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생각해요
<월간 채널예스> 3월호 낮책밤책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로즈마리 향 가득한 찻잔을 손에 들고,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과 기억 속 소중하게 남아있는 장면들을 떠올리며 새롭게 다가올 앞으로의 내 하루하루를 어떤 방식으로 차곡차곡 채워나갈지 호숫가의 소로처럼 여유 있게 생각해보는 것도 봄을 맞이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혼밥이나 혼술 만큼이나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헤어나기 힘든 매력을 지닌 것이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 일정이나 음식, 숙소 등 일행이 있었다면 꽤나 신경 쓰였을 일들에서 벗어나니 그만큼 홀가분한 기분이 된다. 배고프면 보이는 아무 식당을 찾고, 철 지난 해변에서 반나절 동안 빈둥거려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건 홀로 떠난 사람이 갖는 특권이다. 하지만 그런 홀가분한 여행에도 곤란한 시간이 있기 마련인데 특히 하루 일정을 마치고 잠자리를 준비할 때면 낮 동안의 자유로운 기분은 어느새 사라지고 낯선 장소에 혼자 남겨졌다는 고독과 고립감에 한참이나 뒤척이게 된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장소는 자유롭지만 그만큼 외로운 곳이기도 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45년 호숫가 숲속에서 살기로 작정하고 도끼 한 자루를 빌려 월든 호수로 떠났다. 형인 존 주니어를 파상풍으로 잃은 후였다. 가진 돈은 30달러 정도. 그가 다닌 하버드 대학의 1년 치 기숙사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그 돈으로 직접 다섯 평짜리 오두막을 지어 그곳에서 2년 2개월간 홀로 생활했다. 전원생활을 동경했다거나 혹은 세상살이에 지쳐 떠난 것과는 이유가 조금 달랐다. 그는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기 위해 숲속으로 들어갔다고 말한다. 이 작품에는 숲속에 홀로 남겨진 그가 맞은 수많은 아침과 저녁,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실제로 그가 보낸 호숫가의 삶은 우리 생각처럼 힘들거나 고독한 것은 아니었다. 느긋하게 집을 짓고 작은 땅을 일구어 자신이 먹을 만큼의 농사를 지었다. 나머지 시간은 산책과 독서, 하릴없이 호수의 깊이를 재거나 호수에 날아든 철새와 종일 숨바꼭질하다가 저녁에 먹을 물고기 몇 마리를 잡아 돌아오는 여유있는 시간이었다. 뼈와 살이 되는 소고기를 사기 위해 종일 열심히 일하는 농부와 평생 풀만 먹고도 힘 좋은 그 농부앞의 소를 보며 소로는 집이나 음식, 의복, 술 등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얻기 위해 하루의 행복을 희생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부조리를 발견한다. 소로의 삶은 단순했다. 유행과는 상관없는 튼튼하고 저렴한 옷을 입고, 거친 빵과 물, 숲에서 나는 채소와 과일이면 충분했다. 심지어 더러워진 커텐을 세탁하거나 마당 청소할 일도 없었다. 커텐이나 마당이 없기 때문이었다.
“삶이란 그처럼 소중한 것이기에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고 싶지 않았고, 도저히 불가피하기 전에는 체념을 익힐 생각도 없었다. 나는 깊이 있게 살면서 인생의 모든 정수를 뽑아내고 싶었고, 강인하고 엄격하게 삶으로써 삶이 아닌 것은 모조리 없애버리고 싶었다.” 소로의 말처럼 숲에서의 삶은 삶이 아닌 것은 모조리 없애버리기 위함이었다. 욕심을 버린다면 더 적게 일하고 남는 시간을 그만큼 더 충실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지금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대상은 주로 불만에 가득 찬 사람들, 자신의 험한 운명이나 시대에 대해 손 쓸 여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빈둥거리며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이다.” 라고 말한다. 170여 년 전의 글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긴 겨울, 그는 갓 얼음이 얼기 시작한 호수 위에 엎드려 호수 밑바닥에서 올라와 얼음 아래 갇힌 작은 공기 방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낸다. 마침내 호수에 봄이 찾아오면, 개울물은 봄의 축가를 부르며 환희를 노래하고, 호수 위 얼음은 순식간에 녹아 사라진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풀은 봄의 불길처럼 언덕 비탈로 번져나간다.
허브는 라틴어의 푸른 풀(Herba)에서 유래된 것으로 향이 나는 식물의 잎, 꽃, 뿌리, 열매, 줄기 등을 말하는데, 소화 촉진이나 스트레스 해소 등의 효과가 있어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이용되어 왔다. 그중에서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인 로즈마리는 ‘바다의 이슬’이라는 뜻으로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 잡냄새를 없애거나, 화분에 심어 관상용으로 즐기기도 하고, 샴푸, 린스, 비누의 원료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허브 중 하나다. 로즈마리를 차로 마시면 다이어트, 탈모 방지에 효과가 있고, 특히 특유의 향은 피로를 풀리게 하는 신경호르몬을 자극해서 오전에는 집중력 향상에, 잠이 안 올 때는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로즈마리 꽃말은 ‘나를 생각해요’ 이다.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희망의 계절이 찾아오면 모두의 마음속에도 설렘의 싱그러운 초록색 들불이 번져간다. 로즈마리 향 가득한 찻잔을 손에 들고,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과 기억 속 소중하게 남아있는 장면들을 떠올리며 새롭게 다가올 앞으로의 내 하루하루를 어떤 방식으로 차곡차곡 채워나갈지 호숫가의 소로처럼 여유 있게 생각해보는 것도 봄을 맞이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재료
로즈마리 티 1티스푼
만들기
로즈마리 티 1티스푼을 90˚C의 물에서 2분정도 우려낸다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저/한기찬 역 | 소담출판사
지친 현대인에게 삶의 기쁨과 위안을 주는 영혼의 쉼터.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아름다운 월든 호숫가에 살면서 진정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자신이 직접 지은 작은 오두막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우주와 신과의 합일을 이루는 진리를 추구하고 어떻게 '삶의 골수'를 빨아내는 방법을 터득했는지 직접적인 체험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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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커피, 그리고 하루키와 음악을 좋아해 홍대와 신촌 사이 기찻길 땡땡거리에서 북카페 피터캣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와 커피 한잔을 마주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듯 책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인스타그램@petercat1212
<헨리 데이비드 소로> 저/<한기찬> 역12,420원(10% + 5%)
지친 현대인에게 삶의 기쁨과 위안을 주는 영혼의 쉼터.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아름다운 월든 호숫가에 살면서 진정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자신이 직접 지은 작은 오두막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우주와 신과의 합일을 이루는 진리를 추구하고 어떻게 '삶의 골수'를 빨아내는 방법을 터득했는지 직접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