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사랑한 추리작가 미셸 뷔시 내한
신작 『절대 잊지 마』출간 미셸 뷔시 첫 내한 기자간담회
반전은 단순히 독자를 놀라게 하기 위한 장치만은 아니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요소여야 한다. 독자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c)문홍진
4월 19일 주한 프랑스문화원 컨퍼런스홀에서 프랑스 추리작가 미셸 뷔시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미셸 뷔시는 <피가로(Le Figaro)>가 매년 발표하는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Top 10’에서 지난 2016년, 1위 기욤 뮈소의 뒤를 이어 2위에 올라 큰 주목을 받은 작가다. ‘시계공의 정밀함이 돋보이는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은 최신작 『절대 잊지 마』 외에도 대표작 『그림자 소녀』, 『검은 수련』, 『내 손 놓지 마』 등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다.
이번이 작가의 첫 번째 내한으로, 방문은 ‘세갈랑 상(Prix Segalen)’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세갈랑 상은 아시아에 소재한 프랑스 고등학교 재학생들이 매년 한 편의 작품을 선정해 5월 수상작을 발표하는 상이다. 2017년 세갈랑 상의 주제는 미스터리 소설이었으며 후보작 다섯 편 중 한 편으로 미셸 뷔시의 『검은 수련』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작가가 쿠알라룸푸르와 서울, 베이징을 순회하며 각 도시의 프랑스 고등학생들과 독자들을 만나게 된 것. 첫 방문에 대해 미셸 뷔시는 “아시아를 처음 방문한다. 아시아에 와서 나의 책을 소개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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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작품을 말하다
먼저 미셸 뷔시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일반문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탐정이나 경찰이 나오는 다른 추리소설과 달리 제 소설은 평범한 사람이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었다.
“소설을 시작할 때 기이한 상황, 놀라운 상황으로 시작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절대 잊지 마』도 젊은 청년이 주인공이다. ‘자말’이라는 이 청년이 노르망디 해안 절벽에서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여자가 절벽 아래로 뛰어 내리고, 경찰은 자말이 여자를 절벽에서 밀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내내 자말이 자신이 거짓말하지 않았음을 설명하는 과정이다.”
작가는 프랑스 추리 문학이 다른 국가의 추리 문학에 비해 “시적인 감각이나 경이적인 느낌이 녹아 있다.”며 화가의 인생 등 사건 바깥의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묘사하기도 한 『검은 수련』과 사건을 통해 한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과 사회적인 문제들 또한 같이 이야기하고 있는 『그림자 소녀』를 소개하기도 했다.
미셸 뷔시는 루앙 대학교 지리학 교수이자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의 선거지리학 전문연구원이기도 하다. 그만큼 그의 소설은 지리적 배경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작가는 “내 소설의 인물들을 특정 지역 안에 갇힌 경우가 많다. 섬이나 조그만 마을, 해안 절벽과 같은 곳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2014년 노르망디 홍보대사에 위촉되기도 한 미셸 뷔시는 “『그림자 소녀』를 포함해 많은 작품이 노르망디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노르망디는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현재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동시에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c)문홍진
“뉴욕이나 런던처럼 특징이 없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것보다는 정확하고 특정한 장소를 선호한다. 그렇게 해야만 인물들의 사회적 배경이나 심리적인 부분을 더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물의 정체성이란 것은 그가 살고 있는 곳과의 관계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득은 소설이 굉장히 시각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장소가 중요한 것은 프랑스 추리 문학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각 지역마다 독특한 성격이 있기 때문에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미셸 뷔시의 작품들은 시작과 동시에 쏟아지는 사건들과 끝을 알 수 없는 이야기 진행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가지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반전을 꼽았다. “독자들이 내 작품들로 인해 놀라움을 느끼기를 바란다. 때문에 반전이 중요하다. 내 작품은 마지막 순간에 이전까지 일어난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영화나 TV 시리즈물로 많이 각색이 되기도 했는데 바로 반전이라는 요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반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작품이 거듭될수록 높아지는 독자들의 기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작가는 “부담이 크다. 항상 머리를 짜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 외에 반전 장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내게 즐거움을 주고, 도전을 준다. 반전이 도전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단순히 독자를 놀라게 하기 위한 장치만은 아니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요소여야 한다. 독자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라며 “독자에게 직접 말하는” 자신의 소설적 특징을 재확인시켰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를 인상 깊게 봤다는 작가는 영화에 대해 “미학적인 면이나 시나리오 구성 등에서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며 앞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청소년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도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한국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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