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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탐방] 민음사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책을 만든다”

예스24 대학생서포터즈 7기, 민음사를 찾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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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히는 책을 내는 것도 어렵지만, 오래 읽히는 책을 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법이다. 그렇기에 10년, 20년이 지나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책을 만드는 것을 오랜 전통으로 삼고 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민음사는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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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7일,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7기들이 신사역에 모였다. 서포터즈들은 활동 기간 동안 출판사를 탐방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 시작인 민음사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민음사 출판 그룹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출판문화센터 4층부터 6층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 방문한  민음사 편집부는 여느 사무실과 다름없는 칸막이식 책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무실의 입구와 구석에는 책으로 가득 채워진 책장과 정기간행물이 꽂힌 책꽂이가 있었다. 편집부에서는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기획, 원고 수집, 교정, 교열 등의 작업을 한다. 이어 방문한 미술부의 사무실에서는 커다란 커팅매트와 칼, 자, 스테이플러 등이 놓인 책상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는 표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본문, 광고, 홍보물의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진다. 업무 중인 직원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하기 위해 탐방을 마무리한 뒤, 회의실에 모여 민음사 출판 그룹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민음사 편집자로 일하시는 서효인 시인님, 조아란 마케팅팀 대리님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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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출판 그룹을 소개합니다

 

서효인 : 민음사 출판 그룹은 여섯 가지 브랜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민음사가 있고요. 세계문학전집, 민음의 시와 같이 시대를 반 발자국 앞서가는 책부터 지금과 호흡하는 책까지 인문 교양 분야에 주 역할을 해 왔습니다. 사이언스 북스는 민음사의 과학 브랜드입니다. 대표적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세미콜론은 시각문화 브랜드입니다. <배트맨> 시리즈도 여기서 나오고 있고요. 황금가지는 민음사의 장르문학 브랜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SF 판타지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예전에 <반지의 제왕>도 우리나라 최초로 황금가지에서 수입을 해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판미동, 반비와 같은 출판사도 민음사 출판 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이어 대중들에게 많이 읽혔던 민음사 책을 소개했다.


서효인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늘 독자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시리즈이지요.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는 작년에 매스컴에서도 많이 다뤄진 책입니다. 『희지의 세계』는 황인찬 시집인데요. 시집을 좋아하는 분들은 잘 아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책장에는 한 권씩 있지만, 막상 안 읽어 본 그런 고전들 역시 민음사에서 출간된 것이 많습니다. 이문열의 『삼국지』 세트는 국내 삼국지 중에 가장 서사적으로 완성도 있고 재미 있으면서도 고증도 탄탄하게 된 삼국지라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밀란 쿤데라의 작품도 유명하죠. 『소유의 종말』과 같이 민음사에서 나오는 인문학 서적들도 전공하시는 분들에게 상당히 어필을 하고 있습니다. 민음사 말고 다른 출판그룹에서 나온 책들로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셜록 홈즈 전집』, 『배트맨』이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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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 민음사 편집자

 

 

민음사만의 스타일 그리고 안목


서포터즈: 민음사는 특히 세계문학전집으로 유명한데, 민음사가 가장 선호하는 번역의 스타일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서효인 : 제가 독자로서 느꼈을 때 민음사 번역의 특징은 원문에 가까운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문학전집은 다른 출판사들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민음사에서 먼저 기획되어 출간된 것이라, 민음사 전집이 민음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원전 아닌 원전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들은 좀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조아란 : 다른 출판사와 비교를 해보자면, 어떤 출판사는 소설가가 번역을 맡기도하는 등 가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번역하고 있지만, 민음사는 주로 교수님들과 같은 해당 작품 혹은 작가의 연구자가 참여하여 원전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는 번역을 합니다. 굉장히 신뢰도가 높은 번역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 번역이 100% 완벽할 순 없겠지만 ‘오류를 최대한 적게 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서포터즈: 민음사 책이 유난히 세로로 긴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책 모양의 유래가 궁금합니다.


조아란 : 말씀주신 것처럼 다른 정규 규격의 책들과 달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판형이 특이합니다. 한 손으로 잡기 좋은 사이즈로 하기 위해서 가로는 짧게 하고 세로는 길게 디자인했습니다. 손이 작은 여성분들이 특히나 바로 체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서효인 : 독자 친화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을 시작하기 전의 세계문학전집들은 두꺼운 양장에 가림 끈이 있고 둥근 책등의 요소가 있었습니다. 갖고 다니기보다는 거실이나 서재에 꽂혀 있는 용도였다고 할까요. 현재 디자인은 독자의 손에 들어오는, 전시용이 아닌 독서용으로서 전집의 지향점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포터즈: 민음사에서 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조아란 : 보다 오래 읽히는 스테디셀러를 중심으로 책을 고른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세계문학전집과 같이 오래도록 계속 읽히는 고전들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논픽션도 단 천 명, 이 천명이 보더라도 학술 가치가 있는 책들 많이 번역하고 소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서효인 :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책을 내는 게 민음사의 오랜 전통입니다. 지금도 ‘장수하는 책’을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직업적인 차원에서 얘기하자면 그런 책에는 결국 편집자의 취향이 반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편집자는 자신의 취향에 확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이건 훌륭한 책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확신과 또 그것을 남들에게도 설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겠죠. 민음사에서 책을 고르는 기준은 결국 민음사의 구성원이 책을 고르는 기준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그만큼 편집자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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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란 마케팅팀 대리

 


신인 작가의 발굴에 대한 책임과 독자들의 역할


서포터즈: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데에도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한가요?


서효인 : 각 문학 출판사들마다 매해 신인을 뽑습니다. 신인들은 우리가 놀라울 정도로 매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들이 나와서 한 단계 또 경쟁을 거쳐서 좋은 작가로 성장해 독자들을 만나는 거고, 인큐베이팅을 출판사가 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문학상 시스템이 문제가 많다는 논의가 있어 왔고, 이런 문제들을 앞으로 더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독자 여러분들이 많이 읽고 이 신인은 좋다, 좋지 않다고 확실하게 얘길 해주는 게 한국문학의 좋은 작가들을 발굴해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신인에게 출판사나 에디터는 기회를 줄 뿐입니다. 책이 나오거나 글이 발표될 때 독자분들이 읽고 나서 피드백을 주셔야 합니다. 좋지 않다는 말도 굉장히 중요한 피드백입니다. 일종의 비평이라고 할 수 있겠죠. 비평의 권한이 예전에는 문학 평론가나 출판사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조금 넓어진 것 같습니다. 독자들의 블로그 리뷰와 서평, SNS에 올리는 짧은 평까지도 작가에게 힘이 되기도 하고 채찍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한국 작가를 키우는 것은 한국의 독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문학을 한국의 독자들이 키울 수는 없어요. 독자들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최인호, 이청준, 이문열, 박완서와 같은 작가들을 키웠듯이 지금의 독자가 지금의 작가를 키워야 우리 시대 이야기를 우리나라 글로 쓰는 좋은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판 관련 직종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하여


서포터즈: 출판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이나 덕목이 있다면요?

 

조아란 : 중간 중간 얘기했었는데 안목을 키우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접해야겠구요. 사실 저는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책이라는 ‘상품’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모든 일은 애정에서 시작 되어야 오래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서효인 : 사람 싸움인 것 같아요. 사실 편집자 혼자 앉아서 책 만드는 것 같이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자와 소통해야 하고 독자, 마케터, 경영진과 얘기를 나누고 사람들과 협업을 많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과 관계 맺는 방법, 다시 말해 상처받지 않고 관계를 맺는 방법을 익혀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책이나 출판계의 동향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학을 좋아한다면 문학에 대한 흐름 자체를 잘 파악을 하는 게 중요하고요. 사회과학을 하고 싶다면 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게 중요하고요. 또한 어떤 책에 대해 카피 두세 줄 정도는 매력 있게 쓸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그 외에도 글을 잘 읽고 잘 분간하고 잘 편집하는 능력, 글을 잘 쓰는 능력도 갖춰지면 좋겠죠.


조아란 : 옆에서 편집자들이 하는 일을 몇 년 지켜보다 보니 당연한 말이지만 교정 교열, 책 편집 능력 뿐만 아니라 때로는 마케터인 저보다 더욱 사람을 잘 대해야 하고 영업력을 발휘해야 하는 위치이기도 한 것 같아요. 결국 많은 출판사들 중에서 민음사에서 책을 내도록 저자들을 영업하는 일도 편집자의 일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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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간 예정인 책들


조아란 : 요시모토 바나나, 오르한 파묵, 마르케스, 프루스트, 나쓰메 소세키 등 해외 작가들의 작품들도 발간 예정작에 올라있습니다. 세계문학전집의 경우 세르반테스의돈키호테, 카뮈의 『시지프 신화』, 토마스 핀천의 『브이』등 굵직한 고전들을 준비중입니다. 또한 올해는 민음사가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해서, 주요 작품 및 시리즈들의 특별판도 여럿 기획 중에 있습니다.


서효인 : 랭보 등을 비롯한 세계 시인선 시리즈가 리뉴얼되어 나올 것 같아요. 그리고 김중혁 작가의 장편소설, 황정은 작가의 연작소설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2016년에는 새로운 문학잡지의 창간호가 나옵니다. 보기 좋은 디자인에 내용도 꽉꽉 채워 내려고 노력 중입니다. 8월에 나오니까 이 자리에 계신 분부터 정기구독을 부탁드립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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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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