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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하나님] 쾌락과 금기는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야기를 잔뜩 가진 작가’의 조금은 낯선 이야기 <아르곤>의 주원규 작가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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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주원규는 한국 교회의 심장을 향해 곧바로 육박해 들어간다. 예수의 피가 아니라 돈, 권력 그리고 병든 역사 인식으로 움직이는 괴물이 된 한국 교회는 하나님과 대적하고 있다. (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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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주원규는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로 통한다. 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열외인종 잔혹사』의 독특한 분위기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최근엔 tvN 드라마 <아르곤>을 집필하며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다양한 소설들의 전후로 공간과 건축을 다룬 평론집, 예수를 다룬 신학 에세이 등을 써내기도 했다. 그가 취하는 소재는 다양하고, 함축적으로 내보인 주제는 저마다 강렬했다. 그가 이번에 한국 교회의 무너져가는 현실을 리얼하게 드러내는 작품 『나쁜 하나님』으로 찾아왔다. 그는 목사이기도 하다.

 

한국 교회의 위기는 근본적이다. 정치적 타락, 종교적 부패, 신학의 허약성이 모두 겹쳐 있다. 전방위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자는 보는 종교는 양면적이다. 인간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근본 질서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질서 제공에 대한 대가로 잔인한 폭력을 허락 받기도 한다. 주원규 작가는 그 폭력이 신앙의 다른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작가는 쾌락이란 말로 대표되는 돈, 명예, 권력, 섹스에 대한 욕망과 그 쾌락을 심판하고 정화시키려는 종교적 금기를 하나의 소설에 녹여내고 있다. 쾌락과 금기.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두 단어의 맨 얼굴이 동일할 수도 있다는 종교 근본주의의 살풍경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소설 속 힘없는 목사가 마주한 교회의 타락은 종교를 떠나 인간이 사회에서 마주하는 부도덕하고 불합리한 문제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아무도 보려 하지 않는 세상의 무수한 그늘들. 작가 특유의 거침없는 문체로 단숨에 읽히는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당신은 더 이상 현실의 어두운 면을 함부로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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