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소설 읽다가 요리 유학 결정했죠
『그림의 맛』 펴낸 최지영 저자 셰프가 편애한 현대미술 크리에이티브
특별한 타깃 독자가 있다기보다는 남녀노소 모두가 읽으면 좋은 교양도서입니다. 책 읽으신 분들 평을 들어보니 젊은 분들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고 재밌다고 하고, 연세가 많으신 어른들은 쉬우면서도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림의 맛』은 현대미술과 음식, 둘의 관계성을 때로는 멀리서, 때로는 가까이서 바라본 책이다. 요리전문학교에서 수학한 셰프 출신 최지영이 미술에 빠져 쓴 책으로,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쌓아온 음식 얘기와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공부해온 현대미술을 엮어 쓴 것이다. 평소 우리가 먹는 음식은 물론이고 세계3대진미를 모아 만든 ‘럭셔리 다이닝’부터 쓰레기통을 뒤져서 식재료를 확보하는 프리건들의 삶까지 저자의 경험을 담아 쉽게 풀어냈다.
저자 최지영은 로레알, 필립모리스 등 다수의 외국계 대기업에서 일하다 훌쩍 요리 유학을 떠났다.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뉴욕 CIA에서 공부하고 현지 식당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한국에 돌아와 오너 셰프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건강한 식재료로 정성껏 요리한 컨템포러리 퀴진(CONTEMPORARY CUISINE)을 선보였다. 푸드 스타일링을 병행하고 여러 매체에 요리와 미술을 주제로 칼럼을 쓰다 보니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갈수록 커졌다. 지금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아트다이너(ARTDINER) 대표로 일하고 있다.
하루키의 열렬한 팬이라,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읽으며 ‘오, 마이 아보카드’ 샐러드를 만드셨다고요.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몇 가지 오마주 디시를 만들어 먹는 모임을 상상해보셨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최근에 또 다른 책을 읽으며, 이런 모임을 상상하셨는지요?
최근에 읽은 책들은 아니지만 곁에 늘 가까이 두고 생각날 때마다 뒤적뒤적 하는 책들이 있어요. 아멜리 노통브의 『배고픔의 자서전』,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 견문록』,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 예찬』, 마이클 폴란의 『요리를 욕망하다』 등이 그런 책들입니다. 식(食)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과 위트를 담고 있어 언제 어떤 페이지를 넘겨도 오마주 디시에 대한 풍성한 영감과 클루를 제공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밑줄이 쳐져 있는 책들이지요.
아멜리 노통브는 『배고픔의 자서전』에서 ‘진정한 배고픔이란 벼락같이 느껴지는 식욕이 아니라 가슴을 풀어헤쳐 영혼의 본질을 빼내오는 것’이라 말해요. 그러면서 덧붙이길 ‘인간의 인격은 생후 몇 개월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되는데 특이하게 선민이 되거나, 아니면 결핍을 바탕으로 존재를 쌓아가지 않는 저주 받은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굶주린 푸디들이라면 뼛속까지 공감할만한 소리죠. (웃음) 이 책은 오마주 디시 요리 모임이 진짜 생긴다면 필독서로 지정하고 싶어요. 이 책을 읽고 신이 정신을 잃고 사랑에 빠질 만큼, 인간이 먹는다면 혀가 떨어져 나갈 만큼! 달디 달지만 형이상학적 인식이 담겨있는(?) 그런 고어메이 디저트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영감을 준 책의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이 음식을 먹는다면 설탕을 먹을 것이다. 나는 사람이나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것을 항상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탕이나 한 무더기 안기면 아주 좋아할 덴데 뭣 때문에 그렇게 피를 낭비한담! 좀 더 세련될 필요가 있다. 단 과자 속에는 형이상학 비슷한 게 있다.”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은 앞서 언급한 책들과는 다른 성격이지만 역시 오마주 디시를 도발하는 문장들이 꽤 있습니다. 만들고 보고 싶은 음식은 이름하며 ‘롤랑 바르트의 덴뿌라! 공기 반~ 밀가루 반인 그런 예술적 튀김 요리죠. 윤곽선이 너무 가벼워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는 롤랑 바르트의 덴뿌라 감상에 감탄했거든요.
“덴뿌라 요리에 부득이하게 이름을 붙인다면 가볍고 공기 같고 즉흥적이며 부서지기 쉽고 투명하고 사소하면서도, 진정한 이름은 특정한 테두리라 없는 틈, 다시 말해 텅 빈 기호다.”
작가는 일본 덴뿌라를 두고 흐트러진 꽃송이의 진수와 밀가루의 레이스를 통과한 신선함을 지닌 텅 빈 기호 같은 튀김요리라고 말합니다. 푸드 라이팅은 진정 철학자의 몫이구나 싶었습니다.
Georg Baselitz, 'Adieu' 1982
푸드 스타일링의 가장 중요한 기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푸드 스타일링에 특별한 기준이나 기본이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패션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기호와 선호도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스타일도, 군더더기 없이 똑 떨어지는 심플한 스타일도, 빈티지와 모던을 섞은 믹스앤매치 스타일도 다 정답이고 다 좋습니다. 다만 치장을 많이 한, 장식성이 도드라진 푸드 스타일링을 개인적으로 질색하는 편입니다. 온갖 소품들로 다이닝 테이블을 꽉 채운 푸드 스타일링은 보기만 해도 왠지 머리가 지끈 아파옵니다.
요즘은 미니멀리즘이나 킨포크식 라이프 스타일이 각광받고 있어 예전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잡지들을 뒤적거리면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다소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푸드 스타일링 일색이었습니다. 라이프 스타일 따로 푸드 스타일링 따로 가다 보니 내추럴한 푸드 스타일링조차 진정 내추럴하다기 보다 그런 감성만, 모양새만 흉내 낸 듯 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투박하지만 단정미가 있으면서도 칼라 대비가 과감한 푸드 스타일링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날 식탁에 앉을 다이너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듬뿍 담겨있어야겠죠.
『그림의 맛』을 ‘요리’로 비유하면, 표지나 만듦새가 ‘푸드 스타일링’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만듦새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평가가 좀 어렵습니다. 출판사에서 표지나 만듦새 등에 대해 사전에 작가와 충분히 논의하지만 실제적으로 작가의 의견이 100% 반영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절충이 있을 뿐이지요. 다만 그 절충이 출판사 쪽으로 기울어지느냐, 작가 쪽으로 기울어지느냐의 문제인데... 제 성에 차게 했다면 아마 이 책이 세상에 안 나왔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요구 사항이 너무 많아서 (웃음).
게다가 『그림의 맛』은 작품 도판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료도 고려해야 했기에, 여건상 여러 면에서 성에 차게 제작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저는 디자인 작업의 경우 시간을 두고 오래 고민하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빨리 판단하는 편이고 호불호가 분명합니다. 책 표지는 아이디어 회의 때 출판사 쪽에서 감성 잡지로 유명한 <시리얼(CEREAL)>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리치 스테이플턴(Rich Stapleton)의 사진 작품을 저에게 슬쩍 보여주었는데, 딱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오케이 했지요. 그런데 출판사에서 영국에 아무리 연락을 해도 연결이 되지 않았어요. 그러자 출판사에서 다른 표지 대안을 많이 주셨는데, 그것들을 제 쪽에서 다 거절했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직접 사진작가에게 연락해보겠다고 하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리치 스테이플턴이 바로 다음날 답 메일을 보낸 거예요. (웃음)
아무튼 극적으로 연락이 돼서 다행히 처음 골랐던 그 사진을 표지로 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종 책 판형이 바뀌면서 책 표지 위에 올렸던 제목의 폰트와 위치 등이 바뀌었는데 그게 또 마음에 안 들었어요. 제가 단번에 오케이 했던 것은 사진 작품과 더불어 최초에 올린 제목 폰트와 위치까지 모두 포함한 전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인데. 그래도 출판사 쪽에서 많이 애써주시고 수고해주셔서 준수한 수준으로 독자 분들께 책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셰프로 일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오너셰프는 단순히 주방의 요리 수장이 아니라 한 회사의 대표, 사장과 같은 위치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고로 재무, 회계, 직원 근태, 재고관리, 식재료 구매, 손님 응대 등등 매일같이 신경 쓸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오롯이 요리에만 집중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레스토랑을 할 때 방송 출연 요청이 들어와 나간 적도 있었어요. 그럼 그날 레스토랑 영업을 못하거나 저녁 일부 시간만 단축 운영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많거나 시스템이 완전히 갖추어진 대형 레스토랑이 아니다 보니 책임 요리사인 제가 빠지면 일단 인력에 큰 공백이 생기고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처리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방송 요청이 들어와도 전부 거절했어요. 한마디로 이렇다 할 큰 어려움 한 두 개가 있다기 보다는 소소하고 자잘한 어려움들이 쌓이고 모여 큰 바위 덩어리가 되었죠. 그림의 맛 중 ‘헬스키친의 질서’ 편에 자세히 써놓았습니다. (웃음)
Tables, Heads and Arms by Urs Fischer, 2011
다시 식당을 여신다면, 레스토랑에 원하는 작품을 모두 걸 수 있다면, 어떤 그림을 벽에 걸고 싶으신가요?
원하는 작품들을 모두 걸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온몸이 찌릿찌릿하네요. 아마 제가 정말 돈이 많았다면 감당 못할 정도로 열정적인 아트 컬렉터가 됐을 것 같아요. (웃음) 확실한 건, 앞으로 또 식당을 열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추후 기회가 된다면 테스트 키친 겸 작업실로 쓸 다목적 공간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자유롭게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쓰임새 많은 그런 공간을 꿈꾸어 봅니다.
좋아하는 작품들이 너무 많아 선택이 쉽지 않지만, 일단 저는 드로잉 작품들을 워낙 좋아해 벤 샨(Ben Shahn)의 드로잉 몇 점과 게오르크 바젤리츠(GEORG BASELITZ)의 거꾸로 된 회화 몇 점, 그리고 애드 라인하르트(Ad Reinhardt)의 크로메딕 블랙 페인팅(chromatic painting) 등을 걸고 싶습니다. 참, 핫한 동시대 작가인 어셔 피셔(Urs Fischer)의 위트 넘치는 왁스 조각과 디터 로스(Dieter Roth)의 초콜릿 조각도 한 점씩 놓으면 판타스틱할 것 같고요. 언급한 작품들 다 가져다 놓으려면 작업실이 좀 넓어야겠네요. (웃음)
저자님이 평소 가장 자주 즐기는 식단이나 좋아하는 메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사람들이 절 보고 백반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하더라고요. 저는 반찬을 많이 먹는 편이예요. 남들이 밥을 먹기 위해 중간중간 사이드 디쉬인 반찬을 집어 먹는다면, 저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메인 식사가 반찬이라 할 정도지요. 반찬 사이사이 밥을 조금 먹습니다. 그래서 단품 요리보다는 반찬이 풍성히 나오는 음식점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간이 센 집은 못 가고요, 슴슴하고 담백한 나물 위주의 반찬들이 잘 나오는 한정식을 선호합니다. 쌀국수도 무척 좋아하는데 실상은 면 종류도 많이 못 먹는 편입니다. 그래서 쌀국수 집에 가면 면은 1/3만 달라고 하고 대신 숙주나 고수 등을 듬뿍 넣어(정말 많이) 건더기만 홀랑 건져 먹어요. 특정 메뉴를 특별히 즐긴다기보다는 그게 뭐가 되든 간에 내용물이 알차게 들어 있어야 즐거운 식사가 됩니다. (웃음)
정말 이도 저도 먹을 게 없다 싶으면 ‘생존식’(?)으로 무조건 돌솥 비빔밥을 시킵니다. 아무리 맛없는 집이라도 돌솥 비빔밥은 돌솥이라는 그릇 자체의 도움으로(?) 기본은 하는 것 같더라고요. 식단은 아니지만 거봉을 환장스럽게 좋아해요. 그래서 거봉 철이면 1일 1박스씩 해치웁니다. 밥은 못 먹어도 거봉은 꼭 먹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실명이 아닌 작가명으로 책을 내려 하는데, ‘줄리거봉(Julie G. B)’입니다. 제 영어 이름이 줄리고 그 뒤에 거봉을 붙였습니다. 해외진출도 염두에 두어 지었습니다.(웃음)
2017년의 계획, 또는 앞으로의 소박한 꿈(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2017년 올해를 포함해 앞으로의 계획들이 좀 많습니다. 소박한 꿈도, 원대한 꿈도 골고루 다 들어있습니다. 2013년 무렵 갤러리 현대에 앨리스 닐의 전시회를 보러 갔는데 마침 화가의 일상을 담은 다큐 영상도 같이 틀어주었습니다. 가까운 주변 지인들과 친구들이 앨리스 닐에 대해 회상하며 인터뷰 하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인터뷰이가 이야기하는 동안 화면 아래에 그를 소개하는 작은 캡션이 지나갔습니다. 'writer & painter' 저 두 글자가 동시에 줌인 되면서 순간 제 마음에 엄청난 스파크가 일었습니다. 바로 저거다 싶었지요. 앞으로 내가 평생 가야 할 길이. 그 동안 제 무의식의 심연 어딘가에 아주 오랫동안 깊이깊이 파묻혀 그 존재조차 몰랐던 아주 작은 불씨 하나가 마침내 발견돼 타오르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하루키 신간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었는데 어느 날 야구장에 갔다가 힐턴이란 타자가 방망이로 공을 딱하고 치는 소리가 야구장에 상쾌하게 울려 퍼졌고 그 순간 하루키는 아무런 맥락도 없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문득 자신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딱 그런 느낌이었죠. 너무 하루키랑 엮나요?(웃음) 사실은 요리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것도 하루키의 『먼 북소리』를 읽고 나서였습니다. 그 책 속에 당시 머뭇대던 제 마음을 방증하는 결정적인 문장이 나와요. 이 스토리도 말하자면 좀 길어요.
길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자세히 소개해주신다면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작가 & 화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니고, 그저 ‘쓰는 사람 & 그리는 사람’ 이 되고 싶습니다. 굳이 애정의 무게 추를 달아보자면, 현재는 그리는 쪽으로 마음이 좀 더 기울어져 있긴 합니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사이 좋은 길동무처럼 저 둘을 나와 함께 데려가고 싶습니다. 욕심이 좀 많죠? 이제는 100세 시대잖아요. 멀리보고 천천히 한 걸음씩 자박자박 옮기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론 2017년 현재의 계획도, 향후 100세를 바라보는 먼 미래의 계획도 동일합니다. ‘쓰고 & 그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사실 형식 불문하고 뭔가를 창작하는 일이 저에게 잘 맞고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요. 과거 직장에서 조직생활을 할 때에는 내내 창작 작업에 몹시 목말라 있었습니다. 창작을 해야 이생에서 제대로 숨을 쉬고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문구를 빌리자면 ‘나는 창작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나 할까요. 요리도 창작에 속하는 일이었기에 아주 많이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사랑하지만요.
인생 1막이 직장생활이었고, 2막이 요리였다면, 3막은 오롯이 혼자 사색하고 그걸 글과 그림으로 담아내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먼 길 돌고 돌아 마침내 찾아 낸, 내 진짜 운명(?)이라는 확신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기 확증을 하게 된 게 불과 몇 달 전이예요. (웃음) 신기하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Urs Fischer Untitled, Dimensions Variable ? Urs Fischer
핸드 드로잉과 핸드 페인팅 작업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혼자서 하고 있고요. 디지털 아트에도 관심이 많아 지난 겨울 두 달간 주말마다 학원에서 태블릿 페인터 수업을 들었습니다. 디지털 아트는 혼자 툴을 익히기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배운 후 시간이 없어 연습은 전혀 못했네요. 어떤 단상이 떠올라 태블릿을 꺼내 놓고 뭔가 그릴라치면 선하나 달랑 그려놓고 필기노트와 관련 책 두어 권을 읽으며 하는 방법을 익히다 시간이 다 가버리지요.(웃음) 시간 되는대로 틈틈이 연습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컴퓨터로도 능숙히 잘 그려내고 싶습니다.
후속작도 계획 중인가요?
새로운 책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직접 그린 그림과 짧은 글이 어우러져 들어간 여백이 많은 책을 낼까 생각 중에 있습니다. 가제는 ‘(아주) 심심한 책’이라고 붙였는데, 마침 더 잘 맞는 다른 제목이 떠올라 그것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콘텐츠가 뭐가 될지, 어떻게 엮어야 할지 결정된 바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책 제목부터 정해 놓았으니 이미 진도 반은 나간 셈이라고 스스로 다독입니다. (웃음)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소소한 계획들이 좀 더 있고 올해는 눈도장 콕 찍어 놓은 미술 전시들도 풍성해 무지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림의 맛』은 특히, 어떤 독자가 읽으면 좋을까요?
특별한 타깃 독자가 있다기보다는 남녀노소 모두가 읽으면 좋은 교양도서입니다. 책 읽으신 분들 평을 들어보니 젊은 분들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고 재밌다고 하고, 연세가 많으신 어른들은 쉬우면서도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읽다가 중간에 내팽개치지 않고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림의 맛최지영 저 | 홍디자인
현대미술이 ‘좀 먹어본’ 사람들을 위해 접시 위에 놓였다. 메뉴판에서 음식을 골라 먹듯이 현대미술의 이해라는 난관을 간단히 뛰어넘어 보자. 그림에도 맛이 있다. 먹어본 만큼 보이는 현대미술 이야기. 현대미술은 음식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책은 둘 간의 관계성을 때로는 멀리서, 때로는 가까이서 헤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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