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힘들어도, 내일 쓰면 되잖아요 (G. 윤성희 작가)
『첫 문장』 소설가 윤성희의 마지막 문장은?
1만명 안팎의 꾸준한 독자와 더불어 달려온, 소설가 윤성희 작가님 나와 계십니다. (2018. 10. 11)
나는 한동안 나만의 자서전을 상상해보곤 했다. 30년 후, 나는 나를 뭐라고 부를까? 어떤 첫 문장으로 시작할까? 그런 상상을 하다가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 이곳이 현실인지 과거인지 미래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아내는 자서전의 첫 문장을 뭐라 적을까? 그리고 딸은, 만약 살아 있다면 딸은 뭐라고 했을까? 어떤 첫 문장을 생각해냈을까?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윤성희 작가님의 소설 『첫 문장』 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나’는 딸을 잃고, 아내와도 헤어진 후 문방구에서 산 분홍색 수첩을 가슴에 품고 다니며 첫 문장에 대해 생각합니다. 첫 문장. 쉽게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에요. 고심할수록 어렵고, 미궁으로 빠지게 마련인데요. 그러니 주인공이 첫 문장 앞에서 계속 질문만 하게 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닙니다.
오늘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는요. 소설가 윤성희 작가님을 모시고 나의 첫 문장과 나의 마지막 문장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구경꾼들’의 시선을 소설에 펼쳐 보이는 ‘윤성희 스타일’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인터뷰 - 윤성희 작가 편>
오은 : 인터뷰를 시작에 앞서, 윤성희 작가님 소개를 해드릴게요. “소설가. 구경꾼. 인간의 슬픔을 탐구하는 사람. 어릴 때 양팔을 뻗고 담장 위를 걷는 걸 좋아했다. 마냥 이야기를 좋아했다. 다른 사람들의 수다를 엿듣는 것도 좋았고, 이상한 사람의 과거를 상상하는 것도 좋았다. 역시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다. 호기심을 탐구하기 위해 철학과에 들어간 그는 어느 날 자신에게 큰 질문 보다는 잡다한 질문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철학과를 졸업한 후 다시 문예창작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반드시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입학했을 때 꿈은 시인이었지만 잘 쓰는 친구들을 보고 지레 포기하게 되었다. 소설에 빠졌지만 독자로 남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편 「레고로 만든 집」으로 신춘문예에 도전한 첫 해에 덜컥 당선을 해버렸다. 이후 윤성희는 성실하게 작품을 발표한다.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유독 첫 장면 쓰는 데 시간을 오래 쓰는 편이다. 글이 안 풀리는 밤에 윤성희는 눈을 감고 이 말을 중얼거린다. “한 번에 한 단어씩!” 이 말을 알려준 사람은 스티븐 킹이다. 그밖에도 윤성희는 “이해란 항상 친절하거나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 라거나 “상상력에 의해 우리는 질서에 도달한다”, “보고, 기억하고, 반영하고, 기획한다” 라는 문장들을 가까이 두고 자주 중얼거렸다. 이 주문 같은 문장들은 늘 길을 잃게 해주었다. 더 멋지게 길을 헤매게 해주었다.
카페, 지하철, 술자리, 길거리에 버려진 것들 같은 모든 잡스러운 것들로부터 이야기가 온다. 오래된 선풍기를 청소하다가 소설이 떠올라 선풍기 청소에 두 시간이 걸린 적도 있다. 언제나 지금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저희가 준비한 소개, 어떻게 들으셨나요?
윤성희 : 어떻게 이렇게 조사를 하셨죠? 예전에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잖아요. 그 느낌이 좀 나네요.(웃음)
오은 : 정말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어요. 일단 마지막 부분에 나온 선풍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선풍기 청소에 두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소설을 쓰시고 청소를 다시 하셨던 건가요?
윤성희 : 아니요, 청소를 하는데요. 선풍기 날개만 닦는 게 아니라 뒤에 모터도 보니 더러워서 이쑤시개로 닦고 했어요. 그러다 소설 생각에 잠깐 십 분 멈춰 생각도 하고, 그랬던 거죠. 쓰지는 않고요. 그때 선풍기를 주워 오면서 시작되는 소설을 떠올렸고요. 그게 「부메랑」이라는 작품이에요. 아직도 그 선풍기가 집에 있습니다.(웃음)
오은 : 이번에 출간한 『첫 문장』 도 첫 문장을 쓰실 때 힘드셨어요? 아니면 퇴고할 때 힘드셨을까요?
윤성희 : 첫 문장 쓰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등단 했을 때부터 제가 저에게 해주는 주문이 하나 있어요. ‘성희야, 이건 두 번째 문장이다.’(웃음) 그렇게 생각하면 좀 편해요.
오은 : 너무 부담 갖지 말자, 는 이야기겠죠. 제 시집 『왼손은 마음이 아파』 의 첫 시가 바로 「첫 문장」이에요. ‘이미 쓰고 있는데 / 여태 직전이다’라는 문장이 있는데요. 안 나오는 거죠. 저도 늘 유예하면서 다음 문장을 쓰다가 마지막에 숙제 하듯 마무리 짓는 게 첫 문장이에요.
윤성희 : 맞아요.
오은 : 오늘 윤성희 작가님께 드리는 deep & slow는 이것입니다. “소설가 윤성희의 마지막 문장은?”
윤성희 : 저는 이렇게 어려운 질문이 어려서부터 싫었어요.(웃음)
오은 : 소설을 쓰지 않을 때는 어떻게 지내세요? 매일 출퇴근 하듯 쓰는 소설가 분들도 계시지만 윤성희 작가님은 좀 다를 것 같아요. 1년에 6-7달 정도는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은 조금 스스로에게 자유를 줄 것 같거든요.
윤성희 : 강의에서 학생들에게는 매일 쓴다는 거짓말을 하는데(웃음) 저는 매일 쓰진 않아요. 단편을 쓸 때면 3주에서 한 달 정도 집에 있는다거나 하죠. 그럴 때는 집중해서 써요. 하루 몇 시간 쓰는 것보다 집중해서 열 몇 시간씩 쓰는 걸 더 좋아하긴 해요. 그렇지만 청탁도 없고 이럴 때는 진짜 완전히 빈둥거려요. TV 예능 좋아해서 보고, 음식도 해먹고, 책도 읽고요.
오은 : 다른 작가님의 소설도 읽으세요? 윤성희 작가님은 글 쓰는 것도 성실하시지만 읽는 것도 부지런하실 것 같은데요. 요즘 읽고 좋았던 소설도 있다면 한 권만 추천 부탁드려요.
윤성희 : 많이 읽을 때는 많이 읽는데요. 올해 창비 블로그에 장편을 연재했어요. 그 기간에는 많이 못 읽었어요. 그래서 쌓아놓은 책이 많긴 하죠. 특히 올해 한국 소설이 많이 나왔잖아요. 글쎄요, 요즘 읽고 좋았던 소설이라면 편혜영 작가님의 『죽은 자로 하여금』 이 떠오르네요. 이 작품 추천하고 싶어요.
오은 : ‘1만 명 안팎의 독자와 꾸준히 만나고 있는 작가’라고 소개를 해드렸는데요. 소설을 쓰다 보면 더 많은 독자와 만나고 싶은 욕심도 생길 것 같아요.
윤성희 : 그런 욕심이 없는 작가는 없겠죠. 자신의 책이 조금 더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다들 들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것은 제 영역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이 제 기질과는 안 맞는 것도 같은데요. 그런 생각을 하면 이미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서 혼자 버거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어떨 때는 지금 제 책을 사주시는 얼마 안 되는 분들만 생각해도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은 ‘쓴다, 책을 낸다’까지인 것 같아요.
오은 : 『첫 문장』 은 2017년 11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했던 작품이에요. 저는 이 책을 단숨에 다 읽었어요. 그만큼 짧게 느껴지면서도 읽은 후 여운 때문에 엄청 길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어떻게 이 소설이 시작되었을까,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윤성희 : 아주 오래 전부터 터미널만 떠돌아다니는 남자의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오래 생각했고요. 목적지가 없는데 터미널에 있는 거예요. 목적지가 있는 사람들 틈에 앉아서 터미널 TV를 보는 사람의 이미지 같은 게 있었던 거죠.
오은 : 이름도 참 재미있어요. 주인공의 이름이 두 번 바뀌잖아요. ‘김근식’에서 ‘박근식’으로, 나중에는 ‘박영무’로 바뀌는데요. 윤성희 작가님의 다른 소설에도 이름과 관련한 장치가 많이 등장해요. ‘큰 도훈’과 ‘작은 도훈’이 등장하는 「팔 길이만큼의 세계」라는 단편도 그렇고, 「낮술」에는 ‘희자매’가 등장하기도 하죠. 두 가지 질문을 드릴게요. 이름을 어떻게 정할까? 그리고 이름을 염두에 두고 『첫 문장』 이라는 소설을 기획했을까?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윤성희 : ‘근식’, ‘영무’ 같은 이름이 나오잖아요. 가능하면 너무 촌스러워서 튀지도 않고, 너무 세련되어서 튀지도 않는 이름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또 제가 이름 짓는 것을 어려워해서 평소에 일하시는 분들의 이름표를 잘 봐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름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런 걸 보면서 정말 쓰고 싶은 이름이 있으면 메모도 하고 그래요.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 이름을 정할 때는 도움이 돼요. 꼭 메모를 하지 않더라도 저는 그게 재미있어요.
오은 : 저는 어렸을 때 전화번호부의 이름 보는 걸 좋아했는데요. 요즘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한 해에 지어진 가장 많은 이름’ 같은 것을 보곤 해요.
윤성희 : 아, 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잊고 있었어요. 그래 놓고 저는 그렇게 남의 명찰을 봤네요.(웃음) 좋은 팁입니다.
오은 : 뒤에 수록된 작품해설에서 황예인 평론가가 ‘겁쟁이’라는 말을 썼잖아요. 윤성희의 소설은 겁쟁이들의 소설이라고 했는데요. 어떠셨어요?
윤성희 : 그 해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 소설을 딸을 잃은 아버지가 상실을 극복하는 이야기, 정도로 해석 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실은 ‘나는 사실 무서워’라는 말을 못한 어른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썼어요. 그것을 황예인 평론가께서 겁쟁이라고 표현해줘서 굉장히 놀랐고,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오은 : 소설 속 장면을 보고 실제로 따라해본 적 있으세요?
윤성희 : 대학교 다닐 때 최인훈 선생님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을 보고 따라한 적이 있어요. 거기 보면 ‘완당’을 먹으러 가는 장면이 나와요. 그래서 완당을 먹으러 갔죠. 완당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 장면의 대사가 되게 재미있거든요. “너무 맛있군.”, “그렇지?”, “한 그릇 더?” 하는 식으로 대화가 구구절절 말하지 않고 이어져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걸 생각하면서 완당을 먹으러 가서는 혼자 “한 그릇 더?”라고 말하는 장면도 상상하고 그랬어요.
오은 : 왜 소설이나 시는 다 슬플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해피엔딩이어도 꼭 슬프더라고요. 슬플 수밖에 없는 게 문학인 것 같은데요. 슬픔이란 윤성희 작가님에게 어떤 것일까요?
윤성희 : 글쎄요. 슬픔이라는 정서 자체보다는 그것을 견디는 방식이 제각각인 것에 관심이 가요. 어떤 인간에게나 슬픔이 다 오는데 웃는 사람도 있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또 슬픔을 극복했다고 생각하는데 10년 후에 트라우마가 다시 찾아오는 사람도 있죠. 그런 것을 견디거나 혹은 견디지 않더라도 그것을 끌어 안고 사는 사람은 무엇일까, 이런 것이 조금 더 궁금해요.
오은 : 2016년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그런 말을 하셨죠. “이야기들이 궁금해서 소설가가 됐지만 최근에는 인간이란 존재는 어느 정도의 슬픔을 감당할 수 있는지, 작가는 얼마만큼의 슬픔과 희망을 감당할 존재인지로 질문의 방향이 바뀌었다.”라고요.
윤성희 : 『구경꾼들』 이라는 작품에서 작가의 말에 세상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떠돌 텐데 그러면 그 나머지 이야기들은 어디를 떠돌 것인가, 라는 말을 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소설을 쓴지 20년 정도 되어가다 보니 생각이 좀 달라지더라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느 정도의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있는데요. 그 질문을 작가 입장에서 본다면 작가는 그것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존재일까, 이것이 의문인 거죠. 그걸 판단할 수 있다고 여긴 것도 오만 같고요. 또 판단할 수 없다면 무책임한 것 같아요. 정확히 말한다면 ‘작가는 얼마만큼의 슬픔과 희망을 감당할 존재인지’ 보다는 ‘사람이 슬픔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작가는 어느 정도까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또 ‘그것을 소설에 어느 정도까지 쓸 수 있는 것인가’가 조금 더 궁금하게 되었어요.
오은 : 작가님의 소설은 늘 조금씩 보여줘요. 이런 것을 지향하는 글쓰기는 어떤 글쓰기인가요?
윤성희 : 소설이란 것은 말하지 않는 문장에서도 말을 해야 하죠. 또 그런 독법을 제가 좋아하기도 해요. 문장 뒤에 감춰진 부분을 보려고 하고요. 작가는 다 알고 있지만 결국 쓸 수 있는 것은 그 중 반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것을 어떻게 잘 감추고, 잘 드러내는가, 이것이 이를 테면 글쓰기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럼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 는 아니에요. 제 기질이 그런 것 같아요. 이것이 어떨 때는 장점으로 읽힐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답답하게 읽힐 때도 있다는 생각도 하고요.
오은 : 작가님 소설을 아주 좋아하는 독자로서 인상적인 것은 윤성희 소설에는 절대 고독이나 처참한 비극에 처한 인물들이 아니라 어떤 수준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거예요. 인물 구상을 하실 때 작가님은 어떤 방법을 쓰시나요?
윤성희 : 많이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먼 곳을 가진 않고요. 아파트 단지를 하염없이 돈다거나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어 보기도 해요. 꼬마 아이들끼리 노는 것을 놀이터에 앉아서 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상상을 해봐요. 저는 대부분 그런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요.
오은 : 이런 작업을 해오신 게 어느덧 20년이에요. 강산이 두 번 바뀌었죠. 힘든 적 없으신가요? 왠지 윤성희 작가님은 크게 힘들다고 느끼지 않으실 것도 같지만요.
윤성희 : 맞습니다.(웃음) 그렇게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안 힘들었다고 말하긴 어렵죠. 하지만 이 힘듦이 진짜 힘듦인가 하면 잘 모르겠어요. 조금 글이 안 써지고 힘들 때는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세상에는 이 순간 많은 힘듦이 있을 텐데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할 수 있을까, 하고요. 어쨌든 힘들어도 또 내일 쓰면 되잖아요. 그러니까요.
오은 : 『소설가로 산다는 것』 에서 “소설가들에게는 소설을 쓸 때 자주 던지는 질문들이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윤성희 작가님이 자주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윤성희 : 아까 비슷한 말씀을 드렸는데요. 내가 작가로서 얼마만큼을 판단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썼다고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예요. 『첫 문장』 작가의 말에서 문장이 중요하지 않았다고 쓴 것과 맞닿아 있는 것 같은데요. 문장으로 다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라는 생각이 큰 질문으로 제게 있고요. 그렇긴 하지만 사람이 매번 큰 질문만 던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인간은 뭘까’를 어떻게 매일 하겠어요.(웃음) 사실 작가가 질문을 던지려면 현재 쓰고 있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쓰고 있는 것이 있어야 ‘그는?’이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한 번쯤 자기 전에 큰 질문을 던지는 거죠.
오은 : 마지막으로 deep & slow, “소설가 윤성희의 마지막 문장은?”에 대한 답을 들어볼게요. 오늘 이야기에서, 답을 찾으셨나요?
윤성희 : 첫 문장이 첫 문장이 아니듯 마지막 문장이 마지막 문장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소설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저의 마지막 문장은 오늘 집으로 돌아가서 쓸 소설의 첫 문장이 될 수도 있겠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 마지막 문장이 내가 쓸 다른 소설의 어느 중간 문장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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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너랑 나랑 노랑』 『유에서 유』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등을 썼으며, 현재 강남대학교 한영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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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네 번째 소설선, 윤성희의 『첫 문장』이 출간되었다. 2017년 11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소설이다. 1999년 등단 이후, 탄탄한 작품세계를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