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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활동이 막막한 교사와 활동가들을 위한 책

『청소년 활동, 어떻게 할까?』 이승훈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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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 시대 수많은 청소년들이 온라인으로는 접속하고, 연결되고 있어요. 하지만 청소년들이 메타버스, 가상현실 속에 계속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시겠죠? 삶터인 마을과 청소년들이 연결되어 실제 경험을 만드는 데 많은 분들이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 (2021.11.09)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는 청소년이 나다움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며 마을의 둘레 사람들과 공터 일꾼들의 작당모의가 벌어지는 곳이다. 꿈나르샤, 와글와글 어린이 잔치 등의 축제 기획, 공터의 공간 리모델링, 수십 개의 동아리가 벌이는 이벤트와 프로젝트, 방과후 활동 및 진로 교육 등 청소년이 삶의 주체가 되는 마을교육공동체이다.

『청소년 활동, 어떻게 할까?』는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가 10년 동안 벌여온 모든 청소년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청소년들이 직접 하는 다양한 활동, 교사나 활동가가 청소년들을 위해 하는 모든 활동을 담고 있다. 청소년 활동에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하는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청소년과 함께 하는 활동을 전국에서 벌여 나가기를 기대한다.



『청소년 활동, 어떻게 할까?』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요?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공터)가 개관한지 5년이 되었을 때 『우리가 사는 마을』이라는 책을 학교도서관저널을 통해 출판하게 되었어요. 도서관이자 청소년문화의집이라는 독특한 시설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 출판사에서 관심을 가져주셨죠. 이후 10년이 되면 다시 공터 이야기를 정리하자고 생각했어요. 여전히 공터가 하고 있는 활동들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청소년센터, 도서관, 학교 등에서 일하시는 분들께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어떻게 하나요?” 하고 물어오셨어요. 마을 주민회 활동가들 중 “청소년 프로젝트 활동이 고민되어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청소년들과 책 활동을 하고 싶은데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알려 주세요?”라는 분들, “청소년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질문의 답을 책으로 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게다가 공터 리모델링과 코로나 상황까지 닥치니까 저 역시 방향을 못 잡겠더라고요. 앞으로 무얼 해야 하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라고 하는데, 마을 사람들과 모이고 둘러앉아 해왔던 일들을 이대로 계속 하는 게 맞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즈음 학교도서관저널에 오선이 팀장님께서 기억하고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고, 연락을 주셨고, 많은 용기와 도움 주셨어요.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는 어떤 공간인지 궁금합니다.

자유가 넘치고, 재미있는 청소년시설이면서, 마을 문화를 만드는 살아 있는 도서관이에요. ‘청소년의 뜰, 마을 우물터’라고도 불러요.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과 유스카페에서 놀려고 아이들이 막 뛰어오는 곳이고, 학교 밖 청소년에게는 아지트가 되기도 하지요. 또 부모님이 일하러 간 사이에 어린이 돌봄 기능도 하고, 여러 프로젝트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배우는 곳이기도 해요. 사실 코로나 이후로는 활기가 줄어들었어요. 이전에는 라면도 끓여 먹고,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노래도 실컷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것이 어려워졌어요. 그래도 여전히 청소년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청소년들이 자기 삶의 구체적인 경험을 만드는 공간이긴 합니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멈췄어도 공터 청소년들의 활동들은 꾸준히 계속되었거든요. 공터는 그린나래, 청소년사서 등 어린이, 청소년, 주민들의 자치 모임들이 많은데요, 이 자치 모임들이 공터를 움직이는 힘이고, 파트너예요.

지자체, 교육청, 학교, 마을주민회, 학부모모임, 도서관, 청소년센터 등에서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고요? 마을교육공동체란 어떤 개념인가요?

교육의 책임이 이제 학교에만 있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요.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육정책으로도 펼치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함께하는 운동적 성격이 있어요. 더 좋은 교육을 선택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이 함께 책임지고, 참여해서 변화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교육이라는 말이 왜곡되어 있어서 “마을교육공동체 하면 내 아이가 좋은 대학 가느냐?”고 물으실 거예요. 성적이 오를 수도 있지만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교육 격차가 학습 격차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관계의 격차, 경험의 격차, 문화의 격차 등도 있죠. 

그래서 마을교육공동체의 지향은 온 마을이 경험의 숲이 되고, 학습 공원이 되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해요. 청소년은 그 속에서 탐구자로 연결되는 거죠. 그동안 우리는 교육을 학생에게만 집중했는데 마을교육공동체는 학생뿐 아니라 학교, 마을, 주민 모두가 동반 성장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어요.

청소년이 나다움을 찾을 수 있는 공간, 이런 공간을 꾸리기 위해서는 어떤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요? 청소년들이 원하는 공간은 어떤 공간인지 궁금해요.

우선 환대 있어야 한다고 봐요. 청소년 시기에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는 것은 자연스러워요. 하지만 답을 찾기 쉽지 않죠. 내가 잘하는 것은 무얼까,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해도 될까 이런 조심스러운 마음을 지닌 사람들에게 환대는 편안함을 주어요. 환대라고 해서 일부러 친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해요. 이 분위기와 문화는 먼저 결합된 청소년들이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그래서 청소년과 함께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또한 멋스러운 인테리어도 중요하지만 청소년 공간에는 자유로움이 있는 것이 중요해요. 물리적 공간도 학교 교실과 같지 않아야 하고, “하지 마!, 금지!!”라는 말은 하지 말고, 간섭이 적어야 해요.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두라는 것은 아니에요. 낯선 공간은 누구든 어색하게 만들어 버리거든요. 그래서 공간을 처음 만나는 청소년에게 자유롭게 이용하라는 말은 어떨 때는 무책임하게 느껴져요. 마을 놀이터와 익숙한 골목길에서 우리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공간에 대한 이해와 공간 사용 경험, 사람들과의 관계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득했기 때문이잖아요. 따라서 청소년 공간의 운영진은 새로운 청소년을 환대로 맞이하고, 낯선 공간을 잘 안내해야 해요. 초기 이용 경험이 긍정적일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해요. 공간 곳곳에 비치된 설치물과 사용법을 설명하고, 공간에 상주하는 사람들과 인사 나눌 수 있도록 돕고, 공간에서 활동하는 다른 청소년들을 소개하며 차근차근 관계를 맺어갈 수 있어야 해요. 공간 사용 경험이 생기고, 공간의 문화를 이해하며, 몇몇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 할 수 있을 때 청소년은 자유로운 이용자가 되거든요.

청소년들이 가장 적극적이었던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팔딱팔딱’이라는 놀이동아리 청소년들은 흥이 많고, 적극적이에요.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어 보겠다며 시작했는데, 스스로 여름방학 놀이캠프, 놀이 워크숍, 동생들과 함께하는 움직이는 놀이터 등을 직접 준비해서 운영해요. 놀이가 가진 힘이 있거든요. 누구나 가장 주체적인 사람이 되는 순간이 놀이에 있잖아요. 팔딱팔딱은 전통적인 놀이 만을 하는 게 아니라 계속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 요즈음에는 놀이를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리며 놀아요.

공터에서는 매년 70~80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사회참여 활동을 하고 있다고요. ‘시작된 변화’ 활동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시작된 변화는 이름처럼 변화를 만드는 작은 시도들이에요. 10년 전에는 6개 그룹에 소수의 청소년들이 참여했지만 지금은 노원구 전역으로 확대되고, 40여 개 동아리가 함께 참여하고 있어요. 공터는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간사기관이면서 시작된 변화 공터점을 운영하는데요, 대단한 일을 하기보다 자기 삶과 연결된 작은 이슈들을 찾아 변화를 만들어요. 예를 들면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이 반 친구들의 건강을 걱정하며, 걷기 운동 모임을 조직하거나, 동네 청소년들이 가 볼 만한 맛집 지도를 그리고, 동네에 고마운 분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는 등의 활동들이지요. 하지만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 인권문제 등의 이슈에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시도들을 하고 있어요. 작지만 구체적인 변화라고 할까요. 매년 11월에는 이런 변화를 만들어낸 청소년들이 자신의 글과 말로 정리해 서로 공유하며, 더 큰 경험을 만들어요. 코로나로 2020년과 2021년에는 유튜브를 통해서 공유하며 세상과 연결하고 있어요.

청소년들과 함께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청사토론이라는 프로젝트예요. 청소년들이 나눌 이야기를 생각하고, 책을 고르고, 사람들을 초대하고, 발제문을 만들고, 토론회 사회를 보는데요, 마을 사람들이 청소년과 함께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지요, 청소년들과 함께 지리산을 무박2일간 종주한 프로젝트도 잊을 수 없어요. 누구도 하지 못한 프로젝트를 줄여서 누하프라고 부르는데요, 등반 프로그램이니 안전을 위해 마을 어른들이 함께하지요. 봄, 여름에 매년 열리는 와글와글 어린이 잔치와 청소년 축제 꿈나르샤도 빼놓을 수 없고…… 하나만 뽑기가 힘드네요.


말하는 벽. 흰색 계단 벽에 청소년들의 활동 소개와 하고 싶은 말들을 붙여서 이용자들이 볼 수 있게 했다.

청소년들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학부모나 교사들이 많은데요, 청소년들이 공터를 찾고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공터에는 말하는 벽이 있거든요. 근데 몇 해 전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세요!”라는 포스터가 크게 붙은 적이 있어요. 청소년과 소통하는 첫 번째 노하우를 꼽으라면 나이가 많다고 함부로 지시하지 않는 거예요. 청소년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때는 이렇게 해 보세요. 우선 어떻게 왔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물어보세요. 그리고 여러 활동들을 소개해 주시고요. ‘질문하고, 보여주고, 기다리기’가 노하우라면 너무 간단한가요? 거기에 또 한 가지 노하우가 더 있는데요, 그건 퍼뜨리기예요. 우선 작은 변화를 만들고, 천천히 퍼져나가도록 해야 해요. 무기력해 보이는 청소년들이 한꺼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거든요. 소수지만 성취를 경험한 청소년들이 있다면, 다른 친구들을 불러 모으는 데 함께 나서 줄 거예요.

마지막으로 청소년 활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연결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 시대 수많은 청소년들이 온라인으로는 접속하고, 연결되고 있어요. 하지만 청소년들이 메타버스, 가상현실 속에 계속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시겠죠? 삶터인 마을과 청소년들이 연결되어 실제 경험을 만드는 데 많은 분들이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




*이승훈

덴마크에는 가 본 적 없지만 덴마크, 마크 삼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의 센터장. 스스로를 마을형 미남이라고 소개한다. 성공회대학교에서 대학 공간을 청소년에게 여는 ‘청소년문화공간 깨다’ 간사로 일했다. 부산 모라, 만덕종합사회복지관에서 청소년담당 사회복지사로 청소년들과 호흡했다. 2003년 교육부에서 시작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 사업으로 해운대구 반송동 중학교 교육복지사, 교육청 프로젝트 조정자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지역시민단체의 회원으로 반송동 느티나무도서관 만들기에 참여하고, 지역교육복지 네트워크 희망의사다리운동도 펼쳤다. 대학, 복지관, 학교, 행정기관 그리고 마을, 다양한 곳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일구는 일을 해 왔다. 2010년부터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에서 도시 속 마을교육공동체를 꾸려가는 일을 하고 있다.




청소년 활동, 어떻게 할까?
청소년 활동, 어떻게 할까?
이승훈 저
학교도서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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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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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활동,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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