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묵 “90년대생 작가가 본 한국사회는”
『K를 생각한다』 임명묵 저자 인터뷰
이런 지식들을 통해 한국의 현실을 하나씩 짚어갈수록 한국이 굉장히 독특한 '한국적 방식'으로 세계적 추세를 쫓아가고, 또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2021.05.26)
임명묵 작가의 『K를 생각한다』는 세계를 휩쓸면서 주목을 받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과들과, 우리 자신의 스트레스와 좌절감, 피라미드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상향 의식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책이다. 둘은 결코 분리된 요소가 아니다. 그 자부심과 스트레스는 세계 속의 ‘K’를 우뚝 서게 만들면서도 우리를 괴롭게 만드는, 기이하면서도 모순적인 ‘대한민국’ 그 자체다. 어느 90년대생(작가는 1994년에 태어났다)이 독창적인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한국사회를 들썩이게 만드는 세대론과 386에 대한 찬반 논쟁, 교육론과 국가론의 본질을 전면적으로 파헤친 『K를 생각한다』는 출간 직후부터 사회 각계에서 커다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K를 생각한다』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지금까지 스무 개가 넘는 언론사에서 주목을 받고, 출간 보름도 안 되어 예스24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는데요. 이 책을 쓰신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현재 서울대학교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1994년에 태어난 90년대생이에요. 원래 문명, 역사, 사회, 과학기술, 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여러 주제를 엮어서 글을 썼는데, 주로 페이스북 위주로 반응이 좋았어요. 그러다 《슬로우뉴스》에 처음으로 기고를 했었고, 지금은 《서울신문》 2030세대 코너에도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제 여러 관심사 중 중국에 대한 흥미를 발전시켜서 2018년에는 덩샤오핑 시대에서 시진핑 시대로의 전환을 다룬 책인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을 쓰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을 휩쓰는 대문자 'K' 현상을 90년대생, K-방역과 다문화의 현장, 그리고 386과 교육 현실 등과 촘촘하게 연결시킨 것은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이런 작업이 가능하셨던 걸까요?
제 관심사가 다양하다 보니, 원래부터 다양한 주제를 서로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한국은 그런 여러 주제가 정말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재미가 탁월한 사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여기의 한국을 이해하려면 오히려 더 넓은 다른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지역의 역사, 혹은 오랜 뿌리를 갖고 있는 인간의 부족주의적 열정, 인터넷이 인간의 심리와 생활 전반에 미친 영향 같은 것들 말이죠. 이런 지식들을 통해 한국의 현실을 하나씩 짚어갈수록 한국이 굉장히 독특한 '한국적 방식'으로 세계적 추세를 쫓아가고, 또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식이 이 책을 집필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90년대생에 관한 관심이 정말 뜨겁습니다. 90년대에 태어나신 작가님은 90년대생에 관하여 깊이 다루면서, 대한민국의 위계적인 피라미드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 얄팍한 90년대생론을 전면 비판하고 계셨는데요.
저는 꼭 90년대생만이 90년대생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관점과 분석이 합당하다면 그 세대에 속해 있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따지고 보면 저도 이 책에서 586 세대를 이야기한 것 역시 그런 맥락이겠지요. 그래서 제가 90년대생의 이야기를 하는 데서 더 설득력을 부여하는 게 있다면, 단순히 나이 문제를 넘어서 제가 제 또래들이 즐기는 콘텐츠를 똑같이 소비하는 데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콘텐츠와 미디어가 폭발하는 지금의 시대야말로 미디어 소비를 바탕으로 제 또래의 욕망과 경험, 생각을 읽어내기에 최적의 시대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컨대 90년대생이 콘텐츠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말하고 있는데, 그 직접적인 목소리를 참조하지 않고 90년대생을 논하면 초점을 맞출 수 없지 않을까 싶었어요.
코로나19에 맞선 'K-방역'에 대하여 다소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풀어가신 내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네. 저는 K-방역이 실패했다든가 K-방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한 잘못된 방역이라고 깎아내리는 시각도, K-방역을 민주 시민의식의 발로이자 자유주의의 새로운 희망이라는 식으로 과찬하는 시각도 모두 현상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보다는, K-방역은 국제적 시각에서 보았을 때 '성공'했으며, 그 성공은 자유주의를 실천해서가 아니라 자유주의에 배치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어쩌면 둘 모두에게서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서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합의이고 의심하는 게 이상한 것이니까요. 그래도, 저는 자유민주주의를 신성불가침의 대상으로 놓는 것보다는 더 객관적 시각으로 살펴 보아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더 견고하게 지킬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이 장을 썼습니다.
책의 3장 '민족주의와 다문화에 관하여'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오랫동안 함께 일한 한국인 노동자와의 인터뷰를 싣기도 하셨죠.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는 후기를 전해주고 계십니다.
다문화는 이제 자연스러운 용어이고 모두가 어렴풋이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중적으로 잘 논해지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주로 학술적 논의보다는 제 자신의 경험을 풀어냈는데, 그런 개인적인 접근이 실감나게 다문화 현실을 알려주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주목하고 싶었던 것은 한국의 다문화는 역시 아주 독특한 한국적인 방식으로, 강력한 상향의식과 동화압력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지인들과의 인터뷰 덕분에 그런 생각을 더 구체화시킬 수 있었죠.
대한민국의 '386'(지금은 '586'으로 불리는 이들)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셨습니다.
저는 386 세대가 '꿀빨았다'라는 식으로 단순히 폄하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386이라는 특정 집단의 감수성이 한국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꽤 커졌다고는 생각해요. 그리고 이것을 단순히 386 세대는 잘못됐다로 선언하는 것에서 그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형성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집단적 경험 등을 조명하고, 왜 그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도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핵심은 386 세대는 일종의 '신전통주의'를 추종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거예요. 여러 비서구 국가들이 근대화 과정에서 사회, 문화적 격변을 거쳤고 그 반작용으로 1950-60년대생 청년층이 전통을 오히려 더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386과 NL 등이 이와 몹시 유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386이 독특한 것은 단순히 그들이 사회적 헤게모니를 장악한 것을 넘어서, 이제 완전한 선진국의 일원이 된 대한민국이 주는 풍요도 누릴 수 있게 된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괴리에서 오는 불편함도 얘기를 하고 있지요.
'자부심과 스트레스, 욕망과 통제의 나라, 기묘하고도 불가사의한 대한민국'이라는 책의 표현이 와닿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작가님이 보시기에 왜 대한민국은 지금과 같이 불가사의한 사회가 되었을까요?
사실 그 점은, 'K는 어쩌다가 K가 되었나'는 이 책에서 그렇게까지 깊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아니에요. 제 역량이 부족해서 그 점까지는 생각을 구체화시키지 못한 면이 있었죠. 여기서나마 잠깐 이야기를 하자면, 고도로 동질적인 사회와 성리학, 무속신앙의 강력한 영향력과 에너지, 그리고 일제 식민 통치를 통해 유입된 중요한 제도, 관념, 경험들, 한국전쟁이라는 극단적인 내전과 계층 소멸, 전통의 단절, 극히 억압적인 동원 체제와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고도 성장과 같은 여러 역사적 요인들이 기묘한 방식으로 결합된 게 한국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IMF와 인터넷의 도래 같은 90년대의 충격들을 흡수하면서, 한국이 그동안 형성해온 자부심, 스트레스, 욕망, 통제와 같은 요소들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지금과 같이 폭발한 것 같아요. 이런 연원들이 어떻게 조합되는지, 변화하는지에 대하여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정리하고 싶은 욕심도 있네요.
*임명묵 1994년생으로 조치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서 서아시아 및 중동 지역을 전공하고 있다. 문명과 역사, 사회와 국제정세, 대중문화와 과학기술 등 다방면의 분야에 관심이 많아 《서울신문》, 《매일경제》, 《시사저널》, 《충청리뷰》, 《슬로우뉴스》 등의 매체에 꾸준히 칼럼을 기고하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덩샤오핑 시대에서 시진핑 시대로의 전환을 다룬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에이지21)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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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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