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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자란 아이는 뭔가 다르다

『육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 정신과전문의 정우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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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부터 아빠 육아를 했지만 중간에 어떠한 계기로든 아빠 육아를 하게 된 분들을 보면, 그 이후로 자기가 좋아서 아이와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더라고요. 그 이유를 저는 '육아의 맛'이라고 해요. 사람에게는 '친밀감'을 누리고 싶은 욕구가 있고 아빠도 마찬가지에요. 그리고 아이와의 친밀감은 이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죠. 그 맛을 한번 본 사람은 결코 잊지 못해서 계속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2019. 0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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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하는 아빠라는 뜻의 닉네임 ‘육아빠’를 유행어로 만든 장본인이자 수십만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파워블로거. 우연한 계기로 휴직을 하고 아이의 주 양육자가 되어 ‘아빠 육아’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하다 정 못 하겠으면 그만두지 뭐!”라는 낙천적인 마음으로 시작된 아빠 육아는 일을 다시 시작하고 두 아이의 주 양육자가 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 중이다.

 

정신과전문의로서 부모 심리 상담 및 강연으로 부모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부부 공동육아노하우 및 ‘아빠 육아의 최대 수혜자는 아빠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회원, 부부가족치료연구회 회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이며 부부공동육아 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으로 2016년 여성가족부장관 표창과 2017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아빠 육아가 왜 중요한가요? 육아가 두렵고 어색한 아빠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것은 우선 아이를 위해서 좋아요. '아빠 효과'라고 이미 수년전부터 대한민국에도 알려지고 있는 개념인데, 아빠가 아이와 어릴 때부터 함께하면 아이의 사회성, 정서, 지능, 자존감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요. 그리고 독박육아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엄마가 몸과 마음의 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부부 관계도 좋아지고, 엄마의 여유는 양육에도 고스란히 이어지죠.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점은 아빠 자신에게 있어요.

 

저는 처음부터 아빠 육아를 했지만 중간에 어떠한 계기로든 아빠 육아를 하게 된 분들을 보면, 그 이후로 자기가 좋아서 아이와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더라고요. 그 이유를 저는 '육아의 맛'이라고 해요. 사람에게는 '친밀감'을 누리고 싶은 욕구가 있고 아빠도 마찬가지에요. 그리고 아이와의 친밀감은 이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죠. 그 맛을 한번 본 사람은 결코 잊지 못해서 계속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아빠 육아의 최대 수혜자는 아이도 엄마도 아닌 아빠 자신이에요.


육아하는 아빠, 육아빠로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제가 전업아빠를 하던 때에는 평일에 아빠 혼자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아주 드문 일이었어요. 아기와 단둘이 식당에 가면 "몇 분이세요?"라고 물으시는데 "두 명이요"라고 대답했죠. 자리로 안내받고 기다리는데 주문을 받지 않아서 여쭤보니, 아기 엄마를 기다리는 줄 알았다고 하는 거예요. 이처럼 '아기가 있으니 당연히 엄마가 함께 있을 것이다'라는 사회적 편견을 여러 번 경험했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숙소 체크인 할 때에 투숙객의 여권을 모두 달라고 해서 저와 아이들 여권을 줬어요. 그랬더니 엄마 여권도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엄마는 안 왔다고 했더니 엄마는 주차장에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엄마는 한국에 있다고 했죠.


그래도 요즘은 아빠 육아를 위한 사회적 여건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외출하면 가장 어려웠던 점이 기저귀 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육아박람회든, 동물원이든 수유실에 기저귀 교환을 위해 들어가고 싶어도 "아빠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대부분 다 붙어 있었거든요. 수년간 이런 애로사항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는데, 언젠가 전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 때 이 애로사항을 말했어요. 다음 날 바로 행정부처에서 연락이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드렸죠. 그 후로 박람회장도 동물원도 "가족 수유실"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어서 보람을 많이 느껴요. 그런데 지방은 아직도 아빠 출입금지인 수유실도 있다고는 하더군요.

 

정신과전문의라는 본업도 있으시면서 부부 공동육아 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까지 수상하셨고, 가정에서는 두 아이의 주 양육자 역할까지 하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일도 가정도 다 잡은 비결이 무엇인가요?


저를 매우 부지런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지금 현재도 일과 가정 양립을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어요.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한다는 것은 남녀불문하고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아이가 어릴 땐 어린 대로, 자라면 자라는 대로 끊임없는 도전이 있어요. 그래서 늘 일을 조정하거나 그만둬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끊임없이 들지요.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릴 때가 많은 거죠. 그래서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최대한 적게 흔들리도록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금씩 조절해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기 위해서는 부모의 마음 관리가 필요해요. 그래서 고민이 많아질 때마다 지금 내 몸과 마음의 상태는 어떤지 끊임없이 체크해보려 하고, 나 자신의 심리적 건강을 최대한 챙기다 보면 결국 일과 가정 양립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직접 육아도 경험해보시면서 활발하게 일과 외부 활동도 하셔서 워킹맘과 워킹대디의 마음을 잘 아실 것 같아요. 대한민국의 일하는 엄마, 아빠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스스로 자기 편이 되어주세요. 부모가 되면 아이 중심 사고로 바뀌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기승전 내 잘못’으로 여기기 쉬워요. 그러다 보면 직장에서의 문제들에 있어서도 위축되기 쉽고요. 일과 가정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결국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주체인 나 자신을 잃게 되니 늘 혼란스럽고 결국은 양쪽 모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육아는 20년 이상의 장기전이라서 거시적 관점이 꼭 필요해요. 당장 아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된 일이 결국엔 아이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 당장 나를 위한 일이 결국엔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죠. 이기적인 부모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지나치게 아이 중심으로 이타적인 사고를 하고, 그래서 자신을 잃어가게 되고 그러다가 결국 억눌렀던 감정들이 뒤늦게 터져 가족 모두 힘들어지는 경우들을 많이 봤어요. 행복한 부모가 자신을 잃지 않고 키우는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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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나만 독박육아한다’는 아내의 불만과 ‘돈 버느라 힘든데 아이 안 보면 안 본다고 뭐라고 하고 아이 보면 못 본다고 뭐라고 한다’는 남편의 불만이 일상적인 것 같아요. 좁히기 힘든 입장 차이를 어떻게 맞춰나가야 할까요?


부부 각자가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는 서로를 원망하기 쉬운 게 육아의 현실인 것 같아요. 한쪽이 공격하고 한쪽이 방어하다가 역공격하는 식으로 악순환이 생기고 결국은 서로 거리를 두고 회피하면서 그냥 지내게 되기도 하죠. 핵심은 공격적인 상대방의 인격이 아니라, 요즘 특히 서로의 공격성 조절이 어렵다는 점에 있어요. 공격성은 사람의 본능이지만 조절이 어렵고 부부 관계에 문제가 된다면, 서로 비난할 게 아니라 각자 사람답게 살고 있는지를 살펴줘야 해요. 부부 모두가 몸과 마음이 힘들다면, 아이에 대한 비중을 최대한 줄여서라도 부부 모두 심신을 충전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기관에 일찍 보내거나 양가 부모님에 대한 의존을 단기적으로 늘려서라도요. 배우자가 나를 비난하는 순간에 꼭 이렇게 생각하세요. 내 인격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배우자가 지금 지쳐 있을 뿐이라고.


워낙 힘들다는 얘기가 많아서인지 무작정 육아가 두려운 신혼부부도 많습니다. 아기 낳기를 망설이는 신혼부부에게 육아의 좋은 점을 말해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부부만 지낼 때와 아이가 태어난 이후는 많이 다른 게 현실이긴 해요. 아이가 생기면 이런저런 제약도 많아지고 여유가 줄어들어 부부 관계도 초반에는 어려워지죠.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아이와의 관계를 통해 느끼게 되는 기쁨이 커요. 그 기쁨을 부부 중 한 명만 주로 누리면 결국 가족 모두가 힘들어지게 되고, 그 기쁨을 부부 모두 누리려고 최대한 노력하면 결국 안정된 아이와 부모 관계, 부부 관계가 기반이 된 만족감을 누리게 돼요. 사람에게는 자유와 독립의 욕구도 있지만, 의존과 친밀감의 욕구도 있어요. 아이가 생기면 초반엔 자유와 독립의 욕구가 충족되기 어렵지만, 그 시기를 거치면 의존과 친밀감이 충분히 충족돼요. 아이와의 관계를 통해서, 그리고 육아 동지가 된 배우자와의 관계를 통해서요. 그 친밀감은 부부 단둘이 느끼던 친밀감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이 책을 읽는 예비 부모와 영유아 부모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아빠 육아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부부 공동 육아를 위한 책이에요. 책을 통해 부부가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부부 공동 육아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부부 공동 육아는 아이에게도 좋고, 배우자에게도 좋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게 가장 큰 기쁨이 됩니다. 꼭 경험해 보세요!

 


 

 

육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김정우열 저 | 중앙북스(books)
아빠로서의 육아 노하우뿐만 아니라 정신과전문의로서의 아이 심리에 대한 조언과 자녀출산 후 가족 간의 심리변화에 대처하는 법까지 담겨 있는데, 결코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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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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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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