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장인의 퇴사 성장기
『희망퇴사』 박정선 저자 인터뷰
‘회사’는 애증의 대상이지만 무작정 회사를 떠날 수만은 없는 우리 대다수는 그 안에서 어떻게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2018. 07. 12)
ⓒ 김윤호
“쉬운 퇴사는 한번도 없었다”
퇴사는 누구에게도 가벼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각자의 절박함으로 직장에 다닌다.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박정선 저자는 첫 직장 8년 만에 사표를 썼다. 이후 저자의 퇴사 커리어가 시작되었다. 12년간의 직장생활 동안 6번이나 직장을 옮겼지만 쉬운 퇴사는 한번도 없었다. 오갈 데 없는 백수가 될 게 뻔한 상황에서도 너무 아니다 싶으면 ‘차라리 굶는 게 낫겠다’는 배포로 사표를 내기도 했다. 그가 직장을 다섯 번 옮기며 얻은 게 있다. 새로운 것을 해보려 했고, 거창하지 않더라도 직장인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실패를 겪은 것이 직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해주었다는 것. 퇴사를 통해 감히 ‘희망’을 얘기하는 박정선 저자. 오늘 하루도 ‘직장인’으로 살 수 밖에 없지만 ‘직장인’으로만 살고 싶지는 않은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희망퇴사』 에 담았다.
패션지 에디터, 유통 대기업, 디지털 커머스를 거쳐 현재 다니는 곳까지 6곳의 직장이 다 다릅니다. 보통 회사는 옮겨도 직군을 이렇게 다양하게 옮기지 못하는데, 이런 이력이 가능했던 이유가 뭘까요?
직군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안에서도 연속적인 부분이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콘텐트(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자를 할 때에는 ”콘텐트를 만드는데, 독자에게 들려주는 것”, 마케팅을 할 때에는 “콘텐트를 만드는데, 소비자에게 들려주는 것”이라고요. 하다못해 전략부서에 있을 때에는 “콘텐트를 만드는데, 독자가 대표님일 뿐”이라고 생각했죠. 내가 생각하는 일관된 정체성이 있어야 새로운 업무들을 해도 중심이 생기더라고요.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하면 모르는 부분이 물론 항상 있어요. 그런데 그 일부분을 모른다고 해서 새로운 업무나 업역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 ’업무’를 기준으로 자신의 능력을 판단해요. 그렇게 접근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 혹은 그와 비슷한 일 이외에는 할 수 없게 돼요. 자신의 업무 안에서의 역량들을 하나하나의 레고 조각이라고 생각해보면, 그 레고 조각이 모여 지금 수행하고 있는 ‘업무’로 체화되어 나타날 뿐인 거죠. 그걸 새롭게 조립하고, 필요하다면 하나둘씩 더 개발하고 추가하면 할 수 있는 업무나 이직, 전직의 범위는 다양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생활에 대해 ‘관찰자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있는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일반 직장인은 생각하기 어려운 면이기도 하고요.
아마도 처음부터 일반적인(?) 직장 생활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패션지 에디터를 하면서 커리어 컬럼을 썼는데, 잡지사 분위기는 일반 회사들과 많이 달라서 기사 작성을 위해서는 늘 보통의 직장인들을 취재했거든요. 그러다가 퇴사 후 일반적인 직장에 들어가서 일하다 보니 많이 새롭고 의아하고 ‘와~ 이거 기사로 쓰면 정말 재미있겠다.’ 싶은 게 많았어요. 마치 첩보 영화처럼 적진(?)에 언더커버로 잠입한 느낌이랄까요. 여행지에 가면 항상 그 지역의 사람들의 문화와 관습,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관찰하게 되잖아요. 그것처럼 회사들도 다 나름의 문화와 관습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면밀히 관찰해야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을 했죠. 그렇게 해야 회사 적응도 빠르고.
그런데 그렇게 보다 보면 보여요. ‘이상한 것들을 이상하다’고 말할 수 없게 만드는 이상한 문화들. 그래서 멀쩡한 사람들조차 이상하게 행동하게끔 만드는 것들. 저는 그런 것들 이 회사가 개인에게 드리우는 ‘가스라이팅’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즘에 문제가 되는 오너의 갑질 같은 것들은 그런 ‘가스라이팅’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형태라고 생각해요. 그런 일을 겪다 보면 스스로가 피폐해져요. 분명히 상식적이지 않고 조직이 이상한 건데, 그 안에서 비슷한 사람들하고 있다 보면 본인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바라보라고. 그리고 그렇게 느끼면 이야기하라고. 그래도 안 될 거 같으면 그때는 떠나라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쉽게 사표를 쓰지 못하는 것은 ‘밥벌이 때문’이거나 이직에 자신이 없어서일 텐데, 저자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나요? 더 용기 있는 사람? 혹은 특별한 능력자?
영화 <잠깐, 회사 좀 관두고 올게>를 보면 그런 대사가 나와요. 직장 생활 때문에 고민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이런 얘기를 하죠. “인생이란 살아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풀리는 법이다”라고. 대책 없는 것처럼 들리지만,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남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지만, 남들만큼은 살아야겠다’라는 이중의 욕망에 사로 잡힌 듯 해요. 두 가지 다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그 둘을 다 손에 쥐려고 하면 힘들어지죠. 둘 중 하나의 가치에 스스로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저는 전자가 더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밥벌이는 물론 중요하고, 직장을 새로 구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나’답게 살고 있는가가 어쩌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퇴사’가 마치 요즘 젊은 직장인들의 트렌드처럼 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희망퇴사>가 ‘퇴사’를 권하는 메세지의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럼에도 이런 책을 썼다고 괜한 오해를 받기도 했을 것 같아요.
일단 제목이 너무 강해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어머니도 책 제목을 들으시더니 “또 그만두냐?”며 걱정하셨고요.(웃음) 현재의 ‘퇴사’ 트렌드는 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면도 많은 것 같아요. 기존의 조직문화에 대해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게 아닌가 합니다. 그것에 대한 반발이 퇴사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퇴사 이후에 이직이나 전직이 아닌 아예 새로운 경로를 택하는 경우도 많고요.
다만 ‘퇴사’ 자체를 낭만화하는 시선은 위험한 것 같아요. 기업이 고용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괜찮은 일자리는 기업이 더 많이 제공하니까요. 사실 저도 여전히 ‘회사형 인간’인 것 같아요. 힘들어도 회사에 가서 사람들과 함께 얽히는 재미가 있거든요. ‘회사’는 애증의 대상이지만 무작정 회사를 떠날 수만은 없는 우리 대다수는 그 안에서 어떻게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저자가 생각하는 적절한 ‘퇴사 타이밍’이 있나요? 퇴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때, ‘퇴사 결정의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개개인마다 다 다를 것 같아요. 똑같은 직장에 있더라도 사람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니까요. 조직 안에서 크게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워라밸’을 누릴 수 있더라도 발전 가능성 없는 직장이 싫을 수도 있고, 육아나 기타 원인으로 개인 시간이 더 중요한 사람에게는 그런 직장이 괜찮은 직장일 수도 있잖아요.
다만 결국은 일은 ‘사람’과 하는지라, 윗사람과 갈등이 심하면 퇴사를 결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결국 자존감을 상실할 수 밖에 없거든요. 제 나름의 공식이 있는데, 상사(회사)가 이상하다고 욕을 할 시간에 계속 정말 열심히 일에만 몰두해봤어요. 그렇게 해봤는데도 계속 자존감에 상처를 입게 되면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더라고요. 직장인의 기본 자산이 체력과 정신력인데 그런 곳에서는 이 둘을 다 잃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퇴사 후 백수로 지낸 시간이 꽤 있더라고요. 사실, 백수가 된다는 건 많은 걸 견뎌야 하는 일이잖아요. 수입도 없고 시간도 많이 남고 스스로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고… 백수 생활을 견디던 때의 경험과 노하우를 들려준다면요.
직장인이냐 백수냐의 차이는 결국 어떤 자원을 더 많이 가지고 있냐에 달린 거 같습니다. 돈과 시간 이라는 두 가지를 놓고 볼 때 직장인은 돈은 벌지만 항상 ‘타임푸어’에 시달리죠. 반면 백수는 하루의 24시간을 온전히 자신이 영위할 수 있지만 돈이 부족해요. 이 또한 결국은 방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인 거죠. 그래서 백수일 때는 돈이 없다는 것보다 시간을 허투루 쓴다고 느낄 때 더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스타트업들은 종종 피봇(Pivot)이라는 걸 하잖아요. 지금까지 생각해온 회사의 핵심 기능이나 비즈니스 구조 등이 지금 조직의 역량이나 시장 상황에 맞지 않거나 할 때 사업의 방향성을 전환하는 거죠. 그 동안의 기회 비용을 생각하면 아까울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무너지는 순간이 오게 되니까요. 인생에도 그런 순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처음 살아가는 인생인지라, 인생이라는 건 애초에 ‘나’라는 개인에게는 벤처(Venture) 사업이잖아요. 백수의 시간에는 그런 걸 돌이켜봤어요. 떄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은폐하게 되죠. 정작 본인이 고민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데, 그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열심히 산다는 착각을 해요. 그런데 백수가 되면 그런 핑계를 댈 수 없죠. 그러니 더 철저하게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미디어 계열사의 차장 직위인데요, 이렇게 노골적인 책을 내고도 지금 직장에서 무사하세요? 윗분들에게 한소리 들었을 것 같아서요.
안 그래도 대표님께 책이 나와서 드렸더니 “사직서를 이렇게 내는 거냐?”라고 하시며 웃으시더라고요. 상무님께도 한 권 드렸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 책에 ‘상무 = 생각 想 없을 無, 한마디로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쓴 게 떠올랐어요. 다음 날 상무님께서 오시더니 “그 상무가 나냐?”라며 웃으시더라고요. 그냥 재미있게들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직장인이 ‘퇴사’책을 내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희망퇴사박정선 저 | 브.레드
처한 상황에 탈출구가 없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힐 법도 한 직장 생활. 여러 회사를 겪으며 저자는 자신과 회사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을 갖게 되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박정선> 저12,600원(10% + 5%)
다섯 번 퇴사, 여섯 번째 직장 어느 직장인의 퇴사 성장기 쉬운 퇴사는 한번도 없었다 퇴사는 누구에게도 가벼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각자의 절박함으로 직장에 다닌다. 쉽게 쓰지 못하는 사표에는 사연과 이유가 있다.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저자는 첫 직장 8년 만에 사표를 쓴다. 글을 쓰는 삶은 좋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