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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리뷰 대전] 끝내 인도에 가지 못할 당신께 추천

이 계절의 여행(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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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만 아니면 어디든 좋다고? 5월의 프라하는 12월의 프라하와 전혀 다른 도시. 수많은 나라와 도시 중에서도 다음 달에 들러야 딱 좋은 곳을 소개한다. 들고 떠나야 쓸모가 있는 여행책들, 하지만 계절의 풍경이 그려진다면 읽기만 해도 오케이. 마음대로 날아가지 못하는 모두의 마음을 담아 그냥 수다 한 판!

크기변환_1607 chY 8월호 003 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 표지 이미지.jpg

 

인도에 가고 싶었다. 비록 지금은 우물 안에서 동그란 하늘만 보고 있지만 언젠가는 분명 이곳이 아닌 어떤 곳에서 꽤나 근사한 깨달음을 얻게 될 거라 믿었고, 그러기에 인도만한 곳은 없어 보였다. 한없이 비범해 보이는 평범한 수도자들 틈에서 지내다 보면 새로 태어나는 기분까지는 아니더라도 얼추 비슷한 느낌을 받겠지 싶었다. 간단하게 말해, 그곳에 다녀오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았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나도 나를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인도에 대한 환상은 그저 낭만에 취한 꼬마 하나가 어설프게 써 내려간 꿈 노트 같은 거였다. 어설프든 아니든 우리 모두의 ‘꿈 노트’는 존중 받아 마땅하지만, 다만 인도는 쉽지 않다.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어렵다. 그때의 나에게는 더했을 곳이다. 견딜 수 없었을 곳이다. 이런 잡생각들이 9월의 인도를 추천하는 수많은 글들을 보면서 떠올랐다. 그리고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

 

『1만 시간 동안의 남미』의 작가 박민우가 130일 간의 인도와 파키스탄 여행을 책으로 엮어냈다. 파키스탄 훈자를 포기할 수 없어 <3천 시간 동안의 인도>가 되지 못한 이 책은 어떤 의도된 과장이나 포장 없이 살아있는 그곳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들려준다. 안타깝게도 제목으로 과거의 영광을 등에 업지는 못했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인도에서는 바가지, 사기꾼과 맞서 싸우고, 분해하고, 탯줄도 못 끊은 강아지처럼 아팠습니다. 파키스탄에서는 벌벌 떨고, 놀라고, 상처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신병자처럼 뒤돌아서면 씨익 웃었죠. 알거든요. 열심히 놀고 있구나. 내가 택한 놀이터에서 방방 뛰고 있구나. 땀 흠뻑 흘리며 진하게 노는구나.'(p.10) 본격적인 여행기에 앞서 밝힌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로 주먹을 쥐고 발을 동동 구르게 하는가 하면 또 그만큼이나 납득할 수 없는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속은 내가 바보인가' 싶을 만큼 놀랍게 뻔뻔한 현지인과의 만남, 각양각색 여행자들과의 에피소드 등 녹록하지 않은 상황을 그리는 솔직하고 생생한 묘사에 입 밖으로 헉 소리를 내거나 깔깔거리기도 했다가 순간 명치 언저리를 훅 치고 올라오는 울컥함을 경험하게 된다. 쌓여있던 감정을 뱉어낼 수 있게 만드니, 맞다. 힐링 여행 에세이.

 

그렇게 그를 따라 이 이상한 나라를 누비다 보면 어느 순간 의도치 않게 여행자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이 가난하고, 보잘것없을 때, 좋은 여행자가 된다. 가난한 마음엔 넣을 게 많아진다. 벌레를 생명체로 존중하고, 멀쩡한 사람한테까지 아프냐고 묻는다. …… 줄 게 없나 주머니를 뒤적일 것이다. 안 주겠지만, 주겠다는 마음은 빈 주머니에 담고 다닐 것이다.'(p.239) 좋은 여행자가 되는 순간, 누군가의 좋은 사람이 되는 순간. 길 위에 서면 한 걸음 더 빨리 마주하게 될 것 같은 그 순간들을 인도에서라면, 훈자에서라면 조금은 더 일찍 맞게 되지 않을까? 당연히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네 세상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때 말이다. 그 ‘때’도 사백 몇 페이지 쯤에서 봤던 것 같다. 아마도.

 

인도에 가고 싶지 않다. 가고 싶은데 가고 싶지 않다.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적어도 내가 지금의 나인 동안은 그럴 것이다. 성질을 꾹꾹 누르다 소리 한 번 버럭 지르거나 분에 못 이겨 눈물이 뚝 떨어지고야 말겠지. 그러다 문득 '그래, 내가 나를 참 몰랐지.' 싶어지는 날이 오면 다시 인도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도 쉽게 인도로 떠나지는 못할 테니 그럴 때 이 책을 펴 들겠다. 과거에 그렸던 꿈같은 인도는 아니더라도 어쩌면 진짜 나에게 필요한 인도가 여기에 있다. 특별할 것 없이 많이 웃고 울고, 뜨끈하게 위로 받으면 그걸로 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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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박민우 저 | 플럼북스
이 책은 생명력으로 들끓고 있는 인도와 쓸쓸한 상처로 멍들어가는 지상 낙원, 훈자로 독자를 초대하고 있다. 보고, 느낀 모든 것을 날 것 그대로 토해내는 박민우 작가의 고집은 독자들에게 빤하지 않은 위로를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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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형욱(도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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