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우 “관심 있고 재미있는 책만 읽어요”
교양 쌓기 위해 왠지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책은 독서목록에 끼워 넣지 않아요. 독서는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요.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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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가 모두 끝나고 의무에서 해방된 시간에 누워 뒹굴 거리며 ‘읽어 치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침대 위엔 항상 책이 몇 권씩 놓여 있기 마련이고 이게 수시로 툭툭 떨어집니다. 이미 독서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습관이라서 고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관심 있고 재미있는 책만 읽습니다. 교양 쌓기 위해 왠지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책은 독서목록에 끼워 넣지 않아요. 독서는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요.

 
지난해 말, 두 번째 추리소설 『달리는 조사관』을 발표했습니다. 개성 강한 인권위 조사관 4명이 힘을 합쳐 진정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연작 중단편집인데, 이 작품을 쓸 때는 형사법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면서 실무적으로 익힌 법 지식은 있었지만 소설을 쓰려면 좀 더 깊은 내용을 알아야 했으니까요. 재밌었어요. 형사법에는 죄와 정의, 처벌에 관한 근본적인 가치평가가 담겨있더라고요. 리처드 A 레오의 『허위자백과 오판』, 김상준의 『무죄판결과 법관의 사실인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요즘은 우리 사회에서 점점 불거지고 있는 혐오현상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관련된 책이나 논문을 하나씩 읽고 있어요. 그러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소설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품고요.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부터 시작했습니다. 소설 쪽으로는 동화와 접목한 본격 미스터리에 급하게 관심이 가서 『인어공주』, 『앨리스 죽이기』 , 『새카만 머리의 금발소년』 등을 몰아서 읽고 있습니다. 원래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비현실에 기한 다른 인접 장르(판타지, SF, 호러)의 요소를 가져오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건 좀 다르더라고요. 현실 가능한 논리에 기반해야 한다는 미스터리의 문법을 지키면서도, 동화라는 틀로 이야기를 펼쳐본다는 것. 단박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한편 현실사회의 알고리즘으로서 현상을 비춰볼 수 있는 기묘한 기법 같아서 관심이 갑니다.

 

 

명사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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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리 아기 돼지
애거서 크리스티 | 황금가지

16년 전 화가 크레일을 죽인 진범은 누구인가를 한정된 용의자들의 진술을 통해 밝혀가는 이 작품은 과거에 벌어진 사건을 재구성해나가는 미스터리 소설 본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미스터리는 역시 "그때 그곳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하는 호기심에 집중하는 소설이죠. 현재의 생동하는 논리로 과거를 되살리는 즐거움이라고 할까요.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티그 라르손 저/임호경 역 | 뿔(웅진문학에디션)

리스베트 살란데르라는 강렬한 캐릭터의 탄생! 복잡하게 조직된 현대 복지국가의 부조리한 틈을 타고 약자를 착취하며 몸집을 키워가는 악의 존재에 맞서, 정의로운 여성의 선한 힘이 폭력을 중지하고 질서를 되돌리는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릴러를 쓴다면 밀레니엄처럼!

 

 

 

 

 

이유
미야베 미유키 저/이규원 역 | 청어람미디어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버블경제의 붕괴와 함께 입주가 시작된 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가족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다양한 인연으로 연결된 '이웃들'을 인터뷰하며 진상을 밝혀가는 르포 형식의 구성이 흥미롭습니다. 부동산 경제의 문제, 가족해체 문제 등 일본사회의 내밀한 문제가 묵직하게 풀어져 나오는데, 놀라운 건 한국 사회가 가진 문제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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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 저/최고은 역 | 검은숲

일본인에게 있어 직장, 직장으로서 경찰, 일본인에게 있어 경찰이란 무엇인지 절절히 느끼게 해주는 일본 경찰소설의 진수. 소설의 중심이 되는 유괴사건의 해결보다 주인공 미카미가 경찰조직 내에서 갈등과 고초를 겪어내는 이야기가 더 재밌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직업에 관한 이야기는 참, 재미있습니다.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저 | 시공사

명예롭지 못한 사유로 퇴직한 기자와 형사가 연쇄살인사건부터 개 실종사건까지 해결하고 다니는 버디물. 7편의 연작단편에서 미스터리 서브장르를 두루 체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데, 이는 연작단편집이 가지는 특장이라고 하겠습니다. 'B급 인생'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도 작가의 전작들에 이어 일관되게 깔려 있습니다.

 

 

 

 

유다의 별 1
도진기 저 | 황금가지

과거와 현재, 일본과 한국을 넘나들며 도진기 작가의 작품 중 최고로 웅장한 스케일을 선보입니다. 미스터리의 원형이자 고향인 퍼즐 미스터리가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야기는 오롯이 장르적 쾌감을 향해 직선으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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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서재 #송시우 #달리는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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