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의 읽는인간]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죠! (G. 김민식 PD)
『매일 아침 써봤니?』 김민식 PD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프랑소와 엄 님은 앞으로 자리를 옮기셨고요. 그 자리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히듯이(웃음), 프랑소와 엄 님을 잊게 할 게스트 분을 모셨습니다. 김민식 PD님이세요. 안녕하세요. (2018. 02. 06)
여자: 행복의 분수라는 게 있지요.
남자: 행복의 분수?
여자: 욕망이 분모이고 현실로 이루어지는 게 분자. 욕심이 많은 사람은 쉽게 만족하지 못하죠. 분모가 작은 사람은 아주 작은 것으로 만족할 수 있지요.
남자: 야마자키 씨는 분모가 작아요?
여자: 매일매일이 참 행복하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나카 토모코의 만화 『마담 조커』 의 한 부분입니다. 행복의 분수라니, 흥미로운 말인데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욕망으로 이루어진 분모의 크기가 얼마나 되시나요? 욕망이 클수록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만화 대사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요즘입니다. 욕망도 딱 적당히,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잘 못하는 것 같아요.(웃음) 저는 김욕망입니다.
<인터뷰- 김민식 PD 편>
김동영 : MBC 드라마 PD. 파업 요정. 자타공인 애처가. 두 딸의 열혈팬. Free2world 아이디의 주인공. 조인성에게 책 추천사 받는 사람. 책 인세로 PD 연봉의 절반 수익을 거둔 베스트셀러 작가. SF소설 번역가. 공포소설, SF소설 애호가. 한 해에 250권을 읽은 다독가. 댓글부대 운영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앞뒤 안 가리고 일단 들이대는 스타일. 김민식 PD님 소개를 읽으면 PD가 갖춰야 할 덕목이 하나도 없어요.(웃음)
김민식 : (웃음)PD가 갖춰야 할 덕목은 뭔가요?
김동영 : 묵직함? 카리스마가 있고,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면서 스태프를 아우를 수 있는 면 있잖아요.(웃음)
김민식 : 맞습니다.(웃음)
김동영 : 그런데 저는 이 분이 정말 대단하신 걸 알고 있어요. MBC 파업의 불씨가 된 사건, 신사옥에서의 외침. 보고 정말 놀랐어요. 우선 이번에 새 책 『매일 아침 써봤니?』 를 내셨는데요.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시더라고요. 회사에서 올리세요?
김민식 : 집에서 올립니다.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서 출근 전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글을 씁니다.
김동영 : 그렇게 쓰실 얘기가 있어요?
김민식 : 의외로 글쓰기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 신기해 하시더라고요. 한 온라인 서점 MD의 글을 보고 빵 터졌는데요. ‘정말 하기 힘든 세 가지를 하자고 한다, 첫째 글쓰기, 둘째 아침에 글쓰기, 셋째 매일 아침에 글쓰기다’라고 하더라고요. 일로써 글을 쓰는 사람들은 취미로 쉬는 시간에도 굳이 글을 써야 해? 라는 생각이 있는 거예요. 어쩔 수 없어요. 저는 드라마 시청을 안 해요. 보면 일하는 것 같아요. 차라리 그 시간에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보고 그랬어요. 이걸 볼 때 뇌가 가장 청순해지거든요. 그러니까 작가님 같은 분들은 블로그가 힘들 수 있어요.
김동영 : 저는 책을 읽는 내내 ‘부담스럽다’(웃음) 생각했어요. 처음 만났지만 PD님이 출연한 팟캐스트, PD님이 쓰신 글 등을 많이 봐서 친한 느낌인데요. 볼 때마다 너무 나간다 싶은 거 있잖아요.(웃음) 중세 전쟁할 때 다같이 나가야 하는데 혼자 말 타고 나가는 사람, 그런 분이에요. 그래서 온갖 고초를 다 겪고요. 이번에 잘 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축하드려요. 정말 대단한 분 만나서 영광입니다.
김민식 : 블로그를 시작했던 게 벌써 7년 전이에요. <글로리아>라는 주말연속극 연출이 마지막이었는데요. 그 드라마 연출 막바지에 아쉬움이 있었어요. 드라마 연출에 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블로그를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제작 현장 이야기를 인간적으로, 좀 더 사적인 톤으로 해보고 싶었던 거죠. 당시에는 1-2년 후에 다음 드라마를 할 거라 생각하고, 그 사이에 드라마 제작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쓰려고 블로그를 만들었는데요. 그게 7년이 된 거죠.(웃음)
김동영 : 이런 이야기들이 다 책에 담겨 있죠.
김민식 : 이 책 『매일 아침 써봤니?』 를 쓰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결과를 중요시하는데요. 아니에요. 결과는 몰라요. 책을 냈지만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고요. 드라마를 만들어도 대박이 날 수도, 쪽박이 날 수도 있거든요. 중요한 건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블로그를 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나중에 블로거로 유명해져서 즐거운 게 아니라 정말 하루에 열 명, 스무 명 오는데도 재미있더라고요. 과정이 보이거든요. 내가 꾸준히 올릴수록 방문객도 점점 늘어나요. 이 과정이 저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김동영 : 7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블로그는 있었잖아요. 그런데 방송국에서는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중요한 매체로 보질 않았던 거죠. 그걸 앞서가신 거예요.
김민식 : 라디오 작가를 해보셔서 아시잖아요. 그냥 듣고 넘어가는 사람이 만 명이라면 그 중 몇 십 명은 문자를 보내고, 게시판에 들어와서 글을 남겨요. 그분들이 정말 고마운 분들이고요. 이분들을 잘 모아 가는 것이 창작자로서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제가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마지막에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백 명이면 끝까지 영어책 한 권을 외우는 사람은 세 명일 것이다’라고 썼거든요. 지금 댓글부대를 운영해보니까 정말 그대로예요. 자, 그러면 여러분이 대한민국 상위 3%가 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냥 맛집 블로그, 여행 블로그를 보고 즐기시는 분도 있겠지만 직접 자신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쓰는 사람이 되면 돼요. 그러면 대한민국 상위 3%, 미디어의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는 3%가 될 수 있다는 얘기고요. 이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어마어마한 힘이 됩니다.
김동영 : 요즘은 등단하지 않고도 책 내시는 분들 정말 많잖아요. PD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이 책을 읽고 ‘파워블로거가 되는 법’에 관한 책을 샀다니까요.(웃음)
김민식 :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놀라웠던 책이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 이거든요. 이 작가님은 공장에서 주물공으로 일을 하면서 매일 소설을 써서 올렸어요. 이분의 생산력이 놀라워요. 2년 전인가,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단편을 하나 올리고요. 이틀 뒤에 또 새로운 단편을 올리고, 그래서 2년 동안 150편의 이야기를 올린 거예요. 완성도도 뛰어나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제는 과거의 권위가 다 사라졌다고 생각해요. 권위가 깨진 시대라고 생각하는데요. 부끄러운 별명이지만 ‘기레기’라는 별명을 기자들이나 언론사가 듣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고 봐요. 예전에는 기자들한테 권위가 있었어요. 적어도 아젠다 세팅에 있어서는 권위가 있었는데요. 촛불 때도 드러났지만 아젠다, 즉 사회가 가야 할 길을 시민들이 정하거든요. 기존의 권위가 사라진 거죠.
김동영 : 우리 스태프들이 통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웃음) 고정질문 시간입니다. ‘읽는인간’ 고정 질문 첫 번째, 최근 구매해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있다면?
김민식 :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책을 사면 무조건 다 읽고, 어지간해서는 미친듯이 책을 읽거든요. 아직 안 읽었다고 하는 순간 책에 대해 누가 될까 고민했는데요. 그래도 질문이 들어오면 언제든 훅 나가기 때문에 답을 드리자면, 김재인 교수님의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라는 책입니다. 산 지 몇 달 됐어요. 기본적으로 이 주제에 관심이 많고 언젠가 이에 관해 책을 쓰고 싶거든요. 『매일 아침 써봤니?』 도 어쩌면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창의성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 에 대한 나름의 답으로써 제시한 거라서요. 전문가의 생각이 궁금해서 이 책을 샀죠. 문제는 이 책을 샀을 때 제가 가장 바쁘고 가장 지쳤을 때였어요. MBC 정상화 투쟁을 하고, 사장님이 나가신 이후에 약간 번아웃이 돼서요. 이럴 때는 단편소설이나 가벼운 책을 읽어요. 그런데 이 책은 무거운 책이에요. 공을 들여야 해서 나중에 드라마 끝낸 후 잡고 읽을 예정입니다.
김동영 : 두 번째 질문입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선물하고 싶은 책?
김민식 : 제 책이에요. 저는 정말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제 책을 다 읽으라고 얘기를 해요. 저는 제 책을 읽은 사람과 책에 대해 얘기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저는 책을 취미 삼아 쓰고요. 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까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 또는 『매일 아침 써봤니?』 를 선물하고 싶습니다.(웃음)
김동영 : 세 번째 질문은, 두 번 읽은 책입니다. 뭐가 있어요?
김민식 : 오면서 이 얘기 하면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솔직하게 얘기를 드리면 『카네기 처세술』 이에요. 많은 분들이 제목과 이름을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막상 읽어보지는 않은 책이 이 책이거든요. 처세술의 원조격인 책인데요. 20대 때, 화려한 연애를 즐겼는데 그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카네기 처세술』 이었어요. 사실 원제가 ‘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이거든요. 책에서 하는 이야기는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네가 관심 있는 건 잊고 상대가 관심 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거예요. 낚시를 할 때 네가 초콜릿을 좋아한다고 낚시 바늘에 초콜릿을 매달지는 않지 않느냐, 너는 지렁이가 싫지만 물고기가 좋아하니까 지렁이를 다는 것처럼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집중하면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거든요. 이 책 되게 좋은 책이에요. 저는 이 책을 20대 때도 읽었고, 지금도 읽어요. 두 번 이상 읽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한 네다섯 번은 읽은 것 같아요.
김동영 : 7년 만에 드라마PD로 복귀하셨잖아요. 어떤 드라마예요?
김민식 : 5월 말에 시작하는 MBC 주말 특별 기획을 아마 연출할 것 같습니다.
김동영 : 7년 만에!
김민식 : 사실은 많이 떨려요. 관심을 많이 주셔서요. 저는 이럴 때도 책을 읽는데요.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라는 책을 보면서 멘탈을 관리하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웃음) 의외로 다른 책에서 답을 찾았어요. 영화 <원더>의 원작 소설이었어요. 영화가 정말 좋아서 원작을 찾아본 건데요. 안면 기형을 가진 아이가 헬멧을 쓰고 다니다가 처음으로 헬멧을 벗고 학교에 가면서 생기는 이야기거든요. 책 첫 대목에 ‘원더’라는 노래의 가사가 나와요. 의사들이 태어난 아기를 보면서 “이 아이는 기적”이라고 얘기를 하는 거죠. 백 년 전이라면 무조건 태어나자마자 죽는 아이니까요. 그런데 그걸 읽는 순간 문득 생각했어요. 그때까지 나는 더 이상 드라마 연출은 못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드라마를 안 시켜주면 책이라도 쓰자 싶어서 출판사와 책 세 권을 계약했던 건데요. 지난 1년 사이에 촛불이라고 하는 어쩌면 정말 기적 같은 상황이 벌어진 거죠. 지금 드라마 대본을 읽고, 캐스팅을 하고, 배우를 만나러 다니는 이 순간 하나 하나가 다 기적이에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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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는 '생선'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였고 마스터플랜 클럽에서 허드렛일을 한것이 인연이 되어, 음반사 문 라이즈에서 공연과 앨범 기획을 담당하였다. 델리 스파이스와 이한철, 마이 앤트 메리, 전자양, 재주소년, 스위트 피의 매니저먼트 일을 담당하면서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복고풍 로맨스」, 「항상 엔진을 켜둘게」, 「별빛 속에」, 「붉은 미래」등의 노래를 작사하였다. MBC FM4U [뮤직스트리트], [서현진의 세상을 여는 아침], [K의 즐거운 사생활] 등에서 음악작가로 일했다.『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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