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우울한 이유는 유전자가 꺼졌기 때문입니다
『난 그저 잘 살고 싶었을 뿐인데』 추민지 저자 인터뷰
나에게 일어난 충격적인 일이 나쁜 일인지 아닌지는 지금 판단해서는 안 돼요. 그저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내게 더 좋은, 새로운 일이 일어나려고 하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야 해요. (2021.11.10)
『난 그저 잘 살고 싶었을 뿐인데』는 미국, 일본,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치유 강연으로 수천 명에게 찬사를 받은 이상구 박사의 제자가 써 내려간 기적의 이야기이다. 치유를 위해 방문한 뉴스타트 센터에서 아픔을 이겨낸, 그리고 아픔을 치유하려는 수많은 환우들과 직접 생활하며 겪은 이야기들과 그것을 통해 얻은 깨달음들을 진솔하게 풀어내었다. 자기계발서이지만 삶의 기로에 선 작가의 시선으로 담담히 그려낸,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나의 이야기’ 방식은 색다른 자기계발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를 구속했던 모든 것을 벗어 버리는 순간 나는 진정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꺼져 있었던 당신의 유전자를 밝혀 진정한 자유로움과 인생의 진리를 느껴보자.
학창 시절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학교를 다녔고, 직장도 영상 쪽에서 제일 잘 나가는 회사를 다녔었는데 다 그만두고 작가, 학원강사, 유튜버 등 여러 번 새로운 일을 찾아 나가는 과정 속에서 어떤 힘든 점들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영상 쪽 일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지내면서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모든 걸 내치고 하고 싶었던 걸 이것저것 시작했죠. 그런 와중에도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참 힘들게 했어요. 유튜브는 구독자 10만 명 넘기, 학원강사로서 시급 얼마 이상 받기, 베스트셀러 작가되기 등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삶을 살았거든요. 좋은 것들을 뿌리치고 나왔으니 그 이상은 해야 하고,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것만 같았어요. 그 과정에서 몸을 망치기도 했고, 정신을 갉아먹기도 했죠. 나이에 대한 압박감도 심했어요.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서른 살 전에 제대로 하나는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거든요. 대부분 그런 생각들 있잖아요. 서른이라는 나이는 결혼 적령기니까 결혼부터 하고, 결혼하면 아이는 몇 명 낳고, 집은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말이에요. 그러니 인생이 너무 괴로웠어요. 꼭 그때 안 하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요. 그런데 올해 큰일을 겪고 나서 저는 마음을 달리 먹기로 했지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별것 없어. 대단한 걸 이루지 않아도 돼.”라고요. 주변 사람들과 화목하게 그리고 즐기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고 생각하니 인생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사라지더라고요.
‘난 그저 잘 살고 싶었을 뿐인데’라는 제목이 간절함이 있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이 책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제목부터 공감이 많이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음이 울컥한다는 분도 계시고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의 생각이 담긴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잘 살고 싶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아가잖아요. 한국이 또 자기계발의 천국이기도 하고요.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요. 그런데 노력에 비해 결과가 안 나오는 날도 부지기수고, 내가 세워놓은 계획과는 상관없이 덜컥 병에 걸려 모든 일이, 삶이 엉망진창이 되기도 하죠. 저희 가족이 딱 그랬어요. 아버지는 이제 좀 편하게 쉬어볼까 했는데 폐암 판정을 받으셨고, 저는 뭘 좀 시작해볼까 했는데 난소에 난 커다란 혹 때문에 고통을 겪으면서 일상이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대학병원을 왔다갔다하는 환자 두 명이 한 가족이라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돼요. 저희 가족은 해결책을 찾아야 했어요. 그리고 그 대안이 모든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소문이 난 이상구 박사님을 찾아가는 거였지요. 저는 그곳에서 유전자와 생기 그리고 사랑에 대한 엄청난 사실들을 알았고, 이를 제 삶에 적용시켜 나가는 과정을 책에 담았어요.
이상구 박사님의 뉴스타트 센터에서 열 걸음도 안 되는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쑥스러움을 이겨냈다고 했는데, 이 쑥스러움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뉴스타트 센터에서 열흘 동안 생활하면서 강의를 들었는데 마지막 날 개인의 느낌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무대가 엄청 거대해 보인 데다가 어르신들을 두고 어린 제가 나가도 될까 하는 등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나를 주저앉히는 모든 생각들을 물리치고 앞으로 나갔죠. 저는 그때 용기 내길 참 잘했다고 아직도 스스로를 칭찬해요. 쑥스러움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저는 한 사람의 인생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다고 여기거든요. 쑥스러움은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하지 못할 때,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할 때 등 하고 싶은 것을 억누르는 감정이에요.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못 하면 병나는 거 아시죠? 그런 억누름의 경험들이 반복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게 습관이 되어버리고 분출하지 못한 말과 행동들이 마음에 응어리로 남아요. 내가 이런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을 버리는 게 중요해요. 남들의 생각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다 잊어버리잖아요. 그런데 그 순간 내가 하고 싶었던 그 행동을 했냐 안 했냐는 계속 기억에 남아서 나를 괴롭혀요. 그러니 그런 순간이 온다면 쑥스러움을 때려눕혀요. 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책 내용 중에 ‘알파파’와 ‘베타파’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이 단어가 이 책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베타파’를 ‘알파파’로 변환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베타파는 예민하고 신경질적일 때 흐르는 뇌파인데 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안 될 때 이 베타파가 뇌에 흘러요. 반면 알파파는 마음이 평화롭고 기분이 좋을 때 흐르는 뇌파예요. 베타파가 자주 흐르면 우리 몸을 통제하는 유전자가 꺼져버려요. 세포가 해야 할 일을 잘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나면 병에 걸리게 되는 거죠. 베타파가 흐를 때 그냥 그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안 돼요. 베타파를 알파파로 바꾸어야 해요. 베타파를 알파파로 바꾸는 건 바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말이랑 똑같아요. 책에는 다섯 가지 방법이 나와 있는데 그 외로 제가 요즘 실천하고 있는 두 가지 방법을 더 소개해 드릴게요. 첫 번째는 일이 안 풀릴 때는 그냥 신에게 맡겨요. 하늘에 대고 이렇게 말해요. “더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하려고 계획하신 거죠?” 일이 좋게 흘러갈 거라는 걸 믿는 거예요. 그러면 우울했던 마음에 힘이 생겨요. 두 번째는 내가 놓친 것이 없었나 다시 둘러봐요. 더 소중한 게 뭐였는지 되돌아보는 거죠. 스트레스는 굉장히 작은 것으로 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가족과의 따뜻한 포옹, 친구와의 즐거운 대화, 길가에 핀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일 같은 것이죠. 그러면 어느 순간 베타파가 알파파로 변해 있어요. 요즘 단풍이 정말 예쁘더라고요.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그냥 밖으로 나가보세요. 그리고 멍하게 떨어지는 단풍을 바라보며 감탄할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요즘 자기 패배감이나 우울, 어차피 안 될 거라는 절망에 갇혀서 노력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는 거 같아요. 이런 세태에 대해 작가님의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두 가지의 상황이 있을 것 같아요. 너무 큰 일을 꿈꿨을 때, 그리고 노력에 대한 결과가 눈 앞에 보이지 않는 경험이 반복될 때 우울과 절망감에 빠져요. 전자에 해당하는 답변은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거예요. 너무 큰 걸 바라보다 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굉장히 하찮아 보일 때가 있거든요. 그럼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느껴져서 무기력하게 되죠. “지금 이게 뭐 되겠어?” 이런 생각이 자꾸 들어요. 그럴 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해요. 큰 꿈은 잊고, 지금 하고 있는 이 작은 행동들에 집중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 하나를 소중히 여겨야 해요. 이 작은 게 먼 훗날 어떤 크기로 나에게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저는 요즘 이 방법을 사용하고 나서 우울감이 거의 사라졌어요. 후자에 해당하는 생각의 전제 조건은 반드시 내가 노력한 일은 성공으로 결실이 맺어져야 한다는 건데, 반대로 이렇게 생각해보는 거예요. “인생은 원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만약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래?” 이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했어요. “항상 다른 창구를 만들어놓자.” 저도 글로 큰돈을 벌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책이 대박 나는 것, 그건 운과 재능 그리고 노력이 따라줘야 하는데 노력은 내가 할 수 있어도 운과 재능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거든요. 그러니 글쓰기로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글쓰기를 미워하지 않도록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다른 일들도 병행하고 있어요. 항상 플랜 B를 생각하는 거죠. 예전에는 올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자기계발서에 나와 있지만 요즘은 좀 달라요. 급변하는 세상에서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힘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처럼 자신의 상황에 맞게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게 어떨까 해요.
지금은 작가님 몸도 점차 건강해지고 있고, 아버지와의 관계도 좋아졌던데 책 속에 담지는 못했지만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아버지와의 사이가 정말 안 좋았어요. 저희 세대에는 특히 많은 현상인 것 같아요. 주위에도 아버지와 서먹하다는 사람들이 많고, 유튜브 영상 중에서도 조회수가 높고 댓글이 많은 주제가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거든요. 그만큼 서로가 스트레스가 되는 가정이 많다는 거겠죠? 아버지와 저는 병에 걸렸지만 오히려 사이는 더 좋아졌어요. 열흘 동안 이상구 박사님의 강의를 듣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은 몸이 아플 때 가장 잘 낫는 방법이 ‘사랑’이라는 거예요. ‘불화와 질병은 사촌 간이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 가족은 과거의 아픔과 상처들을 딛고 사랑하기로 결심했어요. 아버지 손을 잡아 드리기 시작했고, 안아 드리기 시작했더니 아버지가 제가 수술하는 당일 전화로 “사랑한다 내 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표현을 전혀 못 하던 분이셨는데 말이에요.
요즘은 가족 단체 카톡방에서 기분 표현을 정말 많이 하세요. 요양 병원에 계시는데 매주 일요일마다 뵈러 가거든요. 그런데 2주 동안 못 갔던 적이 있었는데 다음주에 간다고 하니까 “괜찮다.” 하시면서도 시무룩해하는 이모티콘을 보내시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제가 아버지한테 뽀뽀도 했다니까요? 이런 행동이 기적이 아니면 뭐가 기적일까 싶어요. 저희 가족은 오히려 병에 걸려서 더 화목한 가정이 됐어요. 참 아이러니하죠?
이 책을 읽고 있는, 앞으로 읽게 될 독자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드려요.
“암에 걸려서 참 다행이에요.”라고 말한 분이 계세요. 그분은 자는 시간도 쪼개 가며 열심히 사는 삶이 맞는 건 줄 아셨대요. 그런데 암에 걸리고 나서야 자신이 산 삶이 옳지 않았다는 걸 깨달으셨고, 지금은 자연과 함께하며 여유롭고 건강한 삶을 살고 계세요.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좌절하고,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그 일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이분처럼 오히려 그때가 시작점일 수 있어요. 나에게 일어난 충격적인 일이 나쁜 일인지 아닌지는 지금 판단해서는 안 돼요. 그저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내게 더 좋은, 새로운 일이 일어나려고 하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야 해요. 그러면 어떠한 고난도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추민지 학창 시절 내내 공부만 해서 외국어고등학교, 지방대학교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에 들어갔지만, ‘이건 내가 원했던 인생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대학원을 뛰쳐나와 내 성격대로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었고, 3D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학원 강사를 하면서 작가도 되었다. 겉으로는 잘사는 것 같았지만 열등감투성이였던 내가 이렇게 당당해지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고, 내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가 보려고 한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원하던 방향으로 인생이 펼쳐지는 것 같아 이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유튜브 채널 ‘운 좋은 언니’를 통해 사회가 원하는 대로 자신을 끼워 맞추다가 기가 죽어 자신의 무대를 펼쳐 나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말을 마음속에 품고 다니며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떠올린다. 이 말을 인생에서 쓰지 않기 위해. ▶ 인스타그램 : @chuminjii ▶ 유튜브 : 운좋은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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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우울한 이유는 “당신이 유전자가 꺼졌기 때문입니다!” 『난 그저 잘 살고 싶었을 뿐인데』은 미국, 일본,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치유 강연으로 수천 명에게 찬사를 받은 이상구 박사의 제자가 써 내려간 기적의 이야기이다. 치유를 위해 방문한 뉴스타트 센터에서 아픔을 이겨낸,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