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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김영대 “K-Pop이라는 말은 사라질 거예요”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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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은 아티스트다’라는 말은 ‘여자도 사람이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라는 말과 비슷해요. 당연하다는 거죠. 이 말이 당연하게 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은 그 사람들을 위한 거예요. (2021.07.30)


BTS가 빌보드 1위에 오른 2021년에도 ‘아이돌은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다. 만들어진 가수, 어리고 부족해 보이는 사람들이 만들고 즐기는 음악이라는 편견은 아이돌 음악을 예술 바깥에 두고 ‘스킵’하게 만든다. 음악평론가 김영대의 새 책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는 아이돌 음악을 낮춰 보거나 아이돌 가십에는 열광하면서 음악은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 K-Pop의 현재를 잘 표현하는 가수 열 팀을 소개함으로써 ‘아이돌은 아티스트’라는 말을 입증하는 책이다. BTS, 아이유, 블랙핑크, 태민, 태연, NCT, 레드벨벳, 데이식스, 이달의 소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과 이를 설명하는 김영대의 평론이 영양소를 고르게 갖춘 밥상처럼 잘 차려져 있다. 이 밥상을 받아 맛있게 먹고 소화하는 건 독자의 몫. 서울 서교동에서 만난 김영대 평론가는 “글을 읽으면 음악이 들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돌 음악이 우월하다는 건 아니에요

<주간문학동네>에 연재할 때 해외 팬들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어요. 번역해서 읽을 정도였다고요. 

역대급 조회 수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해외 팬들이 관심 있어 할 줄은 알았는데 그 정도일지 몰랐어요. 제가 트위터에서 K-Pop 이야기를 한 지 4~5년 정도 됐는데요. 해외 팬들이 항상 K-Pop 담론에 목말라하는 것 같았어요. 미국 언론에서 다루는 K-Pop 기사로는 충족되지 않았나 봐요. 그러니 미국에서 한국 음악 평론을 오래 한 제 이야기가 흥미로웠겠죠. 

문예지에 실리는 K-Pop 평론이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처음 제안받고 어땠나요? 

뜻밖이었죠. ‘문학동네’ 하면 연상되는 문인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하고 같은 라인업에서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까 상당히 부담스럽더라고요. 아마 글 쓴 이래로 가장 어렵게 쓴 글이 아니었나 싶어요. 부끄럽지 않게 연재를 마치고 싶었고, <주간문학동네>라는 사이트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미문을 쓰고 싶었는데 공부를 오래 해서 딱딱한 글이 나올까 봐 두려웠어요. 그래서인지 나중에 쓴 글일수록 더 부드러운 것 같아요. 

아이돌 열 팀이 등장하는데요. 열 팀을 먼저 선정하고 연재를 시작한 건가요? 

네. 먼저 정했어요. 밝힐 수는 없지만, 중간에 한두 팀이 바뀌기도 했고요. 

열 팀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다른 가수보다 훌륭해서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훌륭한 아티스트들을 선정한 건 맞아요. 다만 1위부터 10위까지 줄을 세운 건 아니라는 거죠.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아티스트 열 팀을 꼽았어요. 글이 게재될 당시에 앨범을 낸 아티스트를 우선으로 했고, 남녀, 솔로와 그룹 비율도 맞추려고 했고요. 이렇게 여러 가지를 고려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열 팀의 아이돌이 K-Pop의 한 측면을 대표했으면 좋겠다는 점이었어요. 

그러면 순서도 전략적으로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랬죠. 왜 NCT로 연재를 시작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철저하게 제 생각이었어요. 문학동네에서는 비교적 더 알려진 BTS나 아이유를 쓰는 게 낫지 않겠냐면서 의아해했죠.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NCT를 처음에 소개함으로써 이 연재는 우리가 흔히 봐온 아이돌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거든요. 더 정확히는 NCT의 <일곱 번째 감각>이라는 노래로 글을 열고 싶었고요. 

임팩트를 주고 싶었던 건가요? 기선 제압하는 느낌으로... (웃음) 

맞아요. 기선 제압하고 싶었어요. (웃음) 영화도 첫 장면이 중요하잖아요. 이 연재가 하나의 쇼라면 <일곱 번째 감각>으로 쇼를 시작함으로써 독자들이 ‘아이돌 음악 보통 아니구나’, ‘얕볼 수 없는 거구나’하고 느끼길 바란 거죠. 김영대라는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분석하는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여러 반응을 의도했어요.

성공한 전략인 것 같아요. (웃음) <일곱 번째 감각>을 듣고 조금 놀랐거든요. ‘이게 아이돌 음악인가?’ 싶어서요. 엄청 웅장하더라고요. 

다행이에요. 만약 <빨간 맛>으로 시작했으면 분위기가 달랐을 거예요. 대중에게 익숙한 음악이잖아요. 아이돌 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임팩트를 줘서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른 팀과는 달리 BTS는 멤버별로 썼는데요. 이유가 있나요?

다른 아티스트 팬들이 왜 BTS만 특별 대우하냐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확실히 눈에 띄었어요. BTS가 연재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 같기도 했고요. (웃음)

사실 BTS 글을 못 쓸 뻔했어요. 나름 BTS 전문가라고 불리고, BTS 관련 책도 낸 사람인데 도무지 뭘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접근법이 없을까 하고요. 전작에 대해 받은 피드백이 생각났어요. BTS 멤버 개인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써봐야겠다 싶었어요. 조금 아쉽기도 해요. 이 책을 통해 BTS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일반론이 없는 것 같아서요.

책을 쓰기 전 또는 후에 가장 많이 들은 오해나 질문이 있다면요?

책을 보고 아이돌이 다른 가수보다 더 우월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었는데요. 아이돌이 우월하다고 말하려는 게 절대 아니에요. 아이돌의 음악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티스트로 보지 않으니까 알리고 싶었을 뿐이죠. 음악에서의 우열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걸그룹보다 보이밴드를 더 혐오하는 이유 

‘아이돌은 아티스트다’라는 말로 글이 시작되는데요. ‘선언’처럼 들렸어요.

‘아이돌은 아티스트다’라는 말은 ‘여자도 사람이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말과 비슷해요. 당연하다는 거죠. 이 말이 당연하게 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은 그 사람들을 위한 거예요. 많은 분이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이분법적 구도로 봐요. 오죽하면 RM이 노래에서 ‘You can call me IDOL, You can call me artist’라고 했겠어요. 우리가 누군가를 ‘남자 작가’라고 부를 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잖아요. 남자는 성별이고 작가는 직업이니까요. 아이돌 아티스트라는 말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돌은 산업적 포맷이고 아티스트는 예술가를 뜻할 뿐이죠. 

아이돌에 대한 편견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로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꼽으셨더라고요. 

아이돌이라고 하면 영혼 없는 꼭두각시, 시키는 대로 부르는 피동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 면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돌 산업을 조금만 알아도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산업 내에서 충분히 창의적인 판단을 내리거든요.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들의 몸으로 어떤 메시지를 표현하는데 그게 예술이죠. 대중들은 어떤 음악이 만들어지기까지 고뇌하는 과정만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거죠. 음악을 들어보고,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를 보고 판단했으면 좋겠어요. 경험하고도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만요. 

아이돌에 대한 편견 속에 ‘청소년 혐오’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린 사람들이 만들고, 소비하는 음악이라는 면에서 낮춰보는 분위기가 있죠. 그런데 그보다 더 깊은 곳에는 여성 혐오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하기엔 남자 아이돌도 많지 않나요? 

그 남자를 좋아하는 게 여자잖아요. 미국에서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는데요. 미국 보이밴드나 걸그룹이 한국의 아이돌 같은 존재거든요. 그런데 같은 아이돌이어도 걸그룹을 혐오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대부분 보이밴드를 혐오하고요.

아티스트나 음악 자체보다 그걸 소비하는 사람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거네요.  

보이밴드 팬에 대한 편견이 있어요. 음악도 모르면서 그저 멋있다고 소리 지르는 젊은 여성이라는 생각이요. 그러니까 그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도 신뢰하지 않는 거예요. 여기에는 여성 혐오뿐만 아니라 록 음악 우월주의도 있는데요. 서구에서 록 음악은 주류, 백인, 식자층들이 즐기는 음악이거든요. 그래서 록 음악의 위상이 높아요. 반면 오래전부터 흑인들이 즐기는 흑인 음악은 저열하다는 인식이 있었고요. 저스틴 비버, 듀란듀란 틴팝도 마찬가지예요. 젊은 사람, 특히 젊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라 수준이 낮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사람이 하는 일이라 당연한 거겠지만, 음악의 지형에도 권력 관계가 반영된다는 게 신기하네요. 

당연한 거죠. 모든 인간사의 현상은 인간 사회를 모방하는 거니까요. 이를테면 팝 음악 중에서도 디스코에 대한 평가가 낮은데 그 기저에는 게이 혐오가 있어요.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선호하는 장르가 디스코거든요. 생각보다 더 복합적이에요. 

K-Pop은 미국의 버블검 팝(Bubblegum pop)’이나 일본의 팝과는 다르다고요. 문학적 세련미와 정교함이 K-Pop만의 특징이라고 했는데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K-Pop에서만 이런 특징이 발현되는 배경이 궁금해요. 

그걸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는데요. 한국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가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면서도 정교함을 높이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거예요. 워낙 경쟁이 심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요. 가령 일본에서 아이돌 음악은 서브 문화거든요. 미국의 보이 밴드와 걸 그룹도 음악 산업 내에 존재하는 작은 시장에 불과해요. 그런데 한국에서 아이돌 음악은 그렇지 않잖아요. 엄청나게 큰 시장이고 경쟁이 심해요. 그러다 보니 서로 더 잘하려고 애쓰게 되고, 보통의 완성도로는 경쟁이 안 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음악의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포지션도 생기는 것 같아요. 뭐든지 발전하면 다양해지잖아요. 같은 원리라고 생각해요. 미국과 일본에서 ‘아이돌’이라는 포맷을 가져왔는데 경쟁이 심하다 보니 한국만의 정교함이 발달하면서, 우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진화한 거죠. 

* Bubblegum pop: 1960년 후반 미국에서 발생한 밝은 사운드의 청소년 용으로 제작된 팝 음악. 



영국 음악을 B-Pop이라고 하지 않잖아요. 

K-Pop이라는 이름 미국에 의해 지어졌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어요. 생각해 보니 우리는 K-Pop이라는 말을 잘 안 쓰는구나 싶더라고요. 

우리는 굳이 K-Pop이라고 부를 필요가 없거든요. K-Pop은 미국에 의해 타자화된 이름이에요. J-Pop처럼요. 제가 최근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는데요. “대체 K-Pop이 뭐냐?”는 거예요. “BTS는 K-Pop이냐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거든요. 그럴 때마다 되묻고 싶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K-Pop이 뭐냐”고요. 저마다 K-Pop에 대한 이미지가 다르거든요. 

저는 ‘K-Pop’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돌이 떠올라요.  

아이돌 음악으로 한국 음악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K-Pop이라는 용어를 만들었으니 우리가 K-Pop이라고 할 때는 암묵적으로 아이돌을 뜻할 때가 많죠. K-Pop이 한국의 모든 대중음악을 뜻한다고 하기엔 인디 가수나 힙합 가수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K-Pop이라고 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K-Pop은 다 아이돌 음악이냐? 그건 아니에요. 가령 대중들은 헤이즈를 아이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K-Pop의 범주에 넣거든요.  

그런 걸 보면 K-Pop이냐 아니냐를 결정 짓는 요소는 ‘아이돌이냐 아니냐’보다 ‘외국에서 소비되는지 아닌지’인 것 같네요.  

맞아요. 그러니까 ‘K-Pop’이라는 말에는 외부자의 관점이 들어가 있는 거죠. 글로벌의 관점이 있어요. 국내에서 소비되는 음악에는 K-Pop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주류 음악 또는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되는 음악, 아이돌 음악 정도로 뭉뚱그려서 K-Pop을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앞으로 K-Pop의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달라지는 게 아니라 큰 의미 없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까지는 K-Pop이라는 카테고리제이션이 상업적으로 봤을 때 좋은 전략이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누가 어떤 가수한테 ‘너 누구야?’라고 물었을 때 ‘나 K-Pop이야’라고 하면 쉬운 거죠. 그런데 우리가 영국 음악을 B-Pop이라고 하고, 미국 음악을 ‘A-Pop’이라고 하지 않잖아요. 

아, 지금보다 더 주류가 되면 굳이 K-Pop으로 구분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군요. 

그렇죠. 글로벌화하면 할수록 아티스트 단위로 판단하게 될 거예요. 예를 들어 슈가가 음반을 내면 지금은 K-Pop 차트에 올라간 다음에 다시 힙합이라는 장르로 구분되는데요. BTS가 빌보드 1위 하는 시대잖아요.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앞으로는 한국 음악도 K-Pop이라는 이름을 떼고 미국 힙합 아티스트랑 경쟁할 수 있다는 거죠. 

‘아이돌’이라는 말은 어떨까요?

아이돌 음악을 파는 사람이나 저널리즘을 하는 사람들이 ‘아이돌’이라는 말을 쓰면 편하니까 쓰기 시작했을 텐데요. ‘아이돌’이라는 말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을 뿐 음악의 공식적인 구분은 아니에요. 음악 산업에 있는 포맷 중 하나이기 때문에 K-Pop과 달리 앞으로도 쓰일 가능성은 있죠. 



글에서 음악이 들려야 좋은 평론

평론도 예술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음악을 표현하는 말들이 적확하게 느껴져서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표현해주는 느낌이랄까요. 직업이긴 하지만, 언어화하는 일이 항상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려움에 봉착할 때 어떻게 하나요?

답은 없죠. 음악이라는 게 추상적인 언어잖아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만든 사람의 생각이 담겨 있고요. 저는 그 과정을 생각이 음으로 인코딩된다고 표현하거든요. 청자들에게 음악을 해석할 지식이나 가이드가 없으니까 평론가가 음악을 글로 다시 인코딩하는 거고요. 저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글을 읽고 어떤 음악인지 알 수 있어야 좋은 평론이라고 생각해요. 글에서 음악이 들려야죠. 이 책을 쓰는 동안은 음악이 들리는 글을 쓰기 위해 자신과 싸우는 시간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찰진 표현을 쓰고 또 그걸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지, 아티스트마다 고유한 표현을 쓸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고요. 

대중이 잘 모르는 가수보다 잘 알려진 가수에 관해 쓰는 일이 어려울 것 같아요. 어떤가요?

훨씬 어렵죠. 대중이 잘 모르는 가수에 대해서는 모르는 걸 알려주면 되는데 이미 잘 알려진 가수는 그렇지 않잖아요.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으니까요. 이 책에 나오는 아티스트 중에서도 태연, 태민, 아이유에 대한 글쓰기는 정말 어려웠어요. 

‘팬하고 경쟁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표현하기도 하셨더라고요. 

팬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걸 ‘팬하고 경쟁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표현한 거고요. 유명한 가수들은 아무래도 커리어가 길잖아요. 할 수 있는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그런데 다른 가수들과 똑같이 3,000자 내외로 써야 하니까 쉽지 않죠. 

평론의 대상이 바뀌면서 평론가에 대한 인상도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대중들이 연예 프로그램에서만 평론가를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평론가들이 팬들하고 직접 소통하잖아요. 그런 변화의 중심에 계신 거 아닌가 싶어요. 

아무래도 과거의 평론가는 소위 말하는 선생님 같은 느낌이었죠. 저는 원래 그런 이미지도 아니고, 평론가라는 포지션을 고집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어요. 편의상 평론가라고 불리고, 부르고 있지만요. 정확히 말하면 저는 음악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이야기하는 방식은 글이나 방송이 될 수도 있고, 인터뷰가 될 수도 있고요. 제가 하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음악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이동진 평론가의 원칙이 ‘영화계에서의 우정은 불가하다고 생각하자’라고 하더라고요. 평론가의 숙명, 비애를 표현하는 말 같아서 기억에 남았는데요. 음악평론가로서 지키고 싶은 원칙이 있을까요? 

부탁이나 인정, 돈에 의해 리뷰를 쓰지 않는 건 당연하고요. 그 외에 지키고 싶은 태도가 있다면 기계적인 평가를 하지 말자는 거예요. 관점이 있는 비평을 해야지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함정에 빠져서 하나 마나 한 비평을 하고 싶지 않아요. 이를테면 좋은 점 세 가지와 나쁜 세 가지를 쓰고 총평을 쓰는 식으로 제품 리뷰하듯이 하지 말자는 거죠. 음악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평론과 평론가에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요. 

대중 입장에서 음악은 불친절해요. 3~4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해석해야 하는 메시지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평론가는 아티스트와 대중 사이를 중재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음악이라는 어려운 메시지를 텍스로 번역한다는 의미에서 번역가라고 할 수도 있고요. 이 책의 취지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돌의 음악을 잘 번역에서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김영대

음악평론가이자 문화연구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2007년부터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면서 10년 넘게 미국팝 시장의 흐름과 K팝의 동향을 관찰하고 연구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 필명인 ‘투째지toojazzy’로 음악평론을 시작해 <음악취향Y> 등 다양한 온라인 매체에서 대중음악 칼럼을 써왔다. 2007년 가슴네트워크와 <경향신문>이 뽑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2018년 <한겨레신문>과 멜론이 공동 기획한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기획에 각각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다. 현재 <한겨레신문> 등 국내 언론과 뉴욕 매거진 <벌처vulture>, MTV 등 외국 언론에도 음악평론을 싣고 있으며, 2017년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BTS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K팝을 분석하고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쓴 책으로 《90년대를 빛낸 명반 50》,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미국 대중음악》이 있다.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
김영대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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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진영

'이야기하면 견딜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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