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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을 높이는 ‘공구’ 이야기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정재영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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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는 일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공구에 대해 잘 알고 쓸 줄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는 이걸 가리켜 ‘기술적 사회’라고 말하곤 하지요. (2021.06.14)


나사못부터 전동 드릴까지 온갖 공구를 다루는 공구상의 흥미진진한 세계를 그린 책이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공구상의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좋아하는 일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애호 생활 에세이 브랜드 ‘라이킷(Lik-it)’의 아홉 번째 책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힙스터의 성지 성수동에서 일하던 저자 정재영은 하루아침에 공구상이 되었다. 설렘으로 가득했던 여행길, 한국 땅을 밟기 무섭게 날아든 소식이었다. 일평생 묵묵히 자식들을 뒷받침해주시던 아버지가 쓰러지자 그는 가업을 잇기로 결심한다. 이전까지 크게 관심이 없던 산업용품의 세계에 뛰어들어 좌충우돌하며 몸으로 배운 시간들. 공구가 낯선 소비자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공구상으로, 직업에 대한 애착을 키우며 건강하고 밝은 생태계를 꿈꾸는 청년 공구상으로 훌쩍 성장했다.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은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공구 및 산업용품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과 갈증을 채워줄 생생한 이야기와 실용적인 정보가 담긴 직업 생활 에세이이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안양에서 공구상을 하고 있는 ‘공구로운생활’ 대표 정재영입니다. 공구상은 말 그대로 공구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상인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크게 놓고 봤을 때, 가게를 꾸려 소비자와 물건을 사고팔거나, 기업과 계약을 맺어 기업에 필요한 공구(철물과 산업용품)를 납품하는 두 가지 일로 나뉘지요. 저는 온·오프라인으로 공장, 카센터, 스타트업 등 다양한 직종을 고객처로 두고 있습니다. 산업용품 큐레이션 커머스로서 제 특기를 살려 공구 및 산업용품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콘텐츠도 만들고 있습니다.

어떻게 공구상이 되셨나요?

아버지가 공구상이셨어요. 시흥 시화에서 공구상 생활을 하셨었는데 4년 전,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지셨어요. 당시에 제가 유럽 여행을 다녀왔었는데 서울에 도착해서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길로 아버지가 하던 일을 물려받았어요. 여행 후 회사에 복귀하자마자 퇴사한다는 소식을 전하고 당일에 바로 공구상 일을 시작한 거지요. 그날 이후 퇴사하기 전까지 한 달 동안은 정말 매일같이 폭풍 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사실 제가 언젠가 이 일을 물려받을 수 있겠다는 예상은 조금 했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던 거죠.

공구상이 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공구상이 되기 직전엔 코워킹 스페이스 매니저였습니다. 창업자들을 위한 공간을 운영하고 창업자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했습니다. 창업가들이 성공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인 공간을 만드는 역할이었어요. 그 외에도 이런저런 직업적인 도전을 많이 했어요. 대학생 때는 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고, 졸업 후에는 친구와 함께 그래픽디자인 브랜드를 만들어서 관련 제품과 게임을 개발했어요. 돌아보니 저는 하고 싶은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스타일이었던 같아요. 그래서인지 공구상 일을 할 때 하기 싫다거나…… 그런 마음은 없었어요. 여태까지 시도해봤던 다양한 경험들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줬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공구가 낯선 사람들에게 한마디로 공구의 매력을 전하자면? 

공구는 솔직해요. 필요한 기능들이 아주 직접적으로, 노골적으로 들어가 있어요. 공구를 보면 왜 이런 형태를 지녔을까? 왜 이런 방식으로 작동할까? 하는 점들이 있는데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구조상 부분 하나하나를 절대 허투루 쓰지 않아요. 빠루 망치만 봐도 두경의 크기, 빠루의 휨 정도, 손잡이 재질이나 모양까지 각각의 요소마다 이유가 있어요. 어떻게 하면 못을 쉽게 뺄지, 적은 힘으로 얼마나 세게 타격을 가할지 고민한 흔적이고 결과거든요. 이럴 때마다 공구 브랜드들이 참 존경스러워요. 소비자가 불편한 점이 있다면 바로 보완해서 개선된 모델을 출시하죠. 오로지 사용자들을 위한 솔직하고 대담한 성능 개선이 공구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최근 국내 공구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DIY 시장이 발전하면서 공구가 소비자에게 친숙해지고 있어요. 과거에는 공구가 산업 현장을 위한 제품이었다면 지금은 디자인과 브랜딩이 대중 친화적으로 아주 잘되어서 나오고 있어요. 전동공구 브랜드만 해도 노란색=디월트, 빨간색=밀워키 등 대표 컬러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전동 배터리 호환을 통하여 블루투스 스피커, 커피 머신과 같은 소비재들도 나오고 있어요. 주위에 만화책이나 피규어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분들이 꽤 많잖아요? 특정 브랜드 공구를 수집하는 마니아 역시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시장이 다소 과열된 분위기이긴 해요. 해외 유명 브랜드나 유통사가 들어오면서 경쟁이 심해지고 있어요. 저는 국산 브랜드도 상당히 좋다고 예찬하는 쪽인데 그럴 때마다 국산 브랜드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열정이 생겨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정말 끝내주게 좋은 제품을 만드는 곳이 많거든요.

이것만은 집에 꼭 있어야 한다! 하는 공구 3개를 추천해주세요.

하하, 많은데요. 실제로 제가 가지고 있는 공구 위주로 추천을 해볼게요.

우선 다목적 가위에요. 홈 가드닝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꽤 익숙하실 텐데요. 전선을 끊을 때나 무언가를 자를 때나 급할 때 바로바로 쓸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가위에요.

그리고 전동 드라이버 세트입니다. 가구 조립을 스스로 해결하는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나사를 조이거나 푸는 작업이 가정 내에서 전보다 늘어났죠. 그런데 일반 드라이버를 쓰면 손목도 많이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렇거든요. 전동 드라이버는 우리의 연약한 손목을 지켜주죠. 저는 집들이용으로 전동 드라이버 세트를 많이 선물하곤 해요.

마지막은 WD-40이에요. 방청윤활제라고 해서 금속의 녹을 제거하는 용도의 화학제에요. 그런데 WD-40은 집 안에서 다양한 물질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걸로도 유명한 제품이에요. 최근에 제가 흰 운동화에 묻은 오물을 닦을 때 살짝 뿌렸더니 괜찮더라고요. 집에 두고 있으면 어떻게든 한 번쯤 쓰게 되는 제품이에요.



일상에서 공구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유튜브에 ‘공구왕 황부장’, ‘철물점 TV’처럼 공구를 정말 전문적으로 설명해주시는 유튜버들이 많아서 공구의 용도를 정확히 알고자 할 때 참고하면 좋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매체에서 공구 및 산업용품을 찾아내는 걸 즐겨요. 예를 들어 영화 <엑시트>에서 등장인물이 어떤 공구를 이용해서 빌딩을 뛰어넘는지,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서 유품정리사가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쓰는지를 유심히 살펴봐요. 사소한 장면 속 공구를 관찰하는 거지요. 누군가가 이 공구는 이럴 때 쓰면 좋다, 저럴 때 쓰면 좋다 하고 콕콕 집어서 추천해주는 것도 좋지만 저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공구를 쓰면 좋을지 창의적으로 고민하는 걸 더 좋아해요.

공구상으로 일하며 겪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하나 말해주세요. 

예전에 어느 제조사를 방문했던 적이 있어요. 제품이 꽤 잘 유통되기에 굉장히 큰 제조사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까 아주 작은 공장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기계 하나로 전 제품을 생산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가서 인사도 드리고 이곳 제품이 너무 좋아서 한번 팔아보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잘 부탁한다”, “자네 같은 사람이 있어서 우리가 그래도 많이 팔고 그런다”고 하시면서 진심으로 고마워하시더라고요. 나중에는 밥 먹으라고 한식 뷔페 식권도 건네주시고요. 이때 많은 깨달음이 있었어요. 일방적으로 누가 제품을 팔아준다거나 누가 사준다고 해서 갑을 관계로 고착되는 게 아니었어요. 많이 팔고 많이 생산해서 좋은 제품을 널리 알리고 다 함께 돈을 벌고 나누는 ‘공생’의 마인드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공구로운 생활’이란 무엇인가요?

간단해요. 공구의 쓰임을 잘 알고 각자의 상황에 알맞게 쓰면 그게 ‘공구로운생활’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10년 전에 공군 항공기 정비병으로 근무했었어요. 군대 가기 전에는 공구를 봐도 뭐가 뭔지, 또 어떤 제품이 있는지 모르고 그랬는데 전역하고 하니 물건을 수리하거나 조립할 때 스스로 필요한 공구를 딱딱 찾아 쓰고 있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말이죠. 이 즐거운 느낌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하는 일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공구에 대해 잘 알고 쓸 줄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는 이걸 가리켜 ‘기술적 사회’라고 말하곤 하지요. (웃음)



*정재영

공구 큐레이션 업체 ‘공구로운 생활’ CEO.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구상사를 물려받기 전엔 그래픽디자인 브랜드를 기획하고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화법도 요구 조건도 다른 밀레니얼 세대의 기술 친화적 삶을 위한 파트너로 산업용품의 정확한 사용법과 브랜드별 제품 차이를 알려주고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용품을 선별해 제공하고 있다.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정재영 저
Lik-it(라이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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