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동화책 『긴긴밤』 루리 작가 인터뷰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긴긴밤』
『긴긴밤』에는 ‘살아남은’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때로는 헬기에 매달려 홀로, 불길에 휩싸인 동물원 밖에서 누군가와 함께, 망고색 하늘 아래에서 눈물범벅으로, 그리고 거대한 바다를 눈앞에 두고, 엉망진창이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습니다. (2021.03.17)
수단에게서 시작된 이야기 『긴긴밤』은 “압도적인 감동의 힘” “인생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과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의 엄숙함” “멸종되어 가는 코뿔소와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펭귄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 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5번 레인』과 함께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코끼리 무리에서 자라난 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 사랑하는 이들의 몫까지 살아 내야 하는 노든과 스스로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살아 내는 어린 펭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두 존재가 ‘우리’가 되어 긴긴밤을 뚫고 파란 지평선(바다)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오래도록 내 안의 힘으로 머물러 줄 것이다.
『긴긴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세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와 펭귄, 그리고 긴긴밤 그들을 지탱해 주었던 이야기들을 담은 책입니다.
동화책 『긴긴밤』으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그림책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로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받았습니다. 둘 다 첫 작품인데요. 어떻게 작가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림책과 동화책이 너무 좋아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작품을 썼습니다. 부끄러워서 어디다 말도 못 하고 조용히 그림책 공모전에 도전하고 떨어지기만 했는데, 6년 정도 되던 해에 직장을 그만두고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와 그보다 먼저 써 두었던 장편동화 『긴긴밤』이 상을 받게 되면서 책을 만들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두 책 모두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 주저앉아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신작 『긴긴밤』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8년 마지막 하나 남은 수컷 북부흰코뿔소 수단의 죽음을 뉴스로 접했습니다. 처음에 구상했던 것은 그림책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장편동화가 되어 있었고, 세상에 홀로 남은 외로운 코뿔소의 이야기였는데 언젠가부터 코끼리들이, 동물원의 코뿔소 친구가, 그리고 펭귄들이 등장했습니다. 결국에는 처음 구상했던 이야기보다 훨씬 좋은 이야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보통 '이름'은 자기가 자기로 존재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이름이 없어도 어린 펭귄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노든의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걸음걸이로도 말투로도 ‘너’임을 알아볼 수 있다고요. 작가님에게, 작가님을 작가님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자주 꾸는 악몽 중의 하나가, 어릴 때부터 같이 지낸 강아지 뭉크를 찾아 헤매는 꿈인데, 꼭 똑같이 생긴 강아지들이 수백 마리 있는 곳에서 뭉크를 찾아야 했어요. 못 찾을 때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뭉크를 찾아낼 때도 있는데 그때는 뭉크의 냄새랑 엉덩이에 있는 작은 사마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찾아내곤 했어요.
가끔 전 집에 혼자 있을 때면 발소리만 들어도 지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장보고 집에 오는 아빠인지, 목욕탕에서 돌아오는 엄마인지, 퇴근하고 집에 오는 동생인지도 알아맞힐 수 있어요. 저는 저다운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제가 좋아하는 이들은 제대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저를 제대로 알아봐 줄 거라는 확신도 있고요.
동화에서 글과 그림을 한 사람이 작업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들었습니다. 글과 그림 중 어떤 것을 먼저 작업하시는지, 먼저 작업한 것에서 어떻게 살을 붙이고 보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긴긴밤』은 글을 먼저 썼고, 그림을 나중에 작업했어요. 먼저 완성된 글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어요. 글이 이야기해 주지 않는 것을 담아내고 싶은 욕심과, 글의 분위기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것이 매우 어려웠어요. 그림체를 잡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디자이너님과 편집자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특히 책의 마지막에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에필로그 부분은 편집자님의 아이디어였어요. 제가 쓰고 그렸다고는 하지만 실은 많은 분들의 도움이 『긴긴밤』이라는 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책 속에는 정말 많은 주제들이 나오는데요. 동물, 환경, 사랑과 우정, 인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들이 망라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마음에 가장 깊이 남는 장면과 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긴긴밤』에는 ‘살아남은’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때로는 헬기에 매달려 홀로, 불길에 휩싸인 동물원 밖에서 누군가와 함께, 망고색 하늘 아래에서 눈물범벅으로, 그리고 거대한 바다를 눈앞에 두고, 엉망진창이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습니다. 살아온 시간이나 상황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치열하게 살아남는 과정에 있고,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구상 중인 이야기가 있나요? 어떤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올지 살짝 귀띔해 주세요.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는 많습니다. 파우스트를 패러디한 그래픽노블, 오래된 앨범과 쪽지들로 이루어진 전쟁 이야기, 할머니와 바퀴벌레가 등장하는 달달한 러브스토리, 그 외에도 하고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어느 것을 먼저 할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쓰고 그리겠습니다.
*루리 작가 미술 이론을 공부했다. 『긴긴밤』으로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로 제26회 황금도깨비상(그림책 부문)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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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루리> 글,그림10,35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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