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썸머의 친구가 되어주시겠습니까?
『50일간의 썸머』 유니게 저자 인터뷰
인공지능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며, 청소년들이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문제들을 다각도에서 접근하기 위해 세 편의 이야기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2021.12.02)
2020년에 등장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발언과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그보다 앞선 2016년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챗봇 ‘테이’가 비슷한 일로 공개 16시간 만에 정지되었다. 이루다와 테이는 오래지 않아 사라졌지만, 짧은 시간 동안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런 인공지능과 인간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50일간의 썸머』는 “내 앞에 ‘완벽한’ 인공지능 친구가 나타난다면 어떨까?”라는 발칙하고 도발적인 상상력에서 태어났다. 인공지능을 소재로 하여 갈등 없이 완벽하기만 한 인간관계가 정말 좋은 것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를 앞둔 지금, ‘진정한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간 유니게 작가. 그와 함께 나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50일간의 썸머』 추천사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죠. ‘『50일간의 썸머』는 발칙하고 도발적인 소설이다.’ 그 말 그대로 통통 튀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야기였어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셨나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요, 언젠가 특별한서재의 사태희 대표님이 영화 <Her>의 청소년 버전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습니다. 인공지능과 친구가 되는 십 대의 이야기지요. 저는 아날로그적 인간이라 그때까지 인공지능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친구도 만날 수 없는 아이들에게 AI가 친구가 되어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설득되었답니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를 구상하던 중 ‘이루다’ 사건이 터졌어요. 더 이상 인공지능을 낭만적인 시각에서만 볼 수는 없게 된 것이죠. 인공지능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며, 청소년들이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문제들을 다각도에서 접근하기 위해 세 편의 이야기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유니게 작가님의 소설에서는 항상 ‘사람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이번 『50일간의 썸머』에서는 관계에 서툴고 미숙하더라도, 상처받기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어요. 작가님은 글을 쓰실 때 꼭 담고자 하는 것이 있나요?
제 소설 속에 항상 등장하는 메시지는 ‘고통에 직면한 순간에 시작되는 성장’입니다. 고통은 그야말로 누구나 피하고 싶은 것이지만, 고통이 없으면 성장이 어렵잖아요. 물론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거나 더 나쁘게는 인간을 망쳐놓기도 하지요. 하지만 잘 이겨낸 고통은 그 경험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값진 성장을 가져옵니다. 『50일간의 썸머』에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50일간의 썸머』 속에는 세 편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요, 각각 어떤 메시지를 담고자 하셨는지 궁금해요. 또,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50일간의 썸머」에서는 비록 서툴더라도 진정한 교감을 위해 노력하는 관계의 중요성을, 「썸머 베케이션」에서는 인간에게서 받은 상처와 불신을 극복하는 것도 결국은 또 다른 인간이 내미는 손이라는 것을, 「나의 인공지능 친구, 썸머」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담아보았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가장 감정 이입이 잘 되었던 것은 인공지능과의 안전한 관계 안에 숨지 않고 기꺼이 상처받을 것을 감내하며 밖으로 나서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썸머 베케이션」입니다.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 민서, 크게 다툰 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지유의 부모님 등, 불편한 감정을 이기고 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와닿았어요. 작가님께서도 다툼을 통해 성장한 경험이 있나요? 그때의 경험에서 무엇을 깨달으셨는지 궁금해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다툼이 있지요. 다툼이 전혀 없다면 누군가 일방적으로 참고 있거나 혹은 표면적인 관계가 아닌가 살펴보아야 합니다. 저도 다툼과 화해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또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는 상대방의 권리를 존중해줄 수 있는 관계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작중에서도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와 ‘테이’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는데요, 그 사건들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걱정이 앞섭니다.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이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나의 행동이 미칠 영향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겠지요. 인공지능을 운영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모두에게 윤리적, 도덕적 성찰이 필요합니다. 결국 인공지능은 인간의 의지와 의도가 담긴 결과물일 테니까요. 덧붙여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은 부족해 보일지라도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귀한 신의 창조물입니다.
만약 작가님께도 인공지능 친구 썸머가 찾아온다면 어떨까요? 썸머와 친구가 된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음, 제가 좋아할 만한 노래, 책, 영화,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할 거예요. 그리고 제가 운동을 정말 싫어하는데, 매일 운동하라고 잔소리를 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50일간의 썸머』를 읽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썸머의 친구가 되어준 청소년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빛나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에 대해 더 많은 논의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출발선에 『50일간의 썸머』가 함께했다면 정말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요. 여러분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밝고 건강하길 바라며, 여러분 모두를 응원합니다.
*유니게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카톨릭대학교와 연세대학교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2006년 《경인일보 》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첫 청소년소설 『우리는 가족일까』를 출간하여 서울특별시 어린이도서관 청소년 권장도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는 등 큰 주목을 받았으며 많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지은 책으로 『내 이름은 스텔라』 『우리는 가족일까』 『그 애를 만나다』 『원 테이블 식당』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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