 여행도 많이 하고, 휴식도 많이 취해가며 일하고 있어요. 가장 빨리 달려야 할 때 쉴 줄 알아야 해요. 내가 쉬어야 할 때를 알아야, 그때를 위해 또 준비할 수 있고요. 쉬는 맛을 알기 때문에 책 작업도 포기하지 않고 해냈고, 또 다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쉬어야 할 때를 잘 알아야 준비할 수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쉼을 호소한다.(웃음) 충동적으로 쉬는 게 아니라, 정말 쉬어야 할 때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자기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해야죠. 일기 쓰는 일을 추천하고 싶어요. 좋은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고요.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많이 해보세요. 제가 외국에 나가 있을 때, 제 친구가 이런 얘길 했어요. ‘너 이상한 버릇이 있어. 꼭 말하고 나서 ‘아무한테도 말하지마!’라고 해.’(웃음) 주변에다 알리세요. 선배, 후배에게 알리고 누구에게든 마음을 열고 낮은 자세로 답을 구하면, 답이 나옵니다. 그걸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한 다리 걸칠 수 있으면 걸쳐놓고(웃음). 각오가 서면 무조건 떠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철저하게 준비하는 거죠.

저도 스페인으로 유학 갈 때 방송에 지쳤다고 그 즉시 마이크를 던지고 간 게 아니에요. 스페인어 공부도 다시 했고, 대학교나 회사 선후배를 만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도 많이 했고요. 가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자격증을 따려고 매일 방송 끝나면 수업을 들었어요. 그런 준비를 하지 않으면 어렵게 내린 결정에서 풍요로운 결과를 얻기 힘들어요. 무작정 가면 시간 금방 가거든요.”


예전 인터뷰에서 꿈에 대해 물으니 “나의 장점을 더해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고 싶다”는 얘길 했다. 그 밑그림이 구체화되었는지 궁금하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소설 처음 쓰기 시작할 때, 뭔지 모르지만 얘기가 나올 것 같다고 강력히 느꼈거든요. 아나운서 출신 여행작가를 결심했을 때도,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왔어요.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조금씩 구체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지금 현재의 목표가 있다면, 글로 해볼 수 있는 일을 다 해보고 싶어요. 에세이를 쓰다가 번역도 하고 소설도 썼지만, 영상 쪽 일도 하고 싶어요. 제 책이나 대본이 영상으로 만들어진다거나, 노래가사나 시도 써보고 싶어요.”

여러 도시를 여행 다녔는데, 평생 머물고 싶은 도시가 있다면?

“파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빨리 책을 쓰고 떠나야지’ 했어요. 날씨도 음산하고, 귀신이 나올 것 같아요. 사람들도 불친절하고요. 스페인은 성격 좋은 유쾌한 친구 같다면, 프랑스는 정말 예쁜데 다가가서 말 걸어 보면 성격 까칠한 여자 같아요. 정말 정을 못붙였는데, 1년 반쯤 지나고 나니 여기 계속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더라고요. 현재로서는 이곳 말고 다른 도시를 생각하기 힘들 것 같아요.

이번 여름에 체류를 마치고, 프랑스에 돌아가면 그간 못했던 일을 하고 싶어요. 2년 동안 작업실에서 글만 썼기 때문에, 파리도 제대로 보고 싶고, 미술을 배울 수 있는 학교도 가보고 싶고, 양파술 만드는 요리학교도 가보고 싶고요.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기타도 쳐보고 싶고. 할 일이 많아요.(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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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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