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작가 “독창적이고 재밌는 책에 끌린다”
“서재는 묵언을 실천하며 청정도량이자 수도원 같은 곳입니다. 저는 서재에서 침묵하고 명상하는 수도사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재에 이름을 붙인다면, ‘호접몽’이라고 붙이고 싶습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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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저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독창적일 것, 재미있을 것, 그리고 새로운 사유를 담고 있어야 그 책에 끌리곤 합니다. 서재의 책들은 지적 성장을 돕는 자양분입니다. 서재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곳이라는 의미를 넘어, 지식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생산해내는 거점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재는 지식의 보고(寶庫)입니다. 당연히 좋은 책들이 많아야 합니다. 그래서 수입의 일정 부분을 떼어 많은 책을 삽니다.”

“서재는 묵언을 실천하며 청정도량이자 수도원 같은 곳입니다. 저는 서재에서 침묵하고 명상하는 수도사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재에 이름을 붙인다면, ‘호접몽’이라고 붙이고 싶습니다. 장자는 꽃과 나비가 어우러진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서 깨고 나서도 나비가 자기의 꿈을 꾸고 있는지, 자기가 나비의 꿈을 꾸고 있는지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선 것이죠. 서재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서 책과 더불어 노니는 곳입니다. 서재에 들어간다는 것은 현실에서 피안의 세계로 넘어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독서를 시작한 청소년 때는 방황과 암중모색의 시기였습니다. 나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문제를 안고 고뇌를 했습니다.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지요. 잡학과 남독(濫讀)의 시기였습니다. 여러 한국문학전집들을 독파하고,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 등을 읽었습니다. 20대는 질풍노도와 도약의 시기였습니다. 국립도서관과 시립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읽었는데 때로는 서울 종로에 있었던 대형서점들을 순례하며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시인들의 시집들, 가스통 바슐라르와 니체의 책들, 김우창과 김현, 사르트르와 카뮈, 하이데거, 위르겐 하버마스 등을 찾아 읽었습니다. 40대는 좌절과 변화의 시기였습니다. 오랫동안의 서울 살림을 접고 경기도 안성으로 거처를 옮겼죠. 당시 본격적으로 동양고전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노자의 『도덕경』, 『장자』, 『논어』와 같은 책들을 열심히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50대인 지금은 안정과 평화의 시기인 것 같습니다. 들뢰즈의 책들, 『주역』을 읽고, ‘선’에 관한 책들,
『벽암록』, 『금강경』 이나 화엄 사상에 관한 책들, 자연과학, 물리학 책들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장석주가 최근 집필한
『마흔의 서재』, 『일상의 인문학』, 『이상과 모던뽀이들』 등은 모두 다른 책들에서 영감을 얻어 쓰게 된 책이다. 장석주는 책에서 착상을 얻고, 그와 관련된 책들을 집중적으로 찾아 읽고 사유하며 그 착상에 살을 입힌다. 그는 “착상은 하나의 씨앗과 같다”고 말한다. 책 읽기는 곧, 그 씨앗의 싹을 틔우기 위한 물과 햇볕을 끌어오는 일이다. 일상의 대부분을 서재에서 보내는 장석주 작가는 요즘 뇌과학, 생물학, 생태 문제, 숲과 인간, 웰다잉, 우주와 생명의 시작에 대해 관심이 많다. 아울러 ‘니체와 노자’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고 있다. 장석주 작가는 예전에 읽었던 니체의 저작물과 그와 관련된 다양한 책을 읽고 있는데, 제임스 H. 오스틴의 『선과 뇌의 향연』, 피에르 클로소프스키의 『니체와 악순환』, 야니스 콩스탕티니데스의 『유럽의 붓다, 니체』 등이 최근에 읽은 책들이다.

 

 

명사의 추천

사운드 오브 뮤직

로버트 와이즈/줄리 앤드류스 | 20세기 폭스

줄리 앤드류스의 연기가 정말 매력적이었던 작품입니다. 무척 유명한 작품이지만 늘 생각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주인공들이 자신이 가진 장애들을 하나씩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어렴풋한 느낌을 갖게 해준 작품입니다.




황금 연못

감독 : 마크 라이델 / 배우 : 헨리 폰다, 제인 폰다, 케서린 햅번 | 조은

30대 때 본 작품으로 기억이 됩니다. 커다란 호수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나이든 아버지와 성장해서 어머니가 된 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가족 간의 소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선학의 황금시대

오경웅 | 천지

대만 최고의 지성으로 추앙 받는 오경웅 박사의 책입니다. 달마와 제자들, 혜능. 마조 등의 가르침과 화두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 역시 30대에 읽었던 책 중에 의미 있는 책입니다.





니체와 악순환

피에르 클로소프스키 저/조성천 역 | 그린비

‘니체와 노자’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니체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니체의 사상 전반에 대한 독창적이고 절묘한 해석을 보여 주는 책으로 니체 연구의 고전으로 손꼽힙니다.





침묵의 세계

막스 피카르트 저/최승자 역 | 까치(까치글방)

저에게 있어 30대는 약진과 새로운 모색의 시기였습니다. 출판사 경영에 매달리면서 책을 많이 읽지 못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 때는 미학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으려고 했습니다. 이 시기에 읽었던 책 중 가장 인상적인 책이 바로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입니다.




선과 뇌의 향연

제임스 H. 오스틴 저/이성동 역 | 대숲바람

요즘 뇌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읽게 된 책입니다. 저자 제임스 H. 오스틴은 일본의 선불교를 만난 이래로 오랫동안 선 수행을 해오고 있는 과학자입니다. 이 책은 선과 뇌』는 저자 자신의 견성 체험을 바탕으로 선과 뇌의 통합을 시도했던 책 선과 뇌』의 후속편입니다.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저/유유정 역 | 문학사상사

사랑의 고독을 잘 표현한 소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읽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연애를 한창 많이 할 20대에 읽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이윤기 역 | 열린책들

자유롭게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책입니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런 문제로 고민할 때, 또 하나의 나침반이 될 만한 책입니다.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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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마흔의 서재 #일상의 인문학 #이상과 모던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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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 저술가. 그밖에 출판 편집자, 대학 강사, 방송 진행자, 강연 활동으로 밥벌이를 했다. 현재 아내와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파주에서 살고 있다. 1955년 1월 8일(음력),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였다. 나이 스무 살이던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시가 당선하고, 스물 넷이 되던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문학평론이 입상하면서 등단 절차를 마친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는 동안 15년간을 출판 편집발행인으로 일한다.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명지전문대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3년여 동안 [문화사랑방], [행복한 문학] 등의 진행자로도 활동한다. 2000년 여름에 서른여섯 해 동안의 서울생활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적한 시골에 집을 짓고 전업작가의 삶을 꾸리고 있다. 한 잡지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소장한 책만 2만 3,000여 권에 달하는 독서광 장석주는 대한민국 독서광들의 우상이다. 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쓴다고 해서 안으로만 침잠하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다. 스무 살에 시인으로 등단한 후 15년을 출판기획자로 살았지만 더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자 업을 접고 문학비평가와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급변하는 세상과 거리를 둠으로써 보다 잘 소통하고 교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성에 있는 호숫가 옆 ‘수졸재’에 2만 권의 책을 모셔두고 닷새는 서울에 기거하며 방송 진행과 원고 집필에 몰두하고, 주말이면 안식을 취하는 그는 다양성의 시대에 만개하기 시작한 ‘마이너리티’들의 롤모델이다.” 저서로는 『몽해항로』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일요일과 나쁜 날씨』,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이상과 모던뽀이들』,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일요일의 인문학』,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고독의 권유』, 『철학자의 사물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시간의 호젓한 만에서』,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공저) 등이 있다. 애지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