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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의사가 되기까지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이은소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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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실은 아프고 힘겹고 고단하기에 제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독자님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2018. 0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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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가볍든 무겁든 한두 가지씩은 정신적 질환을 달고 산다.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일상을 위협하는 요즘, 사람의 마음을 달래고 치유하는 ‘정신과 의사’는 어느덧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사람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것이 어디 오늘만의 일일까. 신경정신의학과 심리학의 개념이 일반화되기 전에도 그러한 아픔을 겪었던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불과 100여 년 전까지도 그들은 ‘요괴다’, ‘귀신이 씌었다’, ‘악마의 하수인이다’는 오해를 사 격리되어 고문을 받거나, 심지어 마녀사냥을 당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아픈 사람이 있다면 고치는 사람도 있는 법. 오늘날과 같은 치료법이 개발되기까지 이러한 질환의 증상과 원인을 탐구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연구해온 사람들 또한 분명히 있었을 터다. 작가 이은소는 이러한 믿음으로 조선 시대에 사람들의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그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애쓴 의원 ‘유세풍’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써 냈다. 역사소설의 외피를 입고 구성도 탄탄하지만,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맛깔 나는 대사와 추리?로맨스?코믹 요소 등 읽기의 장르적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상상하고 쓰는 병’을 즐기다가 작가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불치병이 그대에게 즐거움이 된다면 감사할 뿐입니다.” 책에 실린 작가소개에서 이처럼 말씀하셨는데, 작품 활동을 통해 독자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처음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즐거움을 주는 작품을 쓰기 위해 특히 고심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머릿속에 여유가 생길 때면, 재미나고 행복한 이야기를 상상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옆집 아주머니께서 저희 어머니에게 ‘애가 좀 이상한 것 같다. 걸을 때 혼자 싱긋 웃는다. 뭔가를 중얼거리기도 한다.’ 라고 말씀하셨던 적도 있습니다. 대학 때는 시간에도 여유가 생기고 독서의 폭이 넓어지면서 제 상상도 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작가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 소설을 쓰기 보다는 콩트(conte)를 썼습니다. 제가 즐기기 위해서 글을 썼습니다. 사실 작품 활동을 하는 거창한 목표는 없습니다. 그저 제가 즐겁게 글을 쓰기 때문에 독자님도 즐겁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입니다. 독자님께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서 고심하는 부분은 유머와 결말입니다. 중간 중간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장면을 쓰려고 합니다.


훌륭한 문학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현실은 초라하고 누추하기에 작품의 결말은 행복하게 끝나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문학 작품을 대할 때마다 슬프고 고통스럽습니다. 저는 이런 문학을 쓰시는 작가님들을 존경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독자님이 제 책을 덮고 나서 기분 좋게 미소를 지으셨으면 좋겠다고 바랍니다. 우리 현실은 아프고 힘겹고 고단하기에 제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독자님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독자님이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에게도 행복한 결말을 줍니다. 그래야 독자님이 마음 놓고 웃으실 수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저는 존경하는 작가님들 앞에서 저를 감히 작가라고 부르기가 송구스럽습니다. 제 정체성을 문학을 하는 작가라기보다는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텔러로 여기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이 이은소 작가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독자분들의 반응이나 리뷰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지요?

 

책을 출간하고 나면 좀 허무해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저는 책을 출간하고 나서 독자님들이 주시는 즐거움을 발견했습니다. 우선은 책을 사주시니 즐겁고, 책을 읽고 반응해주시니 즐겁습니다. 처음으로 출간한 소설 『귀인별』 을 사이트에 연재하면서 독자님의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단 소리도, 쓴 소리도 무척 즐겁게,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제가 웃음을 드리기 위해 쓴 장면에서 독자님이 ‘빵 터져서 옆에 있는 신랑이 이상하게 쳐다볼 정도로 웃었다’라는 피드백을 주셨을 때는 보람마저 느꼈습니다. 


이번에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을 출간하고 나서는 학생들이 쓴 독후감을 읽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재미와 감동을 느끼고 위로를 받았다. 나도 유세풍처럼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감상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조선 시대에 정신과 의사가 있었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발상인데요. 어떻게 이러한 소재를 생각하게 되었는지요?

 

6년 전에 몸이 많이 아파서 온갖 검사를 다 받았습니다. 결과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동료들이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스트레스 때문일지 모른다고 했고, 한약을 먹어보라고도 했습니다. 스트레스, 한의원 등을 검색하다가 한방 신경정신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 후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참신한 소재를 고민하다가 이때 경험이 생각났고, 소재로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오줌싸개 서자, 치매 걸린 화냥년, 우울증 걸린 수절과부, 알코올 중독 광대, 결벽증 소녀, 불감증 고시생 등 여러 환자가 작품 속에 등장하여 한 많은 사연을 이야기합니다만, 그중에도 특히 두드러지는 부분은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설움’으로 보입니다. 이를 다루고자 했던 이유가 있다면요?

 

소설을 통해서 마음의 병을 앓을 수밖에 없는 약자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여성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선 후기 사회는 여성과 천민에게는 진정 ‘헬조선’이었습니다. 특히 여성은 조선이 건국되면서 지위가 낮아졌고, 임란ㆍ호란이 끝나면서는 내외법이 더 엄격하게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선비의 아내는 공부하는 남편을 두고 홀로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 했기에 짐이 무거웠습니다. 그럼에도 주어지는 것은 권리보다는 제약뿐인, 여성은 사회적 약자였습니다. 조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여성을 보는 인식과 태도, 여성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의무는 인습이 되어서 지금까지 여성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등장인물 중 ‘유은우’의 캐릭터와 사연에 공을 들였고, 에피소드에서도 여성의 삶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에 신경을 썼습니다.

 

역사적 사실의 고증과 처방의 디테일까지 아주 공들여 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료 수집과 연구에 대략 1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참고한 자료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연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지요?

 

조선 시대, 한의학, 정신 병리, 심리학 분야를 조사하고 공부했습니다. 다행히 박물관도 있고 좋은 책, 논문, 강의가 많이 있어 자료를 구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과 조선 시대에 관한 책과 논문을 100여 편 정도 구해다 읽었고, 조선 시대의 의서나 처방전과 같은 자료도 번역본이 있어서 공부를 하는 데 수월했습니다. 오히려 좋은 자료가 워낙 많아서 다 읽으려고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자료는 『동의보감』 『황제내경』 ,  『한의신경정신과학』, 『아들러 심리학』 ,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 심리학』 입니다. 다만 실제 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을 만나서 취재를 하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취재에 응해주시는 분이 없었습니다. 자료 조사와 상상만으로 병자들의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첫 작품인 『귀인별』 이 동아?카카오페이지 장르소설 공모전에 당선되었고, 두 번째 작품인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이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발표한 작품이 모두 공모전에서 당선되고 책으로 출간된 셈인데요.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요령이 있을까요?

 

운이 좋아서 공모전에 당선되고 좋은 출판사를 만나서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저보다 실력이 훨씬 좋은 분들이 많으실 테니 감히 요령이라고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그저 제가 글을 쓰기 위해 애쓰는 방법을 말씀 드립니다.


글을 쓰기 전에 공부를 많이 합니다. 쓰는 것보다 공부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립니다. 책의 내용에 필요한 지식뿐만 아니라 국어 문법과 문장에 대해서도 공부합니다. 물론 맞춤법이 틀려도 문장이 어법에 어긋나도 만능 편집자님이 다 교정해주시지만,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바르고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늘 제 글이 독자님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리뷰를 남긴 독자분 중 많은 분이 이 작품을 드라마로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정말로 드라마화 된다면, 등장인물들의 배역으로 생각해본 배우들이 있는지요?

 

주요 인물의 외적인 이미지를 만들 때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나 배우의 이미지를 대입해보는 방식을 썼습니다. 때문에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염두에 둔 배우분이 있습니다. 만약 영상으로 구현된다면 유세풍은 ‘이제훈’ 씨, 유은우는 ‘박은빈’ 씨가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합니다. 지적이고 냉철하면서도 내면이 따뜻한 유세풍과 연약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단이 있는 유은우의 모습이 두 분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똘망똘망한 소년을 연상시키는, 이제훈 씨의 딱 부러지는 말투와 정확한 발음은 유세풍 그 자체일 것 같습니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이은소 저 | 새움
끊고 맺음이 뚜렷해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길이 가는 것은, 사람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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