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심리학과 박선웅 교수가 알려주는 온전한 나로 사는 방법
『정체성의 심리학』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은 껍데기 안에 감춰진 자신의 알맹이를 찾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인생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모두 주인공이다.(2020. 07. 21)
20대 때 사기를 당하고 모든 것을 잃은 청년을 일으켜 세운 것은 자신을 돌아보며 쓴 자신의 인생 이야기였다. 『정체성의 심리학』은 고려대 심리학과 박선웅 교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포함한 사양한 사례를 통해 인생 이야기가 어떻게 정체성을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저자 박선웅 교수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나도 몰랐던 진정한 ‘나’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지, 정체성에 관한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자.
『정체성의 심리학』은 교수님의 첫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집필하시게 되었는지 계기가 궁금합니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학생에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되기까지 참 오랜 시간 저의 길을 찾아 좌충우돌했던 것 같습니다. 공군 학사장교로 군 생활을 마치고 대학교 교직원, 국회의원 보좌진, 그리고 다시 대학교 교직원으로 살다가 서른이 되기 직전에야 심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죠. 이런 과정들은 제가 정체성을 연구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자연스러운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저보다는 쉽게 자신의 길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 정체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책이 그 첫 결과물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는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내려오던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바로 ‘정체성’이라고 하셨는데, 정체성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요?
보통 정체성을 찾는다고 하면 지나치게 거창한 것들을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마치 자기 마음에 드는 옷을 입는 것과도 같습니다. 정체성이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방향에 대해 결단을 내린 정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정체성은 내가 지키고자 하는 삶의 원칙이 될 수도 있고,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가 될 수도 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써서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정체성을 찾기 위해 왜 자신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한가요?
흔히 삶을 명사형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삶을 명사형으로 규정할 수 없습니다. 삶은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인생 이야기’란 사람들이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입니다. 사실보다는 해석에 가까운 이야기라 단순히 어떠한 사건들이 일어났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죠. 그보다는 어떤 사건이 다른 사건에 비해 더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자신에게는 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영향을 끼쳤고, 그래서 자신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삶은 인생 이야기를 빼놓고는 제대로 이해될 수 없어요.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정체성 그 자체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내려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인생의 진정한 주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선 자신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기반한 자존감은 튼튼하게 유지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이 정체성이라고 하신 만큼,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에 정체성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아요.
자존감은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세뇌한 자존감은 상황에 따라 높고 낮음을 반복하는 연약한 자존감이 되기 쉬워요. 반면, 삶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튼튼한 자존감은 자신만의 견고한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생겨났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존중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특히, 이 튼튼한 자존감을 갖기 위해선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 발목을 잡는 약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기 수용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지점에서 정체성이 중요하지요. 자신의 인생 이야기로 확립된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수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인생 이야기를 통해 정체성을 연구하시고, 또 그와 관련된 책을 집필하신 교수님께서도 교수님만의 견고한 인생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20대였을 때 사기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니 오히려 아예 원점에서 시작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즈음 열심히 돈을 모아 유학길에 올랐는데, 그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보며 <격동의 2005년>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 글의 마지막 문단에 저는 ‘언젠가 내가 심리학을 통해 학문적 성취를 이루게 되면, 이 사건이 중요한 계기가 됐음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길고 갈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라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유학 생활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으나, 저는 제 정체성을 찾아서 가야 할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관없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속아 전 재산을 날린 인생의 실패자’가 아니라 ‘학자의 삶을 찾아 길을 떠난 여행자’라는 측면을 박선웅이라는 사람의 주춧돌로 삼은 것이죠. 그래서 제 인생 이야기는 어떻게 내 인생을 찾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답답함과 불안함 등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를 겪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심리 방역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삶의 태도가 필요할까요?
저 또한 금방 수그러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 지속되고 있네요. 이렇게 오래 지속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는 사회적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고, 이것이 다시 시간적, 공간적으로 상당한 공백기를 가져왔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는 것이 어려워지고, 취업준비생들이 뚫어야 하는 취업문도 더 작아졌어요. 저는 이렇게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여 자신이 누구인지, 즉 내 안의 ‘나’를 발견하는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의미,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 할 때 더 이상 ‘왜’가 아닌 ‘무엇’을 추구하며 살지를 생각해보는 것이죠. 저는 그에 대한 방법으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접하며 삽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증발하여 없어지겠지만, 그중 어떤 이야기는 하나의 의미로 맺힐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이야 어떻든, 우리 곁에 남은 그 이야기는 삶이 되지요. 저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정체성’이라는 세 글자만이라도 가슴에 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가 정체성이라는 것만 알아도 분명 좋은 출발이 될 것입니다.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은 껍데기 안에 감춰진 자신의 알맹이를 찾는 것입니다. 알맹이를 지키기 위해 껍데기가 있는 것이지, 껍데기를 걸어놓기 위해 알맹이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이 책에서 다룬 인생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들입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 모두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살아내어,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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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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