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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우 ”왜 『죄와 벌』을 읽어야 하는가”

존엄한 삶의 가능성을 묻다 YES24 2016년 여름 교양학교, 『무엇이 인간인가』저자 오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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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오늘을 사는 힘, 내일을 위한 지혜를 전달하는 YES24 2016년 여름 교양학교가 열렸다. 상상마당과 함께 하는 이번 교양학교는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인생수업” 이라는 주제로 오종우 교수, 김윤지 박사, 구본권 소장, 김남인 부장 등 네 명의 강사들이 강연을 펼친다. 지난 6월 27일, 첫 번째 강사로 나선 오종우 교수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을 통해 “무엇이 인간인가”에 대해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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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본 대단한 인물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 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도스토옙스키의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라스콜리니코프와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다. 흔히 『죄와 벌』을 두고 인간의 심리를 다룬 소설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종우 교수는 이에 대해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의 심리를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그는 인간의 영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간혹 죄와 벌이 공리주의와 초인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글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전부 잘못된 해석 이라고 생각해요. 이 소설은 특정한 사상을 바탕으로 쓰여진 게 아니라 인간 그 자체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소설인 거죠.”

 

오종우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서 10여년 동안 교단에서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강의를 해왔다. 고전을 통해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을 읽어내고, 현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그의 강의는, 졸업생과 타 학교 학생들도 청강할 만큼 명강의로 정평이 나 있다. 오 교수의 신작 『무엇이 인간인가』 역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전에서 찾은 깨달음으로 새로운 삶을 사는 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 제목이 굉장히 강렬하죠. 여러 가지 고민들 속에서 이루어진 책이라 그렇습니다. 이 책에는 제가 정말 많은 학생들과 함께 읽고 고민해나간 내용이 담겨있어요. 제가 도스토옙스키 강의를 10여년을 해왔는데, 요즘처럼 급변하는 사회가 없어요. 이 급변하는 사회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대단히 소외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한 마디로 살기 힘들어지는 그런 모습들이 보여요. 물질적인 풍요, 여러 가지 과학기술의 발달 등 대단히 좋아진 거 같아도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죠. 이건 분명 문제가 있어요. 사실 위대한 사람이 되라고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지금 그러고 있고, 그 위험성을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죠.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150여년전에 쓰여졌지만 지금의 우리 시대를 예언하고 있어요. 이 책에 모든 게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죄와 벌』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의 소설은 전부 다 현대에도 적용이 되는 이야기에요. 사실 저를 비롯해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되게 부끄러워했어요. ‘내가 사람이었던가’라는 고백을 하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였어요. 저도 많이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이 책은 제가 뭘 가르치려고 쓴 책이 아니에요. 도스토옙스키처럼 사람이 되고자 하는 수련의 과정에서 쓴 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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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이란 무엇인가

 

오종우 교수는 강의를 시작하며 요즘 최고의 이슈인 브렉 시트, 시리아 난민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길을 택하고, 안락만을 추구하는 현 시대의 흐름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인격’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 로봇이 운전을 하고 인공지능이 바둑을 두며 ‘인간’의 가치가 희미해지는 이 시대에서, 도스토옙스키를 읽으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고 했다.

 

“인격이란 게 뭘까요? 인격은 한 마디로 사람이라는 존재의 격을 말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인격이 인품이나 품성이 아니라는 점이죠. 사람이라는 존재는 참 다양합니다. 거칠기도 하고, 내성적이기도 하고 아주 많은 성격이 존재해요. 만약 성격이 거친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에게 인격이 없을까요? 아닙니다. 그에게도 인격이 있어요. 인격과 품성은 다른 경우니까요. 인격은 자신이 아주 솔직할 때에 드러납니다. 가짜 가면을 썼을 때는 스스로 인격을 훼손시키는 거예요. 인격이 드러나지 않는 거죠. 자신의 직책이나 신분을 내세우는 사람은 인격이 부재한 사람이에요. 사실 가면을 쓰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인격은 신분이나 직책 같은 가면이 아닙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자신을 보일 때 드러나는 거예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인격은 그 자체가 하나라는 거에요. 그 자체가 하나라는 건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떻든 다 인격이라는 거죠. 심지어 도스토옙스키는 이런 얘기도 합니다 “사형수를 사형장에 끌고 갈 때에도 그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인격이라는 건 이렇듯 우리가 쉽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쉬운 게 아니에요.”

 

“또 인격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우리 나라는 특히 좌파와 우파의 대립이 심하죠. 자기편이 아니면 상대방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자기 패거리의 우수성을 강조해요. 지나치게 어딘가에 얽매어 있고 종속되어 있는 상태, 노예상태에서는 결코 인격이 드러날 수 없어요. 그런 상태는 스스로 인격을 말살시키는 거예요. 자기 자신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지는 거죠.”

 

이어서 그는 인격이 육체적 물질적 정신적 상황을 포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인격과 극빈의 관계에 대해 말하며 나치의 대량학살과 우리 나라 독재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언급하기도 했다. 인격말살이 행해졌던 지난 과거에 대해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격은 인권과 관련이 있어요. 다시 반복해서 말하지만 인품이나 품성이 아니라, 인권과 관련이 있는 거에요. 인격과 인권, 자유, 이 세 가지는 우리가 살면서 아주 중요하고, 이 작품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아주 요인들이죠. 이 작품을 잘 읽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도 인격, 인권 자유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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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격에 대한 이야기 이후 악이 곧 선을 부르는 모순적인 인간의 삶과, 위선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위선은 겉으로 보면 선이지만 실상은 악의 성향을 갖고 있어 사람들이 쉽게 구분하기가 힘들다. 또한 위선은 생각이 아니라 계산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오종우 교수는 위선이 혼란을 야기시키는 것은 선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사회를 타락시키고 파괴시키는 게 위선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오종우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의 본질과, 삶의 방향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2시간여의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과학자들이 말하죠. 모든 생명체는 이기적이다. 이타적인 행위마저도 자신을 위한 것이다. 사실 모든 인간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고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 싶어해요. 자기 자신을 보존하는 건 자기 욕망대로 사는 거죠. 자유의 개념과 비슷할 수 도 있어요. 간혹 교과서에서 자유에 대해 쟁취하고, 내 마음대로 하는 것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달라요. 그런 자유는 자유롭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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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라는 말이 있죠. 자기 정체성, 혹은 자기 독립성이라는 말로 번역이 돼요. 아이덴티디를 나만의 것이라고 하는데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들은 내 생각이 내 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아니에요. 오늘 만났던 사람들, 친구, 엄마, 대화하고 마주 본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내 생각 안에 들어가 있어요. 그 누구도 자신만의 것을 갖고 있는 게 없어요. 그 모든 것이 내 머리 속에 있는 거죠. 사람은 다른 이들과 어울리면서 사는 거고, 그러면서 내가 되는 거에요.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함께 하는 속에서 나오는 거죠. 이게 아이덴티디이고요. 그런 게 인간의 본질인데, 내 생각, 나만의 것만 옳다고 하는 건 잘못된 거에요. 그건 곧 내 주변의 모든 것을 배제하는 거고, 자기 의지에 구속된 노예가 되는 것이죠.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가 그랬어요. 한 달 동안 방 안에서 자기 의지에 종속되어 노파를 죽이겠다고 생각하고 결국 살인에 이르게 된 거죠.

 

자기 의지에 구속되고 자기 판단이 모두 맞는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행동하면, 노예상태가 되어버려요. 인간은 신비로운 존재에요. 이 세상에서 제일 넒은 게 인간이에요. 마음 안에 아주 더러운 것과 아주 고결한 것이 섞여있죠. 그런 인간의 성향을 배제하고 딱 하나만 가지고 “이게 나야”라고 말하는 건 아주 위험해요. 인간은 자기 의지를 넘어 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도스토예프스키는 책 속에서 이러한 사실을 괴롭고 답답할 정도로 묘사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확대 된 공간으로 보여줍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에요. 그리고 그게 바로 인간이고, 그러한 상태에서 진짜 인격이 나오는 것이죠. 우리가 이런 고전을 읽는 건 그런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기 위해서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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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인가오종우 저 | 어크로스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깊이 읽으며 우리의 인문적 사유를 깨운다. 그는 《죄와 벌》에 그려진 19세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련한 삶들과 21세기 오늘의 삶을 교차하며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우리 인생을 손익과 성과로 점수 매기게 하는 걸까.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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