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첫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 많이 기다린 책”
‘장기하와 얼굴들’ 밴드 생활 끝내며 하고 싶었던 일
글로 표현하지 않으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책을 써봐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2020.09.11)
뮤지션 장기하가 첫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출간했다. 대중음악가이자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느낀 일상을 솔직하게 담은 이 책은 ‘장기하와 얼굴들’ 밴드 생활을 마친 후 1년간 집필했다. 책을 좋아하지만, “책을 잘 읽지 못한다”고 고백하는 장기하는 “말로 설명하지 못한 마음을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9일, 문학동네에서 주최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장기하가 나눈 말들.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에 대해 써보려 한다. 나를 괴롭혀온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해서 간단히 극복하거나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 같은 것은 나는 모른다.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마치 한 단어를 반복해서 되뇌면 그 의미가 불확실해지는 기분이 들듯이,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을 죄다 끌어내 써보는 것만으로도 그것들의 힘이 좀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기대는 하고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중요하지 않은데 나를 괴롭히는 이야기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데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말로만 표현하기에는 자세히 표현이 안 된다고 할까? 글로 표현하지 않으면 받아들여지기 어렵겠다고 생각했고 책을 써봐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제목이 인상적이다. 제목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하다.
책을 잘 못 읽는데,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책을 잘 읽는 것과 상관이 있는 걸까?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스스로 배울 수 있다면 이렇든 저렇든 상관없는 일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데 나를 괴롭히는 이야기에 관해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나온 제목이다.
집필 경험은 어떠했나?
여행 에세이를 공저로 참여한 적은 있는데,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서 글을 쓴 건 처음이었다. 세 줄을 써놓고 다음날까지 못 쓰겠더라. ‘책을 쓴다고 말해 놓고서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편집자 분께서 “한 문장 한 문장 쓰다 보면 마음에 드는 꼭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마음에 안 드는 글은 버리기도 했지만, 최근에 쓴 꼭지는 내 마음에 들었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글감으로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아는 것들, 편안하게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가사를 직접 쓰는 뮤지션이다. 가사를 쓰는 일과 책을 쓰는 일은 어떻게 달랐나?
노래를 만드는 일에는 어느 정도 익숙한데, 책은 굉장히 막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려웠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크게 다르진 않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는 형식으로 떠다니지는 않으니까. 글을 다듬는 작업은 글이나 음악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못하는 밴드들이 많다. 뮤지션으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공연을 진행하는 사례도 많은데 획기적인 대안은 없다. 모두가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명확한 답은 없는, 그런 상황이다. 맨날 공연하던 사람들에게는 너무 힘든 요즘이다.
좋아하는 산문집이나 작가가 있나?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를 좋아한다. 이석원 작가가 언니네 이발관으로 활동했을 때 쓴 산문집인데 무척 좋았고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하루키도 좋아한다. 하루키만큼 산문을 잘 쓰긴 어렵지 않을까? 물론 소설도.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장기하와 얼굴들’ 밴드 생활을 10년간 했다.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대외적인 커리어 부분을 떠나 나에게 무척 좋은 시기였다. 앞으로 많이 그리워할 것 같고. 밴드 생활을 끝내고 책을 바로 썼는데, 책을 쓰지 않았다면 좀 허전했을 것 같다.
앞으로 발표할 곡은 어떤 느낌의 곡인가?
접근법을 대략적으로 말한다면, 나의 핵심적인 정체성은 “말”이다. 결국 내 말, 내 이야기를 하는 일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뮤지션 장기하를 독자들이 어떻게 기억하면 좋을까?
글쎄, 어떻게 기억하기보다는 기억만 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지 않을까 싶다.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책을 계기로 만나게 돼서 참 좋다. 이 날만을 정말 손꼽아 기다렸다. (웃음) 나는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사람이라 음악을 바로 시작하지 못했는데, 책이 완성됐으니 이제 하반기에는 음악을 만들기 시작할 거다. 내년 초에 음악으로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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