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지만 왜 출근하기는 싫은 걸까?
『출근길 심리학』 반유화 작가 서면 인터뷰
일하는 우리에게는 탁월한 능력도,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드는 친화력도 물론 필요하지만, 흔들리지 않으며 중심을 잡고 건강한 직장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2024.02.05)
아침마다 눈 뜨는 게 괴롭고,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거나, 퇴근을 했는데도 일거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당신의 출근길은 아마도 고통스러운 시간이지 않을까? 여기 15년간 수많은 직장인을 만나 상담하며 그들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해 책까지 집필하게 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다. 바로 『출근길 심리학』의 저자 반유화다. 저자를 만나 직장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심리학을 통한 솔루션을 찾아보자.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5년째 내담자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반유화입니다. 지금은 광화문에서 진료하면서 내담자들이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죠. 아무래도 회사가 많은 광화문에는 다양한 직장인 내담자분들이 찾아와 주시는데, 자신의 통제권을 벗어나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에게 어쩔 수 없는 일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제시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을 살펴보니 총 세 개의 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 같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하는 부분들을 각각의 장으로 나눴어요. 그래서 1장에서는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 2장에서는 일하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3장에서는 업무 효율과 성과를 이야기하게 되었죠.
특히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이라 하면 열등감, 불안, 허무, 분노 같은 것들이 있겠습니다. 일하면서 이런 감정들 한 번쯤 안 느껴본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주 일반적이지만 그만큼 고통스러운 감정들이죠. 그래서 책에서도 이런 감정들을 너무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말라고 적었어요. 나뿐만 아니라 모두 어느 정도씩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으니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되고, 다만 이 감정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어떻게 다루는 게 가장 적절할까를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죠.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 잘 담겼다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일하면서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던데, 심리학을 알면 정말 인간관계의 어려움 극복에도 도움이 될까요?
저를 찾아오시는 내담자 분들도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항상 말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인간관계는 저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일상에서의 인간관계랑 회사에서 맺는 인간관계는 약간 다른 것 같아요. 피할 수가 없잖아요. 평소에 마주치는 소위 이상한 사람들, 나를 힘들게 만드는 관계는 눈 딱 감고 제가 피하거나 안 보면 되는데 직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으니까 더 고통스러운 거죠. 저 사람과 어느 정도로 친밀하게 지내는 게 적당한지, 매일 마주해야 하는 꼰대 상사에게는 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협업 부서와의 갈등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늘 고민스럽죠. 당연히 인간관계에 정답은 없겠지만 이 책이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정답을 찾는 데 첫걸음이 되어줬으면 했어요. ‘이런 관계에서는 이런 심리학 법칙이나 저런 심리학 이론을 활용해보면 좋겠다. 나한테는 이 법칙이 잘 맞을 것 같아!’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인간관계에 활용할 만한 심리학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일의 효율과 성과와 관련해서는 어떤 활용 팁이 있을까요?
아마 사람들이 가장 많이 궁금한 파트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제가 원했던 실용적 팁을 가장 많이 줄 수 있는 파트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중제목 서브도 심플하게 정했던 것 같아요. ‘설득의 심리학’, ‘발표의 심리학’, ‘칭찬의 심리학’, ‘미루기의 심리학’… 일하는 마음을 돌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일의 효율을 높이고 성과를 내는 것으로 힘을 얻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 마음에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설득을 할 때 제1원칙은 나부터 설득하는 것, 발표를 할 때는 긴장보다는 설렘으로 감정을 재구성하기, 칭찬할 때는 상대가 소속된 집단과는 무관한 것으로, 미루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면 해야 할 일을 조각으로 분해하기. 이렇게 짧게 설명하자니 이해가 잘 안 될 것 같네요.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조금 더 길게 소개해 줄 만한 내용이 있다면 부탁드릴게요!
‘분노’와 관련된 내용은 요약해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대 직장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출근길 지옥철을 떠올려 봅시다. 문이 열리자마자 내가 내리기도 전에 사람들이 어떻게든 타려고 꾸역꾸역 들어오는 상황인 거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김없이 분노가 치밀 텐데, 이때는 당신의 분노가 어떤 성격인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중요해요. 그 상황에서 ‘지하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내리기 전에 기다리던 사람들이 타는 일은 존재할 수 없다’라는 타인과 세상에 대한 세계관이 깨진 것인지, ‘지하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내리고 난 후에 기다리던 사람들이 타면 좋겠다’라는 타인과 세상을 향한 소망이 깨진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죠. 세계관이 깨진 것이라면 우리는 소망은 여전히 간직하되 세계관을 수정해가며 분노에 제동을 걸어볼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심리학을 알면 그냥 분노를 잠재우려고만 하는 게 아니라 분노의 원인을 찾아내서 좀 더 손쉽게 해결해 나갈 수 있어요.
유튜브 채널 <놀심>을 운영 중이신 최설민님이 이 책을 ‘직장 생활 심리 바이블’이라고 소개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책 소개 간략히 해주세요.
모두 아실 테지만 이 책은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을 나열한 책이 아니라서 누군가를 입맛대로 조종하거나 스스로를 무조건 매력 있어 보이게 하는 데 도움을 주지는 못할 거예요. 그렇지만 일터에서 꼭 필요한 단단하고 유연한 멘탈, 냉철하지만 다정한 마음을 갈고 닦기에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일하는 우리에게는 탁월한 능력도,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드는 친화력도 물론 필요하지만, 흔들리지 않으며 중심을 잡고 건강한 직장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비로소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고 내 마음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책의 ‘마치는 글’에도 적어두었지만 모든 이들의 출근길을 응원하고 싶어요. 두려운 마음에 내 안의 감정을 외면하는 건 오히려 그 감정이 나를 잡아먹게 두는 것과 같습니다. 내 마음을 제대로 알아차리기만 한다면 이미 게임의 절반은 공략한 셈이죠. 무너져 내리려는 내 마음을 알아보고 마주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제대로 맞설 수 있고, 잘 견뎌낼 수 있고, 힘든 마음을 달래며 함께 걸어갈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여러분에게 진심이 담긴 응원의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부속 의료원에서 수련했다. 12년간 1천여 명이 넘는 내담자를 만났고, 여성들이 지닌 다양한 상처에 사회 환경 및 젠더 이슈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았다. 이 문제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여성학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여성학협동과정에서 석사를 수료했다. 현재 광화문에 있는 병원에서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위주로 진료하면서, 내담자들이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9’ 전시에서 개인의 감정을 주제로 진행한 〈토론극장: 우리_들〉에 설치미술가 박혜수 작가와 함께 참여하였으며, 작품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의 제작 및 분석에 협업하였다. 오랜 임상 경험의 정수를 담아낸 첫 책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에는 많은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내적 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깨닫고, 불편함을 온전히 바라보면서도 자기 삶을 단단히 지켜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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