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의 세계를 살아온 두 사람이 들려주는 돌봄 이야기
『돌보는 마음, 위하는 마음』 김주이, 유세웅 작가 서면 인터뷰
누군가를 돌보고, 위하는 마음은 결국 사람들과 함께 사랑을 주고받는 마음임을 깨닫습니다. (2024.01.08)
『돌보는 마음, 위하는 마음』은 간호의 세계를 치열하게 살아온 두 사람이 들려주는 생생한 간호 현장과 간호하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간호사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신임 교수가 된 김주이와 중환자실 간호사에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된 유세웅. 두 사람은 힘들기로 소문난 간호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교환 편지를 시작했다. 이 책은 두 사람이 일곱 번의 계절 동안 나눈 편지 중 마흔 통의 편지를 담았다.
각자 다른 간호의 세계에 있던 두 분이 만나 책을 쓰셨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김주이: 저희는 ‘브런치’라는 글 쓰는 플랫폼에서 만났습니다. 어느 날 저의 브런치 글에 유세웅 작가님이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좋은 간호사로 있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 글을 읽고 유세웅 작가님의 브런치를 방문해서 작가님의 글을 읽고 저도 선생님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제가 있는 간호학 분야에서 교환일기를 쓰듯이 누군가와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어 유세웅 선생님께 같이 글을 쓰자고 제안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유 작가님이 흔쾌히 제안을 수락해 주셔서 우리의 글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유세웅: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브런치를 통해 ‘김주이 교수님이라는 분이 계시는구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즉, 편지를 주고받기 전에는 잘 알던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김주이 교수님으로부터 한번 편지를 주고받아 보자는 제안을 받게 되었고, 이야기를 나눠본 뒤 결정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때가 코로나 시대였는데, 아이패드 너머로 보이는 교수님의 모습에서 좋은 사람, 성숙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교환편지를 일단 시작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유세웅 선생님은 이번 책이 세 번째 책이고, 김주이 선생님은 이번 책이 첫 책이신데요. 두 분이 편지를 주고받던 시간 혹은 책이 나오는 과정 동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주이: 저희가 글을 쓰기 시작한 시기가 COVID-19 상황이기도 했고 서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중이라 비대면으로 소통 후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첫 대면은 13번의 편지를 주고받은 후에야 이루어졌는데 그때 서로가 다음 편지에 담았으면 좋을 내용에 대해서 논의를 했습니다. 저는 유세웅 작가님에게 임상 현장에서의 어려운 면과 그럼에도 우리가 그곳을 따뜻하다고 기억하는 이유를, 유 작가님은 저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글(연구, 성장, 변화)을 쓰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며 그 이후에 더 풍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기분은 어때’, ‘세상의 지식체, 연구’라는 글이 탄생했습니다.(웃음)
유세웅: 저는 원고투고 과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와 김주이 교수님은 MBTI가 정반대(세웅-ISFP, 주이-ENTJ)인데요. 처음 몇 군데 출판사에 원고투고를 보내고 1~2주 기다렸다가 거절 혹은 답장 없음을 몇 번 겪고,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우리가 나눈 글의 가치를 믿고 있었기에 다시 시도했습니다. 그렇게 긍정적인 답변을 자음과모음 편집자님으로부터 받을 수 있었고, 메일에 써 있던 문장을 아직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글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신 편집자님들 덕분에 『돌보는 마음, 위하는 마음』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 간호학 교수로 보내는 요즘의 나날은 어떠신가요?
김주이: 교수라는 직업을 갖고 학교에 와보니 제 역할이 타인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배움의 과정을 통해 직업을 찾아가고, 경제적으로 나은 환경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데요.
학생들이 타인과의 좋은 관계를 형성해서 사랑과 안정을 느끼고, 스스로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본인 스스로도 더 밝아집니다.
저 역시 이 과정에서 제가 하는 일의 아름다운 가치를 찾아가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 역할과 책임 속에서 제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다 보니 여러 가지 일을 맡아 바쁘고도 보람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유세웅: 편지를 주고받을 땐 흉부외과 중환자실 간호사에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일을 배우고 적응하느라 힘들었었는데, 이제는 주어진 일을 잘 해내면서도 환자분들의 마음을 살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제가 마주치는 환자분들을 더 잘 돌봐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책에서 대학원 진학을 도전해봤습니다. 감사하게도 합격하여 2024년부터 연세대학교 임상전문간호대학원 석사과정을 시작합니다. 일과 병행하면 바쁘겠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기에 올해는 앞만 보고 달려가고자 합니다.(웃음)
서로의 편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는 무엇인가요?
김주이: 저는 유 작가님의 ‘네발자전거’라는 글에서 시신 기증 카드를 들고 온 할머니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할머니의 모습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어려운 타인을 생각하는, 임상에서 제가 보아온 수많은 사람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그 마음이 그 글에서 느껴져서 많이 뭉클했습니다.
유세웅: 저는 교수님의 글 중 ‘잘 살아내자’라는 편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간호사-보호자 관계를 넘어서 인간 대 인간으로 다가가고 소통하는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불완전하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서로에게 기대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라는 교수님의 글에서도 울림을 느꼈습니다.
두 분이 편지를 교환하는 동안, 일곱 번의 계절이 지났습니다. 두 분이 편지를 교환하면서 스스로 느낀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주이: 편지를 쓰면서 다음의 마음이 더 단단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간호학을 공부하길 정말 잘했다’, ‘글을 쓰길 정말 잘했다’, ‘많이 사랑하며 살길 정말 잘했다’, ‘도전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세웅: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함께 고민하고 삶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제 삶을 더 풍요롭다고 여기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가능한 만큼 많이, 제가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자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이 계신 현장에서 발견한 ‘돌보는 마음’ 혹은 ‘위하는 마음’이 있을까요?
김주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을 해주려고 노력하시는 교수님들의 헌신을 봅니다. 정해진 수업 이외에도 ‘비교과 활동’이라는 이름의 추가 수업을 열어서 원하는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교수님들의 모습, 학생들에게 학회, 연구 활동의 경험을 쌓게 해주려고 여가 시간에 학생들의 논문지도 및 학회 발표를 지도하는 교수님들의 모습에서 학생들을 향한 ‘돌보는 마음, 위하는 마음’을 발견합니다.
유세웅: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분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무리 직업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해서 급할 땐 끼니를 거르고, 화장실을 뛰어다녀오는 등 환자를 공감하고 위하는 마음이 없다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부디 현장에서 돌보는 마음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근무 환경 개선이 건강하고 안전한 방향으로 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돌보는 마음, 위하는 마음』을 읽은 혹은 읽게 될 독자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주이: 돌보는 마음, 위하는 마음을 ‘돌마위마’ 네 글자로 줄여, 4행시에 마음을 담아 전합니다.
돌!아보면 항상 그 자리에
마!음을 다해 당신을 응원하는 우리가 있어요.
위!로 받고 싶은 날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마!법처럼 당신의 기분을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따뜻하게 안아줄게요.
따뜻해지고자, 밝아지고자, 나아가고자, 행복해지고자 쓴 글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 모두가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유세웅: 누군가를 돌보고, 위하는 마음은 결국 사람들과 함께 사랑을 주고받는 마음임을 깨닫습니다. 사랑을 주고받은 이 책의 이야기가 독자분들께 다정한 위로로 전해지길 기대합니다.
*김주이 연세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간호학 석사, 박사를 졸업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15년간 간호사로 일하다가 현재는 안산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돌봄과 치유의 현장에서 간호사로 일한 경험과 간호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과정 중에 가장 많이 성장하고 돌봄 받고 치유 받은 존재는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제는 글을 통해 돌봄과 성장이 필요한 이들에게 에너지를 전하고자 한다. |
*유세웅 단국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 입사해 심혈관외과계중환자파트에서 4년간 근무한 뒤 현재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심장이식을 전담하고 있으며 장기 기증에 대한 기증자의 숭고한 뜻이 생명 나눔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출간작으로 『아이씨유 간호사』 『간호사가 되기로 했다』(공저)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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