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고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부모가 사색해야
『우리 집에는 꼬마 철학자가 산다』 노신화 저자 인터뷰
부모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말하거나, 물음에 답을 해줄 때 ‘한걸음 더’를 늘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아이의 사고력은 분명히 몇 걸음 이상 넓어질 것입니다. (2021.03.08)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에 따라 아이의 생각이 자라는 방향과 속도가 달라진다. 하지만 많은 부모가 아이와 대화하거나 질문에 답을 해주면서 과연 이렇게 하면 괜찮은 건지 의문을 품는다. 심지어 전쟁 같은 육아 속에서 깊이 있는 대화는커녕, “밥 먹어.”, “그만해.”, “양보 좀 해.” 같은 샤우팅이 울려 퍼지기 일쑤다. 내 아이를 위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주고받는 게 좋을지 고민에 빠진 부모에게 신선하면서도 따뜻한 방법을 전하는 책이 있다. 노신화 작가의 에세이 『우리 집에는 꼬마 철학자가 산다』이다.
저자의 집에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 가득하다. 한 물건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형제, 장난감을 사고 싶어하는 꼬마의 떼쓰기, 어른을 당황스럽게 하는 동심의 엉뚱한 질문, 쌓여만 가는 집안 일에 숨돌릴 틈 없는 엄마……. 하지만 저자는 그 속에서 ‘철학적 대화 육아’라는 꽃을 피웠다. 육아의 일상을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우는 대화로 연결한 것이다. 그 흐름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두 꼬마는 엄마가 들려주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만화, 그네타기보다 재미있다면서 눈을 반짝이고, 귀를 쫑긋 세웠다. 저자는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삶, 이별, 배려, 관계, 지혜, 행복, 거짓말, 가치 등을 다뤘다. 하지만, 꼬마의 눈높이에 맞춰 자연스러우면서도 매우 쉽게 풀어나간다. 때문에 두 동심은 자신이 얼마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시나브로 사고력을 키워나갔다.
자녀에게 주고 싶은 단 하나로 ‘사고력’을 꼽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물질적인 유산을 물려줄 것이 없어서요(웃음). 농담입니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이것저것 주고 싶은 것이 많지만 아이의 인생을 생각한다면 ‘사고력’이 단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에게는 앞으로 수많은 일들이 펼쳐질 테지만 저는 그 모든 순간마다 곁에 있어 줄 수가 없으니까요. 때문에 아이는 사고의 뿌리를 크고 단단하게 갖춰야 해요. 그러면 어떤 어려움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겁니다. 또한 사고력이 올바르게 갖춰진다면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꿈을 꾸며, 그 길로 향하는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가 어떻게 대화하면 아이의 사고력을 확장할 수 있을까요?
‘확장’이라는 말은 어떤 범위보다 더 늘려서 넓힌다는 말이잖아요. 아이와 대화를 할 때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서 이야기의 폭을 넓히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제 둘째가 네 살이었을 때 저에게 “엄마, 바보가 뭐야?”라고 물었었죠. 저는 일단 흔히들 알고 있는 바대로 뭐든 모르는 사람이 바보라고 답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답을 덧붙였지요. “이렇게 뭐든 모르는 사람을 바보라고 하는데, 잘 알고 있는 사람 중에도 바보가 있어.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사람. 또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줄 알면서도 안 하는 사람도 바보야. 지혜로운 사람은 달라. 알고 있는 대로 실천도 잘하지.” 라고요. 부모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말하거나, 물음에 답을 해줄 때 ‘한걸음 더’를 늘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아이의 사고력은 분명히 몇 걸음 이상 넓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평소에 어떤 준비를 해두면 좋을까요?
일단, 사색을 즐겨야 합니다. 어떤 것에 대해 이모저모 생각하고, 깊이 파고드는 것 말입니다. 예를 들어서, 아이와 함께 만화를 보고 있다면 머릿속에 질문들을 떠올리고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을 계속하는 거죠. ‘지금 이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방금 그 대사를 아이가 따라 하면 어쩌지?’, ‘저 만화를 만든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만든 걸까?’, ‘아이들이 보는 만화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렇게 머릿속에 떠오른 바를 넓게 펼치고, 깊게 파고들고, 하나하나 엮어가면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사색의 결과를 아이와 수시로 나눕니다. “얘들아, 엄마가 생각해봤는데 말이야.”라고 하거나, “혹시 너희들은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하면서요. 저희 집 두 꼬마는 놀다가도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두 눈을 반짝여요. 그림책, 만화, 놀이터에서는 들을 수 없는 얘기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알고 보면 어린아이들은 은근히 이런 깊이 있는 대화를 좋아한답니다. 이렇게 부모가 사색하고 그것을 나누는 걸 꾸준히 한다면 아이는 철학적 대화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사고력도 키우게 됩니다.
『논어』, 『인간 관계론』, 『칸트의 교육 사상』, 『어린 왕자』, 『격몽 요결』 같은 명저들을 육아에 활용하신 것이 신선했습니다.
알고 보니 공자, 데일 카네기, 칸트, 생텍쥐페리, 율곡 이이 같은 분들이 좋은 육아 멘토더라고요(웃음). 사실, 육아는 부모와 아이가 어떻게 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며 바람직한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관건인데, 그것을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은 지혜의 산물입니다. 저는 그 주옥 같은 지혜들을 육아에 활용한 것이지요. 고민이 있거나 마음이 답답할 때 책을 펼치면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우연히 펼친 책장의 구절에서 해답을 얻는 거죠.
제가 ‘책의 마법’이라고 부르는 그런 일은 육아에서도 일어나죠. 예를 들어, 아이들이 서로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면 저는 매번 장황하게 훈육을 하는 편이었죠. 하지만, 그러고 나면 아이들도 저도 지칠 수밖에 없어요. 여느 때처럼 아이들을 훈육했던 어느 날, 『논어』를 꺼내서 펼쳤더니 ‘기소불욕물시어인(내가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공자의 말이 보였습니다. 그때 저는 무릎을 탁 쳤죠. 곧바로 그 말을 종이에 적어 벽에 붙이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준 뒤 소리 내서 저를 따라 읊게 했습니다. 아이들은 동시를 읊듯 즐기면서 따라 했고, 그 후 수시로 ‘기소불욕물시어인’이라는 말과 그 뜻을 반복했더니 제가 뜻을 물을 때마다 앵무새처럼 곧바로 답하는 수준에 이르렀죠. 덕분에 훈육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장난감 때문에 다투는 꼬마 형제에게 제가 이렇게 말했죠. “얘들아, 방금 그건 ‘기소불욕물시어인’을 실천한 걸까? 아닐까?” 그러면 녀석들은 씨익 웃으면서 멈추었습니다.
작가님이 평소에 좋은 책을 가까이하고, 그 덕분에 생각도 깊게 할 수 있었기에 고전을 육아에 활용하신 것 같습니다. 자녀를 생각이 깊은 사람으로 키우려면 일단 독서를 많이 하게 해야 할까요?
책을 읽는다는 건 참 좋은 일이지만, ‘독서를 많이 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 염려스러워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 것 자체를 칭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만약 누군가가 책을 많이 읽는데, ‘읽기’에 머물러 있다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읽었던 바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을 해야 하죠.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읽고, 생각한 바대로 ‘실천’까지 해야만 합니다. 책을 많이 읽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없고, 또 책에서 읽은 좋은 가르침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결국, ‘많이 읽는 것’보다는 ‘깊이 읽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의 독서도 이런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죠.
아이들과 대화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직 어린 아이와도 다양한 주제로 매우 자연스럽게 대화를 펼쳐나가는 노하우가 궁금해요.
일단은 아이들의 생각을 확인하려 노력합니다. 일방적으로 제 생각만 펼치지 않기 위해서죠. 때문에 아이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얘기를 하면 중간에 자르지 않고 끝까지 들어 줍니다. 이때 느긋한 모습을 보여주죠. 재촉하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니까요. 만약, 아이의 얘기를 들어봤더니 녀석이 생각을 잘못하고 있음을 알았을 때는 “아니야.”라고 하는 대신 “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엄마 생각은 조금 달라.”라고 하지요. 정리하자면 저는 아이들과 대화할 때 묻기, 기다리기, 존중하기. 이 세 가지를 중요시해요.
육아 방향성으로 고민하는 부모님들께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요?
부모가 가치관을 정립하면 좋겠어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정립하는 것 말입니다. 저의 가치관을 말씀 드리자면, 저는 삶에서 ‘가족’, ‘행복’,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냥 뚝딱 나온 것이 아니라 사색의 결과로 얻어낸 산물이죠. 이렇게 가치관을 정리하고 나니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일단 저의 가치관을 따르는 삶을 살려고 하고, 고민이 있을 때 가치관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서 답을 찾는 과정의 혼란을 줄일 수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훈육하거나 지도할 때도 이 방향으로 가더라고요. 덕분에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는 육아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노신화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누군가 전공을 물으면 ‘노신화 연구’라고 말하곤 한다. 취미로 ‘생각하기’를 꼽을 정도로 머릿속이 바쁘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특히 궁금해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세상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이다. 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사람들의 마음이 사랑을 바탕으로 한 온기로 채워진다면,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고 숱한 문제들도 해결되리라 믿고 있다. 평소에는 부드러움의 대표주자 같은 사람이지만, 세상을 위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과감히 결단을 내리고 실행하는 단단함을 보인다. 17년간 몸담았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한국어 교사가 된 것도, 매일같이 두 아들을 꿈나라로 보내고 나면 깊은 새벽까지 글을 쓰는 것도 그 이유다. 오늘도 나,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사람의 ‘가족’, ‘행복’, ‘건강’을 응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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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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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엄마와 엉뚱 발랄한 두 꼬마가 펼치는 41편의 육아 에세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철학적 대화 육아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세 살이 공자의 말을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까?”, “다섯 살이 사고력, 감사, 성찰과 행복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주저 없이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