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지 “망한 주식 이야기가 책이 됐어요”
『일희일비의 맛』
‘건실하게 자산을 굴려보자’고 포부를 다지며 십 년 만에 주식 투자를 다시 시작했는데 곧 코로나가 터져서 장이 폭락했어요(웃음). 저는 운명론자에 가까운데요. 그때 뜬금없이 주식이 하고 싶었던 건 책을 쓰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 같아요. (2021.08.04)
올해 2월, 출판사 ‘드렁큰에디터’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주식 에세이 원고를 공개 모집한다는 포스팅을 보았다. SNS로 단행본 저자를 찾는 방식도 신선했지만, 특히 흥미로웠던 건 주식을 에세이로 풀어낸 기획이었다. 주식만큼 감정의 파고가 큰 경험도 드문데, 왜 이 이야기는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겼던 걸까. 기대에 부풀어 책을 기다렸고, 평범한 개미의 일상이 담긴 『일희일비의 맛』이 출간됐다.
홍민지 저자는 자칭 “10년차 주린이”다. 회사 선배들을 따라 얼떨결에 주식에 발을 들인 지는 꽤 되었지만 지난 투자 인생은 대체로 “망하고 물린” 시행착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원고 모집 공고를 보고 그가 처음 한 생각은 ‘다른 건 진짜 잘 쓸 수 있는데, 왜 하필 주식이야?’였다고.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없을 것 같아 마음을 접었지만, 사흘 밤낮 아쉬움이 가시지 않았다. 아무 것도 모른채 주식에 뛰어들었던 날처럼 대책 없이 원고를 써서 보냈고, 마침내 저자로 선정됐다. 그는 책을 쓰면서 “인생에 허튼 삽질이란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독자로서 『일희일비의 맛』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도 그렇다. 주식 이야기가 궁금해 펼쳤다가 인생을 생각하게 되는 책. 개미가 아니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주식 에세이다.
홍민지 저자는 광고회사 ‘이노션’의 광고기획자를 거쳐 현재는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햇수로 10년차 개미가 되었지만 투자보다 쇼핑을 사랑한 기간이 더 길다. 주식도 쇼핑하듯, 다양한 종목을 사고 판 경험으로 첫 책을 출간했다.
드렁큰에디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원고를 공개 모집하고 책이 출간되는 과정을 지켜봤어요. 어떻게 응모를 하셨나요?
평소 좋아하던 출판사라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원고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올라왔어요. 보자마자 ‘딱 날 위한 기회다!’ 생각하며 내용을 읽어 내려갔더니 하필 주제가 주식이더라고요(웃음). 제가 쓸 수 없는 영역인 것 같아 아쉽게 넘길 수밖에 없었죠. 그때만 해도 주식에 대해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흘려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 거예요. 고민할 시간에 뭐라도 해보고 결정하자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일주일 정도 샘플 원고를 쓰고, 짤막한 기획안과 가목차를 작성해 보냈죠. 전문성이 필요한 주식 이야기는 제 영역이 아니라서 ‘전직 맥시멀리스트 쇼핑왕의 주식매매일지’를 콘셉트로 출간기획서를 작성했어요.
어떤 원고를 써서 보내셨어요?
‘봉준호 테마주와 샤넬백’ 원고였어요.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수상을 앞두었을 때, 제가 봉준호 테마주를 매수해서 일주일간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탔거든요(웃음). 제 주식 인생 중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라 그런지 후루룩 써졌어요. 드렁큰에디터 대표님께 연락이 왔을 때도 “봉준호 에피소드 재미있게 봤어요”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요. 저의 오디션 곡이나 마찬가지인 원고죠.
첫 미팅 후 한 달만에 탈고를 하셨다고요. 집필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정확히는 초고를 한 달만에 썼어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으니 성격상 얼른 기획 잡고 스케줄에 맞춰 원고를 써야 하는데 너무 막막하더라고요. 솔직히 공포감에 가까운 느낌이었어요(웃음). 뭘 써야 할지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 먼저 엑셀 시트를 하나 만들고, 생각나는 에피소드를 하나씩 채워봤어요. 어떤 종목을 어떤 타이틀로 쓸지, 순서와 분량은 어떻게 할지 스스로 가늠을 해본 거죠.
편집자님께서 원고에 대해 들려준 피드백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지속적으로 해주셨고요. 수익률과 매수가, 매도가를 공개하면 어떠냐고 제안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처음에는 ‘나처럼 소소한 개미의 수익률을 사람들이 궁금해할까?’ 싶었는데, 나중에야 깨달았어요. 편집자님도 주식하는 개미 중 한 사람으로서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포인트를 잘 짚어주셨다는 걸요.
또 무엇보다 개미들의 공감대를 얻는 게 큰 목적이었기 때문에 가급적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썼으면 좋겠다는 가이드를 받았어요. 원래 남이 돈 잃은 얘기가 더 재미있는 법이라면서요(웃음). 덕분에 저의 투자 원금과 삽질 스토리가 책에 적나라하게 담기게 됐죠. 다시 과거로 돌아가 수치들을 복기하니, 집필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손해를 본 날의 회한과 슬픔, 울분 같은 것들이 생생하게 떠올랐거든요(웃음).
주식 이야기는 보통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잖아요. 주식 에세이를 출간하고 주변의 반응이 어땠어요?
가까운 지인들에게 출간 소식을 알리면서 어떤 장르의 책일지 맞춰보라고 했는데 단 한 명도 맞추지 못했어요. 나중에 주식 에세이라는 걸 알고는 심지어 “너 주식해?”라며 다소 충격을 받은 듯한 지인들까지 있었죠(웃음). 반면 “네가 쓴 주식 책이라면 나도 읽어보고 싶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제가 어떤 삶을 지향하는지 아니까 딱딱한 주식 책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독자분들 중에도 실제로 주식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일희일비의 맛』은 만만함이 장점인 것 같아요(웃음). 저도 주식을 잘해서 쓴 게 아니니까요. 주식에 대해 말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난 저의 감정과 에피소드로 채운 책이기 때문에 주식에 관심이 없어도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코로나가 터지기 2개월 전, 근 10년을 쉬었던 주식을 공교롭게도 다시 시작했다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보통 새해를 앞두면 큼지막한 쇼핑을 하거나,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그때는 이상하게 재테크가 하고 싶더라고요. ‘새해를 맞이했으니 이제 건실하게 자산을 굴려보자’고 포부를 다지며 주식 투자를 다시 시작했는데 곧 코로나가 터져서 장이 폭락했어요(웃음). 투자에는 워낙 소질이 없었고, 소비지향적인 삶에 충실했던 사람이라 큰 충격을 받진 않았지만 헛웃음이 나더라고요. 다시 주식 시작한다고 나름대로 공부해서 삼성전자를 매수했는데 역병이 터지다니… 저는 운명론자에 가까운데요. 그때 뜬금없이 주식이 하고 싶었던 건 책을 쓰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 같아요.
혹시 투자 일지를 쓰세요? 수년 전 매수한 종목에 대해서도 세세히 기억하고 계신 게 인상적이었어요.
꼼꼼하게 투자일지를 쓰는 성실한 투자자였다면 아마 이 책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겠죠?(웃음) 어떤 이야기를 쓸지 엑셀 시트를 하나씩 채워가며 기억을 더듬다 보니 제가 꽤 많은 종목을 사고 팔았더라고요. 잊고 지냈던 전 직장의 우리사주(근로자가 취득한 자기 회사의 주식)도 그 과정에서 갑자기 떠올랐어요. 그럴 때마다 주식 앱에 들어가서 10년 전 데이터를 다시 검색해봤어요. 얼마에 사고팔았고, 얼마나 잃었는지 따지면서 유적 발굴하듯 종목을 하나하나 건져 올린 거죠(웃음). 다시 보니 너무 일찍 팔았거나, 고점에 물렸던 종목이 대부분이라 가슴 한편이 아렸는데요. 집필 자체가 즐거운 과정이었기 때문에 쓰라린 에피소드를 찾으면 쾌감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 이 감정을 풀면 되겠다’ 라며 마치 에피소드 사냥꾼처럼 저의 지난 주식 역사를 곱씹었어요.
10여년의 주식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종목은 무엇인가요?
이 책의 시작과도 같았던 봉준호 테마주 ‘바른손이엔에이’요. 그 경험이 없었다면 책상에 앉아 원고를 써볼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 거예요. 주가가 쭉쭉 오르는 걸 보며 욕심내서 시드 머니를 늘렸고, 이후로도 주가가 계속 전고점을 갱신해서 매일 흥분상태였는데 순간적인 매도 타이밍을 놓치니까 수익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저의 개미라이프 시즌2를 열었던 기점이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주식에 재미를 붙이게 된 순간이라 특히 기억에 남아요. 이후 이어진 두툼한 삽질의 역사로 책을 한 권 채웠으니 저에게는 가장 특별한 종목이죠.
여러 번 실패의 맛을 경험한 결과, 현재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계시는 듯 보여요. 지난 경험을 발판 삼아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투자 원칙’이 있다면요.
쇼핑은 일시불, 주식은 할부! 입니다. 제가 들어간 구간이 희대의 저점일지, 다시 오지 않을 고점일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과거의 저는 주식을 소유의 대상으로 보고, 사고 싶으면 고민 없이 턱턱 일시불로 매수를 했어요. 이 버릇 때문에 자꾸 고점에 물린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분할 매수 원칙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고 노력해요. ‘주식은 대응’이라는 생각으로 정해진 예산 내에서 차근차근 몇 주씩 사 모으는 방식을 고수하면, 최소한 복구 불가의 내상을 입을 정도로 손해를 볼 확률은 줄어드는 것 같아요. 시장은 늘 변하는 유기체니까요.
애써 모은 돈을 한 번에 잃기도 하는 게 주식입니다. 그럼에도 계속하게 되는 매력은요?
자본주의 시장에서 나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안도감 같아요. 주식에 한번 발을 들이면, 마음고생하는 날이 많지만 원금을 그냥 계좌에 두고 0에 수렴하는 것보다 내 돈이 플러스, 마이너스되는 과정을 보는 자체가 주는 역설적인 안도감이 있더라고요. ‘나는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데, 내 돈은 계좌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안 되지 않나?’ 라는 경계심이 들기도 했던 것 같고요. 주식 자체가 주는 재미도 있지만, 돈도 일을 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작용했던 거죠.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10여 년간 소비지향적인 소유의 삶을 추구해 온 스스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한몫을 했을 거예요.
투자에 관한 에세이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거나 염려스러운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에세이는 저자의 생각과 관점을 비롯해 감정과 말투까지 글에 비추는 투명한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게 독자들이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일 테고요. 그런데 여기에 숫자와 돈이 얽히니 제 감정과 에피소드뿐 아니라 잔고 사정, 투자 히스토리가 낱낱이 공개되더라고요. 투명하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로 맑아지는 느낌이었어요(웃음).
책에 “주식 쇼핑은 아주 고독하고 은밀한 솔플(솔로 플레이)의 세계(88쪽)”라고 표현한 구절이 있어요. 보통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고서야 투자 수익률까지 솔직히 이야기하진 않잖아요. 손해를 보고, 마음 아팠던 이야기를 하는 게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어요. 그런데 몇 번 구체적인 이야기를 글로 풀어가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한두 편씩 글이 쌓이다 보니 솔직하게 쓰는 것만이 독자를 몰입시키는 방향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사실 주식 에세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없으니, 그저 이 길이 맞는 길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재미있게 작업을 했죠.
‘내가 주식을 할 상인가’ 꼭지를 인상 깊게 읽었어요. 주식 이야기를 나누는 책이지만,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다독이는 내용이 좋더라고요.
주식이 또 하나의 인생 과제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수 스텝처럼 되어버린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나만 안 하는 것 같고, 혼자 도태되는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주식을 시작하지는 않아도 된다고요. 저는 소비하는 걸 좋아하고, 돈이 허락하는 다양한 선택지를 소중하게 여기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는 없어요. 주식으로 수익을 내든, 손해를 보든 그 과정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같은 돈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며 기쁨을 느낄 수도 있고, 차곡차곡 모으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강아지 간식을 사주면서 행복을 느낄 수도 있죠.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현재의 주식 열풍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실제로 제 주위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들이 있어요. ‘나만 주식 안 하나? 다들 주식 얘기하는데 대화에 끼지도 못하겠네. 지금이라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혼자 도태되는 것 같은 불안감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10년차 주린이로서 감히 말할 수 있는 건 작정하고 공부한 뒤에 달려들어도 돈 잃고 마음고생하는 게 주식이라는 거예요. 남들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소중한 에너지와 시간을 꼭 투자에 쓰지 않아도 좋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개인적인 행복에 집중해도 충분히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리뷰 중에 이 책을 읽고 ‘역시 주식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론을 얻으신 분들을 봐요. 이건 제 책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해요. 미리 겪어본 남의 이야기, 경험담을 통해 자신의 기회비용을 아낄 수 있잖아요.
책을 쓰고 난 뒤, 주식에 대해 달라진 생각이 있을지 궁금해요.
저에게는 주식이라는 존재 자체가 10년짜리 저평가 우량주 같아요. 속상한 날도 많았지만 망한 주식 이야기로 책을 낼 수 있었으니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투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웃음).
“평범한 일상이 완전히 뒤바뀐 것처럼 돈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 역시 이전과는 달라질 거라는 그런 예감(71쪽)”이라는 문장이 눈에 띄었어요. 과거와 지금을 비교해 돈에 대해 어떤 생각이 달라졌나요?
관점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돈을 잘 쓸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이 돈을 어떻게 불려서, 언제 어디에 쓰면 좋을까?’를 먼저 생각해요. 돈의 가치를 좀 더 장기적으로 바라보게 된 거죠. 저는 원래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하루라도 빨리 사서 한 번이라도 더 써야 이득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인데요. 요즘은 ‘그 돈으로 주식을 매수하면 수익이 날 테니, 두 개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또 유동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각이 조금 넓어지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본업 이외의 것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주식을 하면서 저와 상관없는 듯 보이는 정치, 경제, 세계 이슈들도 찾아보게 됐어요. 제 잔고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모든 리뷰를 다 보신다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리뷰가 무엇이었나요?
저는 “글이 좋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서, 글이 좋다는 리뷰를 기다리게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의외로 “재밌다”는 피드백이 좋더라고요. 저도 이 책을 쓰면서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어떤 에피소드들은 탈고를 하며 수십 번 읽어도, ‘내가 썼지만 참 재밌네’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는데, 독자분들이 밑줄 쳐주신 부분과 겹쳐서 신기했어요. 주식을 해본 사람, 하려는 사람, 절대 안 할 사람 등 각자의 상황은 다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재밌다’는 한 줄의 감상을 들려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생각보다 인생에서 재미있는 순간을 만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다음 책을 쓰고 싶은 계획도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으신가요?
원래 제 꿈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책을 내는 거였어요. 저를 스친 찰나의 생각이나 좋아하는 것들, ‘일’과 ‘관계’에 대해 가졌던 삐딱한 생각처럼 주변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이고 공감가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첫 책을 주식 에세이로 출간하게 되어서 용기가 생겼어요. 주식 얘기도 했는데, 뭐든 다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들더라고요(웃음). 요즘 저의 가장 큰 위시리스트가 부동산이거든요. 이번 책을 집필하면서 “다음 책은 내집 마련기로 부동산 에세이를 쓰는 거야!”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는데요. 빠른 시일 내에 두 번째 책에 대한 소재를 모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재 작가님의 인생은 차트의 어느 시점에 와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난한 눌림목을 지나 이제 막 상승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어요.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주제로 책을 출간했으니까요. 덕분에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즐겁고 다양한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더라고요. 때론 조정을 맞기도 하고, 굴곡이 있기도 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더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한 우상향이다’라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를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어요. 제 인생의 향후 목표 주가를 다소 상향해서 리포트를 제출하고 싶네요(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찰나의 재미든, 위안과 공감이든, ‘아 난 저렇게 주식하면 안되겠다’라는 타산지석이든 이 책이 독자분들 인생에 1g이라도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어찌 보면 평범한 개미의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공감해주신 독자분들의 에너지 덕분에 요즘 너무 행복해요. 인터넷 쇼핑으로 잘 건진 물건도 후기 하나 쓰려면 그렇게 귀찮은데, 책 읽고 리뷰 남겨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이 책에 사인을 할 때, 쓰는 멘트가 하나 있는데요. 인터뷰를 읽어주신 분들께도 그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인생도, 주식도 성투하세요!”
*홍민지 사회초년생 시절 선배들을 따라 얼떨결에 주식에 발을 들였고 햇수론 10년 차 개미가 되었다. 인생 전반에 호기심이 많고 강한 추진력을 타고났다. 단타 테마주부터 우량주, 엔터주, 정책주, 배당주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며 주식도 쇼핑하듯 사고팔았다. 주식으로 인생 역전, 파이어족 대열 합류 같은 트로피는 아직이다만 화려한 시행착오와 삽질의 역사는 꽤 두툼한 편. 때론 고점에 물려 심장이 덜컹하는 날도, 버팀의 미학으로 익절 엔딩을 맞는 날도 있다. 인간 내면의 디테일한 욕망을 발견하고 자극하는 일과 이를 아이디어나 콘텐츠로 연결하기 좋아하는 부가적인 기능을 갖췄다. 다행히도 그 재능을 밥벌이까지 연결시키는 데 성공, 광고기획자를 거쳐 현재는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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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주식 쇼핑 생활이 공개된다! 쇼핑 대신 주식을 시작한 10년 차 개미 일기 맥시멀리스트 쇼핑왕이 소비생활을 청산하고 주식 쇼핑을 시작했다. 옷 살 돈, 백 살 돈 모아 눈 여겨 보던 주식 종목에 투자하는데…! 왜 꼭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귀신같이 올라가는 거야? 쇼핑 대신 주식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