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간 한국문학 특집] SF 팬심이 쏘아 올린 작은 공 – 그린북에이전시 김시형, 박진희
<월간 채널예스> 2021년 4월호
그린북에이전시는 출판계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소규모 에이전시다. 한국 SF를 향한 다정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두 사람이 운영한다. (2021.04.13)
그린북에이전시는 출판계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소규모 에이전시다. 한국 SF를 향한 다정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두 사람이 운영한다.
‘김보영 작가의 미국 진출의 숨은 공로자’라는 소문을 듣고 연락했는데, 몇 차례 인터뷰를 고사했다.
박: 그린북에이전시는 규모가 작고 그만큼 역할도 작다. 다만 SF에 집중한다든가, 작가 매니지먼트를 겸한다든가 하는 점 때문이라면 자격이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
김보영 작가의 책이 오는 4월, 미국에서 출간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것도 무려 하퍼 콜린스에서!
박: 정확히는 하퍼 콜린스의 SF 임프린트인 ‘하퍼 보이저’에서 4월 6일에 나온다. 영국 법인인 하퍼 UK에서도 같은 날 출간한다. 지금은 영미권이나 유럽에서 한국문학 작품이 출간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아직도 미국 출판 시장에서는 ‘3%의 딜레마’가 유효하다. 번역서 비중이 3%를 넘기지 않는다. 특히 SF는 미국에서도 ‘덕질’의 영역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 메이저 출판사가 선택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런 열매가 우연이나 행운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닐 텐데.
박: 김보영 작가는 이미 해외에 두터운 팬층이 형성돼 있고, 미국 SF 웹진 <클락스월드>에 「진화신화」가 소개된 상황이었다. 마침 팬 중 한 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를 번역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서둘러 영어 카탈로그를 만들어 수출 플랫폼에 올리고 에디터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더라도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판권 계약 과정에서 실망하거나 짜릿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김: 실망은 없었고 독특한 점은 매우 많았다. 경장편이 많은 한국과 달리 미국은 장편을 선호한다. 그래서 표제작인 세 편을 한 권에 묶기로 했는데, 번역돼 있는 작품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두 작품 중 「당신에게 가고 있어」는 아직 집필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였고. 그런데도 에디터가 카탈로그만 보고 과감하게 선택한 것이다. 그 결정이 난 날, 마음속에서 축제를 벌였다.
왜 SF인가?
김: SF는 상대적으로 언어나 문화에 갇히지 않는 장르다. 동시에 한국 SF에 등장하는 소재는 신선하다. 영미권 SF에는 반복되는 레퍼토리가 있다. 제국이나 멸망, 그런 것들. 반면 한국 SF는 불교적 세계관, 도교적 세계관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인간을 보는 따뜻한 시선도 서양 SF와 구분되는 지점이다. 더욱이 지금은 보통 사람들의 연대와 인류애가 절실한 시기 아닌가. 한국 SF의 잠재력은 우리 짐작보다 훨씬 클지도 모른다.
북 에이전시이자 작가 에이전시다.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
김: 처음에는 ‘김보영이라는 작가를 수출하겠어!’라는 다짐만 있었다. 어느 시점에서 작가에게 진짜 필요한 건 러닝메이트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해외 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으니, 작가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함께 달려주는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 그렇다면 우리가 하자, 그래서 하고 있다.
소속 작가는 주로 SF 작가들인가?
박: 이서영, 박문영, 전삼혜, 박서련, 전혜진, 박애진, 이산화 작가를 비롯해 모두 12명인데 대부분 SF 작가이고 절반만 걸친 분도 있다. 사실 경계가 모호하지 않나? 실은 우리가 결정했다기보다 작가님들이 친구를 데리고 오신다.(웃음)
에이전트이자 매니저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무엇일까?
김: 내 작가에 대한 자부심과 결합한 충성심. 작가가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내기를 간절히 바라야 한다.
박: 관건은 ‘과연 사려고 하는 사람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준비돼 있는가?’이다. 그들에게 이야기의 국경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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