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후다닥 읽어버리고 만 책
『교실의 시』, 『까대기』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19. 06. 20)
불현듯(오은) : 제 옆에 매일 반하고, 또 반하는 ‘금사빠’ 캘리님, 일 년을 겪어본 후 판단하는 ‘신중파’ 프랑소와 엄님 나와계세요. 오늘 주제는 뭐죠?
프랑소와엄 : ‘후다닥 읽어버리고 만 책’입니다. 캘리님이 제안하신 건데요. 캘리님 제안 주제가 은근히 어려워요. 진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캘리 : 저도 제가 주제를 얘기해놓고, 계속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웃음)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교실의 시』
김승일, 김행숙, 김현, 배수연, 서윤후 저 외 7명 | 돌베개
표지가 참 예쁘지 않나요? 두 번 연속해서 제가 필자로 참여한 책을 가지고 오게 되었는데요. 이 책 행사가 곧 있거든요. 행사를 위해서 책을 후다닥 읽어야겠다 했는데 정말 재미가 있어서 후다닥 읽어버리고 말았어요. 여러분께 꼭 소개하고 싶어서 가지고 온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모두 시인이에요. 김승일, 김행숙, 김현, 배수연, 서윤후, 서효인, 신철규, 신해욱, 오은, 유진목, 임솔아, 황인찬. 책 청탁서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 학창 시절에 어떤 학생이었는지, 그때 생각한 어른의 모습과 지금의 나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에세이를 써보면 좋겠다, 라고요. 기획이 분명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글도 궁금해서 수락을 했는데요. 저는 정작 빨리 못 썼죠. 어렵더라고요. 자기 고백적인 글이 될 텐데 후회하는 글이 될까봐 많이 망설이면서 글을 썼어요. 다른 분들도 마감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웃음)
책을 읽기 전에는 말캉말캉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더 좋았어요. 또 여기 글을 수록한 시인들의 청소년기가 그려져서 참 재미있더라고요. 제일 좋았던 것 중 하나가 표지의 이 문구인데요. ‘그때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이게 기획의 출발이었을 거예요. 어른이 되었을 때 청소년기를 돌아보면 새로운 생각이 드는 것 같고요. 그래서 모든 글에 다 고개를 끄덕이게 돼요. 성별이 달라도, 학교를 다니던 시절이 달라도 다들 불안한 시기였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면서도 열두 명 시인들의 글을 보면서 ‘아, 이런 사람이 자라서 이런 어른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조금씩 닮아 있어서 좋았어요.
책의 발문을 양효실 평론가님께서 써주셨는데요. 황현산 선생님 언급을 하면서 이렇게 쓰셨어요. “우람하고 단단한 어른은 작고 약한 아이가 욕망한 미래였을 것이지만 그런 미래는 오지 않는다. 우람하고 단단한 어른들도 사실은 허약한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라고요.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되었지만 그 성정은 변하지 않고, 생활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아직 내가 생각했던 어른이 안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독자 분들도 이 시인들의 청소년기를 상상하면서 읽어보시고, 『교실의 시』 를 좋아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까대기』
이종철 글, 그림 | 보리
이 책의 저자 분을 얼마 전에 인터뷰했어요. 그래서 오늘 소개를 엄청 망설였는데요. 꼭 소개하고 싶은 책이어서 고심 끝에 가져왔습니다. 택배 이야기예요. ‘까대기’란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부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택배 기사분들이 택배 상하차를 직접 하셨는데요. 워낙 물량도 많아지고,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아르바이트를 쓰기 시작했다고 해요. 택배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고요. 놀라운 것은 택배가 파손이 되면 택배 기사에게 그 책임이 있고, 심지어 까대기 알바비도 택배 기사가 갹출해서 주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특수고용직인 택배 기사의 상황 때문이죠. 택배 기사가 개인사업자라 회사에서는 파손 등을 책임져주지 않는 거예요.
이종철 작가님도 6년 동안 까대기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서울로 올라와 생계를 위해서 까대기를 시작했어요. 새벽에 출근해서 오전 내내 까대기를 하고 오후에는 만화를 그리겠다고 생각했지만, 쉽지는 않았죠. 너무 힘드니까요. 때로는 다치기도 했고요. 책에도 나오는 에피소드인데요. 화물차에 가득 쌓인 택배 상자를 내리다가 위에 있던 상자가 얼굴로 떨어져 눈에 맞아 멍이 든 적도 있었대요. 명절 즈음엔 물량이 워낙 많아서 까대기 알바도 여러 명 필요한데요. 한 번은 함께 일하던 알바생이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하더니 그대로 돌아오지 않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작가님은 일을 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만화를 시작했다고 해요. 인터뷰 중 정말 좋았던 말이 있어, 소개해드릴게요.
“저는 그 전에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어요. 만화를 위해서 기사 분들을 이용한 게 아니고요. “당신들 지금 충분히 고생하고 있고, 좀 더 벌었으면 좋겠다, 힘내라”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일을 하면서 만난 분들에게 택배를 만화로 그리고 있다고 했더니 택배 기사님들 스스로도 택배가 무슨 만화가 되느냐고 반문을 하더래요. 하지만 꼭 이야기 되어야 했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도 택배 정말 많이 이용하잖아요. 내가 받은 상자 하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있었는지 생각하면, 또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게 힘든 노동을 하면서 이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는지 생각하면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70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