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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고요?

『남편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박승준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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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관련 소재를 망라하여 주방이란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인생 2막이 흥미롭다. 진지하고 유쾌한 필치로 전하는 이야기는 주방을 넘어 우리의 삶 전체를 성찰하게 한다. (2021.08.09)


주방일에 지친 주부들은 흔히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라고 말한다. 은퇴를 준비하던 베이비붐 세대 저자는 30년 가까이 주방에서 고생한 아내를 대신하여 ‘제일 맛있는 밥’을 짓기로 자청했다. 그로부터 약 4년. 주방이란 신세계와 부딪치며 기록한 서툰 은퇴 남편의 주방 적응기, 『남편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를 펴냈다. 2021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된 이 책은 ‘은퇴’라는 처음 접하는 시간과 ‘부엌’이라는 낯선 공간의 이중고를 겪는 은퇴자들에게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주방은 나의 것>, <감자야 미안해>, <만두는 추억을 싣고> 등 3개의 장에 담긴 흥미로운 인생 2막. 은퇴 후 ‘삼식이’가 될 것인지, ‘세상에 하나뿐인 그대’가 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면 꼭 만나보시길. 



책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언뜻 보면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인데, 자세히 보면 “남편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라는. 이렇게 제목을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말씀하신 대로 읽히기를 바라고 지었습니다. 제가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연재를 시작했는데, 그때 붙인 제목은 “나는 요리한다 고로 존재한다”였어요. 은퇴 후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존재감을 찾았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죠. 그런데 출판사 쪽에서 ‘너무 무겁다’는 의견이 나와서 다른 후보들을 검토하다가 지금 제목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주부들이 흔히 하는 말, 하지만 ‘남’과 ‘남편’이란 한 글자 차이가 주는 반전의 재미. 저도 이제는 아내가 외식하자고 말하면 즐거워요. 남자든 여자든 주방을 지키는 주부(主婦, 廚夫)의 마음은 같으니까요.

베이비붐 세대 남성이 주방일을 전담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남성과 주방, 이 조합은 세대별로 편차가 커보입니다. 1960년생인 저의 윗세대는 물론 제 또래들만 해도 가부장제 영향으로 주방에 들어가는 일조차 드물었습니다. 최근 정년퇴직한 동기한테 “부엌일 하지?” 했더니 전혀 안 하다가 최근에는 한다고, 뭘 하냐고 되물었더니 “설거지”라고 답하더군요. 그러나 저보다 몇 년 아래 후배들은 대부분 설거지는 기본이고, 간단한 요리 정도는 하는 것 같습니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자주 들리던 말이 ‘삼식(三食)이’였어요. 직장 생활할 때는 집에서 한 끼도 먹을까말까 하다가 은퇴 후에는 하루 세 끼 차려내라고 하니 귀찮다며 아내들이 남편을 그렇게 부른다고.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사실 그런 말 들으면 자존감 떨어지죠. 그래서 저 자신과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도 삼식이는 되지 말아야겠다 결심했습니다. 30년 동안 아내가 주방일 하느라 애썼으니 이제는 선수 교체를 해주자고. 아내도 다행히(?) 주방일을 반드시 자신이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크지 않았고, 제가 만든 음식은 무조건 맛있다며 잘 먹어주었어요. 이것이 아내의 ‘큰 그림’이었는지도 모릅니다만. 하하.

이 책에서 작가님은 스스로를 이기적인 남편이라고 하셨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오히려 그 반대인 듯합니다. 혹시 주변 남성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시는 건 아닌지?

제가 가정생활, 부부 관계에서 추구하는 지향점이 있습니다. 그건 가정생활이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요즘 들어 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여성이 억울한’ 사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적어도 제 아내만큼은 그렇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결혼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맞벌이할 때는 똑같이 가사를 분담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30년 가까이를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은퇴 후 백수가 되면서 그 가정생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 바탕에서 생각해 낸 것이 제가 주방일을 전담하는 것이었죠. 4년 동안 해보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고 나름 재미도 많이 느낍니다. 어쩌면 저는 전생에 대장금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너무 많이 나갔네요).

주방일을 하고는 싶지만 무엇부터 해야 될지 모르겠다, 영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은퇴자들에게 한말씀 하신다면?

처음부터 주방일과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물론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주방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이미 여성들이 아주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입증해 주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능력’보다 의지나 마음이 아닐까요. 내가 해야겠다는 마음, 그리고 이걸 통해 아내와 가족에게 기쁨을 안겨주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나머지는 모두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실질적인 팁을 드리자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라,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부터 하라”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런 점에서 즉석식품을 그냥 먹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조리 과정을 가미해서 요리해 먹는 것은 아주 좋은 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제가 만드는 짜장면을 들 수 있고요.

첫 책은 세종도서 문학나눔(『손바닥만한 희망이라도』), 이번 두 번째 책은 우수출판콘텐츠에 각각 선정되셨습니다. 이처럼 작가님의 책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번 다 운이 좋았죠. 원래는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갖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전문 작가도 아니고 SNS를 통한 소통과도 거리가 먼 ‘보통 아저씨’의 글을 출판사가 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웠죠. 그 첫 책이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다며 좋아하는 출판사 대표를 보며 생각했어요. ‘아, 민폐는 면했나 보다.’ 덕분에 예정에 없던 두 번째 책까지 내게 됐고요. 그런데 이번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소식을 듣고는 ‘이게 뭐지?’ 싶을 만큼 얼떨떨했습니다. 저도 잘 모르겠지만 굳이 선정 이유를 찾아보자면 저의 인생 이력 자체가 베이비붐 세대의 보편성을 띠기 때문이 아닐는지. 25년 가까운 직장 생활과 3년여의 카페 자영업자, 그리고 은퇴 생활. 50대 중년 카페 주인으로서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쓴 게 첫 책, 집으로 완전히 물러나 주방일을 전담하며 쓴 게 이번 책이니까요.

작가님의 글 속에 소소한 일상이 녹아들어 새롭게 재해석되고는 합니다. 평소 글쓰기를 위해 노력하는 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글쎄요. 예전에 라디오와 케이블 방송 PD로 15년 정도 일했는데, 그때 기록하는 습관이 붙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일을 접하면 남들보다 조금 더 신기해하는 편이고요. 무엇보다도 기록하는 습관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해외여행 하면서 메모해 놓은 수첩이 대략 20권 가까이는 될 겁니다. 그 메모들이 그냥 수첩 안에 갇혀 있어서 안타깝긴 하지만... 요즘은 핸드폰의 메모장을 이용합니다. 편하고 유용해요. 참, 가장 중요한 것. 많이 읽는 겁니다. 많이 읽어서 차고 넘치면 아마도 쓰게 될 겁니다.



책 마지막에 실린 <마치며>의 제목이 ‘앞으로도 주방에 있을 겁니다’예요. 주방일 외에 슬기로운 은퇴 생활을 위한 또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은퇴 후 무료하다는 이들이 많은데 주방일을 책임진 후로는 하루 24시간이 빠듯합니다. 하루 세 끼 차리는 데 드는 시간만도 최소 4시간 반, 일주일에 두 번 받는 피아노 레슨과 연습, 일주일에 두 번 브런치에 글쓰기. 인생 2막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봉사 활동이나 텃밭 가꾸기, 외국어 등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좋겠죠. 그리고 저처럼 주방에 입문하면 최소한 ‘먹고사는 일’은 해결됩니다. 앞으로 저의 직업은 ‘주부’이고, 취미는 피아노 연주가 될 듯합니다. 수시로 저를 자극하는 아내만큼 피아노를 잘 쳐보고 싶습니다. 참 여러 가지 욕심을 내는군요. 하하.




*박승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화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 졸업. 이후 25년간 케이블 TV PD 등을 하며 직장생활을 했다. 그다음 3년은 카페를 운영했으나, 적자가 나서 스스로 돈 버는 일에서 은퇴했다. 은퇴 직전인 2016년 말 카페 자영업자의 심경을 표현한 첫 에세이집 『손바닥만한 희망이라도』를 펴냈다(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2017년 여름부터 집에서 주방일을 전담하고 있다. 한 주에 몇 시간 노동하는지 모르는 채 아내와 둘이 잘 먹고 산다. “주방일은 재미있다”라는 주문을 자주 외우며, “재미없는 일은 하지 않겠다”라는 황당한 소리를 수시로 뇌까린다. 피아노에 입문했고, 틈나는 대로 여행한다.



남편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남편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박승준 저 | 강승연 그림
오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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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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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박승준> 저/<강승연> 그림12,6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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