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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르는 예술혼에 어울리는 책 한 잔

<월간 채널예스> 3월호 낮책밤책 어빙 스톤이 쓴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원제:Lust fo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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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와 심야서점이 결합되어 있으며, 책과 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책바(Chaeg Ba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술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 『소설 마시는 시간』을 썼습니다.

밤책 사진.jpg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가 누구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원망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 명으로 좁히지 못하고 최소 세 명은 이야기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질문을 조금 비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며 일말의 고민 없이 이야기할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그렇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취향은 변하기 마련이라지만,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가장 사랑하는 화가는 언제나 반 고흐였다. 입문작이라고 볼 수 있는 <밤의 카페 테라스>는 10여 년 째 방 한 켠을 지키고 있고, 지난 5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아이리스>는 시간의 흐름을 망각할 정도로 빠져들면서 감상했던 그림이다. 10월 말에는 도쿄에 갔는데, 가장 큰 방문 이유 중 하나는 도쿄도미술관에서 열린 <반 고흐와 폴 고갱> 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애정도에 비해 그의 삶에 대한 지식은 무지에 가까웠다. 그림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가의 삶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어빙 스톤이 쓴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원제:Lust for life)』는 고증에 철저히 입각한 전기 소설이다. 어빙은 빈센트와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 그리고 빈센트의 곁에 있었던 인물들과의 실제 만남을 통해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파악하였다. 출간 연도가 무려 1934년이니, 아마도 고흐에 관한 최초의 책이 아니었을까. 시중에 수많은 도서들이 존재했지만, 시작은 이 책이어야만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빈센트는 화가이기 이전에, 그림 소매상과 전도사를 했었다. 그의 아버지는 목사였고 테오를 비롯하여 친척 중에 그림 소매상이 많았으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방향이었다. 하지만 27살에 이르러 본능적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따뜻하고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춥고 고통스러운 삶을 선택했다. 이때부터 테오가 매달 보내주는 돈에 의지하는 삶을 살게 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돈을 받은 뒤 일정한 비율로 나눠서 생활하겠지만, 그는 그림 재료를 잔뜩 산 뒤 남은 돈으로 끼니를 때우며 살았다. 굶주림은 일상이었고, 테오와 주고받는 편지 외에는 철저한 고독이 시작되었다. 간간이 찾아왔던 사랑은 결국에는 상처만으로 남겨졌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역시 테오였다. 파리에 소개 시켜줄 사람들이 있단다. 그들을 지칭하는 이름은 인상주의파였다.

 

당시 인상주의파는 세간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자연과 사물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사실주의가 당대의 미술사조였는데, 인상주의파 화가들은 빛과 색에 순간적인 인상을 담아 주관적으로 표현했다. 이들의 그림은 많은 비판과 조롱을 받았고, 자연스레 똘똘 뭉칠 수밖에 없었다. 테오가 이들에게 빈센트를 소개하던 어느 날, 폴 고갱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압생트를 한번 마셔보쇼, 반 고흐 씨." 고갱이 끼어들었다. "예술가들이 마실 만한 술은 이것밖에 없으니까."-『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368쪽

 

술 역사상 가장 큰 논란이 되는 사건은 무엇일까? 아마도 반 고흐와 압생트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반 고흐가 압생트에 중독되어 귀를 자르고 자살을 했다고 생각한다. 압생트가 어떤 술이길래, 한 사람을 파멸로 이끈 것일까.

 

압생트(Absinthe)의 원재료는 쑥과 미나릿과의 종류인 향쑥, 아니스, 회향 등이다. 향을 맡으면 익숙하지는 않아도 이내 원재료가 상상이 될 정도로 느낌이 뚜렷하다. 압생트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의약용으로 사용되다가, 1840년대에 이르러 바와 카페에서 술로 판매되었다. 그리고 넉넉한 부르주아부터 가난한 예술가와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오죽했으면, 압생트를 주로 마시는 오후 다섯 시를 일컬어 'The green hour'라고 표현했을까.

 

그러나 1915년에 이르러 그 인기가 꺾인다. 당시 벌어진 금주 운동과 와인 생산 연합의 영향으로 '중독이 심한 향정신성 약물'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압생트를 마시면 개인과 사회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1990년대 전까지 금지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압생트가 정신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다소 과장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흐가 그림을 그렸던 아를은 뜨거운 태양이 내내 작열하는 도시였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매일 나가서 얼굴이 붉어지도록 그림을 그렸고, 끼니 대신 압생트와 담배로서 허기를 달랬다. 그를 파멸로 이끈 것은 압생트가 아니었다. 불타오를 정도로 뜨거웠던 예술혼이었다.

 

재료
압생트, 각설탕

 

만들기

1. 압생트가 채워진 잔 위에 구멍이 총총히 뚫린 스푼을 놓고, 위에 각설탕을 올려놓는다.
2. 각설탕 위로 차가운 물을 천천히 붓는다. (비율은 1:1부터 1:5까지 기호대로 선택한다)
3. 희뿌옇게 변한 압생트를 음미하며, 돈 맥클린의 Vincent를 듣는다.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어빙 스톤 저/최승자 역 | 청미래
빈센트 반 고흐를 세상에 알린 최초의 작품이자 20세기 전기문학의 최고 걸작. 그림에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가 유명해지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특별한 화가가 된 데에는 이 책이 한몫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를 세상에 알린 최초의 전기소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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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인성(Chaeg Bar 대표)

바와 심야서점이 결합해 있어 책과 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책바(Cheag Ba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더운 날, 누군가와 갈등이 생긴다면 스트레스가 생길 수밖에 없겠죠. 이 뜨거운 더위와 갈등을 식혀주는 책 한 잔을 소개합니다.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어빙 스톤> 저/<최승자> 역13,500원(10% + 5%)

빈센트 반 고흐를 세상에 알린 최초의 작품이자 20세기 전기문학의 최고 걸작. 그림에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가 유명해지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특별한 화가가 된 데에는 이 책이 한몫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를 세상에 알린 최초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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