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방법”
『승화』 배철현 저자 인터뷰
하루의 마무리는 저녁이 아니라 아침에 완성됩니다. 아침에 어떤 다짐을 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질이 결정됩니다. (2020.09.03)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의 인문에세이 4부작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이다. 2016년 출간된 『심연』을 시작으로 『수련』 『정적』 『승화』로 이루어진 4부작 시리즈가 끝이 났다. 배철현 저자에게 성찰의 힘에 대해 물어보았다.
노란 표지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책 제목 『승화』는 어떤 뜻인가요?
‘승화’는 흔히 과학에서 고체에서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로 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책에서 다른 뜻으로 사용했습니다. 내가 달라졌다고 자만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변하려고 하는 그 마음과 과정의 소중함에 주목한 거죠.
우리는 누구나 달라지고 싶어 합니다. 그 마음 자체가 승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자신보다 더 나은 자신을 추구하는 마음, 그것을 저는 승화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심연』 『수련』 『정적』 시리즈의 마지막 책인데요. 4권을 구상한 결정적 순간이 있었다면요?
지난 10년 동안의 제 삶의 궤적을 고백처럼 기록한 것이 바로 이 4권의 책입니다. 제가 딱 50세가 되었을 때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거든요. “나는 나 자신을 흠모하고 있는가” 이 질문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어요. 기존의 삶과 과감히 결별해야만 이 질문에 따라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죠.
이전까지는 환경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삶이었습니다. 일단은 익숙한 환경으로부터 떠나야 할 것 같아서 서울에서 가평으로 이사를 했어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쓰기 시작한 것이 첫 번째 책 『심연』입니다. 이 네 권의 책은 ‘위대한 개인’이 되기 위한 4단계이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는 자기를 성찰하는 4가지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앞서 출간한 세 권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면, 『심연』은 외부의 소리가 아닌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책입니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고독’이에요. 고독은 외로움이 아닙니다. 오롯이 나를 응시하는 거룩한 시간입니다.
『수련』에서는 “내가 아닌 것은 과감히 버리십시오”라고 말합니다. 말, 행동, 생각, 습관 등 살다 보면 외부의 환경에 의해 나도 모르게 삶의 군더더기들이 내 안에 쌓입니다. 행동하지 말아야 할 것,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정하고 실천하는 것이 제가 생각한 수련입니다.
『정적』은 평정심을 얻는 방법에 관한 책입니다. 심연과 수련을 거치고 나면, 인생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떠오를 거예요. 이때 내가 나에게 완전히 몰입할 수 있습니다. 온전한 자신을 상상하는 사람은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의식하지 않습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배려도 생기죠.
마지막 책 『승화』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승화는 마지막 단계이지만 아무런 시련도 유혹도 없는 완성된 단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더 높은 차원의 정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겸허한 마음을 얻게 되는 상태입니다. 주어진 삶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을 때 비로소 찾아오는 깨달음이죠.
인간의 몸은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났지만, 인간의 정신은 자기의지로 얼마든지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의도적이며 인위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내가 흠모하는 나’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4단계로 여러분이 변화된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개인’이라는 말은 거창해 보이기도 하는데 어떤 뜻인가요?
니체가 한 말 중에 ‘인간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가 있는데요. 그 말은 ‘자신이 되어야 할 인간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로도 번역할 수 있고, ‘인간은 자신이 될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개인’은 1인칭이 아니라 3인칭으로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연연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봤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만큼 노력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판단하는 것이죠.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건 무엇일까요?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 신화’를 보면, 시시포스가 커다란 바위를 산 정상까지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아요. 온 힘을 다해 산 정상까지 바위를 올려놓고 마음 놓는 순간, 바위는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집니다. 지금까지 노력이 부질없었음을 깨닫죠.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미를 찾지 않으면 지루한 이 일상은 그저 무자비하게 반복될 뿐입니다. 카뮈는 모순으로 가득한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우리의 최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시시포스가 바위를 밀어 올려봤자 또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가 최선을 다해 바위를 올리려는 마음, 그것이 승화입니다.
성찰이라는 게 말처럼 쉽진 않은 것 같아요.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하루의 마무리는 저녁이 아니라 아침에 완성됩니다. 아침에 어떤 다짐을 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질이 결정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스로에게 질문 하나를 던져보세요. “오늘 나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실제로 저는 아침에 30분 동안 좌정을 합니다. 그리고 오늘 하지 말아야 할 1가지를 떠올린 후, 그것을 오늘 절대 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직장인이라면 출근 준비하느라 바빠서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을 갖는 건 어려울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스스로 질문을 해보세요. 그런 날들이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분명 달라져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은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류가 남긴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며, 위대한 개인이 획득해야 할 가치들을 『심연』 『수련』 『정적』 『승화』 네 권의 시리즈로 기획했다. 성서에 나오는 질문들을 다룬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 호모 사피엔스 등장의 원인을 ‘이타심’에서 찾은 『인간의 위대한 여정』 등을 출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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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심연, 미래교육, 성찰, 정적, 승화,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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