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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앞으로 어떻게 될까?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 배문성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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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은 어떤 지역 집값이 크게 오른다거나 개발 호재 엑스파일로 유망 투자처를 콕 짚어준다는 기존 부동산 도서들이, 고금리와 고환율, 인플레이션이 휘몰아치는 변곡점의 순간에 얼마나 무책임한 억측을 쏟아내고 있는지 조목조목 파헤친다. (2022.11.07)

배문성 저자

팬데믹을 계기로 봇물 터지듯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촉발된 역대급 상승장이 창백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전국적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집값이 2022년 상반기를 지나며 분위기가 급반전하더니 어느새 철퇴를 맞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은 어떤 지역 집값이 크게 오른다거나 개발 호재 엑스파일로 유망 투자처를 콕 짚어준다는 기존 부동산 도서들이, 고금리와 고환율, 인플레이션이 휘몰아치는 변곡점의 순간에 얼마나 무책임한 억측을 쏟아내고 있는지 조목조목 파헤친다.



가장 먼저 이 책의 표지 헤드 카피에 대한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금리는 그런대로 수긍이 가는데,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당신의 부동산을 잠식한다는 문구가 사뭇 예사롭지 않습니다. 요즈음 인플레이션과 환율 때문에 그야말로 난리도 아닌데요.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오르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씀인가요?

책에서는 금리 상승이 집값을 포함한 자산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이해한 뒤 인플레이션이나 환율이 금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경기 침체를 염려하면서도 금리인상을 멈추지 않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지요. 고로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금리를 계속 올리거나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니 자산가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은 조금 더 복잡한데요. 한국 경제가 미국보다 허약한 상태에서 금리마저 미국보다 낮으면,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환율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는 한국 입장에서 환율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원자재를 수입하는 국내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되지요. 가장 바람직한 건 국내 기업의 수출증가 및 외국인 투자유치 등으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인데, 이는 단기간 해결이 곤란합니다. 결국, 단기 대응책은 한국이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좁히는 것이지요. 환율이 오를수록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결국,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진정되지 않고 오르면 오를수록 금리인상 압력이 강해지면서 부동산 침체를 가속·장기화하는 것입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 때문에 '채권'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저자는 채권 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크레딧 애널리스트이기도 한데요. 저자는 이 책에서 아파트가 채권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채권 대학살 시대'가 '부동산 대학살 시대'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채권 시장의 위기가 곧 집값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가요?

채권 시장은 금리에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유동성이 높아서 매매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고, 기관 투자자 중심의 시장이라는 점도 빠른 의사 결정에 한 몫 합니다. 반면, 부동산은 형태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유동성이 낮은 자산인데다 개인 투자자가 주를 이룹니다. 팔고 싶을 때 쉽게 팔리지 않기도 하고, '과연 집값이 떨어질까?'하는 의구심은 섣부른 매매보다는 관망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그러다보니 조정 기간이 짧으면 집값 하락 폭도 제한적이지만, 반대로 침체가 길어지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물량들이 쏟아지면서 하락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 전개됩니다. 문제는 올해 겪고 있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금리인하가 요원하기만 하니, 채권 시장은 반등의 기대가 옅어지면서 하락세가 깊어지고 있지요. 

요약하자면, (1) 금리가 자산가격을 크게 좌우하고, (2) 유동성이 좋은 자산일수록 먼저 조정 받는다는 점에서 채권시장이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즉,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도처에서 투자는 중단되고 자금 회수가 진행되는 양상인데, 환금성이 좋은 채권은 먼저 매도를 당하는 중이지만, 결국 시차를 두고 유동성 환수에 대응하기 위해 부동산 매도가 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책을 읽다보면 기존 부동산 도서나 관련 전문가 및 언론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내용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 특히 "정부는 집값이 떨어지기를 원치 않으며, 결국 정부는 유주택자의 편"이라는 주장은 충격적입니다! 저자의 말씀대로라면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책 내용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첨언하겠습니다. 어떤 정부라도 경제 성장과 안정을 바라는 건 마찬가지죠. 집값의 점진적인 상승은 대체로 소비와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GDP 성장에 기여합니다. 반면, 집값이 급락하면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 정부 입장에서는 집값의 점진적 상승이 가장 이상적이고, 집값이 급락하는 부동산 경착륙은 기피합니다. 최근 집값이 예상보다 급격하게 조정 받자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도 경착륙의 기울기를 완화하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얼핏 보면 정부는 유주택자의 편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상기해보면 이는 상승장에서나 하락장에서나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말입니다. 정부 정책은 가격에 후행하기 마련이라 집값 상승이 지나치면 규제를 강화하고, 집값 하락이 가속되면 완화책을 내세웁니다. 상승과 하락의 기울기를 낮추려는 것이지요. 다만, 상승장에서 각종 규제 강화가 상승세를 꺾기 어려웠듯, 하락장에서 규제 완화 또한 하락세를 바로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지요. 즉, 정부는 무조건 유주택자의 편이라기보다는 내심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바라지만, 시장은 언제나 그보다는 강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하니 정부 정책만으로 대세를 좌우할 수 없다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서울의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란 믿음이 강합니다. 책을 보다보면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 등장하는 사이비 교주 황정민을 패러디해 서울의 집값상승을 맹신하는 일러스트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서울의 집값은 결국 오르게 될까요?

집값은 금리 수준에 맞게 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그때그때 금리 수준에 맞는 집값이 존재하는 거지요. 서울 아파트가 아무리 희소하다한들 그 사용가치는 월세인 것이고, 월세가 소득과 무관하게 무한대로 늘어날 순 없습니다. 지금은 금리 인상을 서두르다보니 기준 금리가 아파트 월세 수익률보다도 높은 상황입니다. 월세 수익률이 예금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집값 조정이 불가피합니다. 그러니 새로운 금리 수준에 맞는 충분한 조정이 이뤄진 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려면 서울 시민의 소득 증가를 바탕으로 월세가 상승하거나, 시중 금리가 낮아져야 합니다. 즉, 집값이 오르려면 경기가 좋아지거나 유동성이 풍부해지거나 둘 중 하나라도 충족해야 하는 것이지요. 금리가 영원히 오를 수는 없으니 언젠가 금리 인상을 멈추고 다시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시행되는 시점을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다주택 투자를 막기 위해 강조해온 '똘똘한 한 채'의 허와 실에 대한 분석도 설득력 있는데요. 지금은 똘똘한 한 채가 더 이상 똘똘하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똘똘한 한 채 주장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말씀인가요?

'똘똘한 한 채' 선호는 리스크를 심화시키는 전략입니다. 물론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졌으니 세후 수익 측면에서는 저렴한 여러 채보다 비싼 한 채를 보유하는 게 유리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위험한 용어가 소위 '영끌'로 최대 가용 자금을 집 한 채에 몰아넣는 투자를 종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누구나 자산과 소득이 증가할수록 더 좋은 지역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커지니 기왕이면 금리가 낮을수록, 나의 소득 상승이 확실할수록 부채를 최대한 활용해서 상급지 아파트를 구입하고 먼저 누리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말하면 금리가 높아질수록, 나의 소득이 불확실할수록 매우 위험해지는 것입니다. 2021년까지 10년 가까이 금리가 추세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최대한 많은 빚을 내서 가장 비싼 한 채에 투자하는 것이 주효했습니다. 수익률 관점으로만 따지면, 과거엔 맞고 지금은 틀린 전략이지요. 하지만 그 누구도 금리가 오르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과 타이밍을 예단할 수 없으니, 리스크 관점에서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틀린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똘똘한 한 채는 우리가 너무 오랜 기간 저금리가 안겨주는 수익에 취한 나머지 리스크를 잊은 데서 불거진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드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Winter is coming'과 영화 <500일의 썸머>를 통해 부동산 혹한기의 시작과 지난 500여 일 동안 계속되었던 유동성 축제의 끝을 위트 있게 설명합니다. 혹한기의 초입에서 이런 질문은 다소 곤혹스럽겠지만,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할 듯한데, 'Spring is coming'은 언제쯤이고, 또 이를 알리는 시그널은 무엇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봄(spring)은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바닥나서 보릿고개, 춘궁기라고 불리는 시절입니다. 즉, 봄날은 하락장의 끔찍함과 지겨움으로 인해 해당 자산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 거론조차 되지 않는 시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봄이야말로 씨를 뿌려야할 시기이지요. 과거 이명박 정부 시기,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침체가 4년 가까이 지속되자 2012~2013년에는 부동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급속도로 사그라들었습니다. 

가령, 2012~2013년 공인 중개사 1차시험 응시자수는 6만명대였는 데, 집값 상승과 더불어 추세적으로 증가한 결과 2020년에는 15.2만명, 2021년엔 18.6만명을 기록했지요. 즉, 대중의 관심이 최고조일 때는 고점, 무관심이 극에 달할 때를 저점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주관적인 느낌에 의존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지표로 가늠해 보는 게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국내 건설사의 영업실적, 증권사 부동산 IB 담당 직원의 연봉,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공공 분양 성과, 언론에서 취합하는 전문가들 의견의 쏠림 정도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저점과 고점의 시그널을 분석했습니다.

이 책에는 영화 <봄날은 간다>, 소설 <소나기>, 예능 <아는형님>, 리얼리티쇼 <전당포 사나이들> 등 매우 다양한 소재를 통해 어둡고 심각한 부동산 시장을 풀어내 독자들을 웃음 짓게 합니다. 무엇보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패러디한 책의 제목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이 인상적인데요. 마음까지 잡아가며 부동산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사랑하는 데는 결심이 필요하지 않지만, 헤어지는 데는 결심이 필요합니다. 영원히 우상향할 것만 같던 부동산이라는 자산에 빠져드는 덴 결심을 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상향의 믿음이 마침내 붕괴된 상황에선 시장을 냉철하고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공부할 결심을 필요로 합니다.

저는 금리의 변화를 계절에 즐겨 비유하는 편입니다. 여름에는 밖에 나가 뛰놀며 활발히 소비와 투자를 즐겨야할 시기이지만, 겨울에 그랬다간 얼어 죽습니다. 겨울은 다가올 여름을 기다리며 차분히 공부하기에 적합한 시기인 것이지요. 어느덧 주택 시장은 변곡점에 들어섰으니, 당분간 하락론자의 우세 속에 상승론자도 강하게 맞서는 양상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상승론과 하락론에 얽매이며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시장을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공부하다보면, 좀 더 객관적이고 냉철한 혜안을 통해 더 나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주택은 원자재처럼 우리 삶에 필요한 필수재이기에 공급이 중요하지만, 대부분 레버리지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수요 측의 금융 또한 지나쳐선 안 되는 요소입니다. 도처에서 말하는 '집값이 언제 떨어진다', '언제 오른다'는 주장은 현재 여건에 기반하고 있으니, 향후 금리와 경기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진중하게 공부하고 나면, 저잣거리의 풍문에 휘둘리지 않고 씨를 뿌리기 적합한 시기가 언제일지 스스로 감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배문성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기업평가, 한국수출입은행을 거쳐 외국계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에서 크레딧 분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고금리의 귀환과 채권의 시대를 전망하며 2021년 말 채권 시장에 뛰어들었고, 시장에서 금리와 밀접하게 호흡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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