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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내 마음대로 고른 책

『설이』, 『줄리아나 도쿄』, 『소년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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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19. 02. 14)

[채널예스] 어떤,책임.jpg

 


불현듯 : 명절 직후에 녹음을 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주제 없이 가보자고 생각했어요. 오늘 주제는 ‘내 마음대로 가져왔어!’입니다.


프랑소와엄 : 연휴 때 두 분이 책 선정 고민하느라 못 쉬실까봐 제안했던 주제예요. 지난 시간에 캘리님이 그냥 내가 가져오고 싶어서 그 책을 가져왔다는 말을 하셨잖아요. 그게 인상 깊어서 이런 주제를 제안한 것이기도 해요.


캘리 : 저는 이 주제를 받고도 또 소개하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았어요.(웃음) 겨우 힘 빼고 편하게,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책을 가져왔습니다.

 

 

프랑소와엄이 추천하는 책

 

『설이』
심윤경 저 | 한겨레출판

 

지난 주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고, 여운이 깊게 남은 책이에요. 요즘 이 책이 <스카이캐슬>의 소설판으로 불리고 있어요. 성장소설인데요. 교육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요. 부모의 진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예요. 심윤경 작가님 자녀분이 올해 고3이 된대요. 근 6년 정도 소설을 못 쓰셨는데요. 자녀의 사춘기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너무 힘들었던 거죠. 그런 상황에서 쓴 소설입니다. 소설이 굉장히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드라마처럼 장면이 남아서 좋았어요.


심윤경 작가님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이라는 소설이 있는데요. 주인공이 ‘동구’라는 친구였어요. 속이 깊고, 착하고, 자신의 것이 아닌 잘못도 짊어지는 스타일의 인물인데요. 이 작품이 나오고 한참 지나서 행사에서 만난 한 독자가 이렇게 질문을 했대요. “동구는 행복했을까요?”라고요. 이 질문을 듣고 작가님이 충격을 받은 거예요. 사랑도 많이 받고, 자신이 좋아하기도 하는 인물인데 생각해보니 동구의 행복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걸 느낀 거죠. 그래서 17년 만에 성장소설을 다시 써서 새롭게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셨대요.  『설이』 의 주인공 ‘설이’는 동구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입니다. 자기 주장도 확실하고, 반항도 하고요. 하지만 ‘함묵증’이 있어서 힘들 때는 말이 나오지 않아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부모로서의 삶도 생각하게 됐고요.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도 많이 고민하게 됐어요. 작가님이 출간 후에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 자신의 심리 상태가 행복하고 안정되어야 한다. 부모 스스로 쫓기고, 질책 받고, 눈치 받으면 아이에게도 그 감정이 전달될 수밖에 없다”고 말씀을 하시면서 아이 자체를 사랑하기 바란다는 작가로서의 소망을 밝히셨는데요. 작품을 쓴 작가의 마음까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분명히 다르게 다가올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나 같은 아이는 그런 흔들림 없는 터전을 만나면 발을 쿵쿵 굴러서 그 튼튼함을 확인하고 내심 기뻐하곤 한다.

 


불현듯이 추천하는 책

 

『줄리아나 도쿄』
한정현 저 | 스위밍꿀

 

한정현이라는 작가를 처음 들어보실 것 같아요.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돌프와 알버트의 언어」라는 작품으로 데뷔를 한 신인 작가님이에요. 첫 책을 보통 소설집으로 많이 내는데요. 한정현 작가님은 장편으로 첫 책을 냈다는 점도 독특한 이력 같아요. 더 중요한 것은 1인 출판사에서 책을 냈다는 거예요. 보통은 기반이 갖춰진 메이저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싶어하잖아요. 그런데 신생 1인 출판사에서 장편소설을 냈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좀 더 좋은 충격이었어요. 저는 이 책을 두 번 읽었어요. 놓친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술술 읽히지만 또 아주 쉬운 책은 아니거든요. 등장인물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고요. 앞에 나온 이야기가 시선을 달리 해 다시 나오기 때문에 겹치는 부분이 생기죠. 그래서 앞부분을 다시 보게 돼요. 또 소설의 말미에는 제3의 인물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다시 해주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책을 읽을수록 겹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작품에는 유독 ‘자리’라는 말이 많이 나와요. 소설에 ‘한주’라는 주인공과 ‘유키노’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이들은 서점에서 같이 일을 해요. 그러면서 대화하는 장면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유키노는 한주의 서가 목록을 들고 서가 앞으로 가서 일일이 대조해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멍하게 유키노의 뒤에 서 있다가 중얼거렸다.

 

“그건 제 업무인데요?”


유키노는 여전히 서가 목록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예전에 한주 씨가 나한테 그랬잖아요. 그 사람이 있고 싶은 곳이 제자리라고요.”

 

무의미하게 지나갈 수 있는 장면인데 두 번째 읽을 때 다시 인덱스를 했어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의 자리가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나의 몫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한 해를 시작하기에 더 없이 좋은 소설이었어요. 무거운 내용이지만 그 내용을 읽으면서 저는 위로를 많이 받았고요. 위안이 됐어요. 우리는 누군가와 같이 자리를 구성해 나가는구나, 그 자리를 구성하기 위해 함께 애쓰고, 뛰고, 일하고, 서로를 돌보는구나, 하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절감한 책이에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소년의 마음』
소복이 저 | 사계절

 

지난 한 달, 거의 ‘소복이 월간’이었어요.(웃음)  『그 녀석, 걱정』 을 소개 받은 이후에 한 달 동안 소복이 작가님 책을 찾아 읽느라고 바빴어요. 오늘 소개할 책  『소년의 마음』 의 주인공 ‘소년’은 아마도 소복이 작가님의 친동생이 주인공일 거예요. ‘작가의 말’에 보면 동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이 책은 소년의 하루와 밤까지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 만화책입니다.


소년의 집은 방 두 개와 거실 하나로 돼있는데요. 위로 누나가 둘이라 방 하나는 누나들 것이고, 다른 방 하나는 부모님 것이에요. 소년은 거실에 혼자 앉아서 그림을 그립니다. 누나들 방문이 열리고, 누나들이 동생에게 함께 인형 놀이를 하자고 하지만 코드가 안 맞아요. 소년이 인형을 ‘휘융휘융’ 하면서 날아다니게 하니까요. 누나들이 다시 방으로 들어가고, 심심해진 소년은 소 그림을 그려요. 소년은 상상 속에서 이 소들과 함께 노는 거죠. 그러다가 안방에서 부모님이 나오는데요. 부모님이 싸우고 있어요. 그럴 때면 소년은 죽음을 떠올립니다. 죽음이 무서워서 소년은 말 그림을 그리죠. 저녁을 먹고, 밤이 찾아오고, 어둠이 무서운 소년은 새와 물고기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소년은 어두운 밤에 또 죽음을 떠올리는데요. 자꾸 소년이 죽음을 떠올리는 이유가 있어요. 돌아가신 할머니 때문이에요.


밤에 물고기 그림을 그리니까 갑자기 방에 바다가 생겨요. 소년이 책상을 배처럼 타고 망망대해로 나갔는데요.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와요.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말해주세요”라고 하죠. 소년은 당연히 “할머니?”라고 답합니다. 그랬더니 바다 저 멀리서 할머니가 수영을 해서 오는 거예요. 너무나 반가워서 할머니를 마주하고 한참을 놀던 소년이 “할머니가 죽은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었구나?”라고 말해요. 그랬더니 할머니가 “할머니는 죽었지”라고 하는 거죠. 그 말을 들은 소년이 “할머니 여기 있잖아”라고 하면서 엉엉 울어요. 그러자 할머니가 얘기합니다.

 

“나는 네 눈썹 사이에 있어. 내가 제일 귀여워했던 네 콧구멍 속에도 있고 매일매일 쓰다듬던 네 머리카락에도 있고 내가 간질간질 간지럽히던 겨드랑이 사이에도 있고 뽀뽀를 하던 네 두 볼에 있어. 네가 매일매일 할머니를 생각하면 나는 매일매일 네 옆에 있어.”

 

소년의 마음뿐 아니라 제 마음까지 아주 크게 위로해주는 말 같아요. 이 책은 소년의 회복과 성장 같은 것이 정말 따뜻하게 그려져 있어요. 그림도 참 예쁘고요. 그나저나 소복이 작가님 진짜 좋아요.(웃음) 소복이 작가님 홈페이지가 있는데요. ‘캔버스’라는 코너에 한 컷 만화가 올라와 있어요. 그것도 꼭 보셨으면 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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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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