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맞는 장소와 하고 싶은 일을 꼭 찾게 되기를”
『어디서든 일하고 어디로든 떠난다』 성훤 작가 서면 인터뷰
태어날 곳을 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생각하니 이제 내가 살 곳쯤은 스스로 정할 수 있었다. (2024.04.23)
『어디서든 일하고 어디로든 떠난다』는 단순한 세계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당신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질문을 던지고, 삶을 유영하는 유연한 태도를 찾아 나가는 여정을 담은 책에 가깝다. 한국에서 일만 하다가 이제야 세계 여행을 떠난 화자는 여행을 하면서 동시에 일도 한다. 우리가 익히 하는 그 ‘일’이 아니다. 이집트 다합에서 다이빙 강사로, 인도 림빅에서는 사원을 보수하는 요리사로, 때로는 네팔 탱화학교에서 예술가로 살아간다. 말그대로 어디서든 일하고 어디로든 떠나는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성훤 작가님. 출간 축하드립니다! 본인 소개와 책 소개 간단히 부탁드려요.
저는 여행자 생활을 끝내고 부산에 정착했어요. 지금은 남편과 꽃집(까사 플라워)을 운영하며 떠돌다 다니던 이전과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어요. 여행하는 내내 꾸준히 기록을 했어요. 그 중 한곳에 오래 머물며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시간들을 한데 두고 보니 일을 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했던 에피소드가 한 권으로 정리가 되었어요. 그래서 제목처럼 일도 하고 여행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여행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난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그런데 어디서든 일하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워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또 타국에서 일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으셨나요?
세계여행이라고 ‘포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사실 ‘익숙함의 포기’가 더 맞는 말일 것 같아요. 극단적으로 집과, 직장을 버린다가 아니라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선 것이니까요. 요즘은 여행하면서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잖아요. 일하며 여행하게 된 계기는 한 여행자가 준 정보 덕분이었어요. 여행을 지속하려면 최대한 절약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여행지나 숙소를 정할 때 가격비교에 혈안이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워크어웨이”라는 플랫폼을 알고부터는 좀 더 유연하고 새로운 여행이 되었어요. 숙소와 식사를 제공받는 대신 그곳 사람들, 여행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으니까요. 물론 처음엔 두려움이 컸어요. 그런데 ‘처음이 어렵지’라는 옛말처럼 점차 두려움은 커녕 어떤 재밌는 일을 해볼까 신나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제가 살면서 돈과 상관없이 이런 다양한 기회를 언제 가져볼 수 있을까요.
현대인에게 ‘일’은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일은 나를 지탱하는 수단이자, 도구라고 생각해요. 그 도구가 즐거우면 참 좋겠지만 그런 확신을 얻기란 쉽지 않아요. ‘좋아하는 일,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도 없어요. 해보지도 않고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저는 10년간 사무직을 하면서 그 일이 딱 제 적성이라 생각했는데, 장사를 해보니 더 재밌어요. 그러니 뭐든 해봐야 알 수 있어요. 일을 좀 더 유연한 도구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책을 보면 꽤 많은 일을 해보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에피소드는 어떤 것인가요?
한달 반 동안 케냐의 작은 섬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냈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곳 성당에서 신부님을 도와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만들어 주는 일을 했는데 그 자체로 보람되고 행복했어요.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기쁘게, 배부르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게 대견했어요. 성당의 빠듯한 재정 때문에 SNS로 모금 활동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한국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백만원이 넘는 큰돈으로 아이들 학용품과 약, 식품을 한 가득 샀었어요. 우리 할머니는 한국 전쟁이 끝나고 천주교 성당에서 주던 밀가루로 열식구를 먹이셨어요. 어릴 적 그 말을 참 많이 듣고 자랐어요. 그런데 70년 가까이 지나 한국에서 보내 준 돈으로 케냐 성당의 아이들을 돕고 있으니 그 기분이 참 이상했어요. 할머니의 그 시절을 보답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때의 울컥했던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행복에 관해서 많은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마음에 아무런 걸림이 없는 평안한 상태가 행복이라 생각해요. 행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있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좋은 가방이나 비싼 차 같은 물질은 행복이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진 않으니까요. 행복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 같아요. 내가 무엇을 할 때 마음이 제일 평온한지 찾는 것이 인생의 과제인 것 같아요. 여러 시도도 해보고, 여행도 해보고, 경험을 통해서 내 안의 행복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
여행이 끝난 후 여행자의 삶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앞으로 작가님의 계획과 삶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저와 남편은 MBTI 중 극P의 성향의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계획보다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집중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새롭게 시작한 꽃집을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긴 계획이 없는 대신 삶의 방향에 대해 남편과 가장 많이 대화하는 주제이기도 해요. 저희는 자급자족의 공동체 생활에 관심이 많아요. 적고 자연스러운 소비, 그리고 그런 뜻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어요. 오래 여행을 하더라도 리스크가 조금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구요. 한번 더 세계여행을 꿈꾸는 것도 큰 방향 중 하나에요.
이 책을 만날 독자에게 한 마디 남겨주세요. 혹은 어떤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세계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어요. 여행자의 모습은 수만가지 인데 저 역시 처음 세계여행을 시작할 때는 점 찍은 장소를 선으로 잇는 것이 세계여행의 완성이라 생각했었어요. 봐야할 곳과 가야할 곳은 많고 시간과 돈은 제한적이니 빠른 시간 안에 이 선을 완성해야한다는 조급함도 있었구요. 그런데 여행이 계속 될수록 ‘내가 관광지를 다니려고 여행을 시작한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뭣 때문에 여행을 시작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여행 중 시간이 남을 때마다 ‘나’자신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아마 사춘기 시절에도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점점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여행이 자리 잡게 되면서 자기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죠. 이 여행은 그 취향 중 하나에요. 이런 취향도 있다는 걸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성훤 보름이 가까운 날 태어나 달처럼 훤하게 살으라는 낭만적 이름을 가졌다. 중국어로 밥벌이를 하며 직장인으로 10년을 살았다. 하지만 울타리안의 정착민보다 자유로운 수렵채집인이 되길 늘 꿈꿨다. 그러니 세계여행은 내 인생의 과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이 3년쯤 접어 들자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어졌다. 터키에서 취직을 하고 쉐어하우스도 오픈했다.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라는 세계재난으로 모국으로 돌아왔다. 현재는 부산에서 꽃집을 운영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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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것은 결국 ‘나’ 우리는 어디서든 일할 수 있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 당신을 멈추게 만드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른 나이에 맞이한 엄마의 죽음, 10년 뒤 또 아빠의 죽음. 저자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더 짧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