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독서는 삶을 통한 간접경험”
직접경험은 내 속 어딘가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것을 자극해서 일깨워주는 것이 간접경험인데요. 간접경험? 물론 독서입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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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재를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삶을 통한 경험으로부터 얻습니다. 내가 살아온 삶 속에서 얻게 된 감정과 감각과 사유, 즉 직접 경험은 내 속 어딘가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것을 자극해서 일깨워주는 것이 간접 경험인데요. 비율로 치면 30%의 직접경험에 70%의 간접경험이라고 할까요? 간접경험은 물론 독서입니다.

 

최근에 김엄지 작가의 소설을 재밌게 읽었어요. 제가 절대 쓸 수 없는 소설이에요. 어떤 점에서 그러냐 하면, 제가 이전의 장편소설에서도 그런 말을 쓴 적이 있는데, 인과 관계를 잇고 의미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무거워져요. 그런데 김엄지 작가는 그런 거 없이 저지른다고 할까, 내지른다고 할까, 그런 게 굉장히 가볍기도 하고. 가벼우면서 정확한 가격이거든요. 그래서 저처럼 뭔가 많이 거느리고 많은 디테일과 논리를 거느리고 소설을 써야 되는 것보다 그냥 돌을 탁 던지는 작품을 보면 너무 정확하게 가격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본인은 나는 정확한 이야기 싫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맞는 사람은 읽는 사람은 너무 정확한 부위를 가격당하는 기분이에요. 

 

명사의 추천

 

옥수수빵파랑
이우일 글,그림 | 마음산책

유쾌한 만화가 이우일이 말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실로 뜬 검은 모자, 소주병, 프로레슬링 장난감에서 월남국수 포와 딸이 그린 영화 그림, 카프카의 표정, 아라키의 사진집 등 55가지. 옥수수빵파랑은 그가 좋아하는 푸른색의 이름이자 표지의 색깔이기도 하다. 그림은 당연하지만 글까지 이렇게 재미있다니, 만화가가 글과 그림의 작가임을 알 것 같다.

 

 

 

청춘의 사신
서경식 저/김석희 역 | 창비

20세기 악몽과 온몸으로 싸운 화가들이란 부제가 붙은 미술 에세이집. 지은이 서경식은 재일 일본인 2세로, 유학생 간첩사건의 혐의를 뒤집어쓰고 군사정권에서 고문 끝에 사형선고를 받아 20년 가까이 복역했던 서승과 서준식의 동생이다. 가족에게 닥친 엄청난 비극을 견디다 못해 부모도 세상을 떠났다. 그가 질문한다. 예술이 고통 속의 인간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청춘은 악몽과도 같은 이 현실을 과연 어떻게 통과해가야 하는가. 고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의 문장은 아프고 절박하여 아름답다.

 

 

시간의 빛
강운구 저 | 문학동네

사진작가 강운구의 글을 읽다보면 한국어로도 참 품위 있는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사유가 깊으면 말은 짧아지고 쉬워지는 대신 여운이 오래 간다. 그의 시선이 가닿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삶의 풍광 속에 세상살이의 간난과 모순, 남루함, 그리고 지혜로운 자의 담담한 수긍이 있다.

 

 

 

 

시간의 여울
이우환 저 | 현대문학

이우환은 화가로서도 거장이지만 평론가로 일본 화단을 이끌었으며 일본 교과서에도 실린 산문가이다. 그의 절제된 작품만큼 글 또한 군더더기 없이 단아하지만 그 안의 사유는 예술가답게 자유롭고 삶에 대한 애정에 차 있다. 나는 산문을 잘 쓰지 못해 산문 청탁을 피하는 편이지만,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때는 먼저 이우환의 문장을 읽는 것으로 그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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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독서 #간접경험 #옥수수빵파랑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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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씨

2016.07.26

좋아하는 작가님이 읽는 책이라니 덩달아 궁금하고 읽고 싶어지네요!!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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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1959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했고 전주여고를 거쳐 숙명여대 국문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하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관심을 쏟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여 젊은 작가군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등단 3년만인 1998년에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하면서 소설가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국문학번역원 비상임이사(제4대, 임기3년), 문화관광부 한국문학예술위원회 문학위원회 상임위원, 미국 워싱턴대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 30대 중반의 어느 날, `이렇게 살다 내 인생 끝나고 말지` 하는 생각에 노트북 컴퓨터 하나 달랑 챙겨 들고 지방에 내려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은희경의 인생을 바꿨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이중주』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나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자, 산사에 틀어박혀 두 달 만에 『새의 선물』을 썼다. 이 작품이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면서 필명을 날리게 되었다. 한 해에 신춘문예 당선과 문학상 수상을 동시에 한 작가는 1979년 이문열, 1987년 장정일 이후 처음이었다. 또한 1997년에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로 제10회 동서문학상을, 1998년에 단편소설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을 수상, 2000년에 단편소설 『내가 살았던 집』으로 제26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은희경은 등단한 다음 해부터 2년 동안 엄청난 양의 작품을 소화해냈다. 해마다 2000매 이상을 썼을 것으로 추측된다. 은희경 소설은 무엇보다 ''잘 읽힌다''는 것과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뒤에는 단순한 유머가 아닌 진한 페이소스를 숨기고 있다. 은희경 소설의 매력은 소설의 서사 진행 과정중 독자들 옆구리를 치듯 불쑥 생에 대한 단상을 날리는 데 있다. 그녀의 소설을 흔히 사랑소설 혹은 연애소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은희경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상투성'', 그로 인해 초래되는 진정한 인간적 소통의 단절"이라고 한다. 그녀를 따라 다니는 또 하나의 평은 ''냉소적''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사랑이나 인간에 대해 환상을 깨고 싶어한다. 그녀에 의하면 ''사랑의 가장 커다란 병균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다. 그녀는 사랑에 관한 이 치명적인 환상을 없애기 위해 사랑을 상대로 위악적인 실험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마이너리그』는 58년 개띠 동창생 네 친구의 얽히고 설킨 25년 여 인생을 추적하면서 '마이너리그'란 상징어로 한국사회의 '비주류', 그러나 실제로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이 해당될 수밖에 없는 '2류인생'의 흔들리는 역정을 경쾌한 터치로 그려낸 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갖가지 허위의식, 즉 패거리주의 학벌주의 지역연고주의 남성우월주의 등을 마음껏 비웃고 조롱하는 가운데, 주인공들의 마이너 인생을 애증으로 포옹한다. 작가는 권두의 '작가의 말'에서 "내게 주어진 여성이라는 사회적 상황은 한때 나로 하여금 남성성에 대한 신랄함을 갖게 했다. 이제 나를 세상의 남성과 화해하게 만든 것은 삶의 마이너리티 안에서의 동료애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불완전한 도중(道中)에 있다"라고 말한다. 저서로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상속』,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중국식 룰렛』, 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이너리그』, 『그것은 꿈이었을까』, 『비밀과 거짓말』,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태연한 인생』, 『소년을 위로해줘』, 『빛의 과거』가 있다.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