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의 ‘저세상 오디션’!
『구미호 식당2: 저세상 오디션』 박현숙 저자 인터뷰
삶은 수학 공식과 같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마음먹기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같은 상황도 많이 다르게 느껴져요. 어쩌면 오늘의 이 절망과 좌절이 좀 더 강하고 탄탄한 내일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어요. (2020.12.14)
청소년 베스트셀러로 굳게 자리매김한 『구미호 식당』,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찾아왔다. 바로 또 다른 저세상 이야기를 다룬 『저세상 오디션』이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자’들이 저세상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디션에 합격해야 한다는 독특한 상상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죽음’은 가장 불편한 소재이지만, 박현숙 작가는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모든 소중한 것들을 짚어 나간다. “내가 나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당신은 자신만의 시간을 잘 쓰고 있는가?” 『저세상 오디션』의 이야기 너머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박현숙 작가. 그와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구미호 식당』 두 번째 이야기, 『저세상 오디션』 출간을 축하드려요. ‘저세상에 가려면 오디션에 통과해야 한다’는 상상력이 참 재미있었어요. 『구미호 식당』은 작가님의 학창 시절 기억 속에 있는 한 아이를 모티프로 하셨다고 했는데, 이번 책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요?
지금 모두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비극적인 뉴스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짊어진 짐의 무게가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마음도 아팠어요. 그리고 ‘힘든 것이 지나고 나면 평화로움이 찾아올 수도 있는데, 좀 참아보지’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어요. 오늘이 힘들다고 내일까지 힘든 것은 아니잖아요.
삶은 수학 공식과 같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마음먹기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같은 상황도 많이 다르게 느껴져요. 어쩌면 오늘의 이 절망과 좌절이 좀 더 강하고 탄탄한 내일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 생각 끝에 태어난 작품이에요.
금정호가 나도희에게 알려준 ‘상상의 마법’이야말로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어린 시절 작가님도 훗날의 자신을 매일 상상하다 보면 현실이 되어 있을 거라는 ‘상상의 마법’에 자주 빠지셨나요? 어른이 된 지금, 그 마법이 정말 이루어지셨나요?
상상은 힘든 현실에서 빠져나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이에요. 저는 학창 시절, 어른들이 바라는 그런 아이는 아니었어요. 당시에는 어른들이 바라는 아이가 아니면 앞날도 어두울 거라고 여겼었어요. 공부를 잘해야 앞날이 밝고 창창하다고 생각했지요. 저뿐만 아니라 다들 그런 생각을 할 거예요. 당시 저는 매일 웃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십대 시절에는 왜 그렇게 웃고 사는 게 어려운 일이었는지 모르겠어요.
그 상상의 마법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지금 아주 잘 웃는 사람이 되었어요. 좋은 일이 생겨서 행복한 게 아니라 웃으니까 좋은 일도 생기는 거 같아요. 아, 맞아요, 웃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상상도 매일 해요. 상상의 마법은 현재 진행형이에요.
『저세상 오디션』에는 임금을 받지 못해 기업과 싸우던 사람, 대중에게 미움받을까 두려워한 래퍼, 연인과 헤어진 사람, 미혼모 등 다양한 이들의 사연이 등장하잖아요. 어떻게 이런 사연을 만들어내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저세상 오디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이웃들이에요. 등장인물들 중 특별한 이는 없어요. 가장 보편적인 인물들, 그들의 고민 또한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도진도 아저씨의 사연은 굉장한 반전이었어요. 스스로의 잘못을 후회한다는 도진도와, 그의 후회는 이미 늦은 것이라는 마천의 말도 인상 깊었고요. 작가님은 이러한 등장인물을 통해 무엇을 말씀하고 싶으셨나요?
죽을 용기로 헤쳐나가라는 말이 있어요. 저는 『저세상 오디션』에 나오는 인물 중에서 도진도라는 인물이 가장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은 자신의 과오가 세상에 알려지는 게 두려워 현실에서 도피한 인물이 도진도예요. 도진도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 중에는 삶이 피폐해진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도진도는 현실에서 도피하지 말고 진정한 사과를 통해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어야 해요. 마천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들 모두에게 측은지심을 갖지만, 남들에게 상처를 준 도진도에게는 그러질 않아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남들을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도진도를 통해 꼭 하고 싶었어요. 만약 그런 상황이 되었다면 자신 때문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도 말하고 싶었고요.
일호가 중간 세계에서 겪은 일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남은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잘 살아가게 될까요? 일호의 남은 이야기를 작가님께 직접 듣고 싶어요.
독자들에게 남긴 숙제가 바로 나일호예요. 독자들이 책을 읽고 났을 때 나일호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달라졌을까, 등등 궁금해하겠지요. 그 질문은 결국 제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에요. 나일호는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저는 나일호가 남은 시간을 정말 멋지게 살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건 독자들 역시 그러길 바라는 제 마음이기도 해요.
『저세상 오디션』에서는 사람들에게 모두 살아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하지요. 일호는 두고 온 시간을 생각하며 동생 일주의 이야기를 하는데요, 작가님께서는 앞으로 남은 미래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을 너무 많이 의식해요. 내가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결국은 자신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타인이 원하는 삶을 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 거지요. 저 역시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저 자신에게 ‘네 시간은 네 것이다, 네 마음껏 써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색칠을 하고 내 의지대로 시간을 살다 보면 먼 훗날 내 삶은 참으로 멋졌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유난히 비극적인 소식이 많이 들려온 한 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 책의 메시지가 더욱더 피부에 와닿았습니다. 지금도 위태롭게 삶을 버티는 이들에게, 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책의 등장인물인 마천을 통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어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중에 의미 없는 시간은 일분일초도 없다고. 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시간들이라고. 그리고 오늘이 힘들다고 내일도 힘든 것은 아니라고.
작품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참담하고 힘들었던 나의 경험을 작품 속에 등장시키게 되지요. 이 작품에 나오는 누군가를 짓누르고 괴롭게 했던 사연 중에 일부는 제가 겪었던 사연일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오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저 역시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이 힘드니까 내일은 더 힘들 거라고 생각했고 낙담했었지요.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둠이 지나면 반드시 아침이 오니까요. 힘든 일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과 당당히 마주하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용기는 나의 시간들을 바꿔놓습니다.
*박현숙 아이들과 수다 떨기를 제일 좋아하고 그다음으로 동화 쓰기를 좋아하는 어른이다.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다. 제1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어릴 때는 그림을 잘 그려 화가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백일장에 나가 상을 받게 되면서 꿈이 작가로 바뀌었다. 어린이들과 수다 떠는 것이 가장 즐겁고, 어린이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선물 받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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