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갖지 마세요
『볼드 저널 bold journal : 13호』,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 『내가 있는 곳』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19. 07. 18)
불현듯(오은) : 오늘은 예고한 대로 ‘해피인사이드 전’과 함께한 고민 상담과 책 처방으로 ‘어떤,책임’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지난 주에 첫 번째 고민 상담을 진행했는데요. 그때 프엄님만 길게 소개하셔서 저희가 약간 당황했어요.(웃음)
프랑소와엄 : ‘서울국제도서전’ 공개방송 2부 뒤에 들어가는 거니까 각자 10분 이상은 소개하지 말자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제가 거의 20분을 소개해서(웃음) 5분 정도를 편집했죠.
캘리 : 프엄님 소개가 조금 길어지니까 불현듯님이 갑자기 녹음 중단을 하셔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불현듯(오은) : 오늘은 2탄입니다. 마치 예전에 프엄님과 제가 ‘알쏭달쏭’이라는 코너 진행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볼드 저널 bold journal : 13호』
볼드 저널 편집부 | 볼드피리어드
‘현정’ 님의 사연입니다. "아기가 12개월 되었는데요. 늘 같이 있고 싶은데 저는 워킹맘입니다.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아 아이에게 더 많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좋을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남겨둘지.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도 워킹맘이고요.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3개월 해서 6개월 휴직 후에 복귀했어요. 복귀하고 첫 인터뷰 때 인터뷰이가 책 만드는 엄마였어요. 그분이 아이와 놀 때 꼭 보호자가 모두 함께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셨거든요. 저도 약간 항상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생각이 조금 바뀌더라고요. 요즘은 저와 남편이 따로 아이와 놀고, 각자 자유시간을 가지며 지낼 때도 많아요. 저는 확실히 양보다 질 같은데요. 저도 아이가 잘 때 출근하고요. 퇴근해서 집에 가면 7시 10분 정도에다 아이가 9시 30분 정도에 자니까 평일에는 2시간 정도 같이 있는 셈이에요. 그러니까 고민을 많이 하죠. 현정 님의 사연을 보니까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분 같은데요. 하루에 2-3시간이라도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주말에 집중해서 함께 놀면 평일에 엄마와 조금 덜 논다고 해도 많이 서운해할 것 같진 않거든요. 아이가 엄마와 오래 같이 있어서 행복한 건 아니니까요.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은 잡지예요. 『볼드 저널』 입니다. 젊은 아빠들을 위한 잡지이지만 요즘 문화와 취향에 공감하는 젊은 엄마나 아빠한테 굉장히 인기가 많은 잡지라 현정 님께 선물하는 느낌으로 가지고 왔어요. 이 잡지는 매 호 주제가 있는데요. 이번 13호는 ‘아버지의 주말을 들여다봅니다’예요. 인터뷰도 있고요. 나들이 가면 좋은 곳, 주말에 필요한 아이템, 요리, 동네 놀이터에서 놀 때 아이디어 등이 있어요. 특히 ‘작은 주말 전통 만들기’라는 꼭지에서는 식물 키우기, 베이비 마사지, 자동차 여행, 등산하기, 전시회 가기, 그림책 만들기, 샌드위치 만들기 등이 있거든요.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실용적인 팁이 많으니까 이걸 보면서 아이와 알찬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갖지 마세요. 아이들이 주말을 재미있게 보내면 월요일에 유치원에서 표정이 다르대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
진은영, 김경희 공저 | xbooks
‘예린’ 님 사연입니다. "저는 글로 사람을 위로하는 시인이 되고 싶은 22살 청년입니다. 배고픈 직업임을 알지만 마음에 굶주린 많은 이들이 제 글로 풍요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응원해주시지 않습니다. 잘 이겨내서 꼭 세상에 빛이 되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전시에 적힌 글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일'로 만들고자 합니다."
이 사연을 읽고 등단했을 때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어요. 소식을 전하자 엄마가 “은아, 글은 취미로 써야 돼.”라고 하셨거든요. 이유는 하나겠죠. 직업을 갖고 그 다음에 글을 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그때부터 하신 거예요. 당시는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 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내다가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그 말을 자꾸 생각하게 됐어요. 생각해보면 글만 써서 먹고 살 수 있는 시인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소설가 중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고요. 그러다 보니까 예린 님께 시를 쓰고 싶으시면 시를 써야 합니다, 시를 직업으로 삼으시면 언젠가는 빛이 올 거예요, 라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어요. 저는 직업이란 것, 나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갖는 건 무조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예린 님께는 글로써 할 수 있는 일, 문학으로써 할 수 있는 일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그래서 가져온 책입니다.
이 책은 ‘문학이 할 수 있는 일’과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있습니다.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서 다룬 프로그램 일부도 담겨 있는데요. 이 책이 하나의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무수한 답 중 하나는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직업을 갖고 있는 시인들이 많아요.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진은영 시인은 시인인 동시에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서 문학상담 전공 교수를 하고 있고요. 윤재림 시인의 경우 카피라이터를 오래 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또 필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시를 쓰시는 시인도 계시니까요. 예린 님도 시를 쓰시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일을 고려하시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말씀을 드립니다. 예린 님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할게요.
쉼보르스카는 왜 의심을 가지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까요? 어떤 이를 의심하는 것보다 확신을 가지는 게 더 좋을 텐데요. 그녀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 의심과 의문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모르겠어, 라는 두 마디의 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는 작지만 견고한 날개가 달려 있습니다. 그 날개는 우리의 삶 자체를, 이 불안정한 지구가 매달려 있는 광활한 공간으로부터 우리 자신들이 간직하고 있는 깊은 내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만들어줍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내가 있는 곳』
줌파 라히리 저 / 이승수 역 | 마음산책
‘영종’ 님 사연입니다. "지금 나이 27살, 나는 지금 우엇을 하고 있나.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와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먹고 사는데 한편으로는 다 부질없게 느껴지는 내 자신을 요새 자주 봅니다. 나는 무엇일까요."
'나는 무엇일까'에 답을 주는 책을 간절히 고르고 싶었어요. 책을 몇 권이나 읽다가 뒤늦게 깨달았어요. 어떻게 이 질문에 한 번에 답을 할 수 있겠어요. 대신 함께 고민하는 책을 골라왔습니다. 줌파 라히리의 『내가 있는 곳』 이고요. 이 소설의 주인공은 40대 여성입니다. 혼자 사는 것 같고, 자신과 안 맞는 엄마를 힘들어하는 것 같기도 해요. 가끔은 심리상담을 받는 것 같고요. 그런데 이러한 얘기가 이 사람을 얼마나 설명하느냐, 하면 잘 모르겠어요. 만약 저를 30대, 기혼여성으로만 설명한다면 너무 부족한 느낌이 들거든요. 어쩌면 여기에 힌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고민에서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한편으로는 다 부질없게 느껴진다'고 했잖아요. 부질없게 느껴지는 이유가 나를 설명하는 몇 가지의 설명들, 수식어로 나를 다 설명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고요. 나 자신도 나를 다 알 수 없다는 데에 원인이 있는 것 같아요.
책의 목차를 보면 ‘보도에서’, ‘길에서’, ‘수영장에서’처럼 어떤 장소에서 보고 겪은 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봄에’, ‘햇살 좋은 날에’, ‘마음속에서’처럼 어떤 내적인 순간을 잡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이 모든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상대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나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보는지를 지켜보는 책인데요. 소설의 내용도 물론이지만 이 방법을 영종 님께 제안 드리고 싶어요. 내가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는 아주 상대적인 것 같고요. 관계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리고 내가 누구와 있을 때 가장 나다운지를 생각하는 것도 꼭 생각해보시면 좋겠어요.
우리가 스쳐 지나지 않고 머물 어떤 곳이 있을까?
방향 잃은, 길 잃은, 당황한, 어긋난, 표류하는, 혼란스러운, 어지러운, 허둥지둥 대는, 뿌리 뽑힌, 갈팡질팡하는.
이런 단어의 관계 속에 나는 다시 처했다. 바로 이곳이 내가 사는 곳, 날 세상에 내려놓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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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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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 저/<이승수> 역9,400원(0% + 5%)
“나는 나이면서 그렇지 않아요, 떠나지만 늘 이곳에 남아 있어요” 퓰리처상 수상 작가 줌파 라히리 5년 만의 신작 소설 “자신의 언어를 빼앗긴 작가란 죽은 몸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작가가 자발적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소설가 김연수)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변화가 우리의 존재에 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