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공간 특집] 느슨한 연결과 창의적 협업 - 로컬스티치
<월간 채널예스> 11월호
2015년 서교동에 1호점을 낸 후 이름에 적힌 ‘스티치’처럼 하나씩 꿰어서 연결한 열한 번째 결과물. 디지털 노마드 시대의 공유 공간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제공하는 붉은 벽돌 건물, 로컬스티치 약수점. (2020.11.13)
2015년 서교동에 1호점을 낸 후 이름에 적힌 ‘스티치’처럼 하나씩 꿰어서 연결한 열한 번째 결과물. 디지털 노마드 시대의 공유 공간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제공하는 붉은 벽돌 건물, 로컬스티치 약수점이다.
서교, 성산, 대흥, 연남장, 연남, 동교맨션, 연남 2호, 소공, 가로수길, 서교 2호, 약수. 지난 5년 동안 로컬스티치가 하나씩 꿰어 연결한 공유 공간들의 면면이다. 세상에 차고 넘치는 게 공유 공간인 시대지만, 로컬스티치의 컬러는 색다르다. 굳이 부연하면, ‘공유 오피스의 진화’라고 해야 할까. 흔한 말로, 시작은 소박했다. 2013년 마포구에 있는 허름한 여관을 리모델링해 동네호텔을 운영하게 된 것이 스토리의 실마리. 인상적이었던 건, ‘좋아요’를 누르는 고객 대부분이 프리랜서였다는 점이다.
“처음엔 지역 콘텐츠와 사람을 연결하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여관을 동네호텔로 개조하고, 주변 상점들과 연결하는 네크워크를 만들려고 했죠. 그 과정에서 1년에 한두 번 서울을 찾고 한 달 넘게 투숙하는 외국인 프리랜서들의 만족도가 높고, 다른 프리랜서와도 잘 어울리는 걸 보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프리랜서, 노마드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모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까지 흘러갔고, ‘코워킹’, ‘코리빙’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됐어요.”
인문학을 전공하다 늦깎이 건축 학도로 노선을 옮겨 타는 바람에 일찌감치 창업의 길로 들어선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의 ‘촉’이 발동한 시점이다. “동시대를 사는 20~30대들이 복작대며 살고 성장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뉴욕 베이스의 스트리트 사진가 키건 보이스는 당시 아마추어였는데 한국에서 작업하면서 잘된 사례이고요, 바르셀로나에서 온 한국인 셰프, 코딩 개발자, 디자이너 등 친구들에게서 영감도 많이 받았어요. 다음 작업으로 의미 있겠다는 판단을 하고 본격적으로 공간 디자인 비즈니스를 펼치기로 했습니다.”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머물 수 있고, 일과 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호텔도 셰어하우스도 아닌 새로운 공간’이라는 개념을 알리기 위해 이름도 새로 지었다. 콘셉트에 발맞춘 공유 공간 빌드업도 시작됐다. 1호점인 서교의 루프톱 키친, 2호점인 성산의 공유 서재와 세미나실이 이어졌고, 멤버들은 두 공간을 넘나들며 만나고 다양한 모임을 꾸리기 시작했다. 더 많은 멤버가 연결되는 과정에서 생활 속 교류와 재미있는 협업도 생겨났다. 새로운 공간을 오픈할 때마다 멤버들을 위한 다양한 공유 공간을 믹스하는 건 로컬스티치의 공간 구성 가이드라인이 됐다. “일종의 프로그램 믹스인 셈이죠. 멤버들이 복작대려면 정량적 시간이 많아야 하거든요. 일하고 머무는 공간에서 오랜 시간 붙어 있으려면 단일 건물 안에서 공간이 믹스되어 있어야 해요. 그만큼 로스를 줄일 수도 있고요. 얼마 전 오픈한 12호점 슈퍼스티치의 경우에도 1층 공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이 많았어요.”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1인 크리에이터, 스타트업 관계자, 프리랜서가 일하는 최적의 공유 공간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로컬스티치의 모든 것은 아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품은 멤버들이 비교적 작은 리스크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도록 지원하는 매니지먼트 역시 로컬스티치의 영역에 추가되는 앵글이다. 예비 창업을 꿈꾸던 어느 바리스타는 대흥점에 루아르 커피 바를 열었고, 말레이시아에서 온 어느 셰프는 서교점 루프톱 키친에서 멤버들의 입맛을 사로잡더니 아예 연남점에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여행사와 서점을 겸하는 동네 책방, 홍대 감성이 가득한 바버숍 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약수점 1층에 자리한 카페 커피파운드와 브런치 레스토랑 시크도 예비 창업자를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같은 콘셉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장충체육관에서 약수역 방향으로 언덕을 넘자마자 한양도성 순성길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로컬스티치 약수점은 몇 년 전까지 광고대행사 코마코 사옥으로 쓰던 곳이다. 3개월간 리모델링을 거쳐 각 층 76평 정도 규모의 5개층과 루프톱으로 구성했다.
“공간 면적에 따라 구성을 달리하는데, 약수점은 특히 멤버 전용 공간을 많이 만들었어요. 2층 같은 경우, 원래 계획대로라면 고정 시설을 많이 넣는 편인데, 1인 멤버실을 많이 두었어요. 공간을 유연하게 쓰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올해 같은 경우 코로나19 때문에 생활방식과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잖아요.” 김수민 대표의 설명대로 일하는 공간과 주거 공간이 섞여 있는 다른 지점과 달리 약수점은 일하는 공간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충무로 주변이라는 지역 특성에 맞춰 1개 층은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파트가 입주했는데, 입주자 특성에 맞게 시사회가 가능한 작은 타운홀 공간이 들어가 있다. 그중에서 유독 인상적인 공간은 2층에 자리한 매거진 바 ‘도큐’. 건축, 인테리어, 사진, 문학, 영화, 환경, 자연, 공예 등 120여 종의 잡지가 가지런히 놓인 이 공간은 도시의 창의적 생산자들을 위한 로컬스티치만의 시선을 담은 공간이다.
“제 아이들은 다른 세상을 살 거란 생각이 많아요. 로컬스티치 소공점에서 인테리어 설계를 하다가 다음 날엔 로컬스티치 홍콩점으로 이동해서 일하는 삶. 앞으로 멤버들이 점점 늘어나면 새로운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로 확장되고, 더 많은 협업 모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로컬스티치의 지향점을 묻자 김수민 대표가 한 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공간에 대한 세상의 생각은 빠르고 유연하게 흘러가는 중이다.
로컬스티치위치 서울시 중구 동호로 17길 13 이용 정보 월~토요일 8시~21시, 8~10인 규모 세미나룸, 브랜드 전시 및 모임을 진행할 수 있는 매거진 바, 미팅룸, 루프톱으로 구성되어 있다. 멤버십 가격은 12만 원. 전 지점 공용 공간과 회의실 무료 이용, 대관 할인, 입주 상점 할인, 로컬스티치 멤버 브랜드 할인이 가능하다. 문의 contact@localstitch_yaksu, 02-322-86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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