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는 애초에 초록에서 태어났으니까요.”
주택을 지으면서 얼렁뚱땅 생긴 정원을 채우려다가 초록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이 있습니다. 애물단지 같은 나무와 풀들을 살뜰히 가꾸다 보니 영상도 찍게 되었고, 그걸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고 해요. 만 7년째 정원을 가꾸며 첫 에세이를 출간한 정원 유튜버 더초록 님과 서면으로 만나보았습니다.
처음으로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이 책을 통해 작가님을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간략한 자기소개와 출간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주택에 살면서부터 정원일에 빠져 현재 정원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해 버린 마당 가드너 더초록입니다. 초록가든이라 이름 붙인 저희 집 마당에서 정원을 가꾸며 강아지와 고양이를 돌보고, 영상과 사진을 통해 하루하루의 정원생활을 기록하고 있어요. 가끔은 가드닝 팁도 나누고 있고요. 어쩌다 가꾼 정원 덕에 어쩌다 작가가 되었는데요, 첫 책을 내놓으니 무척 떨리고 긴장됩니다.
유튜브 채널명이자 닉네임이 ‘더초록The Chorok’은 우리말과 영어가 섞인 듯한 독특한 이름이에요. 이렇게 이름을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단순히 제가 초록을 너무 좋아해서랍니다! 정원 이름도 초록가든이고, 앞치마도 초록이고, 부츠도 초록이고, 다이어리도 초록이에요. 거의 초록 ‘덕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입니다. 제 눈에 함함한 초록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에 정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힘들고 지친 일상에 제 영상이 초록색 쉼표가 되길 바랐죠. 마음 한구석에는 더 초록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원대한 꿈도 있었고요.
사실 ‘더초록’이라는 이름은 초록 자체를 뜻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초록’이라는 뜻도 품고 있어요. 영어로 하자면 ‘more green’이나 ‘greener’가 적절하겠지만, 저는 우리말 ‘초록’이라는 단어 자체도 좋아하거든요. 얼마 되지 않더라도 제 영상을 보는 외국 분들이 ‘초록’이라는 한국어를 배워 가기 바랐어요. 그래서 영어와 한글 모두 초록(chorok)으로 표기했답니다. 엄청난 초록 사랑이죠?
벌써 7년을 거쳐 이제는 8년 차 가드너가 되셨는데요, 연륜을 바탕으로 초보 가드너들에게 딱 한 가지 조언을 해주신다면?
정원은 완성이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 목표인 일이더라고요. 물론 시작할 때는 다들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하죠. 저도 그랬어요. 작약꽃이 만발한 정원을 상상하며 황량한 땅에 작약을 열두 뿌리나 심었으니까요. 하지만 상상하는 모습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이루어진다 해도 짧은 순간 끝나버린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라고 말씀드려요. 어떤 이상향을 그리기보다 하나씩 차근차근 정원을 만들어 가는 지금을 즐기라고요. 단 한 송이가 피어도 뛸 듯이 기쁜 그 마음을 간직하고 묵묵하게 기다리면 정원일의 매 순간이 기쁨이 될 거예요. 참고로, 제 상상 속 작약 정원은 몇 년이 지나 거의 포기했을 때쯤 기적처럼 이루어졌답니다.
정원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5년 넘게 하고 계세요. 마치 사계절의 흐름을 차근차근 엮어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 같습니다. 작가님에게 자연이 건네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영상 기록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그냥 사진만 찍었어요. 그런데 점차 갈증이 나더라고요. 사진만으로는 부족했거든요. 단편적인 순간의 모습뿐만 아니라, 흐름이 있는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그렇게 영상을 하나하나 찍고 올리다 보니 제 안에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영상을 편집할 때 다시 되돌아보니 그 안에서 정원이, 자연이, 하늘이, 바람이, 햇살이 나를 토닥여 주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완벽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그런 자연의 다정함을 구독자분들이 알아주셨으면, 발견해 주셨으면 하면서 영상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어요.
책 표지를 장식한 고양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죠! 귀여운 치즈냥과는 어떤 인연으로 만났고, 어떤 과정을 통해 표지 모델을 부탁하게 되었나요?
전원주택에 살며 종종 출몰하는 뱀 때문에 힘들었는데, 주변 분들이 고양이가 있으면 뱀이 안 나타난다고 알려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저희 집에는 이미 강아지가 네 마리나 있어서 고양이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동네 할머니네 마당 냥이에게서 태어난 치즈냥 땅콩이와 흰둥이 피오를 입양하게 되었답니다. 강아지들과는 한 달가량에 걸쳐 천천히 적응시켰더니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현재 고양이들은 별채에서 지내는데요, 때가 되면 창문을 열고 알아서 나와요. 정말 영리하고 힘이 세답니다. 제가 마당에서 일을 하면 고양이들도 나와서 어슬렁거려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사진을 찍다 보니, 이제 카메라가 아주 익숙한 듯해요. 마치 알아서 포즈를 취하는 거 같더라고요. 타고난 모델들이에요. 적절한 위치에서 적절한 포즈를 취하면 저는 카메라를 갖고 달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표지에 쓰인 컷도 땅콩이가 마치 찍으라는 듯 포즈를 취해서 후다닥 찍은 거예요. 표지 모델로 결정됐을 때 땅콩이에게 고맙다고 캔 하나 따줬답니다.
책에 ‘내 정원은 앞으로도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 거라는 말이 나옵니다. 무엇 하나 완성되는 것이 없음에도 정원일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원은 앞으로를 기대하게 해줘요. ‘올가을 달리아가 가득 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여기 수국이 가득 피면 정말 멋지겠다!’ ‘지금은 젓가락 같은 나무지만, 몇 년 후에는 커다란 라일락나무로 자라겠지?’ 이렇게 장담할 수 없지만 기대되는 일들이 정원에는 가득합니다. 물론 그중 최고로 기대감을 주는 일은 씨앗 파종이죠. 내 손으로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이니까요!
어른이 되어 생기는 기대감들은 대부분 너무 크고 멀게만 느껴지잖아요. 회사 중역 자리에 오르기, 아이를 번듯하게 키우기, 멋진 새집으로 이사하기 같은 것들이요. 인생에는 중장기 계획도 중요하지만, 매일을 환기시키는 일들도 꼭 필요하다고 봐요. 정원을 가꾸면 작지만 가까운 기대감을 계속 가질 수 있어요. 저는 어쩌면 그 기대감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 정원을 가꾸는지도 모르겠어요.
정원 유튜버, 정원 인플루언서를 거쳐 이제 작가가 되셨어요. 차근차근 꾸준히 이루어낸 성과인데요, 지금과는 사뭇 다른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아니에요. 목표를 정하고 뛰다 보면 숨이 차서 쓰러질 것 같거든요. 목표에 도달해도 즐거움은 잠깐뿐이고, 그 위에 더 높은 목표를 두고 달리게 되니 끝이 없더라고요. 한때 치열하게 살면서 그 나름의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나를 발전시키고 즐겁고 활기차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게 좋아요. 그게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고요. 저는 그래서 목표가 아니라 방향을 정합니다. 제가 지금 가고 싶은 방향은 정원, 그리고 쓰는 것입니다. 이번 책을 준비하며 쓰는 매력에 단단히 빠진 거 같아요. 물론 너무 어렵고 힘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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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더초록 홍진영> 저15,750원(10% + 5%)
“정원을 가꾼다는 건 기대감 속에서 사는 일이다. 씨앗 하나 심어두고 내일을, 내년을, 몇십 년 후를 꿈꾸는 일.” 얼떨결에 시작한 삽질 덕분에 초록이라는 호사를 넉넉히 누리는 정원 유튜버 더초록의 식물하는 마음, 식물하는 삶 가드닝 일상을 영상으로 올리며 잔잔한 울림을 준 정원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