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최고의 경전” 낮은 마음으로 옮겨 적는 자연의 살림과 말씀
『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 최성현 작가 서면 인터뷰
삶의 중심은 ‘무경운, 무비료, 무농약, 무제초’의 자연농입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숲 안의 삶이 곧 에덴이라 알고, 그 길을 찾고 있는 자연농 농부이자 자연주의자입니다. (2024.04.18)
30년 넘게 자연의 가르침을 따르며 생명을 해치지 않고 농사짓는 자연농법을 실천해온 농부 작가 최성현의 신간 『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가 출간되었다. 자연농법이란 관행농법이나 유기농법과는 달리, 논밭을 갈지도 농약으로 벌레를 죽이지도 않고, 비료도 주지않고 제초도 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 짓는 농사법이다. 이 책에는 이처럼 오랜 시간 자연의 순리를 체득하며 살아온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나날의 기록이 꾸밈없이 담겨 있다. 자연에서 얻은 지혜뿐 아니라 자연 중심의 생태주의적 관점 전환,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인류와 자연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까지 만나 볼 수 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번 책을 통해 작가님을 처음 뵙는 독자분들을 위해 작가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은 ‘개구리’입니다. 개구리는 그 종류가 열 가지도 넘는데, 그 가운데 저는 무슨 개구리일까요? ‘우물 안의 개구리’인데, 그대로 부르기에는 너무 길어 앞은 떼어내고, ‘개구리’만을 쓰고 있습니다. 그 이름 그대로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남자, 한국어, 앎, 인류…… 등 여러 우물에 갇혀 있습니다. 제대로 아는 게 없습니다. 그리고 교만하고, 성질이 급하고, 잘 웁니다.
날마다 손글씨 엽서를 쓰고 있는데, 어느덧 2천 번이 넘었습니다. 여러 권의 책을 썼고, 또 일본 책을 여러 권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삶의 중심은 ‘무경운, 무비료, 무농약, 무제초’의 자연농입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숲 안의 삶이 곧 에덴이라 알고, 그 길을 찾고 있는 자연농 농부이자 자연주의자입니다.
책 제목의 ‘무정설법(無情說法)’, 무슨 뜻일까요? 불교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지만 모르는 독자분들을 위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설법으로 유명한 큰스님 성철은 자신의 말을 모아 엮은 『이뭐꼬』라는 책에서 이렇게 무정설법을 말하고 있습니다.
“무정(無情)이란 무생물이다. 생물은 으레 움직이고 소리도 내니까 설법을 한다고 할 수 있지만, 무정물인 돌이나 바위, 흙덩이는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무슨 설법을 하는가 하겠지만, 불교를 바로 알려면 바위가 항상 설법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 (……) 세상에 설법 안 하는 존재가 없고 불사(佛事) 안 하는 존재가 하나도 없다. 참으로 마음의 눈을 뜨고 보면, 눈만 뜨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귀도 열린다. 그러면 거기에 서 있는 바위가 항상 설법을 하는 것을 다 들을 수 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무정설법이라고 한다.”
책 곳곳에서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느껴집니다. 자연농을 시작하시고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자세를 갖게 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책에도 소개가 돼 있지만, 20대 후반에 우연히 읽게 된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이란 책을 만난 것이 계기였습니다. 자연농법을 말하고 있는 책인데, 그 책을 읽고 세계관이 크게 바뀌는 특이한 시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얼마쯤이었을까요? 서너 시간쯤이었을까요, 그때 저는 인간 쪽에서 자연 쪽으로 건너왔습니다. 인간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는 황홀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 체험이 저를 귀농으로 이끌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자연농을 살고 싶어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여비도 없이 집을 나서는 찐 여행자처럼 귀농지를 찾아 나섰습니다.
책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자연 속의 삶을 실천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삶의 자세가 주는 가장 큰 장점 또는 행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 논은 요즘 올챙이로 가득합니다. 물 반 올챙이 반입니다. 그만큼 많습니다. 우글우글한데, 저는 거기서 살아있는 자비를 봅니다. 왜 그럴까요? 1년을 놓고 보면, 개구리는 새와 뱀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내어주며 그들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나무도 같습니다. 새끼를, 곧 열매를 많이 맺습니다. 그중에 살아남는 열매는 몇 안 됩니다. 나머지는 모두 다른 생명의 먹이가 됩니다. 저는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거룩한 삶입니다. 이런 게 보이면 부끄럽죠. 개구리는 존경스럽고요. 그렇게 깨지며 벗어나는데, 그러고도 자꾸 잊지만, 그 뒤에는 개구리에게 함부로 못 합니다. 큰 선생님이시니까요. 개구리를 하찮은 작은 동물의 하나쯤으로 볼 때보다 이쪽이 저를 더 행복하게 하고요.
책을 읽다 보니 작가님의 아호인 ‘개구리’의 의미에 대해 궁금해집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자세와도 깊은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요.
2021년 1월 6일에 쓴 1200번째 엽서가 그 답이 될 거 같아 옮겨 적습니다.
“개구리는 저의 새 이름입니다. 별명, 혹은 아호라고도 하죠. 이번에 처음 들어보셨나 본데 사실은 오래전부터 쓰기 시작한 이름입니다. 10년도 넘었습니다.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모두 아는 그 개구리, 논이나 연못 따위에 사는 그 개구리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입니다.
저는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보지 않습니다. 제 눈에는 조금도 그렇게 안 보입니다. 고등 동물이 아니라 하등 동물입니다. 다른 동식물이나 곤충, 곧 벌레만도 못합니다.
이런 이유로 자연농 배움터인 ‘지구학교’나 ‘자연농 교실’에서는 참가자 모두 동식물, 혹은 곤충 중의 하나를 골라 그것으로 이름을 짓고, 서로 그 이름을 부릅니다. 그래서 제 주변에는 사람이 없어요. 토끼, 부엉이, 메뚜기, 무당벌레, 호밀, 올빼미, 하루살이, 공벌레, 까마귀, 쑥, 바랭이, 강아지풀, 모래무지, 고래, 상괭이, 개밀을 비롯하여 지렁이, 올챙이, 개똥이, 야옹이까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서로 진짜 이름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분들께 말하고 싶은 단 하나의 설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자연의 설법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그것은 인류가 농사를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먹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거죠. 잘 아시다시피 농사를 짓는 동물은 인류뿐인데, 농사는 물과 땅과 하늘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지구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말하면, 우리는 더럽게 먹고 있습니다.
그것을 강과 하늘과 땅이 밤낮없이 말씀하고 계신데, 안타깝게도 80억이 넘는 인류 가운데 그 말씀을 듣거나 보는 사람이 몇 안 됩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인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자연농 교실’ 등으로 자연농법의 세계를 알리는 데 힘을 쏟으시고, 하루 한 통의 손글씨 엽서로 자연생활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하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출간 이후의 작가님의 계획은 무엇일까요?
이 책의 마지막 글은 ‘꿀벌의 질문’입니다. 꿀벌은 대규모로 끊임없이 사라지며 인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잘 못 가고 있다. 그대로 가면 곧 종말을 맞는다. 새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길, 그 새길이 저는 밤나무에 있다고 봅니다. 그 이야기를 올해 안에 한 권의 책으로 쓰려고 합니다. 제 평생의 꿈인 에덴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 곧 숲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 달리 말하면 농사를 버릴 수 있는 길입니다.
*최성현 ‘개구리’라는 아호를 쓰고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뜻이다. 20대 후반에 자연농법을 만나 인류가 갇혀 있는 거대한 우물을 보는 경험을 황홀하고도 강렬하게 하며 인간 편에서 자연 편으로 건너온다. 30대 초반에 귀농, 그 뒤로 30년이 넘게 자연농법으로 자급자족 규모의 논밭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글과 번역, 그리고 ‘자연농 교실’ 등으로 자연농법의 세계를 알리는 데 힘을 쏟는 한편, 하루 한 통의 손글씨 엽서로 자연생활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짚 한 오라기의 혁명』 『자연농법』 『자연농 교실』 『신비한 밭에 서서』 『어제를 향해 걷다』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공역)』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야심경』 『돈이 필요 없는 나라』 『나무에게 배운다』 『여기에 사는 즐거움』과 같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래서 산에 산다』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 『좁쌀 한 알』 『시코쿠를 걷다』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와 같은 책을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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