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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느끼는 힘

『너를 어쩌면 좋을까』 저자 곽세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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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길 위에서 만난 스승, 친구, 힐러 등 그들이 가슴에 심어준 보석 같은 이야기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라는 그럴듯한 직업도 가졌지만, 어느 순간 그 모든 게 짐만 같아서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세계를 여행했던 『인생에 대한 예의』의 저자 곽세라가 돌아왔다. 전작에서 지구별을 여행하며 맺은 소중한 인연을 통해 감동의 메시지를 전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17년간 길 위에서 만난 스승, 친구, 힐러 등 그들이 가슴에 심어준 보석 같은 이야기를 골라 『너를 어쩌면 좋을까』를 펴냈다.

 

괜찮지 않은데 자꾸만 괜찮다고, ‘I’m fine.’이라고 습관적으로 말하는가? ‘삶에 익숙해지지 않는 증상’ 때문에 ‘나만 그런가?’ 싶어 남몰래 괴로운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 서성이는 자신을 자꾸만 쥐어박고 있는가? 곽세라 저자가 조용히 건네는 이야기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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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한 예의』 출간 이후 거의 10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셨나요?
 

정말 그때부터 10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 저는 여전히 여행하고 사람을 만나면서 ‘이야기 수집가’로 지내고 있습니다. 10년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여행의 스타일이 좀 더 느긋해지고 ‘머물러서 게으르게 탐구하는’ 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일 듯하네요. 그리고 『인생에 대한 예의』 때는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힐러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하는 말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면, 지금은 나름 보는 눈도 생기고 까다로워져서 ‘진품’이다 싶은 사람을 만나면 더 길게 붙잡고 깊은 이야기를 듣는 요령도 생겼고요. 그래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스스로에게 훨씬 더 너그러워졌다는 점일 것 같아요. 안달복달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던 성격이었는데, 이젠 그냥 픽 웃어넘기거나 ‘일단 우유랑 설탕을 잔뜩 넣은 커피나 한잔하고 보자.’ 하고 다독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달까요.
 
 
『너를 어쩌면 좋을까』에 수록한 여러 이야기 중에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그러면서도 가장 아끼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모든 이야기가 소중하지만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자주 꺼내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 이야기는 로쿠 스님이 들려주신 ‘90일의 법칙’이에요. 90일, 약 석 달이면 별들이 자리를 바꾸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상황들과 운명의 얼개들이 바뀐다고 해요. 제가 39살 때, 이 세상에 너무 실망하고, 상처 받고, 허무해 하고 있을 때 스님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인데, ‘지금 당장은 꼭 죽을 것처럼 힘겹겠지만 딱 90일만 숨죽이고 견뎌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무언가를 해보려고 발버둥 치지도 말고, 이 90일이 지나가기만 가만히 기다리는 거야. 네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90일 뒤면 모든 상황이 바뀌게 되어 있어. 그게 우주의 이치야.’라고 저를 타이르셨지요.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그 법칙은 단 한 번도 어김없이 맞아 떨어졌어요.
살다가 힘겨운 일이 닥치거든 한 번 시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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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독자들이 선생님처럼 살고 싶어 합니다. 깃털처럼 가볍게, 집시처럼 자유롭게 머물거나 떠나는 삶을 동경하는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은 없으신지요? 
 
집을 짓는다고 생각해볼까요. 20대는 그 집을 지을 터를 보러 다니는 시기에요. 터를 보고 말뚝 4개를 박아서 일단은 ‘표시’만 해도 충분해요. 그 말뚝을, 저는 되도록 넓게, 아름다운 풍경 위에 박으라고 말하고 싶네요. 우리 사회는 20대 때 집을 완공시키라고 몰아붙이죠. 어림없는 소리에요. 그때 다른 사람들에게 휩쓸려서 서두르면 그냥저냥 무난한 터에, 적당히 무난한 크기로 담장을 치고는 비슷비슷한 벽을 바르고 지붕을 올린 채 그 안에 안주하게 되겠죠.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지으려면 배짱이 있어야 해요. 말뚝 하나를 박았으면 두 번째 말뚝을 들고 충분히 헤매고, 길을 잃고, 탐색하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그 터 안에서 30~40대가 되면 벽을 바르고, 지붕을 올리고, 중년을 넘어서면 인테리어를 시작해야죠. 그때 필요한 것이 젊은 날의 추억들이에요. 젊은 날 깊이 헤매고 여행해보지 않으면 그때 집 안을 꾸밀 것이 없어져요. 벽에 걸 그림 한 점 없는 인생, 참 쓸쓸하지 않을까요?
 
 
요즘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20~30대)의 전반적인 정서상태가 ‘5포 세대’니 ‘7포 세대’니 하면서 ‘미래가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세대’로 스스로를 규정짓고 있는데요, 나라 바깥에서 보시기에도 그런가요? 이런 분위기를 바꿀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불안’과 ‘체념’은 지금 세계의 모든 젊은 세대들이 경험하고 있는 정서인 듯해요.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연애하지 않는 식물남녀, 세상의 일들에 관심이 전혀 없이 자신 안으로 침잠하는 사토리 세대로 대변된 지 오래고, 프랑스의 기성세대들은 점점 무책임해지고 ‘제대로 된 직업’에 정착하려 들지 않는 젊은이들을 걱정해요. 호주의 젊은이들도 파트타임으로 돈을 조금 모으면 그 돈으로 새로운 비디오 게임 프로그램을 사거나 파티를 열어서 탕진한 뒤 다시 빈털터리로 돌아오는 순환을 중년이 될 때까지 계속하죠.


그 바탕에는 ‘Flaky’라 불리는, 신뢰할 수 없고 얄팍한 정서적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어요. 어떤 것에도 정착할 만큼 마음을 주지 않고, 어떤 패러다임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며, 찰나처럼 스치는 수만 가지 정보들에 초 단위로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자아가 산산조각이 나서 내가 진정 뭘 원하는지, 무엇이 소중한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흐릿해져 버리는 거예요.


일단 그 모든 소음들을 차단한 뒤 스스로 느끼고, 원하고, 집중하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 스크린으로만 세상을 경험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몸을 움직여 삶을 휘젓고 원하는 것을 끌어오는 연습을 하면 좋겠죠.


아직 마음이 싱싱하고 뇌가 말랑말랑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느끼는 힘을 길렀으면 해요. 
 
20대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30대의 삶이 결정되고, 30대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40대의 삶이 결정된다고들 합니다. 선생님은 어떠신가요?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이건 참 잘했다 혹은 이건 하지 말 걸 그랬다 싶은 게 있으시다면 얘기해주세요.
 
제가 어린, 혹은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해주는 얘기가 있어요. ‘인생을 3D로 살라.’는 거예요. 우리는 2D로 사는 삶에 익숙해져 있지요. 과거와 현재만이 존재하는 거예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 두 채널로만 인생을 중계해요. ‘지금껏 이렇게 살아왔고 별 탈 없었어. 그냥 이대로 주위 사람들이 하는 대로 무난하게 살자.’


그런데 이게 3D가 되면 미래의 내가 그 대화에 끼어드는 거예요. ‘미래의 나’가 등장해서 과거의 나, 그리고 현재의 나에게 말을 거는 순간 삶의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죠. 지금 뭘 해야 하는지 입체적으로 다가와요. 저의 경우, 학교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살아가던 26살 때 66살의 저를 불러냈었어요. 불안하고 막막했거든요.


“지금껏 모범생으로 살았고, 공부도 곧잘 했고, 취직도 해서 월급을 받으며 살고 있지만 조금도 행복하지 않아요. 매일 아침 눈뜨는 게 두려워요. 이대로 계속 내 삶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둬도 되는 걸까요?”
그때 ‘미래의 나’는 엄마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요.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니? 나가서 하고 싶은 걸 맘껏 해봐. 아직 무모하고 용감하고 씩씩할 때 마음 내키는 걸 다 해보는 거야. 지금은 걱정할 때가 아니라 경험할 때야. 30대의 너는 지금의 널 말릴지 모르겠지만, 60이 넘어보니 아직 어리고 예쁠 때 더 넓은 세상에 날 던지지 못했던 게 후회 된단다.”
 
 
책의 마지막에 ‘여행 생활자의 함정’을 공개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여행하며 사실 계획이신지요?
 
여행하면서 길에서 만난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어요.


“삶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다. (여기 계속 머물러 있다가는) 삶이 내게서 도망칠까 봐 떠나는 것이다.”


그의 말이 어느덧 제 삶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오랜 시간 여행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내다 보면 감각이 훨씬 예민해져요. 물론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는 폭도 커지지만 외로움, 고독, 허무 등도 뼛속까지 느끼게 되죠. 길 위에선 그 모든 것들이 번갈아 우릴 찾아와요. 천사와 악마를 만나고 축제의 마당과 장례식장을 지나죠. 몇 살이 되었건 그 안에서 한 뼘씩 마음이 자라는 느낌에 아직도 더 깊고 뜨거운 여행을 욕심내고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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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에게, 혹은 다 읽고 난 독자에게 이 책의 활용법(?)을 알려주신다면요?
 
주사위나 타로 카드처럼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목차를 보면 저를 붙잡아 주었던 이야기들을 한마디씩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그 날의 기분에 가장 맞는, 가장 마음을 끄는 장부터 읽는 거죠. 이건 원래 제가 책을 읽는 방법이기도 해요. 첫 장부터 차근차근 읽기보다는 목차를 훑어보고 제일 와 닿는 부분부터 펼쳐서 읽기 시작해요. 『너를 어쩌면 좋을까』는 각 장이 독립적인 이야기들로 쓰여져 있어서 조각 파이처럼 한 쪽씩 깔끔하게 즐기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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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어쩌면 좋을까곽세라 저 | 쌤앤파커스
7년간 길 위에서 만난 스승들, 친구들, 힐러들…, 그들이 가슴에 심어준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고르고 골라 신간 《너를 어쩌면 좋을까》에 담았다. 괜찮지 않은데 자꾸만 괜찮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또다시 새로운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고야 마는 용감한 당신에게 박수와 환호와 축복을 전하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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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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