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연말 결산] 올해의 짝꿍 – 이슬아, 이훤
채널예스 2023 결산 특집 (3) - 올해의 순간
저희는 서로의 글을 가장 먼저 읽는 독자예요. (2023.12.14)
지난 10월 이슬아와 이훤은 결혼식을 올렸다. 이슬아 작가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1시간이 넘는 결혼식 영상은 수만 명이 지켜봤고, 이들의 작업만큼이나 남다른 결혼식에 많은 이들이 아름다움을 느끼며 축하를 전했다.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온 이슬아와 이훤은 이제 둘도 없는 짝꿍이 되어 함께 길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두 분은 올해 특별한 동료가 되셨어요.
이슬아: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혼식이었어요. 너무 아름다운 기억이라 잊어버리기 싫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제가 출연한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수가 나왔어요. 대체 왜 14만 명이나 저희 결혼식 영상을 보신 걸까요.
영상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부모님과 하객의 축하 무대부터 신랑신부가 직접 사회를 보기도 했잖아요. 모두가 즐기는 결혼식 같았어요.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힙하달까요?
이슬아: 신기했어요. 사실 저희 결혼식은 참석해 준 친구들도 주인공이었거든요. 평소 알고 지냈던 편집자님들과 소개하고 싶었던 작가들을 서로 연결하는 자리이기도 했죠.
이훤: 열심히 창작하지만 아직 지면이 부족하거나 저희가 생각하는 만큼 빛을 못 본 작가들을 조명해 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어요. 또, 결혼식에 가면 신랑 신부 목소리를 짧은 인사 정도로만 듣고 오잖아요. ‘너무 반가웠다, 연락할게.’ 가장 궁금한 사람들과 가장 적게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2부에는 짧게나마 저희가 직접 사회를 보면서 목소리를 최대한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좋게 봐주셨다니 되게 감사해요.
서로에게 어떤 동료인지도 궁금해요. 함께 일하는 친구에서 이제는 오랜 시간을 함께할 짝꿍이 되었잖아요.
이슬아: 저희는 서로의 글을 가장 먼저 읽는 독자예요. 비슷한 작업자끼리 연인이 되는 건 힘든 일이기도 해요. 많이 싸우기도 하고요. 저희는 서로 응원하면서 조심스럽게, 그러나 빈말은 하지 않으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친구일 때부터 잘 훈련했던 것 같아요.
이훤: 각자 작업물의 성격과 쌓인 역사를 잘 아니까 서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요. 맥락이나 뉘앙스를 잘 알아봐 준다는 점이 되게 고맙죠. 슬아는 눈 밝은 독자이자 뛰어난 기획자라서 책을 만들기 전부터 함께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글을 쓰며 용기가 필요하거나 중요한 부분을 먼저 보여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이 집에 함께 산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초고를 쓰고 나면 마음이 허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옆에 있어 줘서 아주 든든하죠.
이슬아: 바깥일은 주로 제가 많이 가져와요. 우리가 같이 돈을 벌 수 있게 일을 협상하고 조율하는 건 제가 담당하고, 훤은 내조와 돌봄을 잘해주고 있어요. 저는 훤이와 산 뒤로 설거지를 한 적이 없어요. 고양이 똥도 다 치워주죠. 살림을 살피지 않아도 되게끔 해줘서 너무너무 천사같다고 생각해요.
이훤: 제가 마감할 때도 슬아가 잘 돌봐줘요.
이슬아: 그럼요. 돌봄은 상호적이니까요.
이훤: 옆에서 미리 다 챙겨주는 덕분에 예민해질 겨를이 없어요. 머리가 잘 안 돌아갈 땐 두피 마사지도 해주고 차를 내려주죠. 제가 주방 정리를 하는 것은 우리를 위한 것도 있지만, 사실 그냥 좋아서 하기도 해요. 설거지를 다 하고 뽀득뽀득한 그릇을 정렬하는 느낌이 좋아요. 그리고 저희가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고양이에게는 화장실이 얼마만큼 정돈되어 있느냐가 삶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라고 하던데 제가 주방 치우는 것과 비슷한 맥락 같아요.
이슬아: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공대생 출신이라 그런지 고양이 행동학 같은 영상을 엄청나게 보면서 그걸 적용하려고 해요. 고양이의 자존감을 키워주겠다고 사냥 놀이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저랑은 다른 사고방식으로 움직이는구나 싶어요.
이훤: 고양이들의 세계나 생활 질서는 분명히 우리랑은 다를 텐데 이해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이건 공학이라기보다는 인문학적인 것 아닌가요?
이슬아: 묘문학적인 것 아닐까.
2024년에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이슬아: 내년에는 『가녀장의 시대』 각본을 마무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이훤: 저는 지금 집필하고 있는 문학동네 시인선 시집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그리고 마음산책과 작업하는 산문집, 난다와 작업하는 산문집을 열심히 써보려고 합니다. 특히 난다와 작업하는 시리즈는 3년 전부터 하려던 작업을 전부 엎고 새로 쓰는 거라서 더 잘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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