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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에 대한 최초 본격 탐구! 새로운 공부의 방법을 고민하다

『수능 해킹』단요, 문호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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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의 실전모의고사는 학생들에게 ‘해킹을 통해 알아낸 샛길을 가르치는’ 도구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그럴수록 샛길이 점점 더 넓어집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도(正道)를 침범할 만큼 말입니다. 이로 인해 각종 문제현상이 수반됩니다. (2024.07.01)


정형화된 패턴, 암기형 지식, 오직 문제풀이만을 위한 특별한 기술… 수능은 입시를 위한 줄 세우기용 시험이 되었다. 평가원과 사교육 시장이 주고받는 상호작용 속에서 수능은 과거보다 훨씬 더 기괴하고 뒤틀린 방식으로 변했다. ‘난이도 조절 실패’라는 전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평가원의 출제 경향은 고도로 어려워진 동시에 고착화를 피하지 못했고, 사교육은 그 틈을 파고들어 이른바 “퍼즐식 사고” “사고의 외주화” 등 다양한 기술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교육을 받지 않고서는 아무리 공부해도 수능에서 고득점을 맞을 수 없게 되었으며 과거의 수능이 수행하던 최소한의 학습 능력 검증도 무의미해진 지 오래되었다.

수능의 타락상과 그에 발맞춘 사교육 기술, 이를 무력하게 방치한 공교육의 현실을 꼼꼼히 짚은 『수능 해킹』은 수능과 교육체계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어 해결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까지 전개한다. 자원을 정의롭게 분배하고 환상을 걷은 뒤 투명성과 민주성을 담보해야 교육체계가 바로 움직일 수 있다고 역설하는 두 저자는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공적 제도와 체계를 정비해 수능을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게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고 N수생 비율이 나날이 치솟는 지금, 더 늦기 전에 『수능 해킹』을 출발점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공부의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수능 해킹』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채널예스 독자들에게 각자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문호진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고, 동시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에서 활동하면서 보건의료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다만 지금은 본업과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교육이 만들어내는 불평등, 그리고 그 불평등이 의대 입시와 궁극적으로는 의료 자체에까지 영향을 주는 양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단요 안녕하세요,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그밖에 다양한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주변인 중 교육출판 및 학원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았다 보니 그 분야에서의 외주 용역 작업을 여러 차례 맡았지요. 비록 사교육을 주업으로 삼은 적은 없지만 부업으로는 꽤 오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 종사자라는 자의식은 희박한 편이고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사회가 구성되고 작동되는 방식(또한 자원 분배와 권력관계의 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고, 그 점에서 교육 분야에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문과와 이과 사이의 거리가 먼 만큼(웃음) 두 분께는 큰 접점이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수능과 교육에 대한 책을 함께 쓰게 되셨나요?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단요 주로 소설가로 소개되다 보니 흔히 오해받는 부분인데, 저는 기본적으로 수리 가형과 과학탐구를 쳐서 공과대학에 진학한 사람입니다. 당시 배운 내용과 관련 있는 일도 종종 하지만, 보통은 고등학교나 대학과는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살지요. 그렇다 보니 문과와 이과라는 구분이 고등학교 이후로 유효하다는 생각은 딱히 해본 적이 없고요.

구체적인 계기를 말씀드리자면, 제가 국어 실전모의고사 출제 업무를 맡았던 게 만남의 시작점입니다. 지인에게서 “아는 분이 수능 사교육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자 증언을 듣는 중인데, 국어 출제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는 연락을 받았지요. 그 ‘아는 분’이 문호진 선생님이셨고요. 처음에는 문호진 선생님께서 ‘현행 수능에 이렇게 문제가 많으니 예를 들면 문항 등에서 대안적인 개편 방안 제시를 시도해 보자’는 제안을 주셨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그건 전문성과 공신력 면에서 문제가 큰 시도였습니다. 소설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지 국어교육의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기존의 유형에 맞추어 문항을 작성하는 것과 신규 유형을 개발하는 것은 아예 다른 일이고요. 한편 파급력 및 기대효과 측면에서는,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들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책을 한 권 쓰는 편이 나으리라는 계산이 섰습니다.

그래서 ‘르포 작업을 하자. 선생님께서는 상당한 자료를 모으신 상태고 문제의식 또한 뚜렷하다. 그리고 나는 사회과학 출판사들과 연이 있고 문제상황에 대해서도 상당한 이해도가 있으니(특히 과학탐구 영역에 대하여) 원고 작성 및 출간이 수월할 것이다’라는 제안을 드렸고 문호진 선생님께서도 흔쾌히 승낙해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분께서는 사교육계에서 일하시거나 소위 모의고사 ‘킬러 문항’을 출제하기도 하셨는데, 그 경험 중에서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나요? 

문호진 우선 2023년 상반기의 ‘킬러 문항’ 정국에서 이슈가 되었던 것이, ‘실전모의고사’라는 새로운 포맷이었음을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전모의고사란 수능 문항과 완전히 동일한 형식으로 개발된 사교육 교재로서, (첫 시작은 2010년이었지만) 보편화된 지는 고작 7~8년가량밖에 되지 않았지요. 달리 말하면 새로운 포맷이 그 짧은 시간 안에, 사교육 시장의 한 축으로 견고히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해당 포맷의 효용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그렇다 보니 ‘보따리 과외선생’에 대한 인식이 남은 기성세대에게는 ‘실전모의고사란 족집게 문항이다, 모의고사 한 회에 500만원이다’ 식의 오해를 샀고요. 

인상 깊은 경험에 대해 말한다면, 제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포카칩 모의평가』의 출간을 통해 실전모의고사 산업의 형성에 직접 관여했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후일 실전모의고사 산업의 주축으로 자리 잡게 된 분들을 모아 수능 문항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열기도 하고, 출판 담당자들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성공해 존재하지 않던 기획이 현실화되는 과정은 시간이 흘러도 잊기 어렵습니다.

다만 회한도 있습니다. 사교육 산업의 변화는 제가 관여하지 않았어도 일어났을 거대한 흐름이기는 합니다만, 본의 아니게 학생들이 무의미한 문제풀이식 공부를 반복하며 ‘무한 N수’에 뛰어들고 대입에서의 불평등이 커지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 괴롭습니다.



제목 ‘수능 해킹’이 강렬하게 들립니다. 제목의 의미와 함께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시험이 요구하는 분야에 정통했다면 어떤 시험에서든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원어민이라면 토익과 토플, 텝스 등을 무리없이 치듯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론적으로는 수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접근만으로 충분할까요?

시험이라는 것은 지식과 이해 수준을 검증하는 도구인 동시에 일정한 격률이 존재하는 형식이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가령 일본 대입 본고사 문제와 수능 문제, 올림피아드 문제는 같은 분야라도 그 풀이방식이 무척이나 다릅니다. 기본이 탄탄하다면 셋 모두에서 고득점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점은 자명하지만, 샛길 또한 존재합니다. 특정 시험의 ‘유형별 풀이방식’을 외운다면 기본이 탄탄하지 않더라도 그 분야에서만큼은 고득점을 거둘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앞선 3번 질문에서 실전모의고사라는 포맷을 소개했지요. ‘수능 문항과 완전히 동일한 형식으로 개발’되었다는 것은, 사교육계가 수능이라는 시험의 출제 원리를 역추적해서 유형별 풀이방식을 파악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바로 ‘수능 해킹’입니다.

즉 2020년대의 실전모의고사는 학생들에게 ‘해킹을 통해 알아낸 샛길을 가르치는’ 도구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그럴수록 샛길이 점점 더 넓어집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도(正道)를 침범할 만큼 말입니다. 이로 인해 각종 문제현상이 수반됩니다. 학생들의 문제풀이 실력이 전반적으로 올라간 까닭에 수능 문항은 반교육적일 정도로 복잡해지게 되었고(내용의 깊이를 심화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문제 난이도만을 조절해야 하다 보니), 사교육 인프라의 차이에 의해 서울-비서울 격차가 심화되며, N수생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사교육 노동의 기층부에서는 노동착취가 일상적으로 벌어집니다. 이러한 상황이 수험생들의 심리와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는 사교육에게만 죄를 묻고 끝낼 일이 아닙니다. 평가원과 공교육계, 그리고 각 대학 당국의 영향과 책임 또한 깊이 논해야 합니다. 유권자이자 정책 검토자로서의 시민들이 맡은 역할 역시 빼놓을 수 없겠지요. 정리하자면 『수능 해킹: 사교육의 기술자들』은 교육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능 해킹』은 수능을 시작으로 입시 사교육, 교육체계 및 학교 현장을 두루 점검하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책을 쓰다 보니 고민도 많으셨을 텐데, 집필하며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이나 고수한 원칙 같은 것이 있을까요? 

문호진 모의고사 시장이 탄생하고 수능 사교육 시장이 컨텐츠 중심으로 재편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전부 지켜봐왔던지라, 저는 2010년대 중반부터 지금과 같은(2023년의 ‘킬러 문항’ 정국이라든지)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부터 여러 교육 관계자들을 접촉해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문제가 극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만 큰 소용이 없었지요. 때문에 정확히 무슨 일어나는 중인지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입장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싶었으니까요.

그 점에서 제가 가장 주의를 기울인 부분은, 현장성입니다. 입시는 빠르게 변합니다. 때문에 2010년대 초중반의 입시에 대해서는 아주 세세한 사항까지도 기억하는 저도, 기억만으로 책을 쓰면 지금의 입시 상황과는 맞지 않는 분석이나 진단을 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2024년 현재 시점에서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들 눈높이에서도 세세한 내용 하나하나까지 사실과 부합하도록, 정말 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방대한 증언을 모으고 이를 반영했습니다. 서술의 방향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증언을 종합함으로써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내는 접근을 취했지요. 그리고 하나의 현상을 서술할 때에도, 가급적이면 단일한 취재원의 증언에 의존하지 않고 서술이 다면성을 갖출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학생의 증언 다음에 교사나 학원 강사의 증언이 등장하고, 학생의 가족으로서 입시를 지켜본 직장인의 증언이 등장하는 식입니다.

단요 저는 사교육업에서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들어오는 일을 맡아 했기 때문에,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다는 제너럴리스트에 가깝습니다. 거시적인 구조와 그 아래의 개별 요소를 멀리에서 조망하기 알맞은 위치라고 할 수 있겠지요. 또한 저는 기반 자료 및 논지를 종합하여 실제 텍스트로 구현하는 작업을 주로 맡았으므로, ‘교육-사회라는 분야의, 복합적이고 비직관적인 동역학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이냐?’가 가장 중차대한 도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문에서 깊이 다루어질 내용이지만, 교육은 복잡계입니다. 그 구성요소들의 상호작용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지요. 예컨대 학생들은 단순히 수능 경쟁으로 인해 괴로워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승리를 원하거나 사교육 종사자들을 선망합니다. 또한 ‘학습 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탐구 2과목제는 오히려 수능 전체의 난이도를 높였으며, 인터넷강의의 보편화는 지방 학원가를 천천히 붕괴시킴으로써 지역 격차 심화에 기여했습니다. 이런 관계들을 개별 레이어 속에서 다루되, 더 높은 층위에서는 모든 상황이 하나의 축으로 통합되어 읽힐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지요. 이러한 목적을 위해 흐름도 등 보조 자료를 추가하기도 했고요.


교육은 (최근의 의대 정원 문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겁고 첨예한 이슈가 되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수능은 가장 큰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곤 하지요. 두 분께서 궁극적으로 바라는 수능이라는 시험의 모습과 역할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이 책은 수능 및 현행 입시제도의 문제상황을 드러내기 위해 쓰였습니다만, 저희는 그 대안으로 ‘수능 같은 구시대적 오지선다형 시험 대신, 바칼로레아 같은 논·서술형 시험을 도입해야 한다’ ‘지금의 문제풀이 위주 주입식 교육을 창의적 체험활동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와 같은 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이론상의 기대효과와 현실에서의 구현은 다르기 마련이고, 기반 여건도 따져보아야 하니까요. 가령 논·서술형 문항들은 채점 시비를 피하기 위해 객관식 문항보다 경직된 방식으로 출제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주입식 시험이 아니라 창의성을 길러주는 시험을 치르자’는 취지를 완전히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 제도 변화를 직접 접하는 학생들이 정작 그 변화에 회의를 내비치게 되고요.

그렇다면 수능은 어떤 시험이어야 할까요? 일각에서는 수능을 ‘신분상승의 기회’ 또는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결과가 결정되는 시험’으로 보면서 신성시하고, 다른 편에서는 수능을 ‘문제풀이, 주입식 교육의 상징’으로 여기며 모든 교육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하곤 합니다. 양측 모두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수능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전에 한 정치인이 “국회는 성스러운 곳도, 속된 곳도 아니며 그저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라는 말을 했던 적이 있지요. 저희는 그 말을 조금 고쳐서 “수능은 공정성의 상징도, 만악의 근원도 아니며 그저 배운 것을 잘 숙지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시험일 뿐입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본래 목적에 맞게 잘 활용하면 유익하고, 잘못 쓰면 해가 되는 도구일 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수능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면, 또한 수능이 ‘교육’이라는 목적에 충실해진다면, 지금의 난맥상도 보다 정상화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이 책이 어떤 독자들에게 가닿길 바라시나요? 

문호진 일반적인 독자분들께서는 이 책을 사회비판서나 교양서로 여기실 듯합니다. 그 경우에는 필요한 말이 책 본문에 모두 쓰여 있으니만큼 제가 따로 덧붙일 말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키면 좋을지 고민중인 학부모님들이 이 책을 읽어보신다면 좋겠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면 주변에서는 다들 선행학습 학원을 보내는데 우리 아이도 따라서 보내야 할지를 고민하시는 분들이겠지요. 학생 스스로의 힘으로 입시를 대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는 차원에서는, 선행학습은 정말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선행학습을 하게 되면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다 보니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결과 위주로 학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나중에 입시를 치를 때가 되면 선행학습을 하면서 들인 잘못된 습관을 다시 교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이 책에 하나하나 정리해 두었으니, 꼭 읽고 모두들 피해 보는 일 없으셨으면 합니다. (웃음)

사교육 문제는 결국 이득을 보는 사람,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 손해와 좌절을 겪는 이들이 뒤섞여 있고, 결국은 우리 스스로가 각자의 몫을 실천으로 옮겨야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해결을 위한 실천이 현실적인 이득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문제 상황이 분명한 경우라면 해결이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불필요하고 비교육적인 사교육 소비만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어도, 지금에 비해서는 비용과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까지는 될 수 없다 해도 거기서부터 시작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단요 교육 관련 이슈는 ‘환상’과 특히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미국은 이렇고 프랑스는 저렇다더라, 독일은 그렇다더라 하는 레토릭이 일상적이지요. 그런데 이런 말들을 거듭하는 동안 ‘현실의 한국’은 시야로부터 멀어지는 감이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나라의, 이상주의적인 풍경에 기반한 급진적 개혁을 상상하느라 정작 발 딛고 선 땅의 현안은 무시당하는 것입니다. 

물론 원대한 포부는, 이상주의는 주어진 현실을 무조건적으로 승인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주의에만 잠겨 한국의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유의미한 실천을 행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 점에서, ‘이런저런 개혁 다 좋다. 그런데 이 개혁이 취지대로 구현될 수 있는가? 현실에서는 실제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를 궁금해하시는 분들께서 이 책을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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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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