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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방현희 “불운과 행운에 무뎌지자”

부산국제영화제 ‘Book to film’ 초청작 『불운과 친해지는 법』 펴내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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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은 나라라든가 공동체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봐요. 주인공인 형진이도 어리바리해서 느닷없이 혼자 남았을 때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평범한 사람이 그나마 하나 가진 장점으로 방법을 모색해나가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어느 날, 주인공 ‘형진’의 어머니가 돌아가신다. 서른두 살이 될 때까지 변변한 직장 한 번 나간 적 없이 어머니 병수발만 하던 형진은 생계를 유지하려는 방편으로 유일하게 남은 주택과 요리실력을 활용해 셰어하우스를 연다. 정규직 계약을 꿈꾸는 민규, 잘나가는 마케팅 회사 팀장인 수진과 경비행기 조종사가 꿈인 혜진 자매, 어딘가 어둡고 상처가 있어 보이는 밴드 기타리스트 정우, 고양이와 아이를 책임져야 할 수의사 호준 등 조금씩 불운하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이 한 지붕 아래 모인다.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분쟁이 없을 리 없다. 형진은 처음 하는 집주인 노릇에 속을 여러 번 삭힌다. 세입자들도 마찬가지로 사랑의 작대기가 몇 번 좌절되고 부모와 반목하는 등 인생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불운과 친해지는 법’을 배워나간다.


소설가 방현희는 200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 『바빌론 특급 우편』, 『달을 쫓는 스파이』,『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너와 나의 삼선슬리퍼』 등 다양한 주제로 꾸준히 소설을 썼다. 이번 소설 『불운과 친해지는 법』은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북투필름(Book to film)’ 초청작이다. 주인공들을 스크린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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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나오는 소설


‘다음 7인의 작가전’으로 먼저 독자들과 만난 책입니다.

 

1차부터 6차까지 계속 진행했고, 제가 4차에 들어왔어요. 책 줄거리의 반절 정도만 먼저 웹에 노출하고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취했죠. 작가마다 색깔이 다 달랐어요. 어떤 사람은 미스터리, 어떤 사람은 시를 쓰고, 그림과 에세이를 같이 한 분도 있고요. 장르가 다양했어요.


4월에 책이 나온다고 했었는데, 좀 늦어졌네요.


원래는 3월 말까지 완성하려는데 다른 분들과 보조를 맞춰서 한꺼번에 이벤트를 하면서 책을 내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표지도 몇 번 바꾸고요.


형진이라는 캐릭터가 요리를 잘하는 남자로 나와요. 롤모델이 있었나요?


롤 모델은 저였죠. 요리하고 사람 불러서 먹이는 걸 좋아하고, 집에서 하는 파티 좋아해요. 소설에 나오는 거의 모든 요리는 다 제가 하는 요리예요.


따로 레시피를 참조한 게 아니고요?


주부 경력이 한 30년 돼요. 누군가 이미 정해서 내놓는 요리 방법은 저한테 맞지 않기도 하고 우리 또래나 가까운 사람들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기존에 있는 레시피라도 어느 정도는 나름대로 변형해서 만들 수 있어요. 적당히 가감하고 오랜 세월 익혀온 비법을 추가해서 책에 실었어요.

 

특이한 요리법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밥에 강황을 넣는다든지, 프랑스 끼쉬를 한국식으로 만든다든지요.


조금씩 기존 레시피에서 변형해서 써요. 영양가와 향미가 풍부한 음식을 좋아해요, 그렇게 요리하려고 하고요. 생강 향이나 정향, 샤프란 넣는 것도 좋아해요.


요리는 감각적인 행위잖아요. 결과물이 나오니까 뿌듯한 마음도 있고, 먹는 사람이 즐거워하기도 하고요.


음식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환호해주는 것 때문에 요리를 즐겨요. 소설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내 작업물을 좋아해서 나오는 환호. 쓸 때 자체의 쾌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소설은 일차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거니까요. 그다음으로 소설이 남에게 가서 도움이 된다면 정말 보람있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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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가 되기 쉬운 세대


제목이 ‘불운과 친해지는 법’입니다. 보통 제목 짓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던데요.


저는 제목이 나와야 소설 방향이 잡혀서 제목부터 주로 짓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불행한 사람과 이웃이 되는 법’ 정도로 생각했는데 다시 바로 바꿨죠.


셰어 하우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으셨나요?


셰어 하우스는 제 꿈이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또 사람을 좋아하기도 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방해되지 않는 정도라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도 좋다고 생각해요.


소설 속 셰어하우스 입주자 중에 나이 많은 사람이 없어요.


소설 쓰는 사람들은 시대 상황에서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시대의 가장 화급한 문제를 포착하고 그것을 나만의 시각을 통해서 보여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아들이 20대예요. 그러다 보니 이 또래들의 삶에 대해 한동안 관심을 기울이게 됐어요. 요새 워낙 젊은이들의 문제가 크기 때문에 재작년에도 『세상에서 가장 사소한 복수』라는 이야기를 썼는데, 3포 세대의 젊은이들, 사랑과 일과 가족 모든 부분에서 붕괴를 경험하는 인간이 나와요. 이전에는 주로 개인적인 심리나 내면을 써 왔는데, 그 소설 이후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에 대해서 집중하게 됐어요.


가정이나 회사, 사회에서 약자가 되기 쉬운 세대죠.


가족 안에서도 소외당한 사람들에게 애정이 많이 가요. 사회, 직장에서도 약자가 되고 그러다 보면 연애 관계에서도 약자가 되는 거예요. 한참 찌질한 젊은이라는 콘셉트로 소설을 써 왔는데, 이 책에서는 조금 더 한국의 평범한 젊은이들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 세대는 이미 많은 사람이 다뤘고 많은 사람이 다룰 거예요. 그래도 조금 더 살아본 사람으로 젊은이들 앞에 놓인 장애를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약자는 결국 연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해요. 기성 세대나 권력층에게 우리가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려면 연대밖에 없어요. 아직 젊은이들이 자신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나라도 대변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저도 모르게 대안을 모색하게 돼요. 이 사람들을 과연 어떻게 하면 다 막힌 질곡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소설에 나온 캐릭터들이 부모랑 불화하잖아요.


모든 젊은이는 원래 부모랑 불화해야 돼요. 부모로부터 떠나야 하고 부모를 배반해야 해요. 그게 제 지론이에요. 학생들에게 항상 부모는 여러분의 세대를 절대 알지 못한다고 이야기해요. 부모는 20년, 30년 전 이미 지나간 사람들이고 이 시간에서는 40대의 삶을 살고 있지 절대 10대와 20대의 삶을 살지 않아요. 자기 삶은 자기만 아는 거지 부모 말을 들을 필요 전혀 없어요. 부모가 오히려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해요, 부모는 겪어보지 않은 삶이니까. 자식을,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들이 귀를 기울여야죠.


젊은 세대가 경제적 이유로 독립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형진도 결국 자신이 결정한 게 아니라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강제로 독립의 길로 들어섰어요.


이 남자는 영웅이 아니에요. 소설에 흔히 히어로를 내세우라고 하는데 저는 내세울 수 없었어요. 분명 독립 잘 하고 잘나고, 스스로 외국도 나가서 씩씩하게 돈 벌고, 그런 사람들이 있겠죠. 그 사람들은 어디다 내어 놔도 잘 할거고 누구도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은 나라라든가 공동체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봐요. 주인공인 형진이도 어리바리해서 느닷없이 혼자 남았을 때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평범한 사람이 그나마 하나 가진 장점으로 방법을 모색해나가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성공적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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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좌충우돌 같이 살기


 ‘인생의 파란만장함이란 실로 예비된 것과 예비되지 못한 것 사이의 진자운동에서 벌어지는 일’(23쪽)이라는 표현을 쓰셨어요.


맞아요. 흔히 자기가 원치 않는 일인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면 그걸 불운이라고 표현하잖아요. 하지만 인생은 예상하지 못한 걸 맞닥뜨리면서 재미있는 거고 그래야만 변화를 찾게 되죠. 예상하지 못하는 건 행운이기도 하고 불운이기도 한데, 사람들은 대체로 낯선 상황을 만나면 다 불운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형진은 어머니의 죽음과 강제 독립이라는 불운을 맞닥뜨렸는데, 알고 보니 그게 행운이었다는 느낌이에요.


흔히 재수 없다, 운이 없다는 말을 사소한 일에 쓰더라고요. 많은 사람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올 때 대개 행운일 거라고 기대하는구나, 그 기대가 어긋났을 때 불운이라고 하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행운과 불운이 그렇게 분명하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행운과 불운이 다가올 때 ‘나 행운이야’ 하면서 인사하고 오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젊은이들이 너무 불안하기 때문에 변화에 민감하고 이것에 나에게 행운인지, 불운인지 나에게 해가 될 것인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불운에 좀 무뎌지자, 재수 없음과 운 없음에 무뎌지면, 흘러가다 보면 그게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젊은 세대 당사자라 그렇긴 한데, 운이 없다고 느끼기보다 체념한 상태인 것 같아요. 행운인지 불운인지 따지는 게 아니라 그냥 무감각한 상태인 거죠.


무기력해지고 체념하는 건 사실 자기에게 기대할 것도 없다, 나는 불운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인정한 상태인 거죠. 그래서 환기하는 의미에서 불운이라는 제목을 사람들 앞에서 흔들어 보고 싶었어요. 플래카드 같이 ‘당신은 불운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에게 행운은 몇 번이나 찾아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식으로 무감각해진 사람들의 감각을 깨워주는 의미로 제목에 불행이라는 단어를 썼어요.


주인공들이 ‘불운과 친해지는’ 과정에서 같이 사는 행위가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소설을 쓰려고 기사나 취재 자료를 많이 봐요. 프랑스에서는 지방 젊은이가 대학 때문에 파리에 올라오면 거기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연을 맺어서 그 집에 들어가요. 그게 일종의 셰어 하우스거든요. 저녁 때 와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대화하는 조건으로 방을 얻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방을 제공한 대가로 이야기 상대를 얻고 서로의 상태를 지속해서 돌보게 돼요. 서울에서도 빈 집을 리모델링해서 젊은 예술가들에게 셰어하우스로 내놓고 있어요.


작가님이 만들고 싶은 공동체는 어떤 모습인가요?


친구들끼리 나이가 들면 나중에 지방 내려가서 같이 살자는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가깝게 살아서 서로 같이 놀고, 마음이 맞는 느슨한 형태의 공동체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어요. 하지만 셰어하우스에서 가장 바라는 건 독립된 생활이에요. 누구나 다 같이 텃밭을 가꿔야 하고 문화행사 같이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내가 나가고 싶지 않을 때 나가지 않고, 각자 할 수 있는 일이 다 달라서 누군가 밥을 지으면 누구는 집을 고치고 서로 다른 능력을 합쳤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소설에서도 남자지만 자기가 요리를 잘하면 음식을 해서 다른 사람을 먹이는 식으로요.

 

 

 

가부장제는 끝났다


소설에서 남자랑 여자랑 다르게 그려진 것 같아요. 혜진은 잘나가는 회사 팀장에 수진은 경비행기 조종사 지망생, 지우는 여성이 하기 힘든 인테리어와 집안 공사를 하는데 민규와 정우는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에, 뮤지션 등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조금……. 딸리는 느낌이에요.


맞아요, 어느 정도는 현실을 반영한 거예요. 일상적으로 다 서로 독립된 존재라고 볼 때, 자기 관리는 남자나 여자나 모든 사람이 각자 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여자는 자기 관리가 돼요. 남자는 그게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너무했나? 잘난 남자도 넣을 걸 그랬나요(웃음)


역할의 변이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제 역할 변화는 불가역적이고 돌이킬 수 없어요. 앞으로 남녀가 역할이 뒤바뀌기도 하고, 서로 달라진 역할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 상황이라고 봐요.


주인공 형진이 가정 문제의 원인으로 가부장제를 지적하기도 해요.


가부장제가 남자들을 바보로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가부장제 안에서 원래 여자는 증여하는 대상이고 가부장 남성이 모든 책임을 혼자서 져야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비슷한 위치의 여성을 만나서 누군가 일을 그만두더라도 서로 역할을 나누자는 계약을 하잖아요? 그런데도 남자들은 직장을 잃거나 주도권을 잃으면 자괴감에 빠진대요. 가부장적인 의식은 내가 모든 걸 가져야 하고 강한 남자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요. 여자들은 새로운 문화권에 들어가면 잽싸게 수용하고 바뀌지만 대부분 남자는 정체성을 쉽게 못 바꿔요. 어떻게 보면 남자들이 취약한 부분이에요. 그래서 사실 애틋함은 오히려 모자란 남자들에게 있었어요. 예를 들면 정우도 되지도 않는 애가 수진을 돌봐주겠다고 나서고, 민규도 고양이 하나 찾으러 가면서도 사소한 것에서 자기가 여자보다 우수하다는 걸 입증하려고 해요. 그런 불쌍하고 무너져가는 남성에 관한 애도의 노래랄까요.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얼른 받아들이라는 거죠.


육아 문제도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셰어 하우스에 의도치 않게 아이가 들어오면서 누가 아이를 돌보느냐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죠.


예전부터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집단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지금은 아무 경험도 없는 어린 엄마와 아이가 둘이서 난리가 나요. 애도 병들고 엄마도 병들어요. 그래서 공동체적인 의식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고,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나라가 시스템을 확실히 갖춰서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치원도 많이 짓고, 선생님 교육하고, 월급도 충분히 주고요.


소설 속에서 『팔 일째 매미』가 자주 언급되더라고요. 작가님 소설과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어요.


부부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불륜녀가 훔쳐서 도망가는 줄거리의 일본 소설이에요. 그 영화와 소설에서도 보면 납치당한 아이도 친모하고 관계가 없고, 오히려 자기를 납치해서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받은 그 범죄자를 더 애틋하게 여겨요. 자기에게 불행을 준 존재이지만 그가 줬던 사랑은 친모가 준 사랑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요. 소설에서도 형진이 친모에게 애정을 못 느끼잖아요. 여자의 감정이나 여자의 애정, 여자가 자식들과 맺고 있는 그 모든 감정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게 가부장제거든요. 핏줄만을 중시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키워온 것에 대한 애착 관계가 우리에게 대안이 되어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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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를 위한 소설


‘인간은 윤리 속에서 살아야 하지만 소설을 통해 윤리라는 좁은 범주를 벗어날 수 있다’고 쓰신 글을 봤어요.


항상 소설이 아닌 산문을 쓰면 부딪쳤던 문제가, 산문은 나라는 개인이 전면에 등장해요. 모든 산문은 그 사람의 얼굴을 걸고 써야 하잖아요. 하지만 소설은 오히려 가감 없이 자신을 드러내서 쓸 수 있어요. 인간에 대해서 소설만큼 가장 숭고하게, 비참하게, 잔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르는 없어요. 모든 문자로 된 예술 중에서 소설이 가장 최고의 장르라고 생각해요.


소설 창작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시기도 합니다. 소설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열심히 읽고 쓰라는 수밖에는 없어요. 순문학 작가가 된다는 건 지금 현실에서는 정말 힘겨운 길로 들어서겠다는 결심이에요. 하지만 패러다임이 바뀌는 때니까, 웹이라는 또 다른 장이 마련됐다고 생각하고 이쪽으로 달려든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패러다임이 바뀌는 때지 소설이 죽는 때는 아니에요. 소설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생겨난 장르고 인간이 없어질 때까지 죽지 않아요. 다만 외피는 달라질 거예요. 웹이라는 공간으로 바뀌면서 거기에 알맞은 소설이 또 탄생하고 그게 주류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나 여전히 종이책이 완전히 없어지기보다 종이책만이 담지하는 형식은 여전히 유효하겠죠.


사실 소설은 읽는 사람보다 어떻게 보면 쓰는 사람의 몫이에요. 읽는 사람이 정말 중요해서 독자에 의해서만 소설이 생겨났다면 지금까지 소설이 이렇게 유지되어 오지 않았을 거예요. 소설가가 자기를 위해서 쓰지 않은 소설이 남을 얼마나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 싶어요.


작가님은 소설 쓰기를 즐기시는 것 같아요. 이제까지 글을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렇죠, 청소년 소설에, 춤추는 사람들 이야기도 있고, 평범한 남자들의 이야기, 화계사에서 벌어지는 암투도 있고요.


이야기를 쓰면서 바로 다른 이야기를 생각해 내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한 소설이 다 끝나야 다른 소설을 구상하는 편이신지?


소설이 끝나갈 때 거의 다른 소설을 생각해요. 지금도 생각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들려줄까요? 사랑도 실패하고 여러 방면에서 실패한 여자 주인공이 다 쓰러져가는 지방의 호텔에 사장으로 들어가요. 원래 자기 시스템을 고수하려는 지배인들, 장기 투숙객 등과 문제가 생기겠죠? 호텔에 불륜 커플이 들어오기도 하고, 어떤 여자가 남편한테 맞고 숨겨달라고 들어오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이 마을 안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생각하고 있어요.

 

 

소설이 영화가 된다면


2016 부산국제영화제 북투필름(Book to Film) 초청작입니다. 기존에도 영화나 드라마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나요?


없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소한 복수』가 재작년에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졌어요. 그 소설은 거의 두 사람이 주축이고 마지막이 상당히 우울하게 끝나서 영화로 만들기 힘들지 않았을까 해요. 드라마 쪽도 연락하고 있는데 콘셉트가 좋다고 적극적으로 고려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작가님이 쓴 이야기가 영화나 영상, 연극으로 나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사실 소설을 쓸 때 영화를 많이 생각해요. 언제부터인가 읽는 사람도 인상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려고 장면 위주로 쓰거든요. 각 에피소드도 시각적으로 장면이 분명하게. 거의 모든 작가가 영화화되는 상상은 할 거예요. 만약에 정말 된다, 그러면 정말 기분 좋겠죠.


어떤 배우가 배역을 맡았으면 하나요? 상상은 마음대로 해도 좋으니까요.


형진은 덩치 크고 우락부락한데 귀엽게 생긴 사람이 맡았으면 좋겠어요. 배우 마동석은 최근 유명하지만 나이가 좀 많아서… 30대 초반 중에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체형이면서 유명한 분이 없네요. 정우는 배우 박보검 상상했었어요. 살짝 우수에 젖은 데가 있어요. 감정이 촉촉한 사람이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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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과 친해지는 법 방현희 저 | 답
2016년 정릉, 엄마의 병구완 때문에 직장도 잡지 않고, 5년 동안 온갖 요리를 만들어야 했던 형진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집밥 먹는 셰어 하우스]를 연다. 평범한 젊은이들의 대표 격인 사람들이 형진의 셰어하우스 입주 공고를 통해 정릉의 사과나무집에 모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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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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