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독자에게 ‘초판본’은 신제품
한용운의 『님의 침묵: 초판본』 펴낸 더클래식
독자들이 시를 좀 더 가까이 하여 현실은 비록 고단하고 각박하지만 마음만은 풍요롭게 가꿔가길 바란다. 익숙한 저자가 아니더라도 작품성 위주로 작가를 판단하여 그들의 작품을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고서를 수집하는 독자는 60대 이상 중년층이지만, 초판본을 주로 구입하는 독자는 20,30대 젊은 독자다. 출판계는 사람들이 책을 너무 안 읽는다고 아우성이지만, 언제나 살 사람은 샀고, 낼 사람은 냈다. 지난해 말부터 초판본 시장이 뜨겁다. 선두주자 소와다리 출판사를 필두로 그여름, 지식인하우스, 파란책, 더스토리, 42미디어컨텐츠 등이 시류를 탔다. 이들 출판사는 동명의 초판본을 내는 등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더스토리 출판사는 지난 3월 14일, 『님의 침묵: 초판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초판본 출간에 돌입했다. 이어 1955년 정음사 오리지널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50년 숭문사 오리지널 초판본 『진달래꽃』, 1958년 한림사 오리지널 초판본 『사슴의 노래』를 펴냈고, 현재 1935년 시문학사 오리지널 초판본 『정지용 시집』을 예약 판매 중이다.
오랫동안 초판본을 수집해온 장영재 더클래식 대표는 “젊은 세대에게 초판본은 신기하면서 새로운 신제품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새롭고 낯선, 희소가치가 있는 물건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에게 초판본이라는 옛날 시집이 호기심을 자극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채널예스>가 장영재 대표를 서면으로 만났다.
희소 가치가 있는 책에 눈을 돌리는 젊은 독자
왜 『님의 침묵: 초판본』을 가장 먼저 펴냈나?
3ㆍ1 운동 97주년(2016년)을 기념해 『님의 침묵』을 첫 작품으로 선택했다. 한용운은 독립운동을 주도한 대표적인 저항시인으로,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지금 같은 세상에 그의 사회 비판 정신이 필요하고 생각했다.
제작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가장 신경 쓰고 제작한 부분은 무엇인가?
제작 기간은 자료 수집 기간부터 계산하여 3년 정도 걸렸다. 지난 3년여 동안 ‘2019년 3ㆍ1 운동 100주년’을 준비하면서 여러 자료를 수집했고, 현재 한용운의 1926년 회동서관 본 『님의 침묵』부터 1950년 한성도서 본 그리고 1958년 애국정신통일회의 〈독립선언서〉 등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에 『님의 침묵: 초판본』을 제작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표지 디자인은 물론이고 판권까지 그대로 되살리고자 했다. 초판본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판권은 물론이고 ISBN마저 넣지 않았다. 그리고 초판본은 세로 쓰기에다가 한글맞춤법에 차이가 있어서 읽는 데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소장 가치뿐만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
『님의 침묵: 초판본』이 왜 소장 가치가 있다고 보는가?
3년 후인 2019년은 3ㆍ1 운동 100주년으로, 우리와 일본은 위안부 문제, 독도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거의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고 생각한다.
초판본은 어떻게 구입했나?
처음 초판본을 소장하게 된 계기는 부모님과 지인의 선물 때문이었다. 특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1919년, 1920년, 1921년 판본 세 권과 헤르만 헤세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엽서를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로 받았다. 부모님이 가지고 계시던 초판본 문학 도서들과 『데미안』 초판본이 계기가 되어 10여 년 전부터 초판본 도서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문학 작품에 관심을 두고 지금도 수집을 계속하고 있다.
초판본이 왜 인기 있다고 보는가?
먼저 초판본 열풍은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주〉나 〈귀향〉 같은 영화가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로 껄끄러운 관계가 계속되고 일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식민지 시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두 번째는 최근 몇 년 동안 불고 있는 복고 열풍이다. TV 드라마에서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초판본은 현대의 미적 감각으로 보면 세련되지 못한 디자인일 수도 있지만, 오래된 물건에 대한 가치와 향수를 느끼는 현대인들이 초판본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
세 번째는 초판본 시집을 구매하는 연령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20~30대가 많이 구매를 하는데 복고 열풍으로 과거에 대한 향수가 있지만, 사실 20~30대에게 1910년에서 1950년대는 향수를 느끼고 말고 할 것이 없다. 젊은 세대에게 초판본은 신기하면서 새로운 신제품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새롭고 낯선, 희소가치가 있는 물건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에게 초판본이라는 옛날 시집이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아닐까 한다.
많은 출판사가 초판본 시장에 뛰어들었다. 더스토리가 갖고 있는 강점은 무엇인가?
더스토리는 현재 30여 종의 초판본 도서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희귀본도 몇 권 있다. 초판본을 출판할 때 최대한 원본과 똑같이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표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색감을 당시 느낌 그대로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추후 꼭 출간하고 싶다는 초판본이 있다면 무엇인가?
포석 조명희의 『낙동강』을 초판본으로 내고 싶다. 1928년 4월 20일에 백옥사에서 출간한 소설로, 우리나라 전체에 몇 권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낙동강』은 조명희의 대표작으로, 1920~30년대 카프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품이다.
초판본을 읽을 예비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는 사람의 마음을 응축하여 표현하는 문학의 결정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독서 인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고 특히 시는 거의 읽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들의 마음이 그만큼 메말라 있고 삶이 고단하다는 증거다. 더스토리는 ‘세계문학컬렉션’이라는 세계문학 시리즈를 출판하는 더클래식의 또 다른 출판 브랜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를 읽지 않는 현실이 언제나 안타까웠다. 독자들이 시를 좀 더 가까이 하여 현실은 비록 고단하고 각박하지만 마음만은 풍요롭게 가꿔가길 바란다. 익숙한 저자가 아니더라도 작품성 위주로 작가를 판단하여 그들의 작품을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님의 침묵: 초판본한용운 저 | 더스토리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본인 만해 한용운은 1926년 《님의 침묵》이라는 첫 시집을 발표했다. 이후 《님의 침묵》은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하게 출판되었다. 이번 더스토리에서 발행한 《님의 침묵》은 해방 5년 만에 한성도서에서 재간행한 해방 후 첫 번째 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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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초판본, 한용운, 님의 침묵, 시, 더 스토리, 출판사, 장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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